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
전자서명란
서명초기화
확인

스킵 네비게이션


커뮤니티

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콘테의 첼시, 푸른 비상을 시작하다.
병장 서현규 | 2016-08-29 19:44:07 | 1118


(c)varzesh11.com



첼시가 또다시 변했다. 지난 시즌의 첼시는 잊혀진듯 하다. 시작이 좋다. 새롭게 시작된 2016/2017 프리미어리그에서 진행된 3경기 중 3경기 모두 승리를 거뒀다. 맨체스터 형제를 제외한다면 현재 EPL에 참가한 20개 팀들 중 3승을 거둔 유일한 팀이다. 이번 시즌 새롭게 첼시의 감독직에 부임한 이탈리아 출신의 명감독, 안토니오 콘테가 1년 전 그들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나섰다.

물론, 아직은 새로운 EPL이 개막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아직까지 각 팀들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까지의 경기력으로 보아 첼시에게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분명 발전한 기색이 보인다. 콘테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첼시는, 지난 3경기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여줬을까?


- 4-2-4 포메이션의 신선함을 갖고 오다.






콘테 감독이 선보인 첼시의 4-2-4 포메이션

        

콘테 감독은 시즌 개막 전부터, 그가 첼시에서 백3 포메이션을 사용할 것이라는 여러 축구팬들의 예상을 들어주지 않았다. 프리시즌 때부터 4-2-4 포메이션을 선보이며 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베스트 라인업에 포함되있는 선수들만 놓고 따져본다면 사실 저번 시즌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미드필더에 포진되어있는 은골로 캉테만 제외한다면, 지난 시즌과 사실상 아예 똑같다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콘테 감독의 4-2-4 포메이션은 "포메이션은 숫자놀음일 뿐" 이라는 말과 같이 매우 유기적인 형태로 움직인다.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이 사용한 조직적인 4-2-4 포메이션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형태라 볼 수 있다. 유기적인 4-2-4 포메이션과 조직적인 4-2-4 포메이션의 차이는, 유기적인 4-2-4 포메이션이 조직적인 4-2-4 포메이션에 비해서 양쪽 윙백들의 오버래핑이 더욱 활발하고, 미드필더의 공/수 참여도가 매우 짙고, 감독이 전체적인 선수들에게 주문한 요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쉽게 말해서 유기적인 4-2-4 포메이션에 포함되어있는 선수들이 조직적인 4-2-4 포메이션의 선수들보다 경기 내에서 더욱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팀의 중원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펼쳐줄 수 있는 은골로 캉테의 영입은, 콘테의 이러한 전체적인 전술적 스타일에 있어 단비와 같은 작용을 해줬다.


-콘테의 첼시는 '공격적'이다.

우리가 이 글을 통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콘테의 첼시는 '수비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 그가 이탈리아 출신의 지도자라는 점과, 지난 5년간 유벤투스와 유로 2016에서 이탈리아 축구 국가 대표팀을 이끌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콘테는 첼시에서도 단단한 수비 축구 구사하고 있다.'라고 오해하고 있다.

콘테 감독이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단단한 수비 축구를 구사하며 성공을 거뒀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첼시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콘테 감독이 애초에 이곳에서 단단한 수비 축구를 구사했을 생각이었다면, 그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은골로 캉테가 아닌 노쇠화된 센터백 라인을 리빌딩해야 했을 것이다.



첼시의 공격시 움직임



지난 웨스트 햄과의 1R 경기에서 2-4-4의 공격 형태를 가져가는 장면



콘테의 첼시가 4-2-4 포메이션에서 공격을 진행하게 된다면, 위에 나와있는 '첼시의 공격시 움직임'의 그림과 같이 움직이게 된다. 그 밑에 나와있는 웨스트 햄과의 1R 경기에서 보여준 2-4-4 형태는 매우 공격적인 포진으로 나올 때 가져가는 대형이고, 주로 공격시 아스필리쿠에타나 이바노비치 중 한 명이 오버래핑을 나가게 된다면 나머지 하나는 수비에 치중하게 된다. 지난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3경기를 통틀어 볼 때, 이 중 비교적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윙백은 오른쪽의 이바노비치였다.



전방 압박을 수행하는 첼시 (1)


전방 압박을 수행하는 첼시 (2)


콘테 감독의 첼시는 수비 진영과의 밸런스는 생각하되공격 진영에 많은 숫자를 투입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정했다. 적게는 5-6명부터 많게는 8명 까지가 그가 정한 공격 숫자였다. 평균적으로는 7명 정도의 선수들이 공격시 공격 진영에 위치했다. 콘테 감독은 이러한 공격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로 공격의 기반이 되는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었는데, 첼시는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평균 61.6%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다.

공격 진영에 많은 숫자를 투입하여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숫자가 많다 보니 공격 진영에서 볼을 뻇기자마자 즉각적으로 거센 압박을 가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전방 압박을 가할 때 그 지역을 크게 2가지로 나누는데, 이것은 위의 '전방 압박을 가하는 첼시 (1)'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지역인 '상대 수비의 깊숙한 지역'과 그보다 윗선에 위치하고 있는 '상대의 수비 라인 지역'으로 구분하도록 하겠다.


 첼시의 전방 압박 지역 구분


       

여기서 위에 표시되어있는 파란색 지역이 앞서 언급한 '상대 수비의 깊숙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코스타와 윌리안, 아자르 등의 공격진들이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곳에서 거센 압박을 가해 상대 수비진들에게 부정확한 롱 볼을 유도해내는데, 이 부정확한 롱 볼은 뒷공간에 위치해있는 테리와 케이힐이 커버해준다. 이 센터백 라인이 공중볼에 비교적 강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이 지역에서 전방 압박이 이뤄져야지 비로소 첼시가 완벽하게 가져가는 경기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편, 만약에 전방 압박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있는 '미드필더 진영 압박'지역, 즉 앞서 말한대로 말해 '상대의 수비 라인 지역'에서 전방 압박을 가하게 된다면 이때는 중원의 은골로 캉테가 주인공이 된다. 이곳에서의 전방 압박은 '공격 진영 압박 가능'의 지역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이 이유는 상대가 이 지역에서 공격진에게 우리편의 수비 라인 뒷공간을 노릴 수 있는 패스를 충분히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백 라인인 테리와 케이힐의 단점은 느린 주력이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더욱 거칠고 역동적인 전방 압박이 요구되는데, 1차적인 공격 차단에 매우 능한 캉테가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첼시가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2실점만을 허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캉테가 '미드필더 진영 압박'지역에서 공격을 끊어내고 있는 모습


       

만약, 앞선의 공격 차단에도 굴하지 않고 상대의 공격이 첼시의 수비진까지 진행됬다면 이때는 센터백 존 테리가 주인공이 된다. 이때 그의 역할은 2차적인 '공격 차단'이 아닌 '공격 지연'이 된다. 앞서 말했지만 그의 단점은 느린 주력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공격 차단을 목표로하여 상대의 공격에 섣불리 발을 딛다가는 순식간에 넓은 뒷공간을 허용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첫 임무이자 최종 목표는 상대의 공격 지연이 될 것이다.

존 테리가 상대의 공격 지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면, 이후 첼시는 빠르게 4-5-1 형태의 수비 진영으로 변환하게 된다. 이 수비 형태에서 상대의 볼을 탈취하고 공격 형태로 변환하게 된다면 다시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에 많은 공격 숫자를 투입하게 된다. (빠른 역습이 이어지지 않을 시) 첼시는 이러한 패턴으로 경기를 계속해서 운영해 나갔고, 이는 결국 콘테의 수비적인 운영이라 보기에는 매우 어려웠다.


-콘테의 중앙 미드필더 딜레마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첼시의 중앙 미드필더 2명은 은골로 캉테와 네마냐 마티치였다. 브리스톨 로버스와의 컵대회에서만 파브레가스가 선발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콘테 감독이 무리뉴 체제에서 각광받았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주전으로 쓰지 않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내용이지만, 콘테 감독은 '유기적인' 4-2-4 포메이션을 기용하는 감독임.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가 이러한 형태의 포메이션에 녹아들기 위해서라면 공/수 모두에서 뛰어나야 하는데, 파브레가스는 이런 형식의 미드필더가 아님. 마티치와 캉테가 콘테가 원하는 미드필더 자원에 특화된 선수. 앞서 '미드필더 진영 압박' 지역은 그 어느 지역보다 중요한 전방 압박 지역이고, 그 지역을 압박해야 되는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라고 소개함. 파브레가스가 과연 이 위치에서 캉테와 마티치보다 거세고 역동적인 전방 압박을 가해줄 수 있을까?


파브레가스가 없으니 생겨나는 문제점 (1)


파브레가스가 없으니 생겨나는 문제점 (2)



결과적으로 콘테 감독이 파브레가스를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시켰던 이유는 수비적인 면에서의 안정성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수비적으로만 너무 신경 쓰다 보니까 공격 쪽에서 잘 안 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 왓포드와의 프리미어리그 2R 경기에서 크게 드러나게 되었다. 이날 첼시는 왓포드의 홈구장, 버커리지 로드에서 80분까지 왓포드에게 1-0으로 끌려가다 80분, 87분에 2골을 연속적으로 뽑아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78분에 투입된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엄청난 공격적 기여를 해준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캉테와 마티치가 배치되어 있는 첼시의 중원에서는 전방으로 정확하게 패스를 배급할 수 있는 자원이 없었다. 물론 공격 라인에 위치하고 있는 오스카가 팀의 수비 진영까지 온 경기장을 누비벼 첼시의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이 돼주었지만 패스 한 방에 수비진을 뚫어줄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은 없었다. 때문에 이날 첼시의 공격은 측면으로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고, 매우 견고했던 왓포드의 수비진은 파브레가스 없이 뚫을 수 없었다. 첼시는 이날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43%, 중앙으로 26%, 왼쪽 측면으로 31%의 비율로 공격했다.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보여준 오스카의 히트맵 (c)whoscored.com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첼시의 오른쪽 윙어에게 전달된 패스 루트



연결 고리 역할을 위해 온 경기장을 누비벼 팀에 헌신했던 오스카도 결코 파브레가스의 역할을 메꾸지는 못했다. 좁은 공간에서 탈압박을 하거나 상대의 공격 진영에서 센스있는 패스를 연결하는 등. 충분히 팀에 도움을 줄만한 장면은 많이 연출했다지만 부족한 한 조각의 퍼즐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공격의 한 부분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지난 번리전에서 제시했다. 왓포드전과 마찬가지로 공격은 측면에 중점을 두되, 오른쪽 윙어인 윌리안을 넓게 포진시켜 경기장을 매우 넓게 쓰는 것이었다. 어찌보 면 홈에서 상대하는 번리를 상대로 경기장을 넓게 쓴다는 말은 매우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기장을 넓게 쓴다.'라는 명제를 매우 잘 살린다는 것이었다.

콘테 감독은 이 명제를 잘 살리기 위해, 선수들에게 오른쪽에 넓게 포진되어있는 윌리안 쪽으로 순조로운 방향 전환을 시도해 보일 것을 주문했다. 위에 나와있는 패스 표시는 지난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첼시의 오른쪽 윙어에게 배급된 패스 루트를 나타낸 그림이다. 각각 나눠져있는 세 그림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번리와의 경기에서만 유난히 오른쪽 윙어에게 배급되는 방향 전환의 패스가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콘테 감독의 이러한 해결책 경우, 이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나 컨디션의 여부에 따라 효과가 좌지우지될 확률이 높아진다. 중원이나 왼쪽 측면에서의 정확한 롱 킥 능력과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윙어나 윙백의 정확한 트래핑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른쪽 측면에게 방향 전환 패스를 공급해주는 다른 한 쪽에서 상대의 압박이 거세게 들어온다면, 그 압박을 벗어나는 능력까지 자동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역시 파브레가스의 공백을 완벽히 메꿔줄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이라고는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바이다.


프리미어리그 입성 1시즌째. 분명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 클롭 감독이 잉글랜드의 축구 스타일에 큰 어려움을 겪었듯이 그 역시 여러 문제를 피해가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짧은 결과만 갖고 본다면 벌써부터 첼시 팬들의 마음은 1년 전,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를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첼시를 '비상'시키려 온 이탈리아 남자, 안토니오 콘테. 그는 런던을 다시 파랗게 물들일 수 있을까? 그의 프리미어리그 점령기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