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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더비, 전술적 포인트로 짚어보는 프리뷰
병장 서현규 | 2016-09-10 15:54:39 | 1187


(c)footballnews.ge


정말로 정상에서 만났다. 정상 끝 외나무다리다. 이곳에서 현시대의 명감독이라 총평 받고 있는 조세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마주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고 있는 두 구단, 맨유와 맨시티를 이끌면서 말이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가 마주하는 이번 맨체스터 더비는 경기 외적으로 참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가 유지해 온 오랜 라이벌 관계, 이번 2016/2017 시즌 EPL 초반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팀들 간의 대결, 그리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쓴 두 팀의 대결 등. 이들의 경기 외적으로 지켜볼 요소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맨체스터 더비가 '역대 최고의 맨체스터 더비'라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양 팀의 전술적인 부분은 어떨까? 상반된 전술 철학을 갖고 있는 두 감독의 전술적 포인트를 통해 이번 맨체스터 더비를 짚어보려 한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 양 팀 감독의 상반된 전술 철학

이번 맨체스터 더비를 전술적으로 짚어보기 전에, 우선 양 팀의 감독인 무리뉴와 과르디올라의 전술 철학부터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알듯 맨체스터 형제를 이끄는 이 두 감독은 서로 상반된 전술 철학으로 지금까지 서로 부딪혀왔다.

먼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 철학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는 우선적으로 볼 점유율과 압박을 중시하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경기 내에서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경기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가져간다는 것을 뜻한다. 즉, 경기의 탬포와 채력 안배, 공격의 선택권 등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볼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은 상대가 볼을 갖고 있지 않는다는 말로 직결된다. '상대가 볼을 갖고 있지 않다.'라는 명제는 '상대는 공격할 찬스가 없다.'라는 말로도 이어지지 않는가? 즉,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은 자신들이 경기의 주도권을 유지하며 공격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동시에, 상대에게 볼을 넘기지 않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수비를 하고 있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압박을 중시한다. 그는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최종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여기서 발데스와 노이어 같은 스위퍼 골키퍼를 골문에 배치시켜 수비수 뒤의 광범위한 공간을 커버하도록 주문한다. 한편, 수비 라인의 위쪽은 최종 수비수들이 매우 앞쪽으로 전진했기에 선수들 간의 간격이 매우 좁아지게 된다. 선수들은 이 좁은 간격을 통해 공격 시에는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높은 볼 점유율을, 그리고 볼을 탈취 당한 직후의 수비시에는 강력한 압박을 가함으로써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하게 된다. 스위퍼 골키퍼가 커버하는 가장 최후방의 공간부터 최종 수비수들이 조절할 수 있는 오프사이드 공간, 거기다가 하프 라인 위쪽의 끈끈하게 배치되어있는 10명의 선수까지. 경기장의 전체 공간을 완벽하게 지배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 철학이다.



(c)independent.co.uk


한편 조세 무리뉴 감독의 전술 철학을 소개하자면, 앞서 계속 말했듯이 그는 과르디올라와 상반된 전술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축구계의 전설이자 현 UEFA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셸 플라티니가 언급한 명언인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들이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스코어는 0대 0일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린다면 무리뉴의 전술 철학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플라티니의 생각과 같이 축구는 실수를 적게 하는 팀이 이기는 스포츠라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실수는 볼을 갖고 있지 않은 팀보다 볼을 갖고 있는 팀에서 더욱 많이 나온다.'라는 철학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서 소개한 과르디올라의 축구 철학과는 상반된 결과물이 나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볼을 점유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따라야 한다. 우선, 볼 점유율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라면 수비 지역이 아닌 공격 지역에서 볼을 점유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선수들에게는 자연스레 밀집된 수비 지역의 공간 안에서 볼을 점유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1차적으로 볼을 간수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간의 간격을 좁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최후방에 있는 수비 라인도 올라오게 될 것이다. 상대가 볼을 점유하면 점유할수록 요구되는 조건들은 더욱 많아지고, 그 리스크는 커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확실한 수비를 바탕으로 이 '실수'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이것이 과르디올라와는 대비된다는 무리뉴의 축구 철학이라 말할 수 있겠다. 


-맨체스터 더비는 어떨까?


이번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4R - 맨유 vs 맨시티 전 예상 라인업


이번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지는 맨체스터 더비는, 라인업만으로 볼  맨유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점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맨시티가 전력의 핵심 자원인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징계로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유 역시 맨시티와 마찬가지로 핵심 자원을 잃게 될 상황에 놓여있다. 바로 그들의 오른쪽 윙백,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경기인 페루와의 7일 경기를 치르고 경기 하루 전에 맨체스터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내에서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보여줘야 하는 발렌시아가 이번 맨체스터 더비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기 장소가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라는 점, 그리고 맨시티의 최전방 공격수가 유망주인 켈레치 이헤아나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기 중 점유율은 양 팀 감독의 전술 철학에 비해 그리 크게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의 전체적인 판도로 볼 때, 맨유에서 손꼽을 수 있는 이번 경기 키 플레이어는 중앙 미드필더의 슈퍼스타, 폴 포그바가 될 것이다. 단순히 그가 '슈퍼스타'라는 점과 미드필더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펼쳐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키 플레이어로 손꼽힌 이유는 맨시티의 공격 방식과 연결된다. 앞서 말했 듯,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 철학은 '높은 볼 점유율 유지와 압박'이라 말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높은 볼 점유율을 지향한다고 해서 절대 '티키타카'를 구사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바르셀로나 시절 때는 아기자기한 티키타카를 중심으로 세계 축구를 지배했다 쳐도, 이번 맨시티에서는 그것이 아니라는 거다.



과르디올라만의 경기장 공간 구분

최종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리고, 상대의 하프 라인 지역을 10명의 선수들로 장악하여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별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는 '볼을 점유하는 방식'을 티키타카가 아닌 공격 공간을 지배하는 방법으로 선택했다. 쉽게 말해서, 맨시티의 공격진들은 위에 나와있는 과르디올라만의 경기장 공간 구분법에 따라 경기장의 공격 공간을 모두 골고루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blog.naver.com/toru_100/220795127316 - 이 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맨시티는 이번 맨체스터 더비에서도 맨유를 상대로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 공격 방식을 들고 나올 것이다. , 그렇다면 맨시티가 공격 전체 공간을 활용하는 맨유의 수비 상황에서, 과연 맨유 역시 이에 따라 맨시티의 모든 공격 공간을 커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 10명의 모든 필드 플레이어들이 수비를 하더라도 수비를 할 공간은 언제든지 제한되어있다. 때문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수비 공간을 늘려줄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인 폴 포그바는 지난 유로 2016에서 수비 능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이번 맨체스터 더비에서는 그 수비 능력에 대한 문제를 모두 뒤집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포그바가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수비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거센 압박을 선수들에게 주문할 것이기에, 이러한 맨시티의 광범위한 뒷공간을 노리는 맨유의 자원들은 주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앙토니 마샬이 주로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직접적인 키패스를 공급해줄 자원들은 후안 마타와 웨인 루니로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맨시티가 이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맨유의 수비 진영에서 거센 압박을 펼칠 것인데, 여기서 공격진에게 수비진의 뒷공간을 노리는 직접적인 패스나 마타나 루니에게 패스를 공급해야 하는 주 자원은 누가 될 것인가? 바로 펠라이니와 비교해 공격적인 역할을 맡은 미드필더, 폴 포그바다.




(c) squawka.com

한편 맨시티로는 놀리토를 키 플레이어라 손꼽을 수 있다. 맨유의 입장에서 볼 때, 앞서 말했듯 맨시티의 광범위한 수비진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 마타의 키패스가 필요해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마타는 본래의 포지션인 오른쪽 윙어가 아닌 그보다 조금 더 중앙으로 들어간 위치가 필요해지는데, 이때 마타의 빈 오른쪽 측면 공격 공간을 커버해주는 자원이 바로 오른쪽 윙백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된다.

한편 놀리토가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맡은 공격 공간은 왼쪽의 완벽한 측면이 되겠다. 평소 그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다르게 중앙으로 좁히는 빈도를 줄이고 측면 공간에만 주력했는데, 여기서 그의 역할은 발렌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수비와 뒷공간을 파고드는 정확한 공격이 될 것이다. 마타와 발렌시아의 수비는 중앙과 왼쪽의 페르난지뉴와 콜라로프가 맡고, 놀리토가 발렌시아의 뒷공간으로 파고 들어가 맨유의 수비진을 공략하는 양상이다. 이 경우 상대 수비진의 간격을 늘릴 수 있거나 왼쪽 미드필더인 포그바의 수비적 약점을 공략할 수도 있게 된다.

맨유의 오른쪽 측면이자 맨시티의 왼쪽 측면, 그리고 맨시티의 뒷공간을 노리는 맨유와 맨시티의 중원 공간이 이번 경기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 이들의 숨 막히는 이번 맨체스터 더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10일 저녁. 우리들의 눈앞에서 진정한 '축구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