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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분석] 리버풀의 수비 문제와 희망
병장 서현규 | 2016-12-16 13:54:22 | 917


(c)This Is Anfield


선두권 경쟁에 있어 차질이 생겼다. 1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는 6점. 승점 6점을 따낼 수 있는 경기에서 1점 밖에 얻어내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리버풀의 이야기다. 

최근 리버풀의 최고 문제점으로 지목받고 있는 요소는 '수비 문제'이다. 이들은 지난 본머스 - 웨스트 햄과의 리그 2연전에서 6골을 실점했다. 물론 그 바로 다음 경기인 미들스브로와의 원정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긴 했지만, 사실 이 경기에서도 상대 공격진에게 몇 번의 위협적인 찬스를 내어줬던 것이 사실이었다. 도대체 이 3경기에서 리버풀이 보인 수비적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시즌 최후의 센터백 조합은?



리버풀의 '본머스-웨스트 햄-미들스브로'전 선발 라인업


리버풀의 지난 3경기 선발 라인업은 조금 불안해 보였다. 공격진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조금씩 바뀌었다. 중원에는 랠라나가 다시 들어왔고, 수비진은 센터백 조합이 계속 바뀌었다. 이것이 리버풀의 수비진이 불안하다는 표면적 증거다.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지만, 클롭의 리버풀은 게겐 프레싱을 애용하는 팀이다. 게겐 프레싱은 앞선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미드필더-공격진이 수비진에 비해서 더욱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야 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활동량이 비교적 매우 적은 센터백 듀오를 매 경기마다 바꾼다? 이것은 결코 체력적 요인 때문이 아닐 것이다. 분명 또 다른 이유, 이들이 그간 보여줬던 '수비 불안적 요소'가 결부되어있을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공격시 게겐 프레싱을 생각해야 한다.

클롭의 리버풀은 공격시 매우 자유로운 팀이다. 전방에 많은 숫자를 두되, 누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실제로 클롭 감독 또한 " 공격진에서 점유하고 있을 때 누가 어디 있는지는 딱히 정해지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위치, 포지션에 속박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이 리버풀 공격의 핵심이다.

다만 몇 가지 원칙이 있다면 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리버풀이 '공격 단계'로 돌입할 시 측면은 주로 좌우 윙백들에게 맡기도록 한다. ▲ 헨더슨이 자유로운 공격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는 수비진과 공격진을 연결해주는 홀딩형 플레이어다. ▲ 공격/수비 상황에서 모두 많은 숫자를 두도록 한다.



리버풀의 공격 단계시 선수들의 평균 위치


4-3-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할 때, 중앙 미드필더인 헨더슨이 홀딩형 플레이어가 되고, 2명의 미드필더와 3명의 공격수가 공격진에서 '자유로운 선수'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중앙, 측면을 가리지 않고 공격진 어디서든 위치할 수 있다. 측면에서 볼을 점유하고 있어도 상관없다. 다만 완벽한 '공격 단계' - 페너트레이션 단계 (리버풀이 상대의 마지막 30m 진영에 돌입하여 공격을 전개하는 작업) - 로 돌입하게 된다면 측면은 활동량이 왕성한 양 윙백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클롭 감독이 이러한 공격 진영을 구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얻으려 하는 것은 '경기의 지배'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공격 방식을 설정해놓되, 이에 대한 리스크로 공격을 전개하다가 볼을 뺏기는 상황을 언급하였다. 공격진이 자유로운 상황이기 때문에 각 선수가 "나는 공격수니까 이건 수비수에게 맡겨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가 주문한 것이 게겐 프레싱이다. 자유로운 상황을 역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선수들에게 바로바로 압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클롭이 이러한 공격 진영과 함께 게겐 프레싱을 주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음과 같았다. ▲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 (선수간 간격 좁음, 게겐 프레싱으로 볼을 즉각적으로 재탈취 할 수 있음, 클롭 감독이 언급한 내용처럼 선수들에게 볼 점유율에 대한 내용을 매우 강조했을 터임) ▲ 상대 진영에서 볼을 재탈취 할 수 있다. ( = 게겐 프레싱으로 인한 숏 카운터가 가능하다.) ▲ 많은 숫자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적게는 5명부터 많게는 8명까지)

올 시즌 리버풀의 경기를 즐겨 봤다면 필자가 나열한 위 리버풀의 장점들을 이미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실제로 리버풀의 이번 시즌 리그 평균 볼 점유율은 58%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1위 맨시티, 볼 점유율 59%)  



공격시 마팁, 헨더슨, 로브렌의 위치


결과적으로, 이런 공격 방식을 설정한 클롭 감독의 의도는 다음과 같았다. '리버풀의 빌드업 단계 - 두 명의 센터백과 홀딩형 플레이어 헨더슨의 참여로 이루어짐. 상황에 따라서는 윙백 중 한 명까지 참여 ▶ 공격 단계 돌입 - 자유로운 선수 배치와 양 윙백들의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둠. 그리고 헨더슨은 이들을 뒷받침. 두 명의 센터백들은 간격 유지를 위해 하프라인까지 전진 ▶ 공격  수비 상황 - 자유롭게 배치된 공격진의 선수들이 즉각적으로 게겐 프레싱을 실행. 게겐 프레싱으로 벌어놓은 시간 동안 공격 진영의 또 다른 선수들이 수비 진영으로 복귀. 헨더슨이 홀딩형 플레이어로 게겐 프레싱이 바로 뚫릴 시 두 명의 센터백과 함께 공격 진영의 선수들이 수비 진영으로 내려올 시간을 벌어줌 ▶ 수비 단계 돌입. 리버풀이 상대의 페너트레이션 과정을 당하는 과정으로 돌입. 볼을 탈취할 경우 앞의 '리버풀의 빌드업 단계'부터 시작'
 
클롭의 이러한 의도들 중에서, '리버풀의 빌드업 단계 ▶ 공격 단계 돌입', 그리고 '수비 단계 돌입' 상황은 이번 시즌 동안 잘 해내왔다고 생각한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리그 16경기에서 40골을 득점해냈으며, 이는 리그 득점 1위 수치이다. 경기당 2.5골을 뽑아낸 셈이다. 실점도 역시 많다. 리버풀은 리그 16경기에서 20골을 실점했으며, 이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TOP 10 중에서 본머스(25실점) 다음으로 많은 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수치이다. (본머스 10위 - 리버풀 2위) 하지만 리버풀의 '수비 단계'가 결코 이 실점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공격  수비 상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버풀이 올 시즌 리그에서 20골을 실점해낸 것이었다. 

-클롭이 반드시 해결해내야 될 리버풀의 '공격 → 수비 상황'

클롭이 구상해낸 리버풀의 '공격  수비 상황'의 핵심은 당연 게겐 프레싱으로 인한 수비적 지연이었다. 공격진이 먼저 게겐 프레싱을 들어가면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진으로 복귀할 시간을 벌어다 주고, 공격진의 게겐 프레싱이 뚫리면 반대로 수비진들이 시간을 지연시켜주는 것이다. 그래서 헨더슨을 자유로운 공격진 사이에 홀딩형 플레이어로 놓은 것이었다. 

때문에 리버풀의 '공격  수비 상황'에서 주가 되는 인물은 헨더슨이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앞으로 나와 게겐 프레싱의 압박 진영에 힘을 보태줄 것인지, 아님 뒤로 물러나 수비진과 함께 후방을 커버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리버풀의 수비 전환 상황이 극단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버풀이 본머스와 웨스트 햄전에서 실점한 6골 모두가 이들의 완벽한 '수비 단계', 즉 상대의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실점한 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리버풀의 '공격 → 수비 상황'에서 절대 나오면 안될 상황


리버풀의 '공격  수비 상황'이 망가지게 되는 가장 큰 까닭은 위와 같은 장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볼을 몰고 나오는 상대 선수를 대치할 때 압박 진영이 볼을 탈취하지 못하고,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선수에게 자유로운 패스를 허용하는 상황 때문이다. 수비 라인은 게겐 프레싱 간격을 유지 하기 위해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있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앞의 압박 진영에서 패스를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높은 수비 라인의 뒷공간을 쉽게 공략당해버리게 된다.



(영상 참조 : http://tvcast.naver.com/v/1285104)



리버풀 공격진, 미드필더진, 수비진의 활동폭 비교


리버풀이 이러한 문제 장면을 내주는 가장 큰 이유로는 체력 문제를 들 수 있다. 앞서 계속 말했지만, 리버풀의 미드필더, 공격진은 자유로운 공격 진영에 위치하다가 수비시 게겐 프레싱으로 시간을 지연시켜 수비진으로 내려온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체적인 활동 폭은 수비시 수비 라인 바로 앞쪽부터 상대 골문까지의 거리가 되는데, 현실적으로 6-8명의 선수들만으로 이 넓은 공간을 90분 동안 지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들은 경기 중/후반부에 신체적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체력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올 시즌 리버풀이 리그에서 실점한 20골 중 9골은 후반 60분 이후에 실점한 골이었다. 전체 실점의 45%에 해당하는 수치다. 때문에 클롭이 곧 맞이하게 되는 프리미어리그의 2번째 박싱 데이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의문이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스토크-맨시티-선덜랜드'를 상대하게 된다. 여기서 체력 문제를 보인다면 첼시와의 선두권 경쟁은 더욱 힘들어질망정, 상승세 맨유와 지난 시즌 3위 토트넘이 호시탐탐 노리는 빅4 자리도 위험하게 될 것이다.



본머스-웨스트 햄-미들스브로전 리버풀 태클맵 (c)squawka.com



리버풀을 상대한 본머스, 웨스트 햄, 미들스브로의 중원 파이널 써드에서의 히트맵 (c)squawka.com


결과적으로, 리버풀의 '공격  수비 상황'에서 미드필더 / 공격진이 궁극적으로 해내야 할 임무는 상대 공격진이 리버풀의 수비 라인과 마주하지 않도록 - 상대가 파이널 써드지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 게겐 프레싱을 실행하는 것이 되겠다. 이 지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리버풀의 완벽한 수비라 할 수 있다. 리버풀의 수비 라인이 상대 공격진들과 마주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위험 요소들이 발생한다. ▲ 게겐 프레싱 간격 유지를 위해 수비 라인이 전진했으므로 뒷공간에 대한 위험 ▲ 미드필더 / 공격 라인이 그만큼 밑으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이 커짐 ▲ 

이는 위 태클 맵과 히트맵으로도 증명된다. 4골을 내준 본머스전에서는 본머스의 파이널 써드 지역에 11.62%의 히트맵을 허용해줬지만, 골키퍼와 수비수의 실책으로 2골을 허용한 웨스트 햄전과 3-0대승을 거둔 미들스브로전에서는 상대 파이널 써드 지역에게 7.32% / 7.35%의 히트맵밖에 허용해주지 않았다. 특히나 4골을 몰아서 실점한 본머스전 후반에는 상대 파이널 써드 지역에 15.24%의 히트맵을 허용했다. 위 태클맵이 상대 파이널 써드 지역에 많을수록 리버풀의 전체적인 수비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수비는 '개인적'단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조직적'단위로 100% 이뤄지는 단계다. 때문에 팀을 하나로 끈끈하게 묶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사실 공격 문제보다 수비 문제가 더욱 골치 아픈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말 그대로 감독들의 '왕중왕전'이다. 리버풀이 그 속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라면, 이번 수비 문제는 클롭 감독이 올 시즌을 보내는데 있어 중요한 시험대로 결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