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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왓포드전 패배는 정녕 무리뉴의 잘못인 것인가?
병장 서현규 | 2016-09-22 19:40:05 | 1081


(c)90min.com


충격적인 3연패다. 숙명 과르디올라와의 맨체스터 더비에서부터 시작하여 페예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그리고 왓포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까지. 모든 경기에서 단 승점 1점도 챙겨가지 못 했다. 시즌 시작 전 무리뉴의 맨유가 초반부터 이러한 하락세를 겪을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무리뉴는 그가 기록한 이번 하락세에 대해서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라는 말을 통해 자신의 잘못이 없지 않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 루크 쇼가 실점에 관여한 수비 거리, 그리고 전 감독 루이 반 할의 잔재 등을 언급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하락세가 전부 자신의 부진이 아니란 의견을 어필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최근의 왓프드전 같은 경우는 심판의 판정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과연 맨유가 3연패의 정점을 찍었던 왓포드전 패배는, 과연 무리뉴 '감독'의 잘못이 관여되지 않았던 것일까?


-무리뉴의 4-2-3-1과 4-3-3의 혼용




맨유의 왓포드전 선발 라인업


       

무리뉴는 지난 왓포드전에서도 평소 사용하던 4-2-3-1 포메이션을 어김없이 꺼내 들었다. 왼쪽 윙어 자리에 신성 마커스 래쉬포드가 선발 출전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베스트 11에 들어갈만한 멤버들을 선발로 내보냈다. 하지만 실제 경기를 들여다보니 맨유의 포메이션은 4-2-3-1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을 혼용하는 형태로 왓포드를 상대했었다. 기존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웨인 루니가 수비적으로,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됐던 폴 포그바가 공격적으로 나서며 맨유의 전체적인 형태가 4-3-3 포메이션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 4-3-3 포메이션에서 이뤄지는 루니와 포그바의 딜레마





무리뉴의 맨유는 앞서 설명했듯 포그바와 루니의 공격적/수비적 성향 차이로 4-2-3-1 포메이션에서 4-3-3 포메이션으로 변화한다고 소개했다. 포그바가 미드필더 자리에서 공격에 가담할 경우, 주로 왼쪽 윙어 마커스 래쉬포드와 중앙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사이 공간을 통해 팀의 공격을 도왔다. 여기서 무리뉴가 기대하는 맨유의 최전방 공격 라인은 '래쉬포드-포그바-이브라히모비치-마샬'로 이어지는 4열 편대였을 것이다. 

무리뉴가 왼쪽 미드필더인 폴 포그바에게 이러한 공격적 주문을 요구한 까닭은 크게 3가지 이유로 나눠볼 수 있다.

그 첫째 이유로는 오른쪽 윙백인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활용 극대화이다.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지만, 발렌시아는 원래 오른쪽 윙어 포지션을 주로 보던 선수였다. 그는 주력이 빠르고 크로스에 강점이 있는 클래식한 윙어 스타일에 어울리는 선수였는데, 지난 루이 반 할 감독 체제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새롭게 변화하여 팬들에게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발렌시아는 무리뉴 체제 아래서도 어김없이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됬다.

때문에 무리뉴는 그의 공격적 능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선수단에게 2가지 전술적 주문을 요구했다. 첫재는 오른쪽 윙어(앙토니 마샬)가 중앙으로 좁게 포진되어 공격을 이끌어가는 것이었고, 둘째는 왼쪽 미드필더인 폴 포그바를 공격적으로 내세우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무리뉴의 이러한 2가지 전술적 요구가 선수단에게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된다면, 상당히 왼쪽으로 처져있는 '래쉬포드-포그바-이브라히모비치-머샬'의 공격 라인이 형성될 것이다. 이때 이를 상대하는 왓포드의 수비진은 맨유의 입장에서 볼 때 당연하게도 왼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와 동시에 발렌시아는 오른쪽 깊고 넓은 측면으로 오버래핑 하여 창출된 공간을 찾아 나서는 공격 형식을 무리뉴는 원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로는 포그바의 공격적 재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함이었고, 마지막 새번째 이유는 루니가 중원에서 공급해주는 패스의 질에 대한 기대였다. 루니 역시 루이 반 할 체제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새롭게 기용됐었는데, 이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까지 이어질 정도로 소화를 잘 해내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왓포드전에서는 무리뉴가 기대했던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에 맨유는 쓴 연패를 맛봐야 했다.




왓포드전에서 기록한 루니의 패스맵 (c)squawka



왓포드전에서 가록한 포그바의 패스맵 (c)squawka


포그바가 공격 라인으로 올라갈 경우에는 루니가 펠라이니와 함께 중원을, 반대로 루니가 공격 라인으로 올라갈 경우에는 포그바가 펠라이니와 함께 중원을 맡았다. 결과적으로 중원에서 펠라이니가 수비적인 역할을 맡는다면 루니/포그바가 공격적인 패스 배급을 담당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 두 선수는 지난 왓포드전에서 이 패스 배급을 잘 이뤄내지 못했었다.

루니의 경우에는 총 40개의 패스 중 33개의 패스를 성공시켰으며, 이는 83%의 패스 성공률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 중 16개의 패스를 공격 진영에서 시도했는데 그 중 10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으며, 12개의 전방 패스 중에서는 절반인 6개의 전방 패스만을 앞쪽으로 전달했었다.

한편 포그바의 경우에는 총 63개의 패스 중 48개의 패스뿐만이 성공됐다. 이는 76%에 해당하는 패스 성공률이며, 이날 맨유의 패스 성공률이 83%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포그바의 패스가 얼마나 부정확했었는지 감안이 갈 것이다. 포그바는 공격 진영에서 시도한 21개의 패스 중 11개만을 성공시켰고, 37개의 전방 패스 중에서 25개를 공격진에게 건네주었다.

결과적으로, 루니와 포그바가 기록한 패스 통계는 무리뉴의 주문이 이도 저도 안되게 만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포그바와 루니가 서로 역할 스위칭을 해가며 공격 진영에서의 창의성을 발할 것을 원했었는데, 현실은 밋밋한 공격밖에 보이지 못 했다.
 

-즐라탄의 특성이 가져온 공격의 부재




맨유 선수들이 왓포드전에서 기록한 실질적 위치

왓포드전 포지션&패싱 네트워크(c)11tegen11 (우)



홈에서 맨유를 상대하게 된 마짜리 감독의 왓포드는 수비 라인을 높게 형성하여 타이트한 수비 진영을 가져갔다. 이날 왓포드는 '홀레바스-브리토스-프뢰들-카스카트-얀마트'를 수비진에 배치하며 3-4-1-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화려한 공격 진영을 갖춘 맨유를 상대로 높은 수비 라인을 잡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현실은 정 반대였다. 오히려 '높은 수비 라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승부수를 띄운 왈테르 마짜리 감독의 완승이었다.

마짜리 감독이 이러한 높은 수비 라인을 요구한 가닭은 맨유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특성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박스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을 띄기도 한다. 그는 밑선으로 내려와 팀의 공격 전개를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맡곤 하는데, 이에 대해 리버풀의 전설적인 수비수이자 스카이 스포츠의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미 캐러거는 '30대에 접어들게 되면 선수들은 밑으로 내려와서 짧은 패스를 받으려고 한다.'라는 말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즐라탄의 왓포드전 히트맵(c)whoscored.com



즐라탄의 왓포드전 패스맵 (c)squawka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하나하나씩 생각해보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왓포드가 높은 수비라인을 형성하게 된다면 공격을 전개하는 맨유 입장에서는 비교적 타이트한 공간 안에서 공격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때 즐라탄이 팀의 공격을 돕기 위해 밑선으로 내려온다면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는 비게 된다. 이 타이밍에 그 자리를 커버해주는 선수들이 좌우 윙어인데, 윙어들이 그 자리를 커버해주기 위해 최전방에 서게 된다면 그들의 1차적인 임무는 당연하게도 넓직한 수비 배후의 공간을 노리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맨유의 공격을 연결하는 선수들 중에서 기존 윙어를 맡았던 선수는 당연하게도 한 명뿐만이 됐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과연 여기서 왓포드의 수비 진영을 상대로 개인 기량을 뽐내 공간의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기껏해야 찾아보자면 오른쪽의 마커스 래쉬포드만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크랙' 역할을 맡아줄 수 있는 앙토니 마샬의 조기 부상이 매우 아쉬웠던 것이고, 무리뉴가 오른쪽 윙백 안토니오 발렌시아 대신 후안 마타를 교체 투입한 이유도 이러한 까닭 때문이었다. (발렌시아의 역할을 영이 그대로 맡아 수행) 마타는 개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만한 선수에 해당되진 않았지만, 대신 창의적인 패스로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또 다른 유형이 아니었는가?


왓포드전에서 맨유가 기록한 성공 패스 루트(c)squawka


발렌시아와 쇼가 기록한 터치맵(c)whoscored.com


왓포드의 수비 라인이 높았기 때문에, 맨유는 후방에서 볼을 소유할 때 상대의 뒷공간을 향해 롱 패스를 찔러주어 배후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공략해봐야 했다. 설사 그것이 성공하지는 않더라도 왓포드의 수비 라인을 조금이라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 나와있는 맨유가 성공시킨 패스 루트를 본다면,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그러니까 대략적으로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아크 이상으로 들어온 직선적인 성향을 띈 패스 루트가 얼마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밑선에서 포그바, 루니, 펠라이니가 위협적인 롱 패스를 배급해주지 못했단 뜻도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맨유가 이브라히모비치에게 공격을 너무나도 의존했다는 증거가 되어주기도 한다.

또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루크 쇼의 볼 터치 위치도 맨유가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발렌시아의 볼 터치 장소와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쇼는 상대의 페널티 박스 근처(파란색 박스 표시)에서 볼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다. 이는 윙백들이 볼을 잡는데 있어 상대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위치를 말하는데, 제아무리 무리뉴가 발렌시아에게 공격적 능력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한들, 쇼가 이 위치에서 한 번의 볼터치도 기록하지 못했단 사실은 그가 맨유의 공격 전개에 큰 기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대신 말해주는 자료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무리뉴의 맨유가 생각보다 매우 이른 시기에 하락세를 맞게 됐다. 지난 2014/2015 시즌의 첼시가 잠깐 떠오르는 최근이다. 과르디올라와 무리뉴. 현재까지는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가 미친 폼을 보여주며 무리뉴의 맨유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로 무리뉴는 과르디올라와 달리 EPL에 매우 익숙한 감독이라는 것이다.

과연 EPL 내 베테랑 감독인 조제 무리뉴가 신성 펩 과르디올라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까? 그들의 길고 긴 전쟁 같은 마라톤은 이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