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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유벤투스-레알 마드리드] 역사를 써 내려가는 지단, 그가 카디프에서 부린 전술 마법
병장 서현규 | 2017-06-04 12:09:43 | 1528




어느 팀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경기가 매우 일방적인 스코어로 끝이 났다. '트레블'을 노리는 유벤투스와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 간의 일전이다. 팽팽한 경기 양상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호날두의 감각적인 2골에 힘입은 레알 마드리드의 4-1 완승. 이로써 '감독 2년 차' 지네딘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내는데 성공했다. 특히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3점차 승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그가 카디프에서 부린 마법은 그가 명장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또 하나의 능력이었다.  

- 4-3-3 vs 3-4-3.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들고 나온 양 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양 팀 선발 라인업


경기 전부터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을 두고 논란거리가 각각 한 가지씩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오른쪽 공격수 자리를 놓고 '폼 올라온 이스코냐, 폼은 떨어졌지만 동기부여가 확실한 베일이냐'를 두고 이야깃거리가 많았고, 유벤투스는 '백3를 기반으로 한 3-4-3/3-5-2인가, 백4의 4-2-3-1인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일으켜왔다. 결과는 위 그림대로 이스코와 3-4-3 포메이션이 출격했다.

-'철벽' 유벤투스 상대로 4골을 득점한 방법

레알 마드리드의 다득점 승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유벤투스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7실점만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즉, 세비야와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부터 모나코와의 4강 2차전까지 총 3골만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지난 8강전 바르셀로나와의 180분 경기에서 단 1실점도 열어주지 않으며 전 세계적으로 매우 탄탄한 수비력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빌드업 진영과 형태


레알 마드리드는 이러한 유벤투스의 수비진을 깨부수기 위해 위 그림과 같은 빌드업 형태를 가져갔다. 크로스, 카세미루, 모드리치로 이뤄진 3명의 미드필더 라인이 센터백 바로 앞선까지 내려온다. 그와 동시에 양 윙백은 올라가고(크로스와 모드리치가 그들의 뒷공간을 받쳐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전진 가능), 이스코는 프리롤을 부여받아 2, 3선까지 내려오거나 좌우 측면을 돌아다닌다. 여기까지의 빌드업 형태는 사실 기존 레알 마드리드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단이 이번 경기를 대비하여 변화를 준 쪽은 공격 라인 벤제마와 호날두 쪽이었다.

지단은 2톱을 이루고 있는 호날두와 벤제마에게 매우 유기적으로, 공격 진영의 광범위한 공간을 전담해줄 것을 주문했다. 측면으로 벌려 사이드를 점유하거나 밑선으로 내려와 팀의 공격 전개에 직접적으로 가담하는 것이다. 호날두와 벤제마 두 선수 모두가 측면으로 벌릴 수 있었고, 중앙에 머물며 골을 노릴 수도 있었다. 또는 한 선수만이 사이드를 점유하거나 밑선으로 내려와 빌드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매우 유동적으로 활동)  

때문에 이스코의 프리롤 임무가 매우 중요해졌다. 그의 위치 선정에 따라 호날두와 벤제마의 역할이 유동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전개할 때는 이스코가 2, 3선 '중앙'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고(이 경우 호날두와 벤제마가 자유롭게 측면으로 벌릴 수 있기 때문. 전방에서 기다리는 이들 입장에서는 압박 밀도가 비교적 약한 측면으로 빠져 볼을 받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다. 또한 중앙을 통한 속공이나 역습 상황시에는 수비수 등 뒤로 돌아 뛸 수 있다.), 팀이 페너트레이션 단계에 돌입했다면 왼쪽 '측면'에서 활동하는 빈도가 매우 높았다. (이스코가 측면으로 빠진다면 호날두와 벤제마에게 사이드 할당에 대한 부담이 매우 적어짐. 때문에 이 경우 중앙 지역에서 골을 집중적으로 노릴 수 있음.)    



레알 마드리드의 첫 번째 골 전개 과정. 호날두의 벤제마의 역할 분담에 주목하라.


호날두와 벤제마의 '공격 진영에서의 광범위한 공간 전담'에 대한 효과는 그들의 첫 번째 득점 장면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났다. 레알 마드리드가 왼쪽 방향으로 역습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벤제마가 추가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이때 호날두는 오른쪽 사이드로 쭉 벌려 위치를 선점하고 있었는데, 호날두의 이러한 포지셔닝은 그를 전담하고 있는 수비수 등 뒤(시야에서 벗어나게)에 위치하도록 했다.  

호날두는 저 위치에서 볼을 받아 카르바할과의 2대 1 패스 끝에 팀의 첫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됐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행운이 따른 골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유벤투스의 수비진 상대로 유효 슈팅 찬스를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조직적으로, 전술적으로 매우 훌륭하다는 증거였다. 이 골 장면을 다시 한번 돌려보라. 그리고 그 속에서 호날두의 위치를 꼭 주목해보길 바란다.




레알 마드리드의 페너트레이션시 측면 공략


빌드업 과정 이후 본격적인 페너트레이션 단계로 넘어갔다면 유벤투스는 백4를 기반으로 한 4-4-2 수비 진영을 구축했다. 바르잘리가 오른쪽 윙백을 맡고 알베스가 그 위 측면 미드필더로 올라가는 형식이다. 여기서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붕괴된 부분은 측면이었다. 전술한대로 3명의 미드필더 라인이 모두 내려서면서 위 그림과 같이 중앙 지역에 5명의 선수들이 배치되었다. 여기서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이 진영을 압박하기 위해 양 측면 미드필더와 2명의 공격수를 사용했는데, 유벤투스의 양 측면 미드필더가 크로스와 모드리치의 위치에 따라 중앙으로 좁혀지다 보니 측면 공간을 노출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서 레알 마드리드가 잘한 점은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는 다음과 같다. ▲5명으로 이뤄진 중앙 진영에서 볼이 매우 원활하게 공유됐다는 것(센터백 라모스와 바란의 뛰어난 패싱력 가미) ▲이스코의 프리롤에 따라 왼쪽 측면 지역을 마르셀로와 이스코 둘이서 공략했다는 것 ▲모드리치의 매우 광범위한 영향력에 따라 오른쪽 측면을 카르바할과 모드리치를 통해 공략했다는 것 ▲측면 지역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개개인적으로 매우 뛰어났다는 것 (세컨볼/공중볼 경합, 1대 1 돌파/수비 등) 



양 팀이 볼 점유를 잃은 위치(좌) (c)whoscored.com와 모드리치의 이번 경기 히트맵(우) (c)squwka.com



양 팀이 볼 점유를 잃은 위치를 보라. 유벤투스 진영의 측면(위 그림 빨간색 박스) 쪽에서 유벤투스 선수들이 총 12번을 탈취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드리치는 위 히트맵 그대로 매우 광범위한 공간을 커버했다. 카르바할을 향한 공격적 지원부터 중원 지역에서의 볼 소유, 그리고 윙백 오버래핑의 뒷공간 커버까지. 심지어 반대편 왼쪽 지역의 일정 부분도 돌아다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벤투스 공격을 상대하는 핵심 포인트는 '디발라 봉쇄'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시 디발라 봉쇄


한편 수비 단계에서는 디발라를 집중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문했다. 그 이유는 유벤투스 3-4-3의 공격 형태 때문이다. 3-4-3 포메이션은 중앙 미드필더를 2명 밖에 두지 않은 대형이다. 때문에 공격을 전개할 때 중원 지역에서의 수적 불리가 일어날 수 있다. 알레그리 감독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빌드업/공격시 디발라를 유기적으로 밑선으로 내려 활용했다. 그럼으로써 최전방에는 이구아인과 만주키치로 이뤄진 든든한 2톱이 형성됐고, 양 윙백 알베스와 산드로가 올라오면서 중앙과 넓은 측면 지역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결과적으로,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 매우 뛰어난 골 결정력을 지니고 있는 - 이구아인과 만주키치를 막기 위해서라면 미드필더 라인과 이들 간의 실질적 연결 고리가 되는 디발라를 봉쇄해야 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디발라의 위치 선정에 따라 크로스, 카세미루, 라모스가 이 역할을 수행했다. 여러명에서 협력 수비를 붙을 때도 있었고, 한 선수가 디발라만을 대인 마크 할 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디발라의 '공격적 전진(앞선으로 패스를 공급하거나 볼을 전방으로 운반하는, 볼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모든 공격 행위)'만을 통제하면 되는 것이었다. 



디발라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레알 마드리드의 이러한 수비 덕분에 디발라는 78분 마리오 르미나와 교체되어야 했다. 그는 실질적인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29번의 패스밖에 시도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중 6번을 실패시켰으며, 성공시킨 23번의 패스 중 8개는 공격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매우 짧은 길이의 패스였다.  


경기 중 김태륭 해설위원이 언급한 것처럼 지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 그가 베니테즈의 후임으로 임명되어 본격적인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6년 1월. 필자는 그날의 데포르티보전 5-0대승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번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이 더욱 감명 깊은 것이다.

'감독' 지단, 그는 분명 과르디올라와 같이 특출난 전술의 천재도 아니고, 무리뉴처럼 항상 실리적인 승리를 추구하는 지도자도 아니다. 그렇지만 항상 모든 것을 챙겨가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4-3-3, 4-3-1-2, 4-4-2를 모두 병행할 수 있는 전술적 유연함과, 호날두마저 통제할 수 있는 선수단 장악력.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통해 익힌 승부사 기질까지. 다음 시즌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을까? 지단의 새로운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