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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WBA] 맨시티가 골을 넣는 방법
병장 서현규 | 2017-05-17 22:00:45 | 1552




프리미어리그 37R를 치르며 모든 팀들이 리그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4개의 팀들은 아직도 가려지지 않았다. 명확히 확정지은 것은 첼시와 토트넘뿐. 6위 맨유가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맨시티, 리버풀, 아스널 세 팀 중 한 팀은 다음 시즌 UCL에서 볼 수 없게 된다.

이 중에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장 유력한 한 팀은 펩의 맨시티다. 어젯밤 WBA을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3-1로 꺾으며 승점 75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38R에서 패배하고, 리버풀 아스널이 승점 3점을 획득해낸다 쳐도 득실차로 4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공산이 있다.

이번 시즌 전술 변혁가가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는 엄청났다. 연승, 무패, 무승행진 등. 정말로 다사다난했다. 그리고 어젯밤 WBA를 3-1로 꺾으며 이들이 골을 넣는 방법을 똑똑히 보여줬다. 과연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어떻게 골을 넣는 것일까?

-돌아온 아구에로와 4-1-4-1



맨시티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이번 경기를 대비해서 전체적인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진 않았다. 다만 바뀐 점이라면 아구에로가 지난 미들즈브로전 이후 선발 라인업에 돌아왔다는 점, 그리고 왼쪽 윙백 자리에 클리시대신 콜라로프가 나섰다는 점이다. 중계 화면에 표시된 대형(4-1-3-2)과 다르게 이날 맨시티의 실질적 포메이션은 제수스를 오른쪽 윙어로 둔 4-1-4-1이었다. 다만, 후술할 듯 이날 맨시티 공격 전술에는 선수들 간의 포지션 스위칭이 그 어느 때보다 짙게 나타났다. 

-골 넣기 위한 맨시티의 밑선 빌드업 대형



맨시티의 공격시 밑선 대형


이날 맨시티의 공격시 밑선 대형이자 기본 빌드업 진영은 위 그림과 같았다. 기본 백4 라인 위에 투레가 위치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3가지다. ▲빌드업, 공격 전개시 양 센터백들이 상황에 따라 투레 선상까지 올라갔다는 점 ▲오른쪽 페르난지뉴가 매우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였다는 점. (오른쪽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오감) 그리고 그에 따라 투레 역시 왼쪽으로 밀려났다는 점 ▲후술할 맨시티의 또 다른 공격 패턴에 따라 투레가 즉석적으로 전방에 가담했다는 점. 

맨시티의 양 윙백은 콜라로프와 페르난지뉴다. 두 선수 모두 윙백으로써 공격적인 오버래핑에 강점을 갖고 있는 수비수가 아니다. 콜라로프는 강력하고 정확한 킥력을 주 무기로 삼은 선수고, 페르난지뉴는 미드필더까지 겸할 수 있는, 축구 지능이 매우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다. 때문에 후술 하겠지만 이 두 선수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시킴으로써 전방 공격 라인에 두 명의 선수가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도록 했다. 그럼으로써 페르난지뉴는 전술한 대로 빌드업시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도록 했고, 콜라로프는 비교적 고정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가며 자신의 자리에서 출중하게 정확한 볼을 뿌려냈다.

한편 오타멘디와 콤파니, 중앙 센터백들은 양 윙백들이 넓게 벌려 설 때, 또는 투레가 전방으로 가담할 때 기존 빌드업시 투레 선상까지 전진하여 매우 높은 위치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했다. 이날 맨시티는 70.8%의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WBA를 몰아세웠기 때문에 센터백들이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지점은 대략 '하프라인 ~ 하프라인으로부터 5-7m 위 지역'이 됐다. 



이날 맨시티 센터백과 페르난지뉴의 패스맵 (c)squawka.com


-상대 수비를 깨부수기 위해 펩이 주문한 것



이날 맨시티의 대략적인 공격 대형과 형태


전방의 공격 라인에는 공격 2선과 스트라이커 아구에로가 합쳐 5명의 선수들이 지정된 역할 내 자유로운 스위칭을 가져갈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말하는 '지정된 역할'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위 장면에서 중앙에 형성된 '실바 - 데 브루잉 - 아구에로' 트라이앵글. 과르디올라는 상대 수비 진영 중앙에 3명의 선수들이 좁은 대형을 형성하여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있을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둘째는 위 장면 양 측면에 위치한 제수스와 사네가 맡은 역할이다. 앞서 소개했듯 맨시티는 양 윙백이 공격적인 오버래핑에 특화된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공격시 측면으로 넓게 벌려줄 자원이 필요했다. 그 역할을 맡을 선수들이 2명 필요했는데, 위 장면에서는 기존 포메이션대로 사네와 제수스가 맡았다. 이들은 1차적으로 넓게 벌려서 측면 지역을 맡아주되, 언제든지 중앙으로 쇄도하여 골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맨시티 첫 번째 골 장면 참고 바람)



이날 맨시티 공격 2선의 각 히트맵 (c)squawka.com


중앙에 형성된 트라이앵글이 수준 높은 컴비네이션 플레이로 상대 수비 블록에 균열을 일으키고, 양 측면의 윙어들이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쇄도하여 득점, 세컨볼,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형식. 과르디올라는 이러한 공격 패턴을 원했을 것이다. 

스위칭 역시 매우 자유로웠다. 위 히트맵을 보면 알 수 있듯 공격 라인의 모든 선수들이 지정된 포메이션 내에서 '중앙 트라이앵글 형성'역할과 '측면으로 벌려서기'역할을 가리지 않았다. 이는 사네를 제외한 모든 공격 2선 선수들이 중앙과 측면 전 지역에 익숙했기에 가능한 약속이었다.  

이날 선보인 맨시티의 변형 공격 패턴 2가지


백4 라인 위 투레를 배치,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뤄지는 변칙적/연쇄적 움직임', '공격 진영 중앙 트라이앵글 형성'과 '양 측면 넓게 벌려서기'. 이번 경기 맨시티 공격의 핵심 지침인 이 3가지를 조합 시키면 위 그림과 같은 변형 패턴도 나왔다. 

첫째는 앞서 소개한 대로 투레가 즉석적으로 공격 라인에 가담하는 것이다. 기존 후방 플레이 메이커 롤을 맡다가 순간적으로 전방 공격 라인으로 쇄도하는 것이다. 수비 라인이 중앙 트라이앵글로 볼을 배급할 때, 그중 한 맨시티 선수가 나와 볼을 받아 상대 수비진에 순간적으로 균열을 일으킬 때 투레가 쇄도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형식으로 상대 수비 라인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그 결과 소중한 세 번째 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둘째는 '[맨시티-팰리스] 펩이 보여준 과르디올라즘의 품격'의 글에서 소개한 '볼 운반자'롤이 가동될 때이다. 중앙에서 '볼 운반자'롤이 가동되어 1-2명의 선수가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온다면, 양 측면으로 넓게 벌린 두 선수는 순간적으로 좁혔다. 동시에 양 윙백인 콜라로프와 페르난지뉴는 측면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언제든지 오버래핑을 나갈 채비를했다.


항상 우승컵만 들어오며 왕좌의 자리에 올라섰다가 잉글랜드에서는 그것을 뺏어내야 하는 도전자 입장이 됐기에, 유럽 각지에서 고정관념에 맞지 않는 전술 혁명을 일으키며 축구팬들을 즐겁게 해줬기에 펩의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진화할까?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어떤 전술들을 보여줄까? '도전자'가 된 과르디올라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기발한 전술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