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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성공이냐 실패냐, 손흥민은 프리시즌에서 어떤 답을 찾을까?
병장 서현규 | 2016-08-01 10:43:59 | 1313

 

(c)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유럽 축구는 바쁘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모두들 8월 시작을 위해 거침없이 준비하고 있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다. 팀의 감독은 정규 시즌의 본격적인 성적 탈환을 위하여 준비해야 하고, 구단 수뇌부들은 이 기간에 펼쳐지는 거대한 이적 시장을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또한 주전 선수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 자리를 노리는 후보 선수들과 팀의 유망주들은 지금 이 기간을 이용해 자신의 축구 인생 반전을 노려야 할 것이다. 


특히나 손흥민과 같이 높은 기대를 안고 새로운 팀으로 이적해왔지만 생각보다 부진했던 선수들에게는 지금 이 기간이 그 어느 기간보다 가장 중요한 기회로 다가왔을 것이다. 감독들은 프리시즌 동안 펼쳐지는 경기에서 그 선수들의 잠재 능력을 이끌어내고 부진의 탈을 벗겨줘야 한다. 그래야지 비로소 정규 시즌에서의 반전을 노릴 수 있다. 그리고 토트넘의 손흥민이, 그 가면을 벗을 수 있었던 기회가 바로 어제 펼쳐졌던 유벤투스와의 기네스컵 경기였다.


(손흥민의 지난 시즌 자세한 전술적 움직임을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다방면 했던 포체티노 감독의 실험


토트넘의 유벤투스전 선발 라인업



포체티노 감독은 유벤투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수비진에는 카메론 카터, 도미티크 볼, 윌 밀러와 같이 생소하고 유망한 선수들을 포진시켰지만, 공격진에는 새로 영입에 성공한 빈센트 얀센을 필두로 나세르 샤들리, 토마스 캐롤, 손흥민 등을 배치시키며 비교적 강력하게 나왔다. 


손흥민의 선발 라인업 위치는 4-2-3-1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였다. 하지만 그는 절대 이 위치에 국한되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매우 광범위하게 그를 실험했다. 왼쪽 윙어 나세르 샤들리와의 수많은 포지션 스위칭을 통해 양발 사용에 능숙한 손흥민은 경기장의 오른쪽/왼쪽 측면 모두를 누벼야 했고, 때로는 공격수 빈센트 얀센과 함께 2톱을 이루며 팀의 공격을 이끌어가기도 하였다. 




손흥민이 위 장면과 같이 공격수 얀센과 2톱을 이루게 된다면, 그 후에는 그가 1차적으로 위치했던 측면의 윙백에 대한 공격적 능력을 요구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위 장면과 같이 손흥민이 왼쪽에 있던 상태에서 2톱을 이루게 된다면 왼쪽 윙백인 윌 밀러의 공격적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고, 반대로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상태에서 2톱을 이루게 된다면 오른쪽 윙백 키에런 트리피어의 공격적 능력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좁힌 이후에는 측면 공격 진영의 공간이 비어버리기 때문)




손흥민이 2톱을 이루게 된다면 샤들리는 상황에 따라 측면과 중앙을 오가게 된다. 만약 그가 중앙으로 좁히게 될 경우에는 양쪽 윙백 모두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필요가 있어지고, ​순간적으로 위 장면과 같이 '샤들리-캐롤-중앙 미드필더(완야먀 or 메이슨)'으로 이뤄지는 삼각형이 중원에 형성될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그가 측면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중원에 '캐롤-완야마-메이슨'으로 이뤄지는 삼각형이 형성될 확률이 증가한다.



손흥민은 얀센과는 같은 2톱에 위치하되, 조금 더 처진 밑선 (공격 1.5선) 에 위치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에게 이러한 주문을 한 의도는 크게 3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다. ▲ 손흥민이 측면에 위치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칠 수 있을만한 특출난 개인기나 중앙으로 제공할 수 있는 뛰어난 크로스 능력을 요구하게 됨. 하지만 그는 이러한 능력에 특출난 선수가 아님. ▲ 손흥민은 골을 넣는 것에 대한 한 방이 있는 선수. 어느 위치에서든, 어느 자세로든 골을 성공시키는데 매우 뛰어난 선수임. 때문에 그 빈도를 높이기 위해 중앙에 배치시킨 것 ▲ 손흥민이 위와 같이 처진 1.5선에 위치하게 될 경우, 위 장면처럼 처진 중원에서는 미드필더진과 공격 2선으로 이뤄진 삼각형이 형성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경우 손흥민에게 어느 정도의 공간이 창출됨 ▲   


(손흥민의 지난 시즌 자세한 전술적 움직임을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하길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toru_100/220705474143)

-손흥민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유벤투스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맞서 그 누구보다 먼저 패스를 받아주기 위해 밑선으로 내려와줬으며, 때로는 자신의 반대쪽 측면까지 이동해 팀을 도우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손흥민의 열정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나 위 장면이 그 예시를 잘 보여준다. 손흥민이 패스를 받으러 밑선으로 내려오는데 그 지역이 결국은 유벤투스 수비진의 압박 진영이었고, 이곳에서 손흥민은 패스를 받자마자 바로 뺏겨버린다. 그리고 볼을 뺏긴 이후 압박을 시도해 공을 다시 되찾았지만, 이후 유벤투스의 재압박에 못 이겨 뒷공간으로 백패스를 연결해야 했고, 그 백패스는 결국 토트넘의 수비수가 아닌 유벤투스의 공격수에게 연결되지 않았는가? 손흥민의 과도한 열정이 부른 화였다.



발재간이나 볼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지 않다는 손흥민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그의 열정은 공격시 절대 혼자서 발휘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동료였다. 위 장면이 그렇다. 유벤투스 2명의 선수들이 토트넘 2명의 선수들을 마킹하니 손흥민은 자유로워지지 않는가? 그것을 이용해 뒷공간으로 쇄도한 손흥민은 충분히 좋은 공격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볼터치 미스로 공격 기회는 무산되지만)


 

 

 

 

 

 

 



손흥민이 열정적으로나, 오프 더 볼 움직임으로나 발전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위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이 경기 당시 토트넘은 유벤투스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못 당해 수비진에서의 빌드업 상황에서부터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이때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손흥민이 빌드업이 진행되고 있는 왼쪽 밑선까지 내려와 팀의 전개를 도왔다. 거의 경기장 대각선을 뛰어온 것이다.


그에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왼쪽 밑선에서의 공격 전개를 도운 이후, 볼이 반대쪽 측면에 위치하고 있는 오른쪽 윙백인 트리피어에게 연결되는 그 틈에 그가 중앙 공격수 위치로 바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한 차례의 상황 안에서 미드필더와 공격수의 역할을 모두 겸하게 되었으며, 당연하게도 이를 상대하는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이런 손흥민을 매우 귀찮고도 언제 위기를 가져다줄지 모르는 존재로 여겼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손흥민의 광범위한 활동량과 볼에 대한 적극성을 통해 얻을 수 이점들을 정리해 본다면 이들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소개할 수 있다. ▲ 앞서 설명했던 2톱의 움직임과 같이 중앙과 측면 지역 모두에서 골고루 볼 터치를 할 수 있다는 점 ▲ 팀의 밑선에서 부터 진행되는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 ▲ 공격 진영에서 진행되는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는 것 ▲ 



-손흥민이 찾아야 할 답은?



(c)en.yibada.com



이번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45분을 소화한 지금, 아직까지는 손흥민에게 한 두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토트넘은 29일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8월 6일에 인테르 밀란과의 경기 일정을 남겨놓고 있는 중이다. 강팀과의 경기들을 남겨놓고 있기에 손흥민이 2016/2017 시즌에서 주전 자리를 꿰찰 확률은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의 가능성이 될 것이다. 


이번 유벤투스와의 경기 때처럼 남은 2경기를 진행하면 안 된다. 뭔가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임팩트가 필요하다. 만약, 이 2경기에서 포체티노 감독의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다. 그는 델레 알리, 조슈아 오노마와 같은 미래가 매우 밝은 잉글랜드 선수들과 공격 2선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할 것이며, 에릭 라멜라,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같은 주전 선수들을 뛰어넘어야 한다. 또한 나세르 샤들리, 토마스 캐롤, 클리턴 은지예와 같은 공격 2선 자원들도 언제 폼이 확 좋아질지 모르는 선수들이다. 그들도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이기에, 만약 이번 기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방심할 수 없는 숨 막힌 2016/2017 시즌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답이든 찾아야 한다. 실패라도 좋다. 성공의 답이 나오면 토트넘에서 환상적인 축구 인생을 이어나가면 되는 것이고, 실패의 답이 나오면 다른 길을 찾아 나서면 된다. 지금 그에게 가장 '실패'라 불릴 수 있는 답은 성공과 실패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최고의 어중간한 답일 것이다. 이번 프리시즌을 통해 반드시 무언가라도 얻어 가야 할 손흥민이다.


2016년, 뜨거운 이번 여름은 손흥민에게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