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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맨유 - 선덜랜드 분석] 무리뉴 시대의 진화인가 단순한 1승인가
병장 서현규 | 2016-12-28 21:54:00 | 967


(c)90Mins


'프리미어리그의 부진'하면 떠올랐던 무리뉴의 맨유가 어느덧 리그 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는 모두 승리를 거뒀다. 무리뉴가 드디어 맨유라는 팀에 이제 진정으로 녹아든 듯하다. 특히나 지난 선덜랜드전은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26번의 슈팅, 그리고 11번의 유효 슈팅으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선덜랜드를 3-1로 대파시켰다. 물론 맨유가 득점한 3골 중 한 골은 오심으로 판정 났었지만 경기력만 보자면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그들의 축구였다.

-캐릭이 중심이 된 4-3-3



맨유의 선덜랜드전 선발 라인업


이번 경기, 아니 최근 맨유의 핵심은 무리뉴가 마이클 캐릭을 기용함에 따라 이들의 포메이션이 완벽한 4-3-3 대형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시즌 초반, 무리뉴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할 때는 기본 대형을 4-2-3-1로 잡되 공격 2선의 움직임에 따라 공격시 4-3-3을 혼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제는 공/수 모두에서 4-3-3 포메이션을 유지하니 예전보다 더욱 안정적인 모습에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4-2-3-1 포메이션에는 펠라이니의 수비적 고립, 포그바의 위치적 애매함, 즐라탄과 공격 2선의 연계 문제 등 자원들은 훌륭하나 이들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마이클 캐릭이 4-3-3의 홀딩 미드필더로 들어오니 모두 해결될 문제였다.

-선덜랜드전 변화의 핵심은 '린가드-즐라탄-마타'의 3톱

우리가 선덜랜드전 맨유를 지켜볼 때,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들의 3톱 조합이었다. '린가드-즐라탄-마타'로 이뤄진 공격 대형이다. 양 측면 공격을 맡은 마타와 린가드는 올 시즌 무리뉴 체제 아래에서 공통된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오른쪽 윙어로 뛸 때 발렌시아의 오버래핑 루트 확보를 위해서 중앙 쪽으로 좁혀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선덜랜드전, 이 공통된 두 역할을 맡았던 윙어들이 이번 경기에서 같이 선발로 뛰게 되었다.



마타와 린가드를 중심으로 한 맨유의 공격 대형


여기서 맨유의 공격 형태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나온다. 마타와 린가드가 같은 공격 진형에 있음으로써, 양쪽 윙어 모두가 중앙으로 좁혀 맨유가 매우 좁은 3톱 공격 대형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들은 미드필더 진영까지 내려와 중원에서의 볼 운반/볼 공유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드필더 진영에서의 포그바와 에레라가 공격 진형으로 침투할 기회가 더욱 많이 생기게 되었고, 이는 선덜랜드 수비진을 파괴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포그바와 에레라는 이번 경기에서 각각 8개, 4개의 슈팅을 기록했으며, 이는 이번 경기에서 기록한 가장 많은 슈팅 횟수였다. (1위 - 포그바 8개, 2위 - 에레라/즐라탄 4개)



마타와 린가드의 패스맵 (c)squawka.com

마타와 린가드의 히트맵 (c)squawka.com


그리고 맨유는 이러한 형태를 유지하며 공격의 시발점을 왼쪽 측면으로 삼기도 하였는데, 이는 양 풀백을 맡은 발렌시아와 블린트의 성향 차이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 생각한다. 오른쪽 풀백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폭발력이 있는 수비수다. 언제든지 수비진에서 공격진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하지만 왼쪽 풀백 달레이 블린트는 풀백보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일이 더욱 잦았기에 그에게서 발렌시아와 같은 폭발력을 기대하기란 힘들었는데, 그래서 맨유가 공격의 시발점을 왼쪽 측면으로 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왼쪽 측면을 공격의 시발점으로 잡으면 미드필더 3명과 공격수 3명, 거기다가 축구 지능이 매우 뛰어난 블린트까지 합세하여 볼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볼을 점유하다 오른쪽 풀백 발렌시아를 이용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맨유가 왼쪽 측면에서 볼을 점유할 경우 선덜랜드 수비진들이 이곳으로 몰리게 된다. 이때 비교적 수비진이 적은 맨유의 오른쪽 공간으로 한 번에 볼을 전개시키는 전술)를 실행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이날 데 헤아는 13번의 패스 중 6번의 패스를 왼쪽 방향으로 시도했다.



발렌시아를 이용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맨유가 이러한 공격 대형을 가져가면서 얻을 수 있었던 이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즐라탄과 공격 2선의 연계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었다. 즐라탄은 본래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되,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해서 밑선으로 내려와 공격 2선과 연계를 하는 공격수다. 하지만 맨유가 부진했던 지난 기간들 동안에는 즐라탄이 밑선에서 볼을 잡을 경우 그 윗선을 커버해줄 선수가 없거나 즐라탄이 공격 템포를 끊어먹어 맨유의 공격이 매우 무뎌지는 이들이 발생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거의 해결된듯했다.

그 해결책들 중 가장 큰 해결책을 손꼽으라면 우선 각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돌아온 것, 그리고 팀의 조직에 녹아들었단 것을 말할 수 있다. 필자가 맨유의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즐라탄과 공격 2선의 연계는 사실 이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빈도가 조금 높은 부분 전술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을 정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앞서 소개한 린가드와 마타의 역할 때문이다. 이들이 중앙으로 좁힌 상태에서, 미드필더 진영으로도 내려와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줬기 때문에 즐라탄의 특성(스트라이커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밑으로 내려와 볼을 전개해주는 것)이 발휘되기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는 밑선이 아닌 측면으로 빠져 공격 2선, 윙백들과 연계를 해주었다. 측면은 중앙에 비해서 압박이 덜 들어오는 지역이다. 때문에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공간을 얻은 즐라탄은 공격 연계를 중앙에서보다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었고, 이러한 즐라탄의 포스트 플레이는 블린트의 첫 골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즐라탄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영삼 참조 : http://tvcast.naver.com/v/1333271)



-캐릭이 가져다준 안정, 그리고 포그바와 에레라의 수비 가담

캐릭이 가져다준 안정은 수비 안정이라 하기 보단 볼 점유에 대한 안정성이었다. 맨유가 미들 써드의 후반부 지역이나 파이널 써드의 도입부 지역에서 볼을 공유할 때, '수비 → 공격 전환' 상황을 거쳐갈 때, 수비진과 빌드업 상황에서 볼을 공유할 때 등의 상황에서 캐릭의 효과가 나타났다. 



마이클 캐릭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볼 공유시 캐릭의 위치


전방의 3톱은 비교적 좁게 포진되어있고 윙어들은 미드필더진을 오가며 중원 싸움을 보태준다. 그리고 그 후방에는 캐릭이 이들을 받쳐주고 있다. 캐릭을 중심으로 '\ /' - 전형적인 4-3-3 대형 - 한 대형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볼 홀딩에 대한 위치적, 선수의 개인 능력적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후방에 존재했기 때문에 포그바와 에레라가 페널티 박스 침투를 수비적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반면 자리 잡은 위치에 비해 효과적인 수비력을 뽐낼 수 있는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이는 맨유에 무리뉴의 시대가 열리는 동시에 캐릭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캐릭의 단점을 커버해주기 위해서라면 양 측면 미드필더인 에레라와 포그바의 부지런한 수비 가담이 필요했는데, 맨유가 오늘 경기에서 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중원에서의 수비력이었다. 포그바와 에레라는 6번의 태클 시도, 6번의 인터셉트, 3번의 클리어링, 6번의 블록을 해내며 확실한 수비적 공헌을 해주었다.   


발전한 것이 보인다. 그리고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조짐이 보인다. 프리미어리그 운명의 박싱 데이. 이곳에서 쵣대한 많은 승점을 따내야지 이전에 기록했던 부진을 씻어낼 수 있다. 무리뉴의 맨유는 과연 쌀쌀한 박싱 데이 속 승자가 될 수 있을까? 프리미어리그의 강자이자 최상위 포식자인 맨유와 무리뉴의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