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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아약스-맨유] 결과로 말하는 무리뉴의 위대한 전술
병장 서현규 | 2017-05-25 23:22:53 | 1613




어느덧 2017년은 6월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의 모든 축구 클럽 중 5월 말을 맞이하면서 가장 바빴던 구단을 손꼽으라면 당연 무리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 할 수 있다. 연이은 선수들의 부상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빡빡한 경기 일정, 그리고 챔피언스리그로 가기 위한 실질적 희망인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까지. 어제 새벽 스웨덴에서 펼쳐진 맨유의 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승리는 무리뉴가 '결과로 말하는 감독'이란 것을 똑똑히 입증해준 밤이었다.   

-승리를 불러온 무리뉴의 조직적 4-2-3-1




이번 경기 양팀 선발 라인업


무리뉴가 이번 경기에서 채용한 포메이션은 4-2-3-1이었다. 이 대형은 이번 시즌 리그 19경기에서 사용할 만큼 매우 빈도 높게 활용됐지만, 어제 새벽에 펼친 시스템은 기존 4-2-3-1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기존에 활용한 4-2-3-1은 경기 내내 4-3-3과 혼용하며 사용했지만 아약스와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는 4-2-3-1형태로 경기 내내 조직적인 대형을 유지해나간 것. 이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하여 팀의 2-0승리를 이끌었다.

-'무리뉴는 결과로 말한다.' 패기 넘치는 아약스 공격 질식시킨 맨유의 수비 전술

'무리뉴는 결과로 말한다.'는 오직 그가 한 시즌 내에 들어 올린 우승컵의 횟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의 과정론적에도 적용되는 문구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진 지난 첼시전 2-0승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항상 결과를 보여주는 무리뉴의 저력은 어제 새벽에도 나타났다. 아약스가 무려 70%의 볼 점유율과 17번의 슈팅 횟수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단 3개의 유효 슈팅만을 내주며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다. 



아약스 빌드업시 맨유의 수비 진영과 형태


맨유의 본격적인 수비 시발점은 아약스가 수비 진영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한 시점부터였다. 맨유는 이 지점에서부터 아약스를 질식시켰다. 그 원동력은 무리뉴가 꺼내든 조직적 4-2-3-1 포메이션에서부터 나왔다. '에레라 - 펠라이니 - 포그바'로 형성된 맨유의 중원 삼각형 미드필더 대형은 '지예흐 - 쇤 - 클라센'으로 이뤄진 아약스의 역삼각형을 철저하게 1대 1로 마킹했으며, 양 윙어인 마타와 미키타리안은 윙백인 리데발트와 벨트만을 담당했다. 동시에 아약스의 양 윙어인 유네스와 트라오레는 발렌시아와 다르미안이, 최전방 스트라이커 돌베르는 센터백 스몰링과 블린트가 수비했다.

핵심은 조직적 4-2-3-1로 인해 이뤄진 맨유의 중원 삼각형 대형이 아약스의 역삼각형을 철저하게 마킹하여 그들의 전진을 막는 것이다. 센터백 데 리트와 산체스에게는 래쉬포드가 혼자서 조금씩 견제할 뿐,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진 않았다. 마타와 미키타리안은 리데발트와 벨트만의 전진을 방해했다. 때문에 볼을 갖고 있는 산체스와 데 리트 입장에서는 중원/윙백을 향해 안정적인 패스를 배급한다 한들, 앞선에서의 전진이 쉽게 이뤄지지 않아 아약스의 1선 선수들(유네스, 돌베르, 트라오레)이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보니 양 윙어 트라오레와 유네스가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트라오레의 경우 다르미안이 철저하게 마킹하며 전진을 방해했다.)  



돌베르가 고립 당한 이유


철저한 대인 마크 체계로 아약스 2, 3선 선수들의 공격을 위한 전진을 막아버리니, 맨유의 수비 라인에 철저히 달라붙어 골을 노렸던 스트라이커 돌베르는 자연스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아약스의 센터백이 미드필더나 윙백에게 짧은 패스를 건넬 경우 그들이 쉽사리 앞선으로 볼을 배급할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최전방 돌베르에게 다이렉트로 패스를 공급하기엔 중간에 방해요소가 너무 많았다. 돌베르가 포스트 플레이에 강점을 가진 공격수가 아닐뿐더러, 중원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맨유의 미드필더들이 충분히 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돌베르는 무리뉴의 수비 전술에 의하 완벽하게 고립됐다. 그는 이날 단 13개의 패스 밖에 시도하지 못했으며, 62분 다비드 네레스와 교체되어 선발 출전한 아약스 선수들 중 가장 먼저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아약스 3미드필더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이후 아약스가 어느 정도 맨유 진영으로 볼을 끌고 왔다면 무리뉴의 선수들은 기존 4-2-3-1에서 에레라가 라인 사이로 내려간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이 상황에서의 선수들은 위와 같은 기본적인 대인 마킹 체계는 유지하고 있되, 아약스 공격진들이 자신들의 본 포지션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했다면 그를 마킹하고 있는 수비수는 지역 수비 체제로 전환했다. 밑선으로 내려선 이상 굳이 그들을 따라가 자신의 할당 공간을 내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맨유가 이러한 수비 전술을 완벽하게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각 포지션별 양 팀의 선수들을 비교해볼 때 대부분 맨유 쪽의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고, 둘째는 에레라가 수비시 '라인 사이 공간 커버', '지예흐 마킹 수비' 2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펠라이니를 200%활용한 공격

무리뉴가 단 30%의 볼 점유율 만으로 2골을 만들어내기 위해 꺼내든 메인 카드는 펠라이니였다. 그의 최대 강점인 공중볼 경합을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기존의 펠라이니는 주로 수비형/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는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전술했듯 조직적 4-2-3-1 포메이션 속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번 경기 전까지만 해도 펠라이니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단 한 차례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펠라이니의 대표적 활용 방도 2가지


이날 맨유가 골을 넣기 위해 활용한 부분 전술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었다. ▲수비 진영에서 연결되는 롱 볼/골킥을 전방 펠라이니가 포스트 플레이로 연계하거나 소유하는 것 ▲스몰링, 펠라이니를 중심으로 한 세트피스 ▲마타의 공격시 중앙 지향적 움직임을 필두로 한 발렌시아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역습시 펠라이니와 포그바의 중앙 박스 침투

무리뉴는 '수비 진영에서 연결되는 롱 볼/골킥을 전방 펠라이니가 포스트 플레이로 연계하거나 소유하는 것'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펠라이니를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것이었다. 후방에서 연결되는 롱 킥을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좁은 지역에 밀집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펠라이니가 공중볼을 처리할 경우(매우 확률 높게) 크게 2가지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발 빠른 래쉬포드를 향해 공중볼을 떨궈줘 아약스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것이고, 둘째는 좁힌 미키타리안, 마타, 포그바, 에레라 등을 향해 포스트 플레이를 연계하는 것이다. 

또한 펠라이니는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매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이날 맨유 세트피스의 핵심은 펠라이니와 스몰링이 됐다. 맨유는 마타의 날카로운 킥과 이 두 선수의 압도적인 공중볼 경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적은 숫자로도 세트피스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이는 세트피스에 이은 역습 수비 상황에 많은 숫자를 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 우리는 코너킥에서 나온 미키타리안의 득점이 앞에서 펠라이니와 스몰링이 경합해줬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당시 박스 안 맨유 선수의 숫자가 단 4명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포그바, 에레라의 이번 경기 패스맵과 펠라이니의 공중볼 경합 위치 (c)squawka.com


양상 자체가 아약스가 70%의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주도권을 이끌어갔기 때문에 래쉬포드를 필두로 내세운 맨유 입장에서는 1차적으로 측면을 통해 역습을 전개해야 했다. 래쉬포드는 측면에 매우 능한 선수고, 측면은 중앙에 비해 비교적 압박의 강도가 약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래쉬포드를 선두로 둔 역습을 이어나갈 경우 중앙보단 측면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래쉬포드가 사이드를 통해 볼을 운반할 때 중앙 박스 안으로 침투해줄 선수는 헤딩골을 넣을 수 있는 펠라이니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됐다. 이때 미키타리안과 마타는 그들을 뒤받쳐줬다. 

위와 같은 공격 방식을 이용해 맨유는 30%의 볼 점유율만을 기록하면서도 2골을 득점할 수 있었다. 동시에 아약스에게 17번의 슈팅 시도 중 4번 만의 유효 슈팅을 허용해주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것이 철저한 계획으로 이뤄진 무리뉴가 '결과'로 말하기 위한 전술이자 전략이다. 스웨덴에서 펼쳐진 맨유의 우승 퍼레이드는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가슴이 설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리뉴의 '2년 차'가 되는 다음 시즌은 어떨까? 무리뉴는 다음 시즌에도 팬들에게 결과로 말할 수 있을까? 위대한 축구 클럽 맨유를 이끄는 감독이 스페셜 원 무리뉴이기에, 다음 2017-2018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