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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티키타카를 구사하지 않는다.
병장 서현규 | 2016-08-24 21:37:39 | 1865


(c)skysports.com


       

201621. 유럽 축구계를 쥐어잡았던 한 축구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전 세계의 스포츠 기사가 뜨겁게 달구어졌다. 세계 축구팬들은 그의 EPL 도전에 대해 모두 환호했다. 꿈만 같았던 일이 현실로 찾아온 것이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으로 스페인과 독일 축구를 지배했던 남자, 펩 과르디올라의 이야기다.

덕분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정식적으로 참여하는 2016/2017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EPL에서 본격적인 '점유율 축구'를 볼 수 있다는 많은 얘기들이 오고 갔었다. 새롭게 맨유 감독직에 부임한 무리뉴와의 라이벌 관계, 잉글랜드 현지 적응의 문제, 그리고 거대한 자본 속에서 함께하는 여름 이적 시장 등의 화젯 거리들보다 더욱 각광받았던 요소가 그의 점유율 축구에 대한 방식이었다. 다른 리그에 비해 경기 템포가 월등히 빠르고, 선수들의 몸싸움이 더욱 거칠다고 평판이 난 프리미어리그만의 환경적 요인 때문이었다.

이러한 전술에 대한 요소가 뜨거워지는 것은 좋지만, 언제나 관심이 많아지면 오해도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많은 축구 팬들이 과르디올라가 이러한 점유율 축구를 구사한다 해서 '펩의 맨시티는 티키타카를 구사하는구나!'라고 오해하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프리미어리그 1R 경기였던 '맨시티-선덜랜드'전에서도 '맨시티는 티키타카를 구사하며 ~~한 전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와 같은 해설들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대해 많은 축구팬들이 오해하고 있단 사실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본보기였다.


그렇다면, 과르디올라는 도대체 맨시티에서 어떠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티키타카가 아닌, '공간을 중시하는' 전술을 펼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에 대한 결정적인 이유로는 펩의 맨시티를 소개하면서 글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펩 과르디올라만의 공간 구분 법



과르디올라 경기장의 공간을 구분한 결과물(좌)과 과르디올라가 구분한 공간을 필자가 개인적으로 분류한 결과물 (우)




과르디올라는 피치 위의 공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이다. 때문에 그는 위의 왼쪽 그림과 같이 경기장의 공간을 분류했는데, 여기서 경기장을 5조각의 세로 모양으로 나누어 볼 때 가장 왼쪽 측면부터 '왼쪽 측면(Left Wing) - 왼쪽 하프 스페이스 (Left Half - Space) - 중앙 (Centre) -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 (Right Half-Space) - 오른쪽 측면 (Right Wing)'으로 구분한다. 쉽게 말해, 위의 오른쪽 그림에서 '7, 4, 2, 1'이 표기된 세로축이 왼쪽 윙이고, 5가 표기된 축이 왼쪽 하프 스페이스 공간이라는 얘기다.

자, 그렇다면 이제 위의 오른쪽 그림에 나타나있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분류한 공간들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경기장의 밑쪽에서 위쪽으로 공격 방향을 정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1 - 골라인과 사이드라인으로 막혀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현대 축구에서는 이 공간을 잘 사용하지 않아 '죽은 공간'이라고도 불리는데, 펩은 점유율과 패스 플레이를 중시하던 바르셀로나 시절에 골킥 시 센터백들을 이 공간으로 이동시켜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진정한 패스 플레이를 실현시켰다.

2 - 수비시 상대에게 최우선으로 공격 공간을 허용하는 곳이다. 수비 라인을 매우 높게 전진시켜 역습에 취약하다는 펩의 특성상, 상대가 역습을 나올 때 수비 라인을 매우 촘촘한 간격으로 유지시키며 1, 2, 3 공간 중 가장 중요도가 낮은 공간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맨시티의 윙백들을 모두 중앙으로 이동시켜 빌드 업을 하는 묘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매우 낮은 위치에서 빌드 업을 진행할 시에는 윙백들을 이 공간으로 이동시켜 (원래 있어야 할 자리지만) 상대의 전방 압박을 벗어난다.  

3 - 펩이 수비 진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다. 앞서 말한 수비시에도 이 공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수비진에서의 빌드 업이 이뤄지는 핵심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윙백들을 이 공간과 5번의 밑 공간으로 이동시켜 빌드 업을 하는 장면을 본다면, 펩이 이 공간을 얼마나 중요시 생각하고 있는지 감안이 될 것이다. 

4 - 펩의 맨시티에서 윙어들이 다뤄야 할 공간이다. 최근 현대 축구에서 보여지고 있는 보편적인 전술로 볼 때는, 평상시에는 윙어가 이 공간에 위치하다가 중앙으로 좁힐 때 윙백들이 이곳으로 올라오곤 하는데, 펩의 맨시티는 다르다. 현대 축구에서 이 영역을 윙어와 윙백이 모두 맡아야 할 영역으로 보고 있다면, 펩의 맨시티에서는 윙어들이 주로 이용해야 할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따 자세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5 - 펩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현대 축구에서 '하프 스페이스'라 불려지는 공간이다. 이곳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공간은 현대 축구에서 원톱과 윙어들이 가장 많은 득점을 뽑아내고 있는 공간이다. 플레이 메이커가 이 공간에 서게 된다면 왼쪽 대각선, 직선, 오른쪽 대각선, 반대편 오른쪽이라는 4가지 패스 선택권을 순간적으로 갖게 된다. 또한 득점을 노리는 윙어들과 공격수들은 이 공간을 통해서 수비수들의 사이 공간을 핵심적으로 노릴 수 있다. (주로 센터백과 윙백 사이) 또한 지금 팀에는 케빈 데 브루잉이 이 공간을 가장 잘 사용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하프 스페이스를 가장 잘 이용하면서 이곳을 사랑하는 감독과 선수가 만난 현재의 맨시티다.

6 - 펩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빌드 업에 있어 중추 신경이 되는 부분이다. 빌드 업의 중심이 되는 페르난지뉴가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며, 다비드 실바도 왼쪽 하프 스페이스와 이 공간을 겸하며 팀의 공격 전개를 도와준다. 스트라이커인 아구에로 역시 이 공간으로 내려와 공격의 연결 고리 역할이 되어준다.

7 - 펩의 맨시티에서는 그리 각광받지 못하는 공간이다. 빠른 주력을 갖고 있는 윙어들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라면 이 공간을 누구보다도 애용하겠지만, 펩이 지휘봉을 갖고 있는 이번 시즌 맨시티에서는 이 공간을 그리 좋게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털링은 4번 공간과 8번 공간으로 좁히는 플레이를 좋아하는 선수고, 나바스야 이 공간을 조금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선수로 보이겠으나 현재로서는 4번 공간에서 중앙으로 볼 배급을 많이 해주는 역할을 맡았었다. 개인적으로는, 놀리토가 맨시티 선수들 중에서 이 공간을 가장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8 - 스털링과 아구에로, 그리고 케빈 데 브루잉 등의 선수들이 골을 넣기 위해 공존하는 공간이다. 특히나 스털링은 지난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이 공간을 매우 많이 사용했었다. 5번과 6번 공간을 애용하는 펩의 특성상 이 공간 역시 그리 좋게 사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4-1-4-1과 4-3-3. 아직은 실험 단계인 포메이션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3경기에서 꺼내들은 선발 포메이션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3경기에서 4-1-4-1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었다. 아무리 포메이션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펩이라하지만, 확실히 4-1-4-1과 4-3-3의 차이점은 눈에 띄게 보였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다비드 실바와 양쪽 윙어의 위치 / 움직임이었다.



윙백들이 중원으로 전진한 장면



과르디올라의 4-1-4-1 포메이션시 윙어들의 역할


       

우선, 과르디올라의 4-1-4-1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의 차이를 알기 위해선 앞서 설명한 윙백들의 중원 이동부터 알아둬야 한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서의 윙백들은 많이 남다르게 움직였다. 펩은 바르셀로나와 뮌헨에서도 그랬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수비 라인을 팀에게 요구하고 있는 감독이다. 높은 수비 라인을 바탕으로 하프 라인 근처에서 빌드 업을 진행할 시에는, 중앙 미드필더인 페르난지뉴가 두 센터백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온 후 좌우 윙백들이 그의 앞 공간으로 전진해 '2-1-2, 3-2'형태의 빌드 업 진영이 갖춰졌다. 반면, 펩의 의도와는 다르게 수비 라인이 낮은 상태에서 빌드 업이 진행되거나 상대가 강력한 전방 압박을 들어올 때에는 양쪽 윙백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측면으로 벌려줘) 공격 진영으로 패스를 전개했었다.

결과적으로, 펩의 기본 베이스로 되어있는 빌드 업 형태로는 좌우 윙백들이 중원으로 좁혀준 '2-1-2, 3-2'와 같은 대형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측면 공간은 좌우 윙어들이 온전히 맡아줄 수밖에 없어지는데, 앞서 펩만의 공간 구분 법에서 언급한 '4번 공간을 윙어들이 주로 다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윙백들이 중원으로 좁혀준 상태에서, 좌우 윙어들이 해줘야 하는 역할은 '측면 공간을 통해 수비진에서 공격진으로의 볼 운반'이다. 그렇기에 빠른 주력과 수비와의 1대 1돌파에 일가견이 있는 스털링이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살아난 것이었고,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독일의 신성 르로이 사네를 영입한 이유도 이러한 전술적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비드 실바가 지난 3경기에서 기록한 히트맵 (c)whoscored.com


4-3-3 포메이션에서 데 브루잉이 가져가는 역할




4-3-3 포메이션에서 다비드 실바는 라인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이 되주었다. 4-1-4-1 포메이션으로 나왔던 지난 선덜랜드전과 슈테아우아전에서는 주로 상대의 밀집된 수비 라인에 들어가 공격의 연결 고리가 되주었다면, 4-3-3 포메이션에서는 미드필더와 공격 라인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주었다.

특히나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캐빈 데 브루잉이 벌려진 3톱 사이의 공간으로 침투하라는 펩의 주문을 받으면서 다비드 실바는 어쩔 수없이 자동적으로 비교적 낮은 위치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어졌다. 이때, 데 브루잉이 3톱의 공간 사이로 들어갈 때는 항상 과르디올라가 구분한 공간에 맞춰서 들어가야 했다.

결과적으로 과르디올라 감독의 4-1-4-1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을 비교해 본다면, 4-1-4-1 포메이션은 비교적 측면에 힘을 주는 카드로 쓰일 것이고 4-3-3 포메이션은 그보다 중앙에 힘을 실어주는 대형으로 기용될 것이다. 물론 후에 또 어떠한 포메이션을 생각해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지만, 현재까지로만 본다면 이렇다.


-공간 분배의 정석을 보여주다.




맨시티 선수들의 실질적인 공간 분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 경기에서 공간 분배가 이뤄진 장면



자, 그렇다면 이제 앞서 소개했던 과르디올라만의 공간 구분 법과 맨시티의 4-1-4-1 포메이션과 4-3-3 포메이션의 차이를 종합해보도록 하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위 장면과 같이 실제 경기 내에서 선수들에게 적절한 공간 분배를 할 것을 요구했다. 위 장면을 보라. 과르디올라가 구분한 한 공간 내에 3명 이상의 선수들이 위치하는가? 빌드 업의 중추가 되어주는 6번 공간 (아구에로, 나바스, 페르난지뉴가 위치한 중원 공간) 을 제외하고는 모두 2명의 선수들이 최대로 한정되어있다.

좌우 측면 공간과 하프 스페이스 공간 모두에 선수들이 최소 한 명씩 배치되어있는 상태이다. 절대 어느 한 쪽으로 몰리거나 하지 않는다. 심지어 6번 공간에 위치한 아구에로는 언제든지 8번 공간 (상대 페널티 박스) 으로 이동이 가능한 상태다. 또한 윙백들의 중원 이동과 페르난지뉴의 전진으로 인해 중원의 나바스에게는 자동적으로 넓은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가? 이것이 펩이 선수들에게 적절한 공간 분배를 요구한 진짜 이유였다.




데 브루잉 - 놀리토 - 실바의 삼각편대가 각자의 적절한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있는 장면




10명의 모든 필드 플레이어들이 상대의 공격 진영으로 넘어간 장면



펩은 수비 라인에서부터 볼 점유율을 높이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앞서 말한 대로 매우 높은 수비 라인을 즐겨 사용하는 감독이라 했는데, 이에 대한 이유로는 다음과 같이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 수비 라인이 매우 전진된다면 상대의 공격 진영에서 최종 수비 라인과 공격 진영의 간격이 매우 좁아짐 (아구에로도 앞서 소개한 대로 8번 공간 (상대 페널티 박스) 이 아닌 6번 공간 (중원 공간) 으로 쳐졌기 때문) 이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선수들 간의 간격도 좁아지기 때문에 볼 점유율을 유지하기에는 매우 좋아짐  ▲ 오프사이드 라인을 최대화시켜 경기장 전체를 자신만의 영역으로 만들어버림 (거기다가 공격 진영에서의 적절한 공간 분배가 이뤄지기에 경기장 전체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다.) ▲

전진된 수비 라인(선수들의 촘촘한 간격)과 공격 진영에서의 적절한 공간 분배(선수들의 자동적 공간 창출). 맨시티는 이 2가지 요인으로 인해 과르디올라가 원했던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펩의 맨시티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에서 파생된,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는 '티키타카( tiqui-taca)'로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했던 것이 아니었다. 최종적인 득점을 하는데 있어 티키타카의 최종 목적은 상대의 밀집된 수비 지역 안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그 수비망을 뚫는 것인데, 이를 시행시키려면 공격을 진행하는 선수들 간의 간격이 매우 좁아야 한다.

만약에, 과르디올라가 애초부터 맨시티에서 티키타카를 구사하려 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분명 그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르로이 사네와 놀리토를 영입하지 않았을 것이며, 애초부터 선수들에게 이러한 공간 분배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짧은 패스를 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하는 티키타카는 선수들의 간격을 매우 좁혀야 하기 때문에, 공격의 경계선이 없어져야지 실현이 가능해진다.


과르디올라부터 시작하여 안토니오 콩테와 조세 무리뉴, 아르센 벵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그리고 위르겐 클롭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까지. EPL에 모인 이들의 색깔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과연 그중에서 최종적으로 웃게 될 '진짜 명장'은 누가 될까?

'천재' 과르디올라의 색깔은 날이 갈수록 맨시티에 붉게 물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