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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사우스햄튼] 우승을 향한 첼시의 마지막 발전
병장 서현규 | 2017-04-26 18:09:43 | 1405



길고 짧았던 2016-2017 프리미어리그도 어느덧 단 한 달을 남겨놓고 있다. 최대 34R까지 진행된 가운데, 첼시가 어젯밤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하면서 우승에 한 발 가까워졌다. 2위 토트넘과의 승점 차이는 7점.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다시 4점 차이로 좁혀질 수 있지만 첼시는 5번의 리그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달 토트넘의 연승 행진에 겹쳐 첼시가 잠깐 삐끗했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첼시는 역시 첼시였다.  

그들의 백3는 계속해서 보완하고 발전되었기에 이번 사우스햄튼전에서 4-2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주전 선수 재가동과 파브레가스 측면 배치



첼시의 사우스햄튼전 선발 라인업


첼시가 다시 주전 선수들을 재가동시켰다. 지난 토트넘과의 FA컵 4강전에 케이힐,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에 주중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체력적 여유가 있었다. 3-4-3의 베스트 라인업을 들고 나오되, 한가지 변화를 준 점이라면 오른쪽 윙어 자리에 페드로 대신 파브레가스를 배치했다는 점이었다. 

-첼시를 승리로 이끈 파브레가스 측면 롤



이번 경기 파브레가스의 주 역할


파브레가스가 첼시의 공격 라인에 들어오면서 변화된 점이라면 팀의 공격이 더욱 조직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이전 첼시나 3-4-3에 관한 글을 쓰면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3-4-3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중앙 미드필더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비 라인이나 공격 라인에서 1-2명의 선수들이 즉석적으로 중원에 가담해줘야 한다.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를 주 공격 라인으로 삼은 첼시는 이 '중원으로 내려오는 역할'을 전방 3명에게 모두 부여하며 매유 유동성 있는 공격 형태를 띄었다. 반면 파브레가스가 공격 라인에 출전한 이번 경기에서는 그에게 이 역할을 수행하는 빈도가 몰렸다. 아자르와 코스타도 지난 경기들처럼 이 롤을 수행하긴 했지만, 밑선으로 내려오는 횟수가 전보다 적어졌다.

첼시가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한다면 아자르와 코스타가 유기적으로 내려왔지만, 반대로 오른쪽으로 공격한다면 파브레가스가 내려와 전체적으로 3-5-2와 같은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중원에 미드필더가 3명이 됐기 때문에 전방의 아자르와 코스타는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파브레가스가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잡은 후, 상대 수비 진영에 허점이 보이거나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패스길을 발견했다면 곧바로 앞선으로 찔러줬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수비 진영으로 볼을 돌리거나 다른 미드필더들로 전환했다. 첼시는 마티치, 캉테, 파브레가스를 동시 선발 출전 시키면서 횡패스와 종패스 옵션을 모두 갖췄다. 이날 캉테와 마티치는 주로 넓게 벌린 윙백을 향해 횡패스를 넣어줬으며, '패스 스페셜리스트'인 파브레가스는 전방을 향해 패스를 찔러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날 첼시의 선제골 장면을 다시 본다면 파브레가스의 이러한 역할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티치+캉테와 파브레가스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이뿐만이 아니라 파브레가스는 첼시의 페너트레이션 단계, 그러니까 측면 공격수로써 파이널 써드 지역에 위치할 때 상대 밀집된 수비를 뚫어주는 또 다른 옵션이 되어줬다. 아자르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크랙, 코스타는 골잡이, 페드로 대신 들어온 파브레가스는 창의적인 패스로 득점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날 사우스햄튼은 백4를 쓰며 첼시의 넓게 벌린 윙백에게 많은 공간을 노출했는데, 이로 인해 첼시의 페너트레이션 단계에서 파브레가스가 볼을 잡을 때 쉬운 선택과 어려운 선택을 둘 다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중앙 밀집된 지역으로, 반대로 패스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측면이나 뒷선으로 볼을 돌렸다. 

-2실점이지만 나아지고 있는 첼시의 수비 단계

첼시는 이번 경기까지 하여 리그에서 최근 11경기 연속 실점을 기록했다. 4월 26일 저녁을 기준으로 리그에서 최소 실점 3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지난 유로 2016에서 콩테가 이끌던 이탈리아 대표팀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결코 그의 용모에 어울리는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첼시 수비 단계를 생각해본다면 곧 클린시트 경기를 기록해낼 수 있을듯하다.


첼시의 5-4-1 수비 진영에서의 전방 압박 방법


우선 가장 좋아진 점으로는 기존 3-4-3에서 수비 체제인 5-4-1로의 전환이 매우 빨라졌다는 것이다. 그간 첼시는 이 전환이 빠르게 되지 않아 많은 문제를 노출했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양 윙백들의 수비 역할 가중이었다. 수비 라인은 이미 백5를 형성했는데 양 윙어들이 미드필더 라인으로 내려오지 않아 윙백들이 커버해야 할 공간이 매우 많아진 것이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이 점을 집중적 공략하여 지난 1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2-0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첼시는 이번 경기에서 5-4-1로의 수비 형태 전환이 매우 빨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써 뒷선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고민 거리라면 5-4-1로의 전환 이후 공격 라인에 코스타 한 명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뒷선에서 볼을 돌릴 시 전방에서 압박해줄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중앙 미드필더 선수들도 전방 압박에 가담시키되, 양 센터백인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의 스토퍼 성향을 더욱 짙게 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수비 라인에서 볼을 공유하고 있을 때 캉테와 마티치가 순간적으로 압박을 나선다면,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가 벌어진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 존재하는 사우스햄튼 공격수들을 마킹하는 것이다. 단, 전제 조건이라면 첼시가 1차적으로 5-4-1 수비 진영을 형성할 때, 수비 라인을 어느 정도 높게 가져가 기본적으로 수비수와 공격수 사이의 거리를 좁게 유지하는 것이다.


아자르의 역습을 위한 전환 형태


또한 고속 드리블러 아자르를 통한 효율적인 역습을 위해 상대가 첼시의 오른쪽 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면, 아자르가 순간적으로 코스타 밑선으로 올라가게끔 했다. 첼시가 볼 탈취 이후 코스타나 오른쪽 방향으로 역습을 전개한다면 아자르는 왼쪽에서 스타트를 끊었고(아자르는 멈춰있는 상태에서 최고 스피드까지 도달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반대로 왼쪽으로 공격을 시작한다면 아자르가 공격진까지 빠르게 볼을 운반했다.

그리고 이러한 역습 형태의 리스크를 커버하기 위해 영향력이 매우 광범위한 미드필더, 마티치와 캉테의 능력을 요했다. 만약 상대가 벌어진 아자르와 중앙 미드필더 사이 공간으로 공격을 전환한다면 그 공간은 마티치와 캉테가 우선적으로 커버해줬다. 그들이 이 공간에서 상대 공격을 지연할 때면 아자르가 다시 내려와 5-4-1 수비 진영을 형성했다. 첼시는 이러한 수비 방식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고, 만약 다음 시즌에도 백3를 쓴다면 더욱더 발전해나갈 것이다.


우승까지 딱 5경기 남았다. 첼시는 이번 경기의 승리로 우승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이들의 남은 일정 중 그나마 어려운 경기를 손꼽으라면 에버튼 구디슨 파크 원정 하나. 이번 주말 경기에서도 승점 3점을 따낸다면 큰 변수가 없는 한 99% 첼시의 우승을 확신하고 싶다. 토트넘은 상승세 팰리스, 맨유, 아스널 등의 어려운 일정들을 남겨놓고 있다.

콩테는 이번 시즌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EPL 감독판 춘추 전국 시대'의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딱 한 달, 아니, 1-2주 후면 곧 가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