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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손흥민, 주전 경쟁의 점화를 시작하다.
병장 서현규 | 2016-09-11 22:44:08 | 881


(c)90min.com



이번 시즌 'SON'의 폭주기관차같은 출발이다. 토트넘의 공격 2선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시작한 이래 최고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시즌 첫 경기에서부터 폭발적인 2골을 뽑아냈다. 그가 기록한 이 2골은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인 동시에, 그 추가골까지 포함하고 있는 여러므로 중요한 의미를 담은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팀이 득점한 4골 중 3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경기 MOM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통계 사이트인 whoscored.com에서는 손흥민에게 경기 내 최고 평점인 9.2점을 부여하며 그의 활약을 높이 사기도 하였다. (두번째로 높은 평점을 부여받은 선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8.8점이다.)

과연 손흥민은 어떻게 경기를 치렀길레, 폭발적인 2골을 뽑아낼 수 있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그가 부린 이 '마법'을 소개해볼려 한다.


-포체티노의 4-2-3-1 포메이션과 윙어 손흥민



토트넘의 지난 스토크전 선발 라인업


       

포체티노의 토트넘은 이번 시즌에도 4-2-3-1 포메이션을 주 대형으로 꺼내들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을 손꼽으라면 미드필더 라인에 빅터 완야마와 에릭 다이어를 배치함에 따라 팀의 공/수 구분이 더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다이어를 필두로 사용한 라볼피아나 전술로, 양쪽 윙백들에게 주문한 폭발적인 오버래핑도 이번 시즌에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경기 전 선발 라인업 표시는 위 그림과 같이 되어있었지만, 실제 포메이션은 손흥민과 에릭센의 위치가 바뀐 채 경기를 운영했었다. 대체로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흥민은 그의 경쟁자인 에릭 라멜라와 많은 면에서 다른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 다른 요소들 중 하나가 바로 그의 넓게 벌린 위치였다. 손흥민이 윙어 치곤 중앙으로 좁게 포진된 에릭센과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위치를 넓게 잡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왼쪽 윙백인 밴 데이비스에게는 오른쪽의 카일 워커와 같은 폭발적인 오버래핑이 요구되지 않았다.


-'골'을 위해 존재하는 윙어

손흥민은 골을 위해 존재하는 윙어다. 하지만 보통 윙어들과는 조금 다른 유형의 윙어라 할 수 있다. 보통적으로 측면으로 깊게 돌파한 뒤 중앙 페널티 박스로 크로스를 올리는 일반적인 윙어는 당연히 아니고, 그렇다고 에덴 아자르나 멤피스 데파이와 같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와 골을 노리는 인사이드 포워드와 같은 개념도 아니다. 손흥민이 맡고 있는 윙어의 종류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굳이 그의 역할에 대한 말을 해보자면 클래식한 윙어와 인사이드 포워드의 사이 개념이라 말할 수 있겠다.




반대편 측면에서 롱 볼을 제공받는 손흥민



먼저, 우리는 손흥민의 역할에 대해 알아가기전에 그의 장단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의 주 포지션은 모두가 알듯이 윙어다. 가끔씩 공격형 미드필더나 스트라이커 자리를 맡을때도 있지만 그의 주 무대는 측면 공간이다.

여기서 손흥민이 발휘할 수 있는 그의 장점을 손꼽으라면 ▲ 매우 능숙한 양발 사용 ▲ 뛰어난 골 결정력 ▲ 정확한 슈팅력 ▲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단점을 나열하자면 ▲ 윙어 치고는 부족한 수비수와의 1대 1 돌파 ▲ 좁은 공간에서의 영향력 ▲ 부족한 패싱 능력 ▲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장/단점을 종합해 보자면, 그는 좁은 공간이 아닌 넓은 공간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며, 어느 위치에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는 탁월한 골 감각을 갖고 있는 선수다. 슈팅을 때리기 위해서라면 조금의 공간이라도 필요하지 않는가? 때문에 손흥민을 200%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유무'라는 조건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손흥민의 두번째 골 득점 장면



자, '좁은 공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지만 넓은 공간에서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라는 장/단점을 갖고 있는 선수가 있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이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겠는가? 이에 대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답은 손흥민에게 넓은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그간 손흥민을 다양한 위치에 배치시키며 그의 활용 방도를 착안해왔다. 특히나 지난 시즌 말, 손흥민이 첼시를 상대로 골을 뽑아내며 잠시나마 주전 자리를 꿰찼을 때는 측면과 중앙 공간의 사이인 '하프 스페이스'에 주로 배치시켰었다. 그리고 이번 2016/2017 정규 시즌이 시작하기 전 프리시즌에는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주로 스트라이커 빈센트 얀센과 함께 2톱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번 스토크 시티 전에서는 완벽한 측면에 넓게 배치시키며 많은 공간을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위 두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손흥민을 볼 경합 지역에서 이탈시켜 완벽한 반대쪽 측면에 위치시키게 하였다.




손흥민의 스토크 전 히트맵(위)과 에릭센,알리의 스토크 전 히트맵(아래)



손흥민이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제공받은 패스 루트


        

손흥민에게 넓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시키기 위해선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좁게 포진시킬 필요가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하는데 매우 능한 에릭센이 중원에 참여하게 된다면, 토트넘의 수비진 입장에서는 당연하게도 에릭센이 있는 쪽으로 볼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스트라이커 자원인 케인 역시 가끔씩 이쪽으로 처져 포스트 플레이를 도와주기도 했으며, 공격형 미드필더인 델레 알리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비진과 공격진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었다.

그렇다면 이때, 손흥민은 토트넘이 볼을 소유/경합할 이 위치(에릭센이 좁히고 케인이 처진 위치)에서 벗어나 완벽한 반대쪽 측면으로 나오게 된다. 스토크 시티의 수비진은 이 '볼 소유/경합'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에 반대편으로 나온 손흥민을 크게 자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때 토트넘이 '볼 소유/경합' 지역에서 탈압박이나 볼 탈취에 승리하게 된다면 에릭센이나 다이어와 같은 자원들을 통해 반대편 손흥민에게 롱 볼을 연결하게 되는데, 이 롱 볼을 이어받은 손흥민이 넓은 공간에서 볼을 갖고 질주를 하여 골을 노리는 장면을 포체티노 감독이 원했었다.

손흥민과 에릭센+알리의 히트맵을 보면 그들의 활동 범위가 서로 엇갈렸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손흥민이 제공받은 패스 루트의 길이가 길었던 까닭도 이러한 이유 (볼 소유/경합 지역에서 한 번에 연결된 패스) 때문이었다.


-손흥민이 앞으로 가야 할 길



(c)BPI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이러한 역할을 정리하자면, '측면에 넓게 위치하되 최종적으로 골을 추구하는 윙어'라 말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과정론'적인 축구 선수가 아닌, '결과론'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플레이를 펼친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최근 현대 축구는 수비 조직력의 발달에 따라 밀집 수비를 선호하고 있는 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의 드라마와 같은 우승 원동력도 모두 수비 조직력에 있었고, 세계적인 명장으로 손꼽히고 있는 조제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 역시 모두 '수비'를 기반으로 하여 전술 철학을 설계한 감독이었다. 때문에 이러한 수비를 중시하고 있는 현대 축구계에서 손흥민과 같은 스타일 (좁은 공간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현대 축구의 흐름을 역으로 생각해본다면 손흥민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축구는 최종적으로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다. 경기 내용을 압도당했다 한들 최종적으로 득점에 성공하면 승리한다. 슈팅수가 10배 차이난다해서 경기의 승리를 쟁취해오지는 못하지 않는가? 이와 같이, 결과적으로 '골'을 추구하는, 축구라는 스포츠가 '결과론'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이상 수비를 중시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손흥민과 같은 존재는 언젠간 금과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스토크 시티와의 화려한 시즌 데뷔전 한 경기로 손흥민의 미래를 판단하긴 이르다. 언제 또 부진의 늪에 빠져들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시즌 뼈아프게 지적받았던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움직임'도 이번 경기에서 보란듯이 훌륭하게 처리하지 않았는가?

분데스리가의 '손세이셔녈',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의 'SON'.  모두가 자랑스러워할만한 '아들'이 될 때까지 손흥민은 수많은 땀을 흘려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