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
전자서명란
서명초기화
확인

스킵 네비게이션


커뮤니티

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첼시-토트넘] 포체티노의 의도와 손흥민 윙백 기용에 대한 이상과 현실
병장 서현규 | 2017-04-24 22:22:06 | 1734



포체티노가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하는 묘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욕심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첼시전 대비 손흥민과 백3 카드를 모두 꺼내들려 했던 포체티노 감독이 패배했다. 결과는 4-2. 70분 이후로 무너진 토트넘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홈구장에서 팬들을 등돌리게 했고, 깜짝 윙백 카드로 기용된 손흥민은 결과가 오심이든 아니든 페널티 킥을 내주고 말았다. 도대체 왜 포체티노는, 어젯밤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했을까?

-백3와 손흥민 윙백 선발 라인업



이번 경기 토트넘의 선발 라인업


포체티노는 백3를 가동했다. 기존 부상 명단인 대니 로즈, 해리 윙크스, 에릭 라멜라를 제외하자면 이번 경기 라인업을 구상하는데 있어 특별한 결장자는 없었다. 때문에 그리 큰 제한을 받지 않았는데, 왼쪽 윙백 벤 데이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체티노가 선택한 카드는 손흥민 왼쪽 윙백 기용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나온 선발 라인업이었다.

-포체티노가 손흥민을 윙백으로 꺼내든 전체적 이유

경기 전부터 토트넘의 전술적 측면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은 포체티노 감독이 과연 백3를 선택할 것인가, 또는 최고의 폼을 유지하고 있는 손흥민을 기용할 것인가였다. 그 이유는 이번 시즌 토트넘이 사용하고 있는 백3 주력 포메이션이 3-4-2-1 대형이기 때문이었다. 후술하겠지만, 이 경우 손흥민이 마땅하게 뛸 자리는 없었다. 때문에 손흥민에 대한 선택은 곧 4-2-3-1로 나서는(에릭센, 손흥민, 알리, 케인이 모두 공격진에 뛸 수 있는) 백4를 가동할 것인가로 치부될 수 있다.

여기서 포체티노는 백3 카드를 꺼내들었다. 백3는 미드필더 라인에 있는 양쪽 선수를 내려 백5로 전환될 수 있고, 백5로 전환된다면 원활한 측면 수비를 펼칠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지구력을 갖고 있는 알론소와 모제스를 백3의 윙백으로 기용해, 공격시 이들을 매우 넓은 측면에 배치하는 첼시를 상대하기 위한 맞춤형 선택이었다.

때문에 3-4-2-1 카드를 꺼내든 것이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토트넘의 '2'자리에 위치한 공격 2선 선수들이 결코 수비적인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자리는 알리와 에릭센의 몫이다. 이들은 수비보단 공격에 매우 큰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때문에 토트넘이 백3 카드를 꺼내들 시 중원에서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는 '4'의 중앙 선수들, 단 2명뿐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타 포메이션과 비교해봤을 때 매우 적은 숫자다.



토트넘 3-4-2-1의 중원 수적 불리


위 그림을 통해 우리는 '토트넘이 3-4-2-1을 꺼내들 때 손흥민을 에릭센 자리로, 에릭센을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넣으면 안되나?'라는 의견을 반박할 수 있다. 중원 숫자가 부족해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는 공/수 양면으로 큰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을 배치해야 하는데, 에릭센은 그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 선발로 나선 완야마와 뎀벨레가 이를 충족시켜주는 선수들이다. 콩테의 3-4-3에서 파브레가스대신 마티치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플레이 메이커 성향을 짙게 갖고 있는 에릭센을 '2'자리에 배치하여 공격 전개시 수적으로 불리한 중원에 적극적으로 가담시킨다. 원톱 자리에는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 케인이 가장 적합하겠고, 또 다른 공격 2선에는 박스 안과 측면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알리가 위치해있다. 때문에 손흥민이 이러한 전술 메커니즘 속에서 자리를 따낼려한다면 원톱 케인 자리가 되겠는데(실제로 케인 부상시 3-4-2-1의 스트라이커 자리에 뛰기도 했었고), 현실적으로 케인이 뛸 수 있는 한 그를 밀어내고 원톱 자리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전술적 원리 때문에 포체티노가 손흥민을 백3의 윙백 자리에 배치한 것이었다.

-손흥민 윙백 기용에 대한 이상과 현실



토트넘이 오른쪽 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할 시 대형


필자의 지난 글들에서 계속 언급한 내용이지만, 손흥민은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선수다. 양발 사용에 능숙하고 세계 정상급 슈팅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위치서든 골을 넣을 수 있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플레이나 연계적인 측면에 있어 미숙함을 보인다. 때문에 손흥민을 200%활용하려면 '넓은 공간에서 손흥민이 볼을 잡는 장면'을 최대한 만들어내야 한다. 그의 최대 강점인 슈팅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체티노가 손흥민을 활용할 때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롤을 맡기기도 하였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하며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롤을 부여했다. 위 그림과 같이 토트넘이 오른쪽 방향으로 공격을 전개할 경우, 공격의 삼각 라인인 케인과 알리, 에릭센이 모두 트리피어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손흥민이 반대편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하는데, 이때 그가 노린 공간은 모제스와 캉테 사이의 지역이었다. (첼시는 3-4-3 포메이션을 사용. 전술했듯 토트넘의 3-4-2-1이 중원 숫자가 부족하다는 맥락과 같이 첼시의 3-4-3도 중원 숫자가 부족함. 때문에 토트넘이 오른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경우, 첼시의 오른쪽 미드필더인 캉테가 왼쪽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음. 그래서 모제스와 캉테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는 것. 캉테는 광범위한 활동량과 뛰어난 수비 능력으로 이 벌어진 공간을 다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평가받음.)

이 벌어진 공간 속에서 손흥민이 볼을 받는 것이 포체티노의 '이상'이었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했다. 토트넘은 손흥민 쪽으로 전환하기 위한 오른쪽 압박을 뚫어내야 하는 1차적 공격 단계에서 대부분 막혀버리고 말았으며, 설사 손흥민이 넓게 트인 공간에서 볼을 잡는다 하더라도 모제스와의 돌파 싸움에서 막혀버리거나, 그가 윙어가 아닌 윙백이라는 생각 탓에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생겨 패스를 선택하는 장면이 많았다. 토트넘 오른쪽 방향에서의 공격 전개 문제, 손흥민 윙백에 대한 포지션 이해도 미숙이 낳은 결과였다. (양 측면을 활발하게 수비했던 캉테와 마티치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캉테와 마티치는 경기 내 최다 태클을 시도했다. 각각 9번과 7번.)     



토트넘 양 센터백들의 특성과 손흥민과의 관계


포체티노 감독이 상상한 또다른 이상은, 토트넘 양 센터백들의 특성과 손흥민 간의 관계였다. 토트넘이 페너트레이션 단계에 돌입할 때면 양 센터백들이 매우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여 공격 전개 과정에 참여한다. 오른쪽 센터백 다이어는 이번 시즌 중앙 미드필더를 봤을 만큼 패스 실력을 인정받았고, 왼쪽 베르통헌 역시 패스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센터백으로 이름을 떨친 수비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 센터백들의 '페너트레이션시 매우 높은 위치까지 전진'이라는 특성을 때문에 손흥민도 이점을 챙길 수 있었다. 공격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존 윙어와 같은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고, 밑선에는 높게 전진한 베르통헌과 뎀벨레/완야마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연계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다이어+베르통헌과 손흥민의 이번 경기 패스 위치 (c)whoscored.com


하지만 측면에 넓게 위치한 손흥민은 공격의 연결 고리만 되어줬을 뿐, 그의 최대 장점인 슈팅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설사 라인 브레이킹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첼시에는 이날 최고의 스위퍼 다비드 루이스가 있었다. 측면 손흥민이 안된다면 중앙 알리나 케인 쪽으로 공격을 전개했는데, 토트넘의 이번 경기 중앙 공격은 최악이었다. 첼시 아자르의 투입, 손흥민 포지션 이해도 부족, 페널티 킥을 내줬다는 심리적 부담감 등의 여러 요인 때문에 68분 워커와 교체되야 했다.

포체티노와 손흥민의 새로운 도전은 이렇게 실패한 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상대가 리그 챔피언 첼시이니 만큼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았고, 워낙 FA컵 4강전이라는 큰 무대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 윙백 기용에 대한 전술을 더욱 갈고닦는다면 분명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포체티노는 인정받은 감독이고, 손흥민은 매 시즌이 거듭될수록 진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술적 의도 또한 나쁘지 않았다.

포체티노와 손흥민은 어디까지 성장할까. 그리고 첼시를 뒤엎고 리그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맨유와 아스날 일정을 남겨놓은 지금, 토트넘의 우승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