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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현대 축구의 전술적 열쇠,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
병장 서현규 | 2016-12-16 13:50:27 | 1167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애용하는 감독 중 하나인 펩 과르디올라 (c)www.ghanacampusblog.com



축구에는 정답이 없다. 모든 것이 정답이자 오답이다. 절대적인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 150년 정도밖에 되지 축구 전술사도 계속해서 많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지금도 계속 뒤바뀌고, 발전해나가고 있다. 때문에 많은 감독들과 코치들은 항상 연구한다. '어떤 전술이 우리 팀에 잘 맞고, 어떤 전술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까?' 

-현대 축구의 전술적 열쇠,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Overload To Isolate)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오버로드(Overload)의 '과적하다'와 '너무 많이 주다.', 그리고 아이솔레이트(Isolate)의 '격리하다'와 '고립시키다.' (네이버 사전 참고) 라는 뜻으로 미루어 보아 이 단어를 굳이 번역하자면 '고의적인(의도대로의) 격리(고립)'라는 뜻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축구에서는 어떻게 '고의적인 격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의 원리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하여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국내에서는 아직 정확한 번역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글에서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이라 표현하도록 하겠다.) 이용하는 팀과 그것을 수비하는 4-3-3 포메이션의 팀이 서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공격 팀이 사용하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는 위 장면과 같이 한쪽 측면(왼쪽) 많은 선수들을 투입시켜 상대 수비수들을 한 공간에 밀집하도록 유인한다. 그리고 반대쪽 측면(오른쪽)에 한 명의 선수를 고의적으로 고립(왼쪽에 많은 선수들을 투입시킨다는 것은 볼이 오른쪽보다 왼쪽에 더 많이 머무른다는 것을 의미. 때문에 공격팀이 볼을 왼쪽 측면에서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오른쪽 한 명의 선수는 고립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시켜 상대 왼쪽 윙백과 1:1 상황을 만들게 한다. 

쉽게 말해, 한쪽 측면에 많은 선수들을 투입하여 반대쪽의 한 선수를 고의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반대쪽에 위치한 한 선수에게 상대 수비수와의 1:1 상황이나 광범위한 공간이 창출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로 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진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근 1-2년에서만 보더라도 유럽의 많은 명문 클럽들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애용해왔다. 그들은 과연 이 전술을 어떻게 활용해왔을까?



토트넘 손흥민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반대쪽 고립되어있는 한 명의 선수를 윙어로 쓰는 대표적인 팀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이라 할 수 있다. 고립된 주인공은 손흥민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에게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적용시킨 까닭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 공격 2선에 탈압박과 패싱에 능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있었다는 점 ▲ 손흥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상대 수비가 밀집된 공간에서 - 좁은 공간에서-의 볼을 반대쪽 넓은 측면으로 전환시키는것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핵심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투입된 측면에서는 뛰어난 짧은 패싱 능력, 탈압박 능력, 롱 패스를 통한 방향 전환의 능력이 요구된다. 이에 딱 걸맞은 선수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었고, 중원의 에릭 다이어 역시 토트넘에서 라볼피아나(미드필더 한 명이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내려와 변형 백3를 형성하는 전술) 전술의 핵심이 돼왔기 때문에 방향 전환 능력에서의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다이어가 패스를 강점으로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손흥민의 장점도 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통해 극대화될 수 있었다. 손흥민은 윙어 치고 발재간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의 큰 힘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그간 단점으로 지적되어왔다. 반면 양발 사용이 매우 능하다는 점과 뛰어난 골 결정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확한 슈팅력과 저돌적인 돌파력을 최대 강점으로 삼으며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때문에 손흥민에게 필요한 것은 골문 앞 '공간'이었는데, 포체티노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흥민을 주인공으로 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토트넘에게 입혔던 것이었다. 

이처럼 윙어를 반대쪽 측면에 고립시킨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는 한 때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이 더글라스 코스타를 주인공으로 삼으며 실행시키기도 했다.



아스날 벨레린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윙백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주인공으로 삼았던 대표적인 팀들 중 하나는 아스날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아르센 벵거 감독이 중앙 미드필더인 램지를 오른쪽 윙어로 출전시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포메이션 상 오른쪽 윙어인 램지가 중앙 미드필더적인 성향을 띠며 중원으로 좁힐 때, 주력이 매우 빠른 벨레린이 램지의 빈 공간을 향해 들어가며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실행하는 그림이었다. 아스날은 왼쪽에서의 램지와 외질로 인해 좁은 공간에서의 패스와 방향 전환의 효율성까지 모두 가져갈 수 있었고, 거기다가 왼쪽 윙어 산체스까지 더해 좁은 공간에서의 수준 높은 탈압박까지 구현 할 수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마르셀로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마드리드 더비에서 3-0 대승을 거둘 때도 윙백을 이용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을 각각 왼쪽/오른쪽 윙백으로 두고, '이스코-코바치치-모드리치-바스케스'로 구성된 미드필더 라인을 둔 4-4-2 포메이션을 기용했었다. 여기서 왼쪽 미드필더인 이스코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며 마르셀로를 주인공으로 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가 실행됐었는데, 여기서 이스코의 프리롤 역할은 상당히 직선적인 조합(카르바할-바스케스)으로 이뤄진 오른쪽 측면에게 창의성을 가져다줬다. 또한 중원에는 월드 클래스급 패싱 능력을 갖춘 코바치치와 모드리치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뛰어난 방향 전환 능력 역시 충족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윙백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주인공으로 삼은 대표적인 팀은 무리뉴의 맨유(마타/린가드-발렌시아)가 있다. 중원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타를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시키되, 경기 중에는 중앙/왼쪽으로 이동시키며 4-2-3-1과 4-3-3 포메이션을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윙백의 발렌시아는 순간적으로 오른쪽 윙어 자리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린가드가 이러한 마타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윙어와 윙백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주인공으로 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윙백의 경우 윙어가 반대쪽 측면의 수 싸움에 가담해주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들이 그 뒤를 받쳐줄 수 있게 된다. 표시는 되지 않았지만, 위 아스날과 레알 마드리드의 사례 장면에서 중앙 미드필더들의 위치를 본다면 공격 진영 바로 밑에서 그들을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윙어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에는 윙백이 될 때처럼 중앙 미드필더들이 수 싸움에 가담하지 않은 채로 뒤를 받쳐주기 힘들어진다. 한 쪽 윙백이 반대쪽 측면의 수 싸움에 가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윙백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주인공으로 삼을 때는 그 팀이 완벽한 공격 단계에 도입해있을 확률이 높다. 반면 윙어가 될 경우에는, 상대를 수비 단계로 몰아넣은 상태가 아닌 롱 패스를 통한 한 방이나 그 이후의 세컨볼에 대해 골을 기대할 공산이 크다.
(*윙백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주인공으로 삼는 경우에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뒤를 받쳐주기 때문에 공격 진영의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뒤쪽까지 밸런스가 잡힌 상태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윙어가 될 경우에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반대쪽의 수 싸움에 가담해주기 때문에, 공격 진영 바로 뒤를 받쳐줄 자원들이 없게 된다. 한편 수비 라인이 그 위치까지 받쳐줄 정도로 높아지게 된다면 그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수비 라인의 전진은 불가능해진다.)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원리의 활용

앞서 소개한 것들을 종합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 자체를 따지자면 한쪽으로 몰아 다른쪽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현대 축구에서는 이 원리를 따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와 전술적으로 연관돼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대표하는 인물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손꼽을 수 있다. 

과르디올라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감독이다. 농구 경기를 보며 전술적 영감을 받을 때가 많은 그는, 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가 경기의 승리 요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과르디올라는 다음과 같은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모든 팀 종목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한쪽에 전력을 집중시켜 상대 수비를 그쪽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한쪽으로 모여들어 그들을 유인한다면 반대쪽에 흠이 생긴다. 그런 작업이 끝나면, 반대쪽을 공격해서 거기서 득점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르디올라의 언급은 '목적 없는 패스를 혐호한다.'라는 굳은 생각을 갖고 있는 그의 사상을 함축하고있다. 


뮌헨과 맨시티에서 활용한 과르디올라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


위 두 사진은 과르디올라가 각각 바이에른 뮌헨과 맨시티 초창기 시절에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를 활용한 시스템이다. 그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를 이용하기 위해 항상 상대가 자신의 팀에서 막을 수 없는 선수, 그러니까 고립될 선수가 누군지를 계속 생각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시라는 선수로 인해 상대가 막을 수 없는 존재가 그들의 중앙에 있었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맨시티로 오면서 그 존재의 위치가 중앙에서 측면으로 바뀌게 되었다.

뮌헨에서는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벤, 그리고 맨시티에서는 케빈 데 브루잉과 라힘 스털링, 놀리토와 헤수스 나바스가 있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수비수와의 1:1 상황에서 적어도 크로스를 만들어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르디올라가 뮌헨과 맨시티(이 글에서는 각 팀의 초창기 시절을 말한다.)에서 적용시킬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원리의 주인공은 측면 윙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했다. 람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서 라볼피아나 전술의 핵심이 되어주고, 양쪽 윙백인 알라바와 하피냐는 중앙 쪽으로 좁혔다. 그리고 크로스와 슈바인슈타이거가 바로 그 위에서 공격진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람을 중심으로 하여 중원에 3-6명의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리베리와 로벤에게 적용되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가 가능했다. 한편 리베리와 로번은 측면을 1순위로 맡되, 상황에 따라서 중앙으로 좁히는 옵션도 가능했다. (중앙으로 좁힐 때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그리고 공격시 중앙에는 대형적으로 스트라이커 혼자이기 때문) 이 경우에는 알라바와 하피냐가 빈 측면 공격 공간을 커버해줬다.

한편 맨시티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시스템을 보여줬다. 양쪽 윙백들을 중앙 미드필더 자리까지 좁혀 바로 윗선의 미드필더들이 더욱 앞선으로 전진할 수 있게 하였다. 때문에 양쪽 윙어들은 중앙을 신경 쓸 일이 없어졌고(대형적으로 파이널 써드의 중원 지역에 3명의 선수가 있음으로), 온전히 측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맨시티 시절 과르디올라 감독은 중원에 8명의 선수들을 배치하여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를 윙어에게 적용시킨 것이었다. 



이번 시즌 리버풀 초창기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 (이전 블로그 글에 활용됐던 사진이니 '중원의 패스 공급 지원X'는 무시해주시길 바랍니다.)


게겐 프레싱을 애용하는 리버풀에게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이 4-2-3-1 포메이션으로 나올 때, 중앙 미드필더 헨더슨이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후방을 지켜주고, 남은 중앙 미드필더 한 명과 3명의 공격 2선, 그리고 스트라이커 한 명이 위 장면과 같은 형식으로 중앙에 밀집했다. 측면은 오로지 각 윙백 한 명이 커버한다. 이로써 리버풀은 4가지의 전술적 메리트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 중앙에 선수들이 좁은 간격으로 밀집돼있기 때문에 볼 점유율 유지에 용이 ▲ 중앙의 선수 간격이 좁기 때문에 볼을 탈취당할 경우 즉각적으로 게겐 프레싱을 들어갈 수 있음 ▲ 후방에 3명의 선수(헨더슨+2명의 센터백)가 있음으로 역습 대비 가능(+앞선의 게겐 프레싱) ▲ 공격 상황에서, 중앙에 5명의 선수들이 밀집되어있음으로 양쪽 윙백들을 주인공으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음

물론 리버풀이 윙백들에게 적용하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는 그들이 주가 되기 위해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 리버풀의 핵심은 언제까지나 게겐 프레싱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중원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있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란 게겐 프레싱을 구현하기 위한 뒷받침이 되어주는 하나의 전술에 불과했다.  


축구의 전술 세계는 정말 놀랍도록 넓고 매우 유동적으로 변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감독들은 새로운 전술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내고 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기발한 전술이 축구팬들을 놀라게 해줄까? 세계 감독들의 피 터지는 '창의 전쟁'이자 '모방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