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
전자서명란
서명초기화
확인

스킵 네비게이션


커뮤니티

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첼시-리버풀 분석] 클롭의 전술적 승리 아닌 리버풀 선수들의 승리
병장 서현규 | 2016-09-22 07:05:46 | 960


(c)liverpool facebook.com



리버풀이 승리를 거뒀다.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 올 시즌 치열한 리그 경쟁에 있어 청신호가 붉혀진 클롭의 리버풀이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클롭의 리버풀이 아닌 리버풀의 클롭이 조금 더 어울릴 것 같다. 이번 경기만은 클롭 감독이 아닌 리버풀의 선수들이 더욱 빛났기 때문이다.

사실 경기 전부터 양 팀 감독 모두가 열정적인 성향을 띠었기에 이번 매치업이 '감독 vs 감독'의 타이틀로 많은 조명을 받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예상외 선수들의 선전이 일어났다. 쓴 패배를 거둔 안토니오 콩테 감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법한 패배였다.


- 4-2-4? 4-3-3? 색깔이 뚜렷한 양 감독의 포메이션 대결



이번 첼시-리버풀전 양 팀 선발 라인업


        

첼시와 리버풀, 모두 한 자리만을 바꾼채 이번 경기에 나섰다. 첼시는 부상당한 주장, 존 테리 대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롭게 재영입한 다비드 루이스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첫 선발 출전 경기였다. 그리고 리버풀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에 호베르투 피르미누대신 다니엘 스터리지를 선발 출전 시키며 첼시의 골망을 노렸었다. 이 각자의 한 자리를 제외한다면 양 팀 모두 이번 시즌에 즐겨 기용했던 주전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양 팀의 감독 모두가 이번 경기에서 전술의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첼시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아자르-코스타-윌리안의 3톱을 내세운 채 오스카에게 온 경기장을 누비며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고, 그 뒤를 받치는 마티치와 캉테는 수비와 공격 라인의 볼 배급에 주력하도록 하였다.

반면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팀을 전보다 더욱 유연하게 만들면서 공/수의 구분을 흐리게 하였는데, 여기서 4-3-3 포메이션의 미드필더/공격 라인에게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요구하였다. 특히나 모든 선수들에게 공격 진영과 수비 진영을 오갈 것을 주문하였고,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은 경기장의 광범위한 범위를 커버할 만큼 왕성하게 뛰어다녀야 했다. 



리버풀 공격의 주를 이뤘던 스터리지, 마네, 쿠티뉴, 랠라나, 바이날둠의 히트맵(좌)/센터백 조엘 마팁의 히트맵



-리버풀의 1차적 목표는 공격 진영으로의 볼 투입

앞선 히트맵처럼 리버풀의 공격을 이루는 주 선수들(공격 라인의 3톱과 헨더슨을 제외한 미드필더 라인)은 상대의 공격 진영에서 광범위한 공간을 점유했다. 적은 숫자로 많은 공간을 커버하며 서로의 공격을 도와줬는데, 여기에 클롭의 게겐 프레싱이 더해지며 선수들은 이 공간에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수행해야 하게 되었다.

공격 시에는 한정된 공격 숫자로 최대한 광범위하게 공격 공간을 커버하여 경기장 전체를 활용할 수 있어야 됐고, 수비시에는 상대의 수비진을 빠르게 압박해 부정확한 롱 볼을 이끌어내야 했다. 때문에 클롭의 리버풀은 헨더슨을 제외한 미드필더/공격 라인의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할 수 있는 첼시의 수비 진영을 경기의 주 무대로 삼을 필요가 있었는데, 이 공간을 주로 사용하기 위해선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의 볼 배급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헨더슨과 마팁이 성공한 패스 루트 (c)squawka

리버풀의 태클 위치 (c)포포투 스탯존


때문에 클롭은 공격 진영으로의 비교적 정확한 패스와 그에 대한 많은 시도를 원했었다. 공격 진영으로 볼이 투입되면, 여기서 리버풀이 적은 숫자로 광범위한 공간을 커버하며 공격을 전개하게 되고, 이 상황에서 볼을 탈취당한다면 높은 지점에서 바로 게겐 프레싱을 실행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공격 진영에서 첼시를 가둬놓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클롭은 원했었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마팁의 히트맵이 매우 공격적으로 나왔던 탓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클롭의 이러한 공격적인 생각은 경기 스탯으로도 명확하게 나왔다. 마팁과 헨더슨은 이날 총 111개의 패스를 시도했으며, 그중 57번의 전방 패스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리버풀은 이날 첼시와의 경기에서 총 40번의 태클을 시도했으며, 이중 10번은 상대의 공격 진영영에서 시도됐다. 참고로 이날 첼시는 총 32개의 태클을 시도했으며 상대 진영에서 5번의 태클밖에 시도하지 못하였다.


-첼시는 왜 크로스밖에 올리지 못했을까?

첼시는 이날 홈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었다. 팬들이 원했던 아자르의 미친 탈압박과 날카로운 역습, 그리고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디에고 코스타의 미친 골 결정력은 나오지 않았었다. 오히려 측면에서의 크로스(28번 시도, 리버풀은 15번)만 주야장천 올릴 뿐 재미없는 공격만이 이어졌다. 왜, 첼시는 리버풀을 상대로 크로스밖에 올리지 못했을까?



실 이번 경기는 '아자르 vs 리버풀'이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아자르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매치업이었다. 왜냐하면 리버풀의 거센 게겐 프레싱을 상대로 탈압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 아자르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번 시즌 폼이 급격하게 올라온 아자르에게 대하는 팬들의 기대가 매우 컸었는데,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이러한 '압박 vs 탈압박'의 싸움을 원하지 않았었다. 수비 진영의 좌우폭을 좁히되, 그들의 우선순위를 아자르로 설정해놓았다. 

그렇다 보니, 위 장면과 같이 왼쪽의 아스필리쿠에타가 오버래핑을 올라오고 아자르가 좁히게 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첼시에게 측면 공간을 내어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자르를 수비하는데 너무나도 집중된 탓이었다. 반대쪽인 오른쪽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리버풀의 수비진들이 중앙 공간을 집중적으로 막은 탓에 오른쪽에서 공격이 전개된다 한들 결국엔 크로스를 선택하는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 리버풀의 깊숙한 수비 지역에서, 중앙으로 횡패스를 돌리는 방법은 게겐 프레싱을 애용하는 리버풀을 상대로 너무나도 위험한 방법이었다. 자칫하면 리버풀의 빠른 역습에 실점을 허용할 수 있었다.


리버풀이 클리어링을 한 지점 (c)포포투 스탯존


첼시의 득점 장면


리버풀은 이날 24번의 클리어링 중 19-20번의 클리어링을 페널티 박스 안 지점에서 해냈다. 이날 리버풀의 수비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좌표다.

하지만, 리버풀이 아자르에게 너무나도 집착하다 보니 그에 대한 리스크가 들어난 적도 있었다. 바로 첼시의 득점 장면에서 나타났다. 이날 첼시의 득점은 '아자르 ▶ 마티치 ▶ 코스타'의 순서로 연결되었는데, 여기서 아자르에서 마티치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리버풀 수비의 리스크가 나타나게 되었다.

리버풀의 수비가 측면의 아자르에게 너무나도 집중되어 있다 보니, 그 배후에 펼쳐진 공간을 차마 커버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중앙에는 2명의 선수가 위치하고 있었기에 센터백이 커버를 나가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 첼시의 득점 장면은 어찌 보면 '중앙으로 좁혀 수비한다.'라는 클롭의 또 다른 수비 지시를 무시한 것과 같았다. 


-콩테의 교체 타이밍은 실수인가?

이날 특히나 아쉬웠던 것은 콩테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는 리버풀에게 2-1로 끌려가고 있을 후반 84분에 파브레가스와 빅터 모제스, 그리고 페드로를 각각 윌리안, 마티치, 오스카와 교체 투입시키며 팬들의 원성 아닌 원성을 사야 했다. 물론 그에 대한 콩테 감독만의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기에 이러한 교체를 감행했던 것이었겠지만, 그의 4-2-4 포메이션에서 캉테와 마티치가 파브레가스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그의 늦은 선수 교체는 차마 아쉬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캉테와 마티치의 성공 패스 루트 (c)squawka

       

캉테와 마티치가 4-2-4 포메이션에서 아쉬웠던 이유는 무엇보다 패스에 조명되어있었다. 특히나 오프사이드에 대한 타이밍적인 측면이었는데, 이날 첼시는 리버풀이 강한 전방 압박을 나온 사이 뒷공간을 노려야 했었다. 앞서 말한 내용이지만, 클롭의 리버풀은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의 패스  ▶ 공격 진영에서 광범위한 공간 점유를 통한 공격  ▶ 볼을 탈취당할 시 게겐 프레싱을 통한 전방 압박으로 볼 재탈취'로 이어지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원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리버풀은 '볼을 탈취당할 시 게겐 프레싱을 통한 전방 압박으로 볼 재탈취'의 과정에서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의 공간을 좁히기 위해 수비 라인을 높게 전진시켜야 했다. 첼시가 노리는 부분이 바로 이 높은 수비 라인 뒤로 벌어진 리버풀 수비 진영의 뒷공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리버풀이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압박을 벗어나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공격 진영에게 배급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선수는 분명 첼시의 중앙 미드필더인 은골로 캉테와 네마냐 마티치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4-2-4 포메이션의 구조적 상황으로 볼 때도 중앙 미드필더의 패싱 능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파브레가스에 대한 필요성이 지난 왓포드전 무승부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그 공백이 다시 드러나게 되었다.


이번 경기 첼시의 실패 패스 루트 (c)squawka

첼시가 오프사이드에 걸린 위치 (c)whoscored.com


이번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첼시는 전체적으로 시원한 롱 패스를 뽑아내지 못 했다. 정작 가장 필요한 것이 수비 진영의 뒷공간을 노리는 롱 패스였는데도 말이다. 위 첼시의 실패 패스 루트만 봐도 전방으로 공급된 수많은 패스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5번의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패스의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추가로,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오프사이드가 걸렸다는 의미는 그만큼 리버풀이 수비 라인을 끌어올렸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롱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역할이 바로 4-2-4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였는데, 캉테와 마티치는 그러지 못 했다. 물론 이러한 의견이 '파브레가스를 주전으로 쓰자!'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만, 그의 교체 타이밍을 늦게 잡았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근거로써 큰 뒷받침을 해줄 것이다.

-리버풀의 승리는 선수들이 따냈다.

결과적으로 이 글을 통해서 필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번 경기의 승리 만큼은 클롭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 진정으로 따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부터 항상 리버풀의 선수들은 클롭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아래 큰 조명을 받지 못하였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 와서 확실하게 팀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다는 뜻이 되기도 하겠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리버풀에 대한 포커스는 항상 독일에서 '명장' 칭호를 따온 클롭 감독에게 집중되어있었다는 뜻이 된다.


헨더슨의 골장면



사실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이 득점한 2골을 볼 때, 클롭의 전술적인 설계로 완성된 득점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첫번째 골이야 세트피스 상황에서 첼시 수비진의 실수로 성공한 득점이었고, 두번째 헨더슨의 원더골은 오직 헨더슨의 개인 기량으로만 성공시킨 골이었다. 리버풀의 추가골은 첼시 수비진의 실수가 아닌 동시에 리버풀 공격진의 칭찬거리도 아니었다. 오직 '헨더슨'개인의 능력으로 인해 뽑아낸 골이었다.

클롭의 전술적 설계로 들어간 골이라면 중앙에서의 콤비네이션 플레이로 인한 득점, 아니면 전방 압박을 통해 높은 위치에서 탈취한 볼로 성공시키는 득점을 말할 수 있겠다.

이날 경기에서 리버풀의 선수진들이 잘했던 점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헨더슨의 원더골 (헨더슨) ▲ 리버풀의 훌륭한 오프사이드 트랩 (수비진) ▲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수비 집중력 (전체) ▲ 낮은 수비 라인과 높은 수비라인 설정 상황의 명확한 구분 (수비진) ▲ 거세게 이뤄졌던 전방 압박 (공격진) ▲

이러한 면들에서 볼 때 리버풀의 선수들은 훌륭한 경기를 치렀었다. 물론 아쉬웠던 장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리버풀이 클롭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도 빛을 내야 한다. 그들이 지금껏 클롭이라는 거대한 그림자 아래 가려져 팬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었다면, 이제는 그들이 스스로 빛을 내어 클롭을 가려줄 차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라운드 위를 누비는 것은 선수들이기에, 클롭 입장에서도 자신이 선수들의 빛에 가려지는 결말을 원할 것이다.

클롭의 그림자가 더 어두울까, 아니면 선수들의 빛이 더 밝을까? 노말 원과 리버풀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