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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클롭과 리버풀의 관포지교, 'Ver 2.0'으로 진화하다.
병장 서현규 | 2016-09-07 17:42:58 | 1053


(c)twitter.com



클롭의 리버풀이 진화했다. 그가 잉글랜드 축구계에 입성한지 2시즌째가 되는 지금이다. 적응을 완벽하게 마쳤다. EPL만의 12월 박싱 데이와 특유의 빠른 템포를 기반으로 한 거친 축구, 그리고 그의 지난 시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해오지 못했었다는 악조건 등. 확실히 지난 '클롭의 1시즌'때에는 여러 가지로 힘들었었다.

하지만 클롭은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명장'의 칭호를 달고 온 감독이다. 그의 2시즌째가 되는 지금은 확실히 다를 것이다. 기대를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다. 리버풀과 경쟁하게 될 다른 강팀들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팀의 전력을 극대화 시켰다 한들, 콥들은 결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리버풀의 지휘자는 위르겐 클롭이기 때문이다.


- 진화된 클롭의 리버풀과 포메이션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사용된 리버풀의 선발 라인업 (왼쪽부터 아스날전-번리전-토트넘전)



클롭은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4-3-3 포메이션과 4-2-3-1 포메이션을 기용했다. 아스날전과 토트넘전에서는 4-3-3 포메이션을, 번리전에서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지만 사실상 번리전도 4-3-3 포메이션을 활용했다고 보는게 맞다. 아담 랠라나가 미드필더 라인으로 내러가고, 쿠티뉴와 피르미누, 스터리지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이 형성됬다.

글의 바로 뒷부분에서 자세하게 소개할 내용이지만, 클롭의 4-3-3 포메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각 라인 사이의 간격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클롭 감독은 선수들의 강력하고 매우 거센 압박을 기반으로 한 '게겐 프레싱'을 애용하는 전술가다. 때문에 이 게겐 프레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선수들의 간격이 가장 중요한데, 클롭 감독은 이 간격 문제를 4-3-3 포메이션으로 해결했다.


- 클롭의 리버풀 'Ver 2.0'.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인 사이의 간격

클롭 감독이 지난 시즌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EPL에만 존재하는 박싱 데이의 일정 소화였다. 그는 토트넘과의 리버풀 데뷔전 경기에서부터 강도가 매우 거센 압박을 들고 나오며 콥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었는데, 문제는 이 압박 때문에 소모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체력으로 12월 말에 좁은 간격으로 경기가 펼쳐지는 박싱 데이의 페이스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강도가 거센 게겐 프레싱은 계속해서 사용하되, 박싱 데이까지 소모할 수 있는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 큰 숙제로 남겨졌다.







그렇기에 클롭 감독이 이에 대해 제시한 해답은 4-3-3 포메이션을 기용해 '수비 라인 - 미드필더 라인 - 공격 라인'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그 라인 사이의 지역 안에서 압박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위 장면이 그 대표적인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이 약 6-7m 정도의 거리를 두어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가, 이 라인 사이로 상대의 볼이 연결되면 좁은 간격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압박 진영을 형성시켰다.

처음부터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이 좁게 설정되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강한 압박을 나서는데 있어 비교적 큰 체력적 제약을 받지 않았다. 라인 사이의 간격을 좁힘으로써 게겐 프레싱을 활용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라인과 라인 사이의 간격을 이용해 활용하는 게겐 프레싱은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의 조합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거센 압박을 추구하는 클롭 감독의 특성상 '미드필더 라인+공격 라인'의 조합을 위해 이 라인 사이의 간격을 통한 게겐 프레싱을 고안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위 두 장면은,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이 각각 중원 지역과 상대의 수비 지역에서 라인 사이의 간격을 이용해 강한 압박을 불어넣는 상황이다. 중원 지역에서 가하는 압박은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이 약 4m까지 좁혀 상대에게 거센 압박을 가하고 있고, 공격 라인에서 진행하는 압박은 약 8m 정도까지 좁혀 볼을 탈취하고 있다. 미드필더 입장에서 볼 때, 중원 지역에서 압박하는 것보다 상대의 수비 지역에서 압박하기 위해 뛰어야 하는 거리가 더욱 많으므로 두 간격이 2배가량 차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을 이용해 중원 지역에서 압박하는 것과 상대의 수비 지역에서 압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 압박하는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들 수 있다. 중원 지역에서 압박하는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해보자면, '상대팀이 수비진에서 볼을 돌림 → 리버풀은 높은 수비라인을 기반으로 팀의 전체적인 라인을 전진시킴 → 공격 라인에서 전방 압박을 나서지 않는다면 미드필더 라인과 간격을 좁힘 → 상대팀의 패스가 이 사이 공간(팀의 중원)으로 배급될 경우 간격을 단숨에 4m까지 좁혀 거세게 압박'이러한 과정을 얘기할 수 있다.

반면 상대의 수비 지역에서 압박하는 과정을 얘기해 보자면, '상대팀이 수비진에서 볼을 돌림 → 공격 라인이 전방 압박을 나섬 → 이 상태에서 상대가 불완전한 롱 볼로 볼을 처리하면 성공, 윗선의 미드필더가 내려와 볼을 받으면 실패 → 실패의 경우, 상대의 미드필더가 볼을 받을 때 불완전한 상태로 받거나 시야를 상대편 골대를 향해 쳐다보고 있을 경우 미드필더 라인이 순간적으로 올라와 거세게 압박 → 이 때 수비 라인도 미드필더 라인을 따라 같이 올라와 줘야 됨'

마지막으로 한가지 참고를 하자면, 위의 중원 지역에서 압박하는 장면은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의 간격 변화가 없었고, 상대의 수비 지역에서 압박하는 장면은 압박을 가하고 있는 헨더슨이 후방에서부터 약 9m가량을 순식간에 뛰어 올라왔다.


클롭의 리버풀이 지역의 구분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는 압박의 구성원        


-공격은 압박을 머리에 새기면서

클롭의 전술은 결과적으로 게겐 프레싱에서 시작하여 게겐 프레싱으로 끝난다. 그에게 괜히 '게겐 프레싱 장인'이라는 별명이 붙혀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는 압박을 사랑하는 만큼 선수들에게도 공격시 압박을 항상 머리에 새길 것을 주문했는데, 사실 '공격시 볼을 뺏기자마자 바로 압박을 가한다.'라는 이론은 우리가 이미 80-90년대에 축구계를 휩쓸었던 아리코 사키의 '사키이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이러한 사키이즘을 팀에다가 극대화 시켜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리코 사키의 사키이즘이 현대 축구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유 중 하나가 '볼을 빼앗겨 수비 진영으로 후퇴한 후 다시 공격 진영으로 넘어갈 체력을 아껴 그 자리에서 바로 수비한다.'라는 명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 클롭 감독은 이러한 요소를 받아들였지만 조금 비중을 줄여 '압박'과 '공격권의 재탈환'이라는 목적을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추구했었다.




리버풀이 지난 토트넘전에서 기록한 태클과 파울 스탯


우리는 클롭 감독이 이러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게겐 프레싱을 원한다는 사실을 지난 토트넘전을 통해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의 리버풀은 토트넘을 상대로 전체 32번의 태클 중 10번의 태클을, 전체 17번의 파울 중에서 11번의 파울을 모두 하프 라인을 넘긴 토트넘의 진영에서 범했었다.




자, 그렇다면 리버풀은 어떠한 공격 진영을 가져갔길래 이러한 수치를 낼 수 있었을까?

공격 라인에 쿠티뉴, 피르미누, 마네가 위치하는 4-3-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볼 때, 주로 미드필더 라인에 위치한 아담 랠라나와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공격 라인에 활발하게 가담한다. 때문에 쿠티뉴, 피르미누, 마네, 바이날둠, 랠라나로 이어지는 이 5명의 공격편대가 중원에 위치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볼을 탈취 당한 후 바로 실행할 게겐 프레싱을 생각해 좁은 간격으로 형성되어있는데, 여기서 이 5명의 선수들의 특징이 나오게 된다. 이들은 모두 윙어를 볼 수 있을 만큼 발재간이 준수하거나 뛰어나고, 좁은 공간에서 뛰어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적은 공간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동시에, 이러한 좁은 간격으로 인해 효율적인 게겐 프레싱을 펼칠 수도 있게 된다. 사실 리버풀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아스날을 상대로 4골이나 터뜨릴 수 있었던 까닭도 이러한 5명의 공격편대에서 좋은 플레이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5명의 공격 편대가 좁은 공간에서 먹히지 않을 때, 이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은 선수가 바로 양쪽 좌우 윙백인 나다니엘 클라인(RB)과 알베르토 모레노/제임스 밀너(LB)이다. 이들은 좌우 측면으로 넓게 전진하여 리버풀이 경기장의 전체적인 공간을 쓸 수 있게 하도록 유도해 준다. 때문에 윙백들의 공/수 참여가 활발하지 않다면 리버풀은 공격시 중원 공간만을 활용하여 상대의 골문을 노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전체적인 공격 대형은 헨더슨이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로브렌(클라반) - 헨더슨 - 마티프(로브렌)'의 수비 라인이 뒷공간을 커버해준다.






여기서 공격진의 가운데에 형성된 '5명의 좁은 공격진'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해보자면, 여기서 피르미누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게 된다면 좌우로 넓게 움직이며 공격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이 되어준다. 그리고 피르미누가 비운 빈 자리를 랠라나, 마네, 바이날둠, 쿠티뉴 이 4명의 선수들이 되는대로 커버해주게 되는데, 여기서 주로 오른쪽의 최전방을 맡는 선수는 사디오 마네가 된다. 마네는 리버풀의 공격진에서 쉼표와 마췸표의 역할을 모두 뛰어나게 수행해줄 수 있는 만능적인 공격 자원이 되어준다.

반면 스터리지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들어올 경우에는 피르미누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들어올때에 비해서 공격진영의 움직임이 조금 더 정적으로 변한다. 스터리지는 피르미누와 같이 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팀의 공격을 도와주진 않지만, 주로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돌아다니며 스트라이커로써의 역할을 해줬다.

리버풀의 공격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확실한 것 하나는, 그들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는 그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만능의 자리란 것이다. 저 자리에는 5명의 공격진 중 그 누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다. 실제로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아담 랠라나와 필리페 쿠티뉴가 이 위치에서 득점을 뽑아냈었다.


하지만 5명의 공격진이 앞서 말한대로 모두 좁은 공간에서만 뛰어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보니, 넓은 공간을 크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고름이 지난 번리와의 경기에서 드러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리버풀이 번리와의 경기에서 나쁜 공격 전개를 펼쳤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공격 전개 방식은 상당히 뛰어났었는데, 중요한 순간순간에 선수 한 명이 실수하면서 그 공격 기회들을 모두 무산시켰던 것 뿐이었다.

그렇기에 좁은 공간만을 활용하여 플레이가 잘 펼쳐지지 않았다면 토니 크로스와 같이 넓은 공간을 크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통해 공격을 전개할 줄 알아야 했다. 헨더슨은 상대의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 수비 라인에 처져있는 상황이고, 좌우 윙백은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을 때, 과연 현재의 리버풀에서는 누가 그 역할을 해줄 수나 있을까? 글쎄, 그나마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쿠티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전방 압박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리버풀이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실점한 6골들을 살펴본다면, 그 중 2골은 상대의 전방 압박에 의해 실점한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리버풀 입장에서 볼 때는 억울한, 실점을 막을 수 있는 골들을 허용해준 것이었다.







리버풀이 상대의 전방 압박으로 인해 실점을 내어준 장면들을 분석해 본다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상대가 전방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수비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라는 사실이다.

물론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실점한 첫번째 장면이야 월콧을 마킹하지 않은 모레노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팀이 상대의 전방 압박진영에서 벗어나 전방으로 빌드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고(빌드업을 진행하다 아스날의 전방 압박에 끊김), 앞서 말했듯 공격진에서는 전체 공간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윙백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공격을 나간 모레노 입장에서는 팀이 끊겨 실점한 저 장면이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두번째 장면을 보라. 클라인이 볼을 소유하다 시도한 패스가 끊긴 상황에서, 중앙 수비진의 간격이 왜 이렇게 넓었을까? 로브렌이야 볼을 소유하고 있던 클라인의 후방 패스를 받기 위해 저 위치로 이동할 수는 있겠지만, 도대체 그 상황에서 샘 보스크를 눈앞에 두고 있는 클라반은 왜 로브렌과의 거리를 좁히지 않았을까. 번리가 전방 압박을 거세게 나갔단 사실을 뻔히 아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수비에 대한 집중력 부족, 그리고 전방 압박에 대한 대처 미숙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리버풀은 이것들 이외에도 전방 압박을 모두 거세게 나선 아스날, 번리,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전방 압박 대처 미숙으로 위기를 겪을뻔 한 적이 몇 번 더 있었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클롭의 리버풀이 이번 시즌을 해쳐나가는데 있어 커다란 숙제로 남을 것이다.


클롭의 리버풀 'Ver 2.0'은 이미 시작됬다. 조제 무리뉴, 펩 과르디올라, 안토니오 콘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아르센 벵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등의 세계적인 명장들과 펼쳐지는 이번 2016/2017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클롭을 시험하는데 있어 그 무엇보다 잔인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자신을 '노말 원'이라 자칭하며 4년 안에 리버풀을 우승시키겠다고 장담한 위르겐 클롭. 2년째가 되는 새로운 해가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