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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무리뉴 체제의 전술적 열쇠가 되어야 할 후안 마타
병장 서현규 | 2016-08-19 11:53:57 | 1139



(c)dailyrecord.co.uk



나는 지난 시즌 마타의 경기를 보고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그의 능력을 믿는다.


- 조세 무리뉴 -



무리뉴 감독이 본머스와의 2016/2017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승리 이후,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안 마타에 대해서 언급한 인터뷰 내용이다. 그의 맨유 감독직 부임으로 전 세계 스포츠 기사들을 뜨겁게 달구었던 '마타 맨유 방출 설'을 완벽히 일축시킨 한마디였다. 마타는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의 3-1 승리를 직접적으로 도왔고, 또한 평점 7.6 (whoscored.com 기준)을 부여받으며 경기 내에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다음으로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맨유가 마타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인 헨릭 음키타리안과 폴 포그바를 영입한 지금 상황에서,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그의 활약은 분명 무리뉴 감독의 머릿속에 행복한 고민을 하도록 만들어줬을 것이다. 비록 본머스전에서 팬들에게 남긴 모든 임팩트는 새로 영입된 에릭 베일리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모두 터뜨렸었지만, 그전에 후안 마타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맨유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그들이 이러한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변함은 없었던 4-2-3-1 포메이션, 그리고 그 속에서 오른쪽 윙어로 나선 후안 마타



맨유의 본머스전 선발 라인업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정규 시즌 첫 경기에서 꺼내 들었다. 지난 프리시즌과는 포메이션적으로 크게 변한 점이 없었다. 그리고 이 틀에서 그는 마타를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시켰다. 흔히 말하는 '반댓발 윙어'로 기용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볼을 갖고 중앙으로 접은 이후 직접적으로 골을 노린다.'라는 개념의 반댓발 윙어가 아니었다.

반댓발이라는 특성을 살려 중앙으로는 좁히되, 좁히는 위치를 상대의 페널티 박스 부근이 아닌 상대의 페널티 박스와 하프 라인 사이의 중간 지점 정도를 마타가 좁히는 위치로 삼았다. 직접적으로 골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중원에서 전방으로 패스를 뿌려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기 위함이었다



-오른쪽 윙어 자리에서 빛나야 하는 전술적 열쇠


장면1


장면2


마타가 오른쪽 윙어 자리에서 상대의 페널티 박스와 하프 라인 사이의 중간 지점으로 좁히게 된다면, 여기서 맨유의 공격진은 2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가게 된다.

첫째는 순간적으로 좁은 3톱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마타가 3선 라인인 에레라와 펠라이니보다 조금 더 높은 중원으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기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하고 있던 루니가 공격 1선 라인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왼쪽 윙어 자리로 나선 또 다른 반댓발 윙어인 앙토니 마샬 역시 이 공격 라인으로 합류해 '마샬-이브라히모비치-루니'로 이어지는 좁은 3톱이 순간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맨유의 오른쪽 윙백,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 가담을 펼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위 장면에서 볼 수 있듯 마타가 중원으로 좁힘으로써 본머스 수비진들은 이에 따라 왼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지는데, 이때 형성된 오른쪽 측면 공격 공간을 발렌시아가 올라와 활용한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오버래핑에 매우 탁월한 발렌시아의 200% 활용 방안을 마타가 마련한 셈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타가 그 자리에서 수행해야 할 전술적 역할들로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 발렌시아의 공격적 오버래핑에 대한 보좌 (발렌시아에게의 볼 배급, 발렌시아의 뒷공간에 대한 1차적 커버) ▲ '마샬-이브라히모비치-루니'로 연결되는 3톱에게의 직접적 공격 지원 ▲ 마타의 움직임으로 인해 4-3-3 포메이션으로 변환됨. 때문에 중원에서의 전체적인 공격적 역할을 수행해줘야 함 ▲



왼쪽 윙백인 루크 쇼(좌)와 오른쪽 윙백인 안토니오 발렌시아(우)의 본머스전 히트맵 (c)whoscored.com



후안 마타의 본머스전 전방패스 (c)fourfourtwostatszone



마타가 오른쪽 윙어 자리에서 중앙으로 좁힘으로써 위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점은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앞선까지사방으로 모두 패스를 배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보통 그가 중앙으로 좁힌다면 그 주 무대는 주로 중앙 지역이었는데, 때로는 이곳에만 의존하지 않고 완벽한 중원 지역까지 깊숙하게 좁히며 전방으로 패스를 배급했다.


그의 기준으로 본다면, 오른쪽에는 주로 발렌시아가 위치해있고, 앞선에는 이브라히모비치와 루니, 그리고 왼쪽에는 마샬이 위치해 있다. (때에 따라 그들의 위치 변화도 달라지겠지만) 그렇기에 마타의 위치에서 가져갈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는 어느 방향으로 전방 패스를 배급하든 거기에 알맞은 선수가 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타의 장점이라 손꼽을 수 있는 패싱 능력과 볼 간수 능력, 그리고 템포 조졀 능력과 패스의 판단력이 빛을 발했을 것이다.



-때로는 저돌적으로 골을 노렸던 마타



이번 본머스전의 마타에게 있어, 그의 주 임무는 당연하게도 후방에서 전방의 선수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공급해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마타의 활용에 있어 생각을 한 번만 하지 않았다. 두 번 생각했다. 마타에게 부수적으로 수행할 임무를 적용시킨 것이었다.







마타가 주문받은 부임무는 직접적으로 골을 노리는 것이었다. '후방의 중원으로 좁혀 전방으로 패스를 뿌려준다.'라는 주임무를 역으로 발상하여 생각해낸 주문이었다. 그가 보통 주임무를 수행해내기 위해 후방의 중원으로 좁힌다면, 막상 그를 맡아야 할 본머스의 왼쪽 윙백 찰리 다니엘스는 후안 마타가 아닌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수비하게 된다. 전방으로 패스를 배급해야 할 목표를 갖고 있는 후안 마타는 본머스의 수비 라인과 마주할 일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때, 그가 한 번씩 직접적으로 골을 노리기 위해 위 장면들과 같이 수비 라인과 마주하게 된다면? 분명 경기 내에서 마타를 잘 상대하지 않았던 수비진 입장에서는 혼선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타는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여 골을 노릴 수도 있고, 아니면 중앙에 머물면서 골을 만들어주거나 득점을 성공시킬 수도 있었다. 만약 그가 득점을 노릴 심산이라면 위 장면과 같이 중앙 미드필더인 안데르 에레라가 기존 마타의 역할을 대신 수행해줬다. 




특히나 무리뉴의 이러한 2차적인 주문이 있었기에 마타의 소중한 선제골도 존재할 수 있었다. 수비진에서 넘어온 롱 볼을 압박하기 위해 마타가 이동하는 경로를 잘 보면, 왼쪽 윙백 찰리 다니엘스의 등 뒤부터 시작하여 스티브 쿡을 거쳐 사이먼 프랜시스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 후에 프랜시스의 결정적인 패스 미스가 발생하여 마타의 득점이 가능했었지만, 이브라히모비치도, 루니도 모두 밑선에 위치한 상황에서 마타가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었기에 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애초에 무리뉴의 이러한 2차적인 주문은 이브라히모비치와 루니가 밑선에서부터 팀의 공격 전개를 도우며 전진하는 성향을 이용한 것이기도 했다. 이 둘의 이러한 성향으로 최전방이 비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마타에게 이러한 주문을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번 본머스전을 통해서 확실히 중요한 해결책이란 것을 증명해냈다.


이제 2016/2017 시즌이 시작했다. 이야기가 참 많고 많았던 이번 여름 이적 시장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각 팀에 방출설이 드나들고 있는 모든 선수들은, 분명 마타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에 마타를 어떻게 활용할까? 

무리뉴와 마타, 그들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