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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무리뉴의 맨유, 시작은 어땠나?
병장 서현규 | 2016-07-20 17:53:05 | 898



시작이다. (c)manchesterunited facebook.com



열기가 뜨거웠고 환상적이었던 유로 2016과 코파 아메리카는 이제 막을 내렸다. 치열했던 국제 경기가 끝난 지금, 이제 축구계는 정규 시즌으로 돌아가기 위한 채비를 마치고 있다. A매치를 끝낸 선수들이나 이적 시장에 맞춰 머리를 쓰고 있는 감독들이나. 모두가 부랴부랴 하고 정신없는 기간이 바로 지금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기간을 탈 없이 보내야지 다음 16/17 시즌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다. 특히나 지난 시즌 첼시에서의 경질 이후 맨유의 감독 자리에 부임한 무리뉴입장에서는 이번 기간이 그 누구보다 빡빡한 기간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에게는 현재 퍼거슨이라는 큰 조명이 그를 밝혀주고 있는 중이며, 무리뉴는 그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거대한 자본의 투입과 함께 이적시장을 보내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없는 혼란의 틈 속에서, 어제 그의 첫 프리시즌 친선 경기가 DW 스타디움에서 펄쳐졌다. 위건과의 경기였다.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으며,  전반전에는 포수 멘사와 샘 존스톤, 제임스 윌슨을 제외한 1군급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며 실전을 준비했지만, 후반전에는 윌 킨, 야누자이, 마타, 페레이라 등 무리뉴 체재에서 선택받지 못할 것 같은 선수나 평소 소외됐던 선수들을 투입시키며 2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전반전(좌)의 라인업과 후반전(우)의 라인업




-전반전, 수비는 적극적으로​, 공격은 보수적으로

​전반전 무리뉴 감독이 1군급 라인업을 꺼내들며 보여줬던 경기 스타일은 극명했다. 수비는 적극적으로 하되, 공격은 그와 반대로 보수적으로 하라는 그의 주문이었다. 어쩌면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이므로 경기에서 볼을 잡는 팀은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라는 축구 철학을 갖고 있는 무리뉴 감독과 매우 어울리는 구상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위건과의 경기 전반전에서 전체적으로 미드필드 라인을 내리며 경기를 진행했었다. 이는 앞서 소개할 내용과 같이 공/수를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기준선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빌드업 능력이 뛰어난 캐릭과 에레라 두 선수를 후방 배치 시켜 공격의 허점을 찌를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위 장면과 같이 두 선수가 낮은 위치까지 내려가게 되면 위건의 수비 역시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따라 올라갈 것인데, 이 순간 상대의 전체적인 라인이 올라가버리거나 위 장면처럼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멀어지게 돼버린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공격 2선 선수들에게는 간접적으로 넓은 공간이 창출될 것이고, 패싱 능력이 뛰어난 캐릭과 에레라는 밑선에서 주저하지 않고 바로 그 공간을 향해 정확한 패스를 연결시켜줄 것이다.


이는 결국, 앞서 말한 공격의 보수적인 성향의 단점이라 손꼽을 수 있는 '공격 숫자의 수적 열세'의 단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전개로 이어진다. 수적으로 안되니 결국엔 수가 많은 수비진 쪽에서 공간을 창출해줘 공격을 전개하지 않나? 이것은 지난 시즌 히딩크가 첼시에서 파브레가스와 미켈을 이용한 빌드업 방식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무리뉴가 이러한 빌드업 방식으로 온전히 '수적 열세'의 공격 상황을 해결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데파이와 미키타리안, 린가드와 같이 드리블에 능하거나 측면/중앙에서 모두 힘을 쓸 수 있는 선수들을 2선에 대거 배치시켜 상대의 밀집된 수비진을 벗겨내는 방법이었다. 적은 숫자의 공격으로 상대의 밀집된 수비를 뚫기 위해서라면 당연하게도 측면보단 중앙에 조금 더 힘써줘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무리뉴 감독은 뛰어난 드리블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내고, 측면과 중앙 모두에서 힘을 발휘해 어느 지역에서든 공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을 포진시켜 수적 열세 조건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윌슨은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골을 노리는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상대 최전방 수비 라인에 위치하며 공격 2선에게 간접적인 공간을 창출해주었다. 또한 오른쪽의 린가드는 중앙과 측면 모두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공격의 윤활유 역할이 돼주었다. 그리고 왼쪽의 데파이와 중앙의 미키타리안은 중앙과 측면 어디서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인 동시에 뛰어난 드리블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다재다능한 공격 자원이었다.







그들의 수비 상황은 매우 달랐다. 전반전 맨유의 수비 성향은 매우 적극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위건이 최종 수비 라인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뤄졌던 작업이었다. 그들은 위 장면과 같이 많은 선수들을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킨 채 1차적인 패스 차단을 노렸다. 평소 공격시 낮은 라인까지 내려가는 중앙 미드필더도 이런 상황이 되면 최전방까지 서슴없이 올라오곤 했다.

맨유의 이 수비 단계까지는 정말 잘 이뤄졌다. 선수들은 이 지점에서 상대의 1차적인 차단을 원활하게 이뤄내며 위건을 압도했었지만, 그들의 수비적인 문제는 그 다음 중원 싸움 단계에서 발생하게 되었다.






맨유가 중원 조합을 빌드업에 능한, 공격적으로 뛰어난 에레라와 캐릭으로 배치시키다 보니 수비적인 압박 쪽에서는 부족한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교적으로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캐릭에 비해서 볼 탈취를 위해 싸워줘야 하는 역할을 에레라가 분담하다 보니 수비적으로 약한 그가 약점을 노출하게 된 것이다. 특히나 위 장면들이 그 대표적인 예시들이다. 

이번이야 상대가 위건이었기에 이 정도로 끝났다고 하지만, 정규 시즌이 시작한 이후 레벨이 확 높아지는 경기에서 에레라가 이러한 약점들을 노출하게 된다면 이는 결국 팀의 큰 위기로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이러한 장면들 때문에 무리뉴 감독이 캐릭과 에레라에 비해 공/수 양면으로 모두 뛰어난 밸런스를 갖춘 포그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 



-후반전, 안정을 버리고 유동성을 택하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무리뉴 감독은 총 7명의 대거 교체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공격 2선과 스트라이커 자원은 전반전과 아예 다른 구성이었다. 오른쪽 윙백에는 포수-멘사 보다 더욱 더 노련하고 폭발적인 발렌시아를, 중원에는 캐릭보다 더욱 역동적인 유망주 안드레아스 페레이라를 교체 투입 시켰다. 또한 공격 2선에서는 '데파이-미키타리안-린가드' 조합 대신 '영-마타-야누자이' 조합으로 교체되었고, 스트라이커 자리에는 제임스 윌슨 대신 유망주 윌 킨이 포진되었다.

이렇게 후반전 들어 드리블 중심에서 방향 전환에 능한 패스나 측면에서의 크로스에 능한 스타일의 공격 2선으로 바뀌며 맨유는 전반전보다 더욱 역동적이며, 유동성 있게 변하기 시작했다. 공/수의 구분이 희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







특히나 공격이 중앙 쪽으로 좁혀있던 이후 한 번씩 터져주는 발렌시아의 폭발적인 오버래핑은 맨유에게 큰 도움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전반전 무리뉴 감독의 지시상 올라가지 못 했던 포수-멘사의 오버래핑이 노련한 발렌시아에 의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반대 왼쪽에는 크로스에 능한 영과 축구 지능이 뛰어난 블린트가 있었다. 블린트는 발렌시아와 같이 폭발적으로 오버래핑을 진행하지 않았어도 적절한 공격 위치를 선점하며 팀의 전개를 도왔다. 또한 중앙에서는 마타가 공격의 방향 전환을 도왔고, 윌 킨의 스트라이커 자리는 많이 아쉬웠지만 실전에서 즐라탄과 같이 영향력이 큰 자원이 온다면 충분히 큰 힘을 발휘할 만했다.  


또한 중원의 페레이라와 에레라의 조합은 전반전 에레라와 캐릭의 조합보다 더욱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공/수 모두의 참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전반전에는 수비적인 안정과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택하는 스타일을 보여줬다면, 후반전에는 그와 반대로 좀 더 공격적이고 상대를 밀어붙일 수 있는, 선수들의 체력을 희생해서라도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전술을 보여줬던 무리뉴 감독이었다.



이렇게 무리뉴 감독의 첫 경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전반 후반 각각 다른 전술을 선보이며 정규 시즌에 대한 준비를 해나갔는데, 과연 그가 이러한 선택의 카드를 어떻게 잘 조화시켜 최종적으로 어떤 전술을 선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을 것 같다. 아직 이적 시장 기간도 많이 남은 상태고, 맨유에게는 언제든지 빅 사이닝이 일어날 수 있다.


전술의 폭은 넓다. 그는 과연 맨유에서 퍼거슨의 향기를 재현시킬 수 있을까? 그는 오늘도 최후에 펼쳐질 영광의 날을 위해서 고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