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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우승의 조건을 넘어서지 못한 리버풀
병장 서현규 | 2017-06-20 18:09:07 | 1292

'노말 원'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 두 번째 시즌은 참 기묘했다. 결과론적으로는 총 승점 76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하여 4위로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내는데 성공했으나, 그 과정은 희로애락 그 자체였다. 시즌 초반 8월 버튼전부터 11월 리즈전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거두지 않으며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1월에 펼쳐진 9경기에서는 단 1승 밖에 기록하지 못하였다. (이후 리버풀의 2월 첫 경기였던 헐시티 전에서도 패배) 

또한 첼시, 토트넘, 맨시티, 아스널, 맨유와 같은 리그 내 우승권 경쟁 팀들을 상대로는 단 한 번의 패배도 거두지 않았다. 반대로 상대적 약체 팀들에게 승점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 '의적풀'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렇듯 리버풀은 이번 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릴만한 저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지만, '진정한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는 20-30% 정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본머스전 4-3 패배는 충격 그 자체였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클롭의 리버풀식 게겐 프레싱과 문제점




이번 시즌 리버풀의 공격시 대형과 전술


이번 시즌 클롭이 가장 많이 채택한 포메이션은 4-3-3이었으나, 공격 시에는 이러한 대형에 얽매이지 않았다. 리버풀이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면 4-5명의 선수들(4-3-3에서 헨더슨을 제외한 공격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선수들)이 좁은 간격을 형성했다. 이들은 일정한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매우 자유롭게 플레이했다. 이들 간의 위치는 계속해서 바뀌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좌우 넓은 사이드로 이동하여 측면 지역에서의 볼 점유와 수적 우위를 형성했다. 클롭은 이에 대해 ' 공격진에서 점유하고 있을 때 누가 어디 있는지는 딱히 정해지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며 공격 단계에서의 자율성에 대해 소개했다.

여기서 양 윙백 밀너와 클라인은 측면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펼쳐줘야 했다. 이들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야 4-5명의 공격 진영이 좁은 간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너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전술적 역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헨더슨은 이들의 후방을 지켜주는 동시에 센터백 바로 앞 공간을 커버했다. 이 지역에서 빌드업의 핵심 코어가 돼주기도 했다. 밑선 중앙 수비수들은 공격 진영과의 간격 유지(연쇄적인 게겐 프레싱)를 위해 높은 지점까지 전진해야 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2가지다. 첫째는 높은 볼 점유율 유지이다. 공격시 선수들이 명확한 포지셔닝 없이 자유롭게 배치되어있고, 양 센터백들이 높은 지점까지 전진되어있기 때문에 상대의 역습 상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 진영에서의 볼 점유가 중요하다. 안정적인 볼 점유를 하기 위해서라면 4-5명으로 이뤄진 공격 진영의 간격이 좁게 유지되어야 하며, 후방 헨더슨과 양 센터백들의 볼 공유도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둘째는 공격 진영에서 볼을 탈취당한 즉시 빠른 압박, 게겐 프레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듯 기본적으로 4-5명으로 이뤄진 공격 진영 선수들이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즉시 빠른 압박을 가하기가 매우 용이하다. 또한 양 윙백들도 높게 전진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가 수비 진영에서 측면으로 볼을 전개할 경우 밀너와 클라인을 이용한 높은 지점에서의 게겐 프레싱도 가능했다.(측면 지역) 만약 상대가 1차적으로 가해지는 리버풀 공격 라인의 게겐 프레싱을 벗겨내는데 성공했다면, 후방의 헨더슨과 양 센터백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연쇄적인 압박을 가했다.  

경기를 '수비 단계, 수비  공격 전환 단계, 공격 단계, 공격  수비 전환 단계'로 구분 지어 볼 때, 리버풀의 전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수비 → 공격 전환 단계 (빌드업 단계) - 두 명의 센터백과 홀딩형 플레이어 헨더슨의 참여로 이루어짐. 상황에 따라서는 양 윙백 중 한 명까지 참여 ▶ 공격 단계 - 자유로운 선수 배치와 양 윙백들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둠. 그리고 헨더슨은 이들을 뒷받침. 두 명의 센터백들은 간격 유지를 위해 높은 지점까지 전진  공격  수비 전환 단계 - 자유롭게 배치된 공격진의 선수들이 즉각적으로 게겐 프레싱을 실행. 게겐 프레싱으로 벌어놓은 시간 동안 공격 진영의 또 다른 선수들이 수비 진영으로 복귀. 헨더슨이 홀딩형 플레이어로 게겐 프레싱이 벗겨졌을 시 두 명의 센터백과 함께 공격 진영의 선수들이 수비 진영으로 내려올 시간을 벌어줌 ▶ 수비 단계 - 리버풀이 상대의 공격을 수비하는 과정으로 돌입. 볼을 탈취하는데 성공했을 경우 앞의 '리버풀의 수비  공격 전환 단계'부터 시작'



클롭 전술 시스템의 수비시(좌), 공격시(우) 문제점


클롭의 게겐 프레싱을 필두로 한 전술 구상 자체는 매우 좋았다. 하지만 리버풀이 약팀들에게 덜미를 잡혔던 경기들을 돌아본다면 몇 가지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선수들의 정신력과 심한 기복이다. 글의 맨 앞 부분에서 소개했듯, 이번 시즌 리버풀은 잘할 때 거침없이 몰아치다가 한 번 꺾일 때는 확 죽어버렸다. 

전술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자면 볼을 탈취당한 후 즉각적인 게겐 프레싱을 가하는 상황에서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 (위 그림 노란색 1번 영역)', '측면 공간 (위 그림 보라색 2번 공간)'을 통해 실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상대가 1번 공간으로 공격을 전개하는데 성공했다면, 리버풀 선수들은 그 즉시 1번 공간 안에서 볼을 갖고 있는 상대 선수를 감싸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볼을 갖고 있는 상대가 원하는 패스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하는데, 리버풀이 덜미를 잡힌 경기에서는 대부분 그러지 못했다. 또한 양 윙백이 높은 지점에서 공격과 게겐 프레싱 모두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수비 라인의 측면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 단계에서는 '상대가 완전히 내려앉아 리버풀의 공격 진영이 상대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 봉쇄당할 때'의 상황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리버풀에는 상대 수비 진영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마땅한 자원이 없다. '쿠티뉴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쿠티뉴는 실바와 같은 플레이 메이커성 능력을 갖춘 선수가 아닐뿐더러, 상대 수비에게 봉쇄당했을 때는 볼을 받기 위해 낮은 지역으로 내려오는 성향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상황에서 리버풀의 가장 보편적인 공격 루트는 양 윙백을 이용한 측면이 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 밀너와 클라인의 크로스 정확도는 전체적으로 형편없었다.



-16/17시즌 베스트 플레이어 : 호페르투 피르미누 (Roberto Firmino)



이번 시즌 꾸준하게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피르미누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리버풀의 16/17시즌 베스트 플레이어에 선정될 만큼 값진 활약을 펼쳤다. 꾸준히 성과를 내줬다. 그는 이번 시즌에 총 3069분을 그라운드 위에서 보내며 리버풀 선수단 중 3번째로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그리고 평균 평점 7.54(whoscored.com 기준)점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부여받았는데, 이는 1등 쿠티뉴의 7.56점과 단 0.02점 밖에 나지 않는 차이다. 그리고 11골과 7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2번째로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정규 리그 38경기 기준) 


-시즌 최고의 경기 : vs 아스널 3-1승 (2017년 3월 5일, EPL 27R)



리버풀의 아스널전 3-1 승리는 시즌 후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리버풀의 16/17시즌 최고의 경기는 당연 안필드에서 펼쳐졌던 아스널과의 일전이었다. 당시 리버풀은 1월 2일 선덜랜드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2월 27일 레스터 시티 전까지, 총 12경기에서 단 2승밖에 거두지 못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 안에 들기 위해서라면 아스널과의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둬야 했다. 리버풀은 9분부터 터진 피르미누의 골에 연이어 마네와 바이날둠의 득점으로 3-1 승리를 따낼 수 있었고, 이 경기 이후 리버풀은 정규 시즌이 끝날 때까지 단 한 경기만을 패하며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리버풀의 다음 시즌



클롭과 함께라면 다음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이미 도르트문트를 성공으로 이끈 전례가 있는 감독,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의 지휘봉을 다음 시즌에도 쥐고 있는다면 이들의 목표는 당연 리그 우승이 될 것이다. 다만 보완해야 할 점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클롭 체제의 리버풀이 매 시즌마다 겪어왔던 겨울의 악몽을 겪어내는 것이다. 리버풀이 15/16시즌과 16/17시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거뒀던 12월 ~ 2월 간의 성적을 되돌아본다면 각각 '4승 3무 5패'와 '5승 4무 4패'이다. 체력을 극도로 소모한다는 게겐 프레싱 특성상, 일정이 빡빡한 잉글랜드의 겨울에는 팀이 주춤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병행해야 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리버풀의 선수 체력 관리 안건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둘째는 이번 시즌 최대 문제점이었던 정신력과 일관성을 키우는 것이다. 앞서 계속 언급한 리버풀의 이번 시즌 경기 결과를 다시금 생각해본다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사항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6/17시즌 우승의 조건을 넘어서지 못했던 리버풀, 이들은 과연 다음 시즌에 최종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을까? 믿음직하고 친근한 리더 클롭과 함께라면 그들의 야망은 충분히 실현해낼 수 있다. 3년 전 들어올리지 못한 통한의 우승 트로피, 그것을 따내기 위한 리버풀의 위대한 도전은 이미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