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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미들즈브러] 첼시가 미들즈브러의 실낱 희망을 태워버린 방법
병장 서현규 | 2017-05-14 16:01:46 | 991





어젯밤 첼시가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3-0승리를 거뒀다. 프리미어리그 36R. EPL 종료를 약 2주 정도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홈팀 첼시는 우승을 위한 마지막 한 걸음을, 미들즈브러는 강등을 확정 지었다. 그것도 3골을 몰아치면서 말이다. 어떻게 첼시의 콩테 감독은, 미들즈브러의 실낱같은 희망을 완전히 태워버릴 수 있었을까? 

-파브레가스 선발 3-4-3.



첼시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이날 첼시의 선발 라인업 중, 기존 주전 멤버가 바뀐 자리는 딱 한자리였다. 중앙 미드필더 캉테가 빠지고 파브레가스가 선발 출격한 것이다. 이날 파브레가스는 축구 전문 사이트 whoscored.com에서 평점 9.0점을 부여받으며 경기 MOM으로 선정됐다. 결과론적으로 콩테의 파브레가스 선발 기용이 빛을 본 것이었다. 그는 이날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골 몰아친 첼시의 공격 전술



이날 첼시의 주력 공격 전술


패스의 스페셜리스트, 파브레가스가 선발 출전한 만큼 이날 첼시 공격 전술의 핵심은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파브레가스에게 어떻게 전방으로 위협적인 패스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것인가'였다. 그는 '드리블'이 아닌 '패스'가 핵심이기 때문에 후방에서도 공격 상황에 방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에게 패스를 배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콩테 감독은 이 문제를 위 그림과 같이 해결했다.  

우선, 주 공격 방향은 오른쪽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전체 공격의 43%를 오른쪽 방향으로 진행했다. 오른쪽으로 공격이 진행된다면 왼쪽 윙어인 아자르가 중앙이나 반대편으로 이동하여 첼시의 공격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와 동시에 페드로는 공격 라인 바로 밑선으로 내려와 드리블로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아자르의 프리롤과 페드로의 밑선 이동. 이는 이번 시즌 첼시 경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공격 지침들이지만, 이번 경기에서 유독 매우 짙게 나타났다.  



이번 경기 아자르의 히트맵과 패스맵 (c)squawka.com


그렇다 보니 첼시의 공격 진영에서 자연스레 공간이 창출된 지역은 2곳이었다. 첫째는 왼쪽 알론소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아자르의 중앙/왼쪽 이동)에 의한 공간 창출이었고(알론소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롤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날 그는 4번의 경기 내 최다 슈팅 시도와 한 골을 기록했다), 둘째는 후방에 위치한 파브레가스의 공간 창출이었다. 알론소야 첼시의 철저한 전술적 움직임으로 인해 생겨난 공간이라 쳐도, 파브레가스의 공간 창출은 공격진의 전술적 움직임에 더해 미들즈브러가 수비 무게 중심을 상당히 낮게 잡은 이유도 한몫 했다. (미들즈브러가 수비 무게 중심을 낮게 잡을 만도 한 게, 이 한 경기에 자신들의 강등이 걸려있던 터라 수비 라인을 무리하게 전진시킬 필요도 없었고, 첼시 원정이니 만큼 최종 라인을 높게 잡았다간 대량 실점을 할 공산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자르가 왼쪽에서 중앙/오른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첼시가 오른쪽 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할 경우 미들즈브로는 한 곳에 몰려있는 아자르, 페드로, 코스타를 수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비의 무게 중심을 낮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후방의 파브레가스에게 공간이 창출된 주 요인.)

후방의 파브레가스에게 공간이 생기니 첼시는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계속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우선 알론소와 모제스의 오버래핑으로 미들즈브러의 수비진을 횡적으로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상대 수비진이 너무 밑선으로 처져있는다 하면, 후방의 파브레가스에게 볼을 건네 전방으로 치명적인 패스를 공급하게끔 했다. 후방의 파브레가스가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자유롭게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하는 것. 이날 첼시의 골 장면만 본다 해도 이것이 상대 수비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기 파브레가스의 히트맵과 패스맵 (c)squawka.com


-'강등당할' 자격 있었던 미들즈브러



첼시의 공격과 미들즈브러의 수비 오류


미들즈브러 역시 충분히 강등당할만했다. 공/수 양면으로 모두 그랬다. 먼저 수비 상황을 보자면, 수비 무게 중심을 낮게 가져가는 것이야 충분히 그럴만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속에서 수비 라인 컨트롤이 매우 엉망이었다는 것이다. 위 장면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후방의 파브레가스에게 볼이 간 상황에서 미들즈브러가 취해야 할 수비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첼시의 모든 공격진들을 막아선 채 라인을 내려서는 것이고, 둘째는 상대를 모두 막아서지 못할 때 오프사이드 트랩을 이용하여 효율적인 수비를 구사하는 것이다. 위 장면의 경우 알론소를 놓쳤기 때문에 후자의 수비 방법을 택해야 했는데, 이들은 잘못된 라인 컨트롤로 알론소에게 매우 넓은 전진 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


특히나 첼시의 첫 번째 골 장면에서 미들즈브러 오프사이드 트랩에 관한 문제점이 매우 두드러졌다. 후방의 파브레가스에게 전방으로 패스를 뿌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허용하다 못해, 앞 선의 공격수들에게 잘못된 라인 컨트롤로 침투할 공간과 타이밍까지 줘버린다? 우리는 이날 미들즈브러 수비의 최대 오점이 '구잔의 가랑이'가 아닌, '수비진의 조직력'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미들즈브러 3명의 미드필더 - 클레이턴, 드 룬, 포쇼 - 패스맵 (c)squawka.com


공격 역시 형편없었다. 수비의 무게 중심을 낮게 잡고, 첼시가 경기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들즈브러가 생각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이라고는 빠른 템포를 통한 속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애그뉴 감독 대행이 주문한 공격은 이것이 아닌 듯 했다. 선수들은 빠르게 공격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횡패스를 돌리며 점유율을 늘려가려 했다.

미들즈브러가 속공 타이밍에 횡패스를 돌려버리니 첼시는 5-4-1 형태의 수비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었고, 네그레도는 밑선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최전방에서 자연스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대했던 공격 루트 중 하나인 트라오레의 측면 돌파 역시 첼시가 5-4-1 수비 진영으로 완전히 전환해버린 한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첼시는 우승을 향한 단 한 경기를 남겨놓게 됐고, 미들즈브러는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첼시는 이번 시즌 그토록 고대했던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그것은 아직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이번 시즌 첼시가 끝없이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우승이란 결코 아깝지 않은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