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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아스날 분석] 과르디올라 전술적 타개책이 가져온 승리
병장 서현규 | 2016-12-28 21:49:43 | 1023


(c)맨체스터시티 공식 페이스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7R, 빅 매치로 손꼽혔던 맨시티와 아스날의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과르디올라 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다. 그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것은 팀의 핵심 선수인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페르난지뉴가 첼시전 징계로 이번 경기를 결장했다는 것. 홈구장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펼쳐졌다는 점과 아스날이 승점 1점 차이로 맨시티를 앞서나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과르디올라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했던 경기였다. 때문에 절실했다. 그는 과연 어떻게, 핵심 선수 두 명을 잃고서도 벵거의 아스날을 꺾을 수 있었을까? 

-데 브루잉의 스트라이커 기용, 그리고 페르난두와 야야 투레



양 팀 선발 라인업 비교


핵심 선수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결장에 대한 대비책은 데 브루잉의 스트라이커 자리 기용이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르디올라가 제로톱 시스템을 가동한 것이었다. 후에 자세하게 소개하겠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맨시티는 딱한 스트라이커를 기용하지 않았다. 데 브루잉, 사네, 실바, 스털링이 공격 진영에서 유기적인 스위칭을 펼치며 공격을 이끌어 나갔었다.

반면 아스날의 경우 마땅한 결장 선수 없이 무난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경기 전 이들의 중요 포인트는 2가지였다. 첫째는 '맨시티의 페너트레이션 상황에서 그들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였고, 둘째는 ''수비  공격 상황'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이게 진행할 것인가'였다. 결과적으로 전반전까지는 이 두 가지 포인트가 잘 지켜지며 아스날의 우위로 끝날 수 있었으나, 후반전에 망가져버리면서 승점 3점을 놓치고 말았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전술적 타개책의 딜레마

맨시티에 남아있는 한정된 공격 자원 속에서, 과르디올라가 택한 아구에로의 전술적 태개책은 제로톱을 기용하는 것이었다. 대형 자체를 따지자면 데 브루잉과 사네가 측면으로 넓게 벌리고, 그 중앙에 실바와 스털링이 위치하는 형식이었다. 여기서 이들의 역할을 조금 더 세분화시키자면 실바는 패스를 연결하기 위해 경기장을 자유롭게 누벼 다녔고, 스털링은 골을 넣기 위해 경기장을 자유롭게 누벼 다녔다. 같은 프리롤이라도 서로의 목적이 엄연히 다른 케이스였다. 


다비드 실바의 이번 경기 히트맵(좌), 패스맵(우) (c)squawka.com




이렇듯, 맨시티의 공격진을 공격 2선 자원들로 제로톱을 구성하니 2가지 전술적 이점들을 얻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이점은 아스날의 수비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는 횟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데 브루잉, 사네, 실바, 스털링 4명의 선수 모두가 볼 소유 능력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다 보니 아스날의 수비 진영에서 볼을 쉽사리 뺏기는 일이 없었다. 이들은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볼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위협적으로 공유했다. 아스날 수비 입장으로는 쉽사리 강한 압박을 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이번 경기 아스날의 수비 진영에서 볼이 머무른 시간이 전체의 37%에 달했으며, 중원 지역에서 49%, 맨시티의 수비 지역에서 14% 머물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맨시티가 얼마나 경기를 지배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진된 센터백 선수들이 볼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준 탓도 크다.)

둘째는 맨시티 양 윙백들의 단점 커버다. 현재 맨시티의 측면 수비수들은 매우 노쇠화되어있는 상태다. 왼쪽 윙백 알렉산다르 콜라로프는 과르디올라 체제 아래에서 센터백으로 뛰는 경우가 많아졌고, 나머지 윙백들인 바카리 사냐와 파블로 사발레타, 가엘 클리시는 모두 30의 나이를 넘겼다. 때문에 이들에게 카일 워커나 대니 로즈와 같은 폭발력을 기대하기 힘들었으며, 이런 측면에서 과르디올라는 이번달 초 백3 포메이션을 기용할 때 이들을 윙백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사발레타의 경우 이번 경기에서 인버티드 윙백으로 기용됐다.) 그래서 이번 제로톱 전술이 이들의 단점을 보완해줬다. 데 브루잉과 사네가 넓게 벌려져있으니 윙백들이 한 번에 공격 진영으로 넘어올 필요가 적어졌다. 맨시티가 이들의 공격 가담을 원할 때는 맨시티의 페너트레이션 과정, 즉, 맨시티의 완벽한 공격 상황일 때만 이들의 공격 가담을 필요로 했다. (맨시티의 페너트레이션 과정 때에는 기본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윙백들이 빠르게 공격 진영으로 넘어올 필요가 없다.)


맨시티 공격 2선으로 구성한 제로톱의 문제점


하지만 그만큼의 단점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단점이 바로 골을 넣어줄 수 있는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맨시티의 공격진은 모두 창의성과 발재간이 뛰어났지만, 골문 앞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특히나 이들은 아스날의 수비 진영에서 무궁무진한 공격 루트를 보여주며 총 21번의 크로스 기회를 만들기도 하였는데, 이 중 골로 연결된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여기서 과르디올라의 켈레치 이헤아나초와 맨시티 공격 2선들 간에 대한 딜레마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골문 앞 결정력을 위해 아구에로의 타개책으로 이헤아나초를 기용하자니, 그러기에는 확실히 창의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이번 경기과 같게 하자니, 골문 앞 결정력이 너무 떨어지고. 우리는 이번 경기에서 맨시티가 성공시킨 2골 모두가 그들의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 이러한 공격 자원들로 골을 넣기 위해서라면 -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이들의 개인 능력에 대한 의존이 필요해지게 된다. 지난 15/16 시즌 히딩크 임시 감독이 첼시에서 아자르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한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리고 개인 능력에 의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후반전에 발휘되니 비로소 2골을 성공시키지 않았는가? 맨시티의 골 장면들을 보라. 첫 번째 골 장면에서는 실바와 사네가, 그리고 두 번째 골 장면에서는 데 브루잉과 스털링의 개인 능력이 발휘됐다. 모두 이들의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능력이 없었다면 맨시티는 골을 넣는데에 매우 고전했을 것이다.


(영상 참조 : http://tvcast.naver.com/v/1315673)


-페르난두는 페르난지뉴의 공백을 메꿀 수 있을까?

최전방 아구에로의 공백은 잘 메꿨다 쳐도, 후방의 페르난지뉴 공백은 아직까지도 정확한 대비책을 찾지 못한듯하다. 물론 다음 헐시티전이면 돌아오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페르난지뉴는 수비 라인 앞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과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다. 태클로 끊어야 할 공격을 제때제때 끊어주며, 시즌초 과르디올라가 윙백을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좁혀 빌드업에 참여시킬 때도 그 중심에는 페르난지뉴가 있었다. 

때문에 이번 '페르난두-야야 투레'조합으로 나온 맨시티의 중앙 미드필더 역할 분담도 페르난두가 페르난지뉴와 비슷한 역할을 맡아야 했다. 현재의 투레는 엄연히 수비 쪽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페르난두가 페르난지뉴처럼 수비진의 기둥이 되어줄 필요가 있었다. 


페르난두의 패스맵(좌)과 히트맵(우) (c)squawka.com



페르난두의 태클맵 (c)squawka.com


하지만 이번 경기 페르난두는 너무 어수선했다. 패스는 경기장 여러곳에서 성공적으로 연결시키며 합격점을 받을만 했으나, 그의 평균 위치와 태클맵을 본다면 페르난지뉴와 같은 기둥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히트맵 자체만 본다면 광범위한 활동량 덕분에 '볼을 미리 끊으러 간 경우가 많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태클맵과 같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볼을 미리 끊으러 간 상황에서, 과연 측면쪽에 대다수가 위치한 태클맵이 실패(빨간색 X표시, 성공은 연두색 X. 즉, 페르난두는 이번 경기 5번의 태클을 실패하고 1번의 태클을 성공했다.)로 기록되는 것이 성공적인 것일까? 

페르난지뉴도 히트맵 자체는 페르난두와 비슷하다 볼 수 있겠으나, 이를 태클맵에 대입해본다면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만다. 페르난지뉴의 태클맵은 대다수 일관성 있게 가운데(경기장을 왼쪽 측면, 중앙, 오른쪽 측면으로 삼등분했을 시 중앙) 쪽에 위치하나, 페르난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들의 직접적인 수비 위치가 어딘지 알려주는 좌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페르난두는 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인 whoscored.com에서 평점 6.7점을 부여 받았으며, 이는 팀 선발 라인업 명단 중 3번째로 낮은 점수였다. (브라보, 사발레타 - 평점 6.0점) 반면 공격적인 역할을 잘 수행해낸 야야 투레는 평점 7.2점을 부여 받았으며, 덧붙여 경기 최고 평점자는 8.2점인 케빈 데 브루잉이었다. 


이렇게 프리미어리그의 중반기를 알리는 대망의 17R도 머지사이드 더비 한 경기만을 남겨둔 채 모두 종료가 되었다. 5위 토트넘이 4위 아스날을 승점 1점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고, 6위 맨유는 4위 아스날과 승점 4점 차이이다. 이대로 쭉 갈 것만 같았던 현 프리미어리그의 빅4가 무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편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기는데 성공하며 1위 첼시를 승점 7점 차이로 추격하게 되었다.

맨시티와 아스날.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너무나도 간절하게 바라는 이 두 팀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웃을 수 있을까? 이번 박싱 데이 때 리그 선두권의 윤곽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