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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레알-ATM] 또다시 AT를 침몰시킨 지단의 변형 전술
병장 서현규 | 2017-05-03 16:08:20 | 847



시메오네가 들어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정말 강하다. 이들은 근 몇 년 사이에 유럽 최고의 팀으로 부상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 유로파리그, UEFA 슈퍼컵 등 웬만한 대회에서의 우승컵은 모두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나 왕좌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는 대회,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만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 13-14시즌부터 지난 15-16시즌까지 모두 레알 마드리드에게 덜미를 잡혔다. 결승전 2번과 8강 토너먼트 한 번.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4강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단은, 어떻게 AT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둘 수 있었을까?

-베일 없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란의 복귀



이번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 라인업


지난 뮌헨전과 같이 이번에도 베일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에 따라 꺼내든 카드는 역시 이스코였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지단의 전술에 따라 매우 중요한 롤을 부여받았는데, 비록 68분에 교체 아웃됐지만 팀의 3-0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 수비 진영에서는 바란이 돌아왔다. 기존 바란 부상시 센터백으로 출전했던 나초를 벤치로 내린 선택이었다.

-지단 전술의 핵심은 AT를 종/횡적으로 모두 흔드는 것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간격에 따른 빌드업


모두가 알듯 AT의 최고 장점은 조밀한 간격을 바탕으로 한 4-4-2 수비 진영이다. MSN 라인도 페너트레이션으로 쉽게 뚫지 못할 만큼 매우 끈끈하고 단단하다.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 역시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AT의 수비 진영을 어떻게 뚫어내야 할까?'가 될 것이었는데, 지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T의 수비 진영을 크게 흔드는 것을 선택했다. 종/횡적으로 모두 말이다.

핵심은 '크게'흔드는 것이다. 결코 페너트레이션시 양 윙백을 활용하여 상대 수비를 좌/우로 흔드는 정도의 규모가 아니다. 이 작업은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부터 진행됐다. 이 단계에서부터 상대 수비를 흔들기 위해서라면 일단 2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첫째는 이스코에게 늘 그랬듯 프리롤 역할을 부여하되 미드필더 싸움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중원 3미들 간의 간격을 매우 좁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빌드업시 왼쪽 미드필더인 토니 크로스는 바란과 마르셀로 사이에 위치했다. 그가 왼쪽 윙백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마르셀로의 1차적 전진이 가능했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레알의 빌드업 형태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크로스가 위치한 왼쪽으로 진행하는 빌드업이다. 이 경우 '3미들 간의 좁은 간격 유지'라는 지침에 따라 카세미루와 모드리치가 왼쪽으로 치우쳤는데, 이렇게 될 경우 오른쪽 카르바할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가 가능했다. 둘째는 오른쪽으로 전개하는 빌드업이다. 이 경우 마르셀로의 전진을 위해 크로스는 마르셀로-바란 사이에 그대로 머물되, 이스코가 중원 지역으로 내려와 '카세미루-모드리치-이스코'로 이뤄진 3미들을 형성해 빌드업을 진행했다.

이날 이스코의 역할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는 레알 3미들과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중원 싸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 둘째는 전술했듯 레알이 오른쪽으로 빌드업을 진행할 때 카세미루, 모드리치와 함께 3미들 체제를 형성해주는 것.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공격시 왼쪽으로 이동해 AT의 약점이었던 루카스 에르난데스(AT 오른쪽 윙백)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스코의 프리롤과 적극적 중원 가담 + 중원 3미들 좁은 간격 유지'로 레알 마드리드가 가져간 근본적 이점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경기 전체적으로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좁은 간격을 바탕으로 하여 왼쪽/중앙/오른쪽 모든 측면에서 활발한 압박이 가능했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수비 전환 단계'를 훌륭하게 처리했다는 것이었다. 


크로스와 이스코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AT의 전방 압박에 대처하는 레알 마드리드


이러한 레알 마드리드의 '이스코의 프리롤과 적극적 중원 가담 + 중원 3미들 좁은 간격 유지'는 AT를 종/횡적으로 모두 흔들 수 있는 카드가 됐다. 전술했듯 크로스의 위치로 인한 마르셀로의 1차 전진과 카르바할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횡적으로 흔드는 것). 그리고 좁은 간격을 바탕으로 한 '3미드필더+이스코'가 수비 진영에서의 빌드업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AT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도 대처가 가능했다. (종적으로 흔드는 것)

이날 AT의 문제점은 전방 압박시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간격이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앞 1, 2선에서 펼쳐지는 압박 진영과 세기, 그리고 레알의 빌드업을 방해하기 위한 선수들의 수비 위치 자체는 매우 훌륭했다. 실제로 이들은 2, 3차례 정도 레알의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끊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 라인이 호날두와 벤제마의 존재를 의식하여 쉽사리 라인을 쉽게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수적으로만 보자면 AT의 전방 압박시 수비 라인 전진은 매우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킹해야 하는 상대가 호날두와 벤제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호날두와 벤제마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조금이라도 펼쳐진 공간이 있다면 바로 골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수비 라인이 쉽사리 전진을 못했기에, 전방 압박시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에 더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진영에서는 전술했듯 3미들과 이스코가 빌드업 과정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AT의 전방 압박에 빌드업이 끊기면 끊겼지,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 성공률 자체는 매우 높았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의 542개 패스가 수비 진영과 미드필더 진영에서 돌았다. (ATM은 289개의 패스가 수비 진영과 미드필더 진영에서 돌았다.) 그리고 그중 499개의 패스가 성공됐는데, 이는 약 92%의 성공률에 달하는 수치이다.  


공격 진영에서 AT의 수비 진영을 종적으로 흔드는 옵션


레알이 AT의 수비 진영을 종적으로 흔드는 것은 결코 상대의 전방 압박 상황 뿐만이 아니었다. 수비 진영에서만이 아닌 공격 진영에서도 가능했다. 레알이 하프라인 윗선에서 공격을 이어나갈 경우, AT가 4-4-2 수비 진영을 조밀하게 형성했다면 볼을 밑선 센터백에게 돌렸다. 이에 따라 크로스가 왼쪽 센터백 자리로 들어옴으로써 '크로스-라모스-바란'으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을 구축했는데, 여기다가 카세미루가 이 수비 라인 바로 앞선에 위치하여 크로스, 라모스, 바란, 카세미루로 이뤄진 사각 대형이 밑선에 형성됐다.

크로스, 라모스, 바란은 모두 수준급 이상의 패스 실력을 갖추고 있고, 카세미루는 원래의 역할 자체가 수비 라인 바로 앞선에 위치하는 롤이기 때문에 이 사각 대형에서 이뤄지는 볼 공유는 매우 뛰어났다. AT역시 이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했다. 하지만 여기서 전술했듯 AT는 앞선에서 압박을 나갈 경우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자동으로 마르셀로, 이스코, 호날두, 벤제마쪽에 공간이 창출됐다. 결과적으로 레알 밑선의 사각 대형이 볼을 공유함으로써 AT 수비 진영을 종적으로 흔든 것이다.   
 
이렇듯 레알 마드리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AT를 수비 진영에서부터 크게 흔들었기 때문에 파이널 써드 지역까지 볼을 쉽게 운반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호날두가 있다. 상대 수비를 흔든 채로 볼이 파이널 써드 지역에 도달한다면 어떻게서든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트피스, 측면에서의 크로스, 중앙에서의 스루 패스 등. AT를 크게 흔들었던 것과 호날두의 존재. 이 2가지가 이날 레알 마드리드를 3-0 대승으로 이끈 주요 원인이라 생각한다.   

볼 자체는 AT 진영 쪽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지만, 그에 비해 많은 공격 찬스를 창출했다. 이날 볼은 AT 진영 쪽에서 단 25%밖에 머물지 않았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61.7%의 점유율을, 17번의 슈팅 시도와 7번의 유효 슈팅, 그리고 89% 패스 성공률과 9번의 코너킥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공격 스탯을 보여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다음 주 빈센테 칼데론에서 승리를 지켜내며 웨일스로 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초로 2연패를 기록하는 팀이 될까?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가 역대 최고의 팀으로 남느냐 아니냐는 앞으로의 4강 2차전과 결승전, 단 두 경기에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