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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유벤투스] '돌풍' 모나코와 '거상' 유벤투스의 가장 큰 차이점
병장 서현규 | 2017-05-04 17:06:06 | 1732



13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다시 도전하는 모나코와 항상 빅이어를 들고 싶었던 팀, 유벤투스가 2016-2017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각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최강자다. 모나코는 PSG를 누르며 리그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유벤투스는 세리에 A의 터줏대감이다. 이들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팀이다. 하지만 두 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큰 차이점이 있다. 모나코는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올라온 팀이고, 유벤투스는 늘 그랬듯 빅이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팀이란 것이다. 

-유벤투스 프랑스 원정 승리의 원동력은 변형 백3



이번 경기 유벤투스의 선발 라인업


유벤투스는 이번 경기에서 백3와 백4를 혼용했다. 후술하겠지만 공격시에는 백3를, 수비시에는 백3와 백4를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중계 화면에서는 4-2-3-1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이들의 백4시 대형은 4-4-2였다. 백3로 나설때는 위와 같은 3-4-3 포메이션으로, 수비시 백4로 전환할 때는 알베스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바르잘리가 오른쪽 윙백, 산드로가 왼쪽 윙백에 배치된 4-4-2 포메이션이 됐다.  

-공격시 백3의 의도, 그리고 공격 라인과 윙백의 관계

전술했듯 유벤투스는 공격시 백3 대형을 유지했다. 그 이유는 윙백을 이용해 폭넓은 공격을 시도하기 위함이었는데, 모나코의 양 측면 수비인 시디베와 디라르가 매우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나서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유벤투스는 왜 폭넓은 공격을 위해 무조건 윙백을 활용해야 했을까? 윙어 자리에 직선적인 콰드라도를 넣어 공격시에도 백4를 유지하면 안됐을까? 그 이유를 묻자면 다음과 같다.

후술 하겠지만, 모나코의 왼쪽 윙어(4-4-2의 측면 미드필더)는 토마스 르마다. 그는 네이마르처럼 측면 지향적인 공격수가 아니다. 매우 중앙 지향적으로 활동하여 시디베와의 연쇄적인 오버래핑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그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백4 전환시 오른쪽 윙백 자리에 센터백을 겸할 수 있는 바르잘리를 배치했다. 거기다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시디베의 공격 가담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전문 윙백인 알베스를 4-4-2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에 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르잘리와 알베스의 선발 기용은 선택 아닌 필수였다. (반대편에도 비슷한 공격 패턴을 가진 실바와 디라르를 막기 위해 만주키치와 산드로를 2겹으로 세워놨다.)

결과적으로 왼쪽 측면에서 엄청난 수비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만주키치, 그리고 공격의 스페셜리스트인 이구아인과 디발라, 모나코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바르잘리와 알베스를 공존시키면서 폭넓은 공격을 가져가기 위해서라면 공격/수비시에 백4와 백3를 혼용해야 했다. 전술한대로 수비시에는 백4와 백3 모두를, 공격시에는 백3를 유지시키며 말이다.  


유벤투스 3-4-3 공격시 공격 라인의 움직임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유벤투스는 공격시 3-4-3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여기서 3-4-3의 고질적인 문제점(중앙 미드필더 숫자가 2명밖에 없어 중원의 수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해결하는 역할은 주로 디발라가 됐고, 디발라가 중원 가담을 나설 때 만주키치와 이구아인은 최전방에서 순간적으로 2톱을 이뤘다.  

중원에서는 탈압박과 볼 간수, 그리고 드리블에 매우 능한 디발라가 추가됐다. 한편 최전방에는 체격 좋은 만주키치와 이구아인이 버티고 있었다. 이로 인해 유벤투스는 공격 라인의 움직임 만으로 2가지 공격 옵션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 2가지 공격 옵션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디발라가 중원에 추가됐기 때문에 모나코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중앙으로 빌드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센터백에서 최전방 라인까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패스(센터백에는 패싱 능력이 매우 뛰어난 보누치가 위치하고 있다.)를 만주키치와 이구아인이 포스트 플레이로 연계하거나 뛰어난 피지컬을 통해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폭넓은 공격을 활용한 유벤투스의 공격 대형/형태


여기에 더해 양 윙백을 통한 폭넓은 공격과 피아니치, 마르키시오라는 중앙 미드필더까지 병합한다면 위 그림과 같은 공격 형태가 펼쳐졌다. 유벤투스가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 왼쪽 윙백 산드로가 폭넓은 공격을 위해 윙어 자리까지 올라왔다. 이때 왼쪽 공격수 만주키치가 산드로 쪽으로 이동한다. 여기에 이구아인과 디발라는 순간적으로 중앙에 2톱을 이루고, 마르키시오와 피아니치는 그 뒤를 받쳐준다.

그럼으로써 오른쪽 윙백 알베스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가 펼쳐질 수 있었다. 왼쪽 측면에서 오른쪽으로 한 번에 방향 전환을 맡아줄 선수는 패싱과 시야가 매우 넓은 마르키시오와 피아니치가 됐다. 알베스가 반대편 넓은 공간에서 볼을 잡은 후 크로스를 올린다면 만주키치, 이구아인, 디발라 세 선수 모두가 박스 안 경합이 가능했다. 그리고 뒷선의 백3는 모나코의 2톱인 팔카오와 음바페를 수비하고 있었다. 3명의 수비수로 상대 2명의 공격수를 막고, 마르키시오, 피아니치를 이용해 폭넓은 공격을 전개한다는 것. 거기다가 공격 라인의 유기적 움직임까지. 어디 흠잡을 때 없는 유벤투스의 공격 형태였다.


마르키시오와 피아니치의 이번 경기 패스맵. 좌우로 벌려주는 패스 빈도가 매우 높다. (c)squawka.com


-모나코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낸 수비시 백3-백4 혼용 

앞서 전술한 듯 유벤투스는 수비시 백3와 백4를 혼용하며 사용했다. 수비시 만주키치가 내려오고 이구아인-디발라가 2톱을 이루는 3-5-2와 4-4-2를 혼용했는데, 이들의 1차적 수비 진영은 4-4-2였다. 그 이유는 모나코의 공격 형태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백3와 백4 전환의 기준점이 되는 선수는 4-4-2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된 알베스였다. 그가 윙백이냐, 측면 미드필더냐에 따라 백3와 백4의 여부가 결정됐다. 



유벤투스의 백3-백4 혼용 수비 진영


모나코가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때면 유벤투스는 4-4-2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무리한 전방 압박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뒷선으로 물러섰다. 여기서 이들이 1차적으로 백3가 아닌 백4를 선택한 이유는 음바페, 팔카오, 르마, 실바의 중앙 컴비네이션 플레이를 통제하기 위함이었다. 이구아인, 디발라 2톱을 유지한 채 백3 수비 진영을 형성한다면 5-3-2가 될탠데, 이 경우 윙백의 바로 앞 공간, 그러니까 중앙 '3'의 양옆 공간을 실바와 르마에게 공략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차적으로 4-4-2 수비 진영을 형성한 이후 모나코가 진정한 페너트레이션 단계에 들어갔다면 백3 - 3-5-2 포메이션 - 로 전환했다. 모나코가 양 윙백을 넓게 벌려 공격을 전개한다는 사실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백4가 아닌 백5(=백3)로 응수해 모나코의 윙백을 통한 폭넓은 공격을 수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박스 안에는 키엘리니, 보누치, 바르잘리 3명의 센터백들을 밀집시켜 모나코의 측면 크로스에 대비했다. 음바페와 팔카오는 결코 측면 크로스를 피지컬을 통해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선수가 아니지만, 그들은 그 어느 공격수들보다 경합 타이밍을 잘 아는 선수다. 때문에 단순히 피지컬이 왜소하다고 측면 크로스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간 대량 실점을 할 수도 있었다.



모나코의 매우 측면 지향적인 전체 히트맵과 유벤투스의 전체 클리어링맵 (c)squawka.com


모나코도 이러한 유벤투스의 수비 진영을 상대로 훌륭한 공격을 펼쳐냈다. 공격시 파비뉴와 바카요코를 중심으로 한 빠른 방향 전환을 통해 유벤투스가 백5를 꺼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릴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날 모나코는 자신들의 궁극적인 골 루트였던 크로스를 무려 35번이나 시도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후 박스 안에 밀집되어있는 유벤투스의 수비진들이 말이 안 되는 블록과 클리어링, 그리고 수문장 부폰의 슈퍼세이브가 빛을 발했다는 것이었다. 이날 유벤투스는 총 44번의 클리어링을 해냈고, 모나코는 총 35번의 크로스 중 4번만을 성공적으로 연결시켰다. 

궁극적으로 이번 경기에서 볼 수 있었던 유벤투스와 모나코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기 중 전술을 얼마나 유연성 있게 전환하느냐, 그 전환으로 인해 얼마나 큰 이점을 봤냐. 그리고 유벤투스 수비진과 모나코 공격진의 확연한 기량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알레그리와 자르딤, 선수단 전력 모두 차이가 보인 경기였다. 

돌풍의 모나코는 과연 일주일 후 토리노에서 13년 만의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유벤투스는 부폰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빅이어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정말 날카로운 창 모나코와 검과 방패를 모두 두른 유벤투스의 대결. 이제 180분 중 90분 만이 흘렀을 뿐이다. 남은 90분에 또 무엇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