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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팰리스] 펩이 보여준 과르디올라즘의 품격
병장 서현규 | 2017-05-07 17:25:12 | 596




이번 시즌 과르디올라가 매 경기마다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골을 매듭짓는 능력이다. 찬스는 잘 만들어내지만 그것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과르디올라는 매우 공격 지향적인 감독이다. 그는 수비 라인을 높이면 높일수록 볼이 우리편 골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안전하다는, 최선의 공격이 곧 최선의 수비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전술가다. 이러한 과르디올라의 사상이 가장 잘 들어맞았던 경기가 어제 저녁에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5-0 승리. 잉글랜드로 건너온 전술 혁신가가 프리미어리그 베테랑 감독 빅 샘에게 한 방 먹인 하루였다.

-과르디올라의 4-1-4-1



맨시티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과르디올라가 선택한 이번 경기 선발 포메이션은 4-1-4-1 대형이었다. 전체적인 틀에서 큰 변화는 주지 않았다. 다만 주목해볼 만한 점이라면 윙백 페르난지뉴와 최전방 제수스, 그리고 실바이다. 이날 맨시티에는 나바스, 사발레타, 사냐 등 충분한 윙백 옵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페르난지뉴를 측면 수비로 내세웠다. 그리고 아구에로의 부상으로 제수스가 스트라이커 자리에 섰고, 부상으로 결장할 것이라 예상됐던 실바가 선발 출격했다.

-맨시티 공격의 핵심은 실바와 데 브루잉. 그리고 과르디올라즘을 대표하는 하프 스페이스와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이번 경기 공격의 핵심이 된 실바와 데 브루잉의 역할


펩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사실 이날 맨시티가 5-0 대승을 거뒀다고 해서 과정론적으로 볼 때 지난 경기들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차이점이라면 그간 과르디올라가 골머리를 앓았던 요소, 박스 안 결정력에 있었다. 맨시티가 4-1-4-1(4-3-3) 대형을 들고 나와 중앙에 실바와 데 브루잉을 배치할 때, 공격의 핵심은 이 두 선수가 맡는 역할이 되겠다. 

4-1-4-1속 실바와 데 브루잉이 맡는 역할은 경기장 상, 하, 좌, 우 모두를 뛰어다니며 공격의 연결 고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앞선으로 연결, 운반한다. 또는 측면으로 빠져 좌우 윙어/윙백들을 보좌해주거나 그들의 공격 루트를 간접적으로 창출해준다. 필자는 이 글에서 이들의 역할을 '볼 운반자'라 칭하도록 하겠다. 



하프 스페이스의 이점


이들이 '볼 운반자'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핵심이 되는 요소는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 볼을 받는 것이다. 하프 스페이스는 위 그림과 장면에서 검은색 선으로 표시된 영역이다. 중앙과 측면의 사이가 되는 지역이다. 이 공간은 과르디올라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하프 스페이스의 최대 이점은 이 지역에서 앞선으로 패스를 건네주는 마지막 단계에 봉착했을 때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 장면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실바가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 볼을 운반한 후 패스를 배급하는 단계에 들어섰을 때, 측면의 스털링과 중앙의 데 브루잉 모두에게 킬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루트가 나온다. 위 장면에서는 스털링에게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찔러줬다.

실바와 데 브루잉의 '역할의 핵심'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을 받는 것이라면, 이들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을 받음으로써 '맨시티가 누리게 되는 이점의 핵심'은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작용되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이다. 볼 운반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경기장 곳곳을 누비벼 공격을 전개한다면, 상대 수비도 분명 그에 따라 움직이며 그 지역에서의 밀도가 순간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한쪽의 밀도가 높아진다면 다른 한쪽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수비 밀도가 낮아지는 공간, 그 공간을 스털링과 사네, 데 브루잉/실바 (예를 들어 데 브루잉이 볼 운반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실바가 공략. 또는 두 선수 모두가 볼 운반자 역할을 수행하여 스털링, 사네, 제수스 등이 밀도가 낮아진 곳을 공략할 수도 있음) 등이 공략했다.   



실바와 데 브루잉의 패스맵을 하프 스페이스에 적용 시킨 모습 (c)squawka.com


실바와 데 브루잉에게 '볼 운반자'롤을 맡기는 동시에 하프 스페이스를 강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예전부터 하프 스페이스라는 공간을 매우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위 패스맵을 보면 알겠지만,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이 두 선수가 뽑아낸 키 패스(위 그림 주황색 화살표)는 모두 하프 스페이스 축에서 이뤄졌다. 

반대로 4-1-4-1에서 이 두 선수가 봉쇄당한다면 맨시티의 공격은 완전히 죽어버렸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모나코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손꼽을 수 있다. 당시 모나코의 자르딤 감독이 바카요코와 파비뉴에게 맨시티의 실바와 데 브루잉을 봉쇄할 것을 주문하여 3-1 승리를 이끌었다.



페르난지뉴의 선발 이유와 사네, 스털링 롤


공격 2선의 측면 자원인 사네와 스털링에게는 측면으로 넓게 벌려 공격을 이끌어갈 것을 요구했다. 맨시티에서 유일하게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구사할 수 있는 나바스가 이번 경기에서는 벤치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페르난지뉴를 선발 출전 시키며 사네와 스털링이 이러한 역할에 더욱 치중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맨시티가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가정해보자. 이 경우 중앙의 실바와 데 브루잉은 '볼 운반자'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야 하고, 수비 라인 앞을 보호하고 있는 투레 역시 클리시를 보좌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렇다면 공격 라인 간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편의 사네 역시 중앙으로 좁혀야 하는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페르난지뉴를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한 것이다. 사네는 간격 유지를 무시한 채 왼쪽 공격 상황에도 반대편으로 넓게 벌리고,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페르난지뉴가 기존 사네의 역할을 대체한다. 이때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지 않은 또 하나의 '볼 운반자'(위 그림에서 데 브루잉)는 볼의 흐름에 따라 2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째는 왼쪽으로 이동해 두 명의 '볼 운반자'가 모두 공격 전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오른쪽으로 이동해 페르난지뉴와 사네 사이의 공간을 커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 지침의 바탕이 되는, 과르디올라의 가장 범위가 큰 공격 주문은 선수들 간의 유기적인 스위칭이었다. 왼쪽 스털링(25분경 이후로 스털링과 사네가 스위칭을 했다.)은 비교적 조직적으로 움직이되, 제수스, 실바, 데 브루잉, 사네 간의 스위칭이 많이 이뤄졌다. 2명의 '볼 운반자'와 최전방 스트라이커, 그리고 측면을 맡는 윙어 역할을 두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사네가 중앙으로 좁혀 볼을 운반한다면 데 브라이너가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벌리는 원리. 또한 제수스가 순간적으로 밑선으로 내려온다면 데 브루잉, 실바 중 한 선수가 최전방으로 쇄도.)



맨시티의 첫번째 골장면


단언컨대, 이 경기에서 과르디올라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그의 의도가 철저하게 계획된 순간을 손꼽으라면 당연 첫 번째 득점 장면이 될 것이다. 골이 전개되는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맨시티 선수들 간의 전술적 움직임이 철저하게 일어났다. 사네는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 섰고, '볼 운반자'실바와 데 브루잉은 그를 보좌하기 위해 한 쪽 측면으로 밀집했다. 동시에 반대편 스털링이 왼쪽으로 넓게 서면서, 실바와 데 브루잉의 '볼 운반자'역할에 연쇄되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가 일어났다. 그로 인해 스털링은 공간(빨간색 네모 표시)을 얻게 됐고, 그 공간을 통해 실바가 패스를 찔러줘 골이 성공됐다.

-완벽하게 적용된 6초 룰과 역습

이날 맨시티는 공격도 공격이었지만 수비적인 국면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나 전방에서 공격이 끊긴 즉시 6초 만에 볼을 다시 되찾아와야 한다는, 과르디올라의 '6초 룰'도 이번 경기에 한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적용됐다.  


맨시티의 이번 경기 인터셉트맵과 파울맵 (c)squawka.com


위 인터셉트맵과 파울맵을 본다면 이번 경기 맨시티의 6초 룰에 대한 완전성을 알 수 있다. 전체 14번의 인터셉트 중 5번을 상대 진영에서, 그리고 전체 20번의 파울 시도 중 9번을 상대 진영에서 해냈다. 특히나 상대 진영에서 이뤄진 9번의 파울 중 무려 6번을 성공시켰다. 

전방에서 압박하는 이들을 보좌하기 위해 센터백 오타멘디와 콤파니 역시 하프 라인 위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으며, 2명의 센터백과 클리시, 투레, 페르난지뉴는 상황에 따라 수비 숫자를 잘 조절해냈다. 특히나 콤파니와 오타멘디의 벤테케 포스트 플레이 봉쇄는 이날 맨시티 수비의 최고봉이었다.



맨시티 2선 자원들의 드리블 돌파(TAKE ONS)맵 (c)squawka.com


수비 후 빠른 역습 역시 완벽했다. 수비시 맨시티의 공격 2선 자원들은 팰리스 2, 3선 선수들의 실수만을 호시탐탐 노리다 확 물었다. 이들이 가장 잘한 부분은 상대 선수에게 도전하는 타이밍, 그리고 볼 탈취 이후 빠른 드리블 돌파였다. 맨시티 공격 2선(스털링, 실바, 데 브루잉, 사네) 선수들의 드리블 돌파 맵을 보면 알겠지만, 이들이 성공시킨 10번의 드리블 돌파 중 8번이 미들 써드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는 그만큼 역습 상황에서의 드리블 돌파 빈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며, 동시에 역습이라는 공격 옵션이 과르디올라의 또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증거이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풀 과르디올라는 얼마나 무서울까. 펩은 잉글랜드에 온 이후로 많은 것을 잃었다. 승률 하락, 무관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등. 그렇기에 과르디올라의 다음 시즌이 더욱 무서워지는 것이다. 시즌 말미에 펼쳐진 단비 같은 5-0승리. 빅 샘을 완벽하게 꺾은 어제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의 하루는 분명 중요한 작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