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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첼시 분석] 과르디올라의 패착 원인과 콩테의 승부수
병장 서현규 | 2016-12-08 18:46:32 | 915


(c)The Independent


첼시의 파죽지세다. 헐시티와의 리그 7R 경기 승리 이후 웨스트 햄과의 리그 컵 경기만을 패배한 채 전경기 승리를 달리고 있다. EPL 경기만을 보자면 8연승째다. 10년 전 무리뉴 감독이 내세웠던 '9연승'기록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편 과르디라의 맨시티는 정말 곤란한 입장에 처해버렸다. 이번 경기의 패배로 승점 3점을 획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리그 4위 자리에 머무르게 되었고, 오늘 리버풀의 경기 결과에 따라 선두권 진입이 쉬워지느냐 어려워지느냐가 달리게 되었다. 선두 첼시와는 승점 4점 차이다. 맨시티가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오늘의 리그 순위표는 완전히 뒤바뀌었을 것이다. 

-같은 듯 다른 3-4-3 vs 3-4-3



맨시티 vs 첼시전 양 팀 선발 라인업


맨시티와 첼시, 양 팀 모두 똑같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3-4-3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변혁을 일으키고 있는 첼시의 대항마로 맨시티도 같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를 이끌며 백3 포메이션을 가끔씩 시험해봤지만 첼시에 비해서는 매우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백3 포메이션을 이번 경기에 들고 나온 의도 자체는 매우 좋았다. (글의 바로 다음 부분에서 자세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맨시티는 펩이 경기 후 "오늘 우리의 플레이는 내가 이곳에 와서 하려고 했던 모습이었다."라고 언급할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며, 첼시의 날카로운 역습, 그리고 코스타의 엄청난 개인 기량과 심판의 논란이 될만한 판정만 아니었다면 맨시티가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만한 경기였다.

-과르디올라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이유

과르디올라가 콩테의 대항마로 같은 3-4-3 포메이션을 기용한 이유를 소개하자면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다. '▲ 전방 압박을 위해 ▲ 첼시의 윙백들을 수비하기 위해 ▲ 첼시의 왼쪽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때문이다. 



맨시티의 전방 압박과 첼시의 약점


첼시는 지난 토트넘과의 리그 경기에서 전방 압박에 대한 약점을 노출했다. 이들이 수비 진영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때, 롱 볼을 연결하려는 수비수들과 패스를 받으러 오는 미드필더들을 압박하면 자연스레 공격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첼시는 빌드업에 참여하는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만으로 전방 압박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처해진다. 수비 라인에는 기본적으로 4명이 아닌 3명의 선수가 배치되어있기 때문에 서로의 간격이 넓으며, 4명의 미드필더 라인에는 양쪽 두 명(알론소와 모제스)이 측면에 넓게 벌려서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빌드업에 참여하는 선수는 2명(맨시티전 파브레가스와 캉테)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공격에 집중해야 될 3명의 공격수들을 이 위치까지 끌어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과르디올라가 3-4-3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위 장면에서는 압박 진영이 오른쪽에 처져있기 때문에 왼쪽의 사네가 수비 라인에 가담해있는 상태지만, 맨시티가 첼시의 깊숙한 지역으로 올라갈 때나 중원으로 압박을 나올 때는 후방의 센터백 3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상대 수비진을 압박했다.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 전방 압박으로만 몇 번의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냈다.  



맨시티 윙백들의 첼시 윙백 수비


두 번째 이유는 첼시의 측면, 그러니까 첼시의 윙백들을 수비하기 위함이었다. 첼시가 지금까지 이뤄냈던 7연승의 순간들(맨시티와의 경기 전까지)에는 항상 좌우 윙백들의 공헌이컸다. 알론소와 모제스가 양쪽 측면을 각각 혼자서 커버해줬기 때문에 첼시는 그간 많은 옵션들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아자르와 페드로가 수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으며, 동시에 공격시 측면을 신경 쓰지 않고 안쪽으로 좁힐 수 있었다. 또한 상대 수비 라인이 벌어져 페너트레이션(상대의 마지막 30m 지점을 시작으로 펼치는 공격)역시 전개해나가기 매우 순조로웠다.

이때까지 3-4-3의 첼시를 상대한 많은 감독들은 이들의 위험성을 알았지만 막는 데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다. 하지만 이번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성공적이라 봐도 될 듯하다. 그들은 앞서 소개한 기본적인 전방 압박으로 이들에게 투입되는 패스를 막았냈고, 첼시의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는 백5로의 변환, 그리고 페르난지뉴의 헌신적인 수비 공헌으로 윙백인 나바스와 사네를 넓은 측면까지 배치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첼시의 양쪽 윙백들이 볼을 잡을 때 나바스와 사네가 즉각적으로 나서 1대 1 수비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그간 첼시를 상대했던 많은 팀들이 넓게 벌려선 이들에게 공간을 내어준 채 볼을 잡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면, 이번 맨시티는 확실히 달랐다. 이번 경기에서 모제스와 알론소는 각각 4번, 2번의 크로스밖에 시도하지 못 했다.



맨시티의 오른쪽 공격 지대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첼시의 왼쪽 측면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맨시티의 페너트레이션 단계, 그러니까 첼시가 완전한 수비 형태로 변환했을때는 5-4-1과 같은 진영을 형성하게 되는데, 첼시는 맨시티와의 경기 이후에도 리그에서 단 11실점만을 허용할 만큼 수비에도 엄청난 강점을 보여준 팀이었다. 이는 토트넘(10실점)다음으로 리그에서 최소 실점을 기록한 수치다.   

그래서 이 수비를 뚫기 위해 과르디올라가 낙점한 방법이 바로 오른쪽 측면
(첼시의 왼쪽 측면)을 노리는 것이었다. 첼시가 5-4-1로 내려설 때 왼쪽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아자르, 수비에 큰 약점을 보여주는 선수 쪽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이 왼쪽 측면을 뚫어내기 위해 오른쪽 윙백 자리에 헤수스 나바스를, 그리고 오른쪽 공격수 자리에 케빈 데 브루잉을 배치시켰다. 그리고 왼쪽 공격수 자리에는 다비드 실바를 놓되 그에게 프리롤 역할을 부여했다. 그래서 맨시티가 오른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는 '실바-데 브루잉-나바스'로 이뤄지는 삼각지대를 만들 수 있었다. 맨시티는 이날 오른쪽으로 48%, 중앙으로 22%, 왼쪽으로 31%씩 공격을 펼쳐나갔다. 

후방에는 3명의 센터백과 중원의 수비적 공헌이 뛰어난 페르난지뉴가 있었기에 나바스를 부담없이 오른쪽 높은 지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리고 데 브루잉과 나바스가 오른쪽 넓은 측면에 위치한다. 이럴경우 이들은 알론소, 아자르
(수비적으로 취약한)와 2대 2 구도로 맞붙을 수 있다. 그리고 실바는 센터백 케이힐을 공략하거나 이들을 서포트해준다. 데 브루잉은 기본적으로 넓게 벌려섰기 때문에 중앙으로 좁혀 플레이하기보단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많이 시도했다. 그는 이날 맨시티가 시도한 36번의 크로스들 중 15번을 차지했다. 데 브루잉이 크로스를 올릴때에는 실바, 아구에로, 귄도간, 왼쪽의 사네(반댓발 사네를 왼쪽 윙백에 배치시킨 이유 중 하나다.)등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데 브루잉과 실바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콩테의 파브레가스 기용과 승부수.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과르디올라의 패착
 
과르디올라의 시도는 매우 좋았다. 그리고 그 산물도 얻었다. 하지만 원하는 승점 3점은 따지 못 했다. 경기 중 논란이 된 심판 판정과 쿠르트와와 케이힐의 극적인 슈퍼 세이브. 거기다가 아게로의 부진까지.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것도 사실이었지만 무엇보다 큰 오류는 바로 콩테의 파브레가스 기용에 있었다.



파브레가스의 기용 효과


그간 콩테 감독이 3-4-3 포메이션 체제 아래에서 파브레가스를 기용하지 않고 마티치와 캉테로 중원을 꾸렸던 이유는 마티치의 활동량이 특출나고 수비적 공헌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앞서 소개했지만 첼시의 3-4-3에서는 중원을 맡을 선수가 단 2명의 중앙 미드필더뿐이다. 때문에 다른 팀들과 상대할 때 대부분 중원의 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데, 이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마티치와 캉테 같은 중원에서의 영향력이 뛰어난 선수를 미드필더에 배치해야 한다. 또한 공격면에서 볼 때는 위에 3명의 포워드가 있지 않은가? 때문에 중원에서 굳이 공격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양쪽 센터백인 아스필리쿠에타와 케이힐이 벌려질 경우, 루이스와의 사이 간격을 중앙 미드필더들이 커버해줘야 하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강하고 활동량이 뛰어난 미드필더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마티치가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결장하고 말았다. 그래서 파브레가스가 캉테와 함께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것이 첼시를 승리로 이끈 요인이 됐다. 앞서 말했듯, 맨시티는 아자르 쪽인 첼시의 왼쪽 측면을 노리기 위해 공격을 왼쪽으로 집중시켰는데, 이 때문에 파브레가스가 위치한 중앙으로는 전체 공격의 22%밖에 할당하지 못해버렸다. 또한 캉테의 수비적인 공헌도 컸다. 파브레가스가 이번 경기에서 3번의 태클과 2번의 인터셉트만을 기록했을 때, 캉테는 4번의 태클과 3번의 인터셉트, 그리고 2번의 파울과 4번의 슛 블록을 보여주면서 첼시의 골문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그러나 파브레가스의 기용이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맨시티의 플레이 스타일에 있었다. 앞서 소개한듯 맨시티는 첼시의 약점을 노리기 위해 강한 전방 압박을 나섰다. 이에 더해 과르디올라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인 높은 볼 점유율을 가져가며 상대를 가두는 플레이(이날 맨시티는 60.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를 이번 경기에서도 보여줬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언제까지나 높은 수비 라인이 필요했다. (실제로 과르디올라는 높은 수비 라인을 지향하는 감독이다.)

하지만 이것이 파브레가스의 기용과 맞물려 패착이 되고 말았다. 맨시티가 수비 라인을 올리면 그들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은 좁아지고 만다. 때문에 첼시는 그 공간에 틀어막힐 공산이 크기 때문에 짧은 패스를 지향하지 않으며 플레이했다. (맨시티 전체 패스 시도 - 541회 / 첼시 전체 패스 시도 - 366회) 그리고 콩테 감독이 짧은 패스 대신 선택한 방법이 바로 파브레가스를 통한 롱 볼 노림수였다. 3명의 포워드 - 아자르, 코스타, 페드로 - 를 상대 수비 라인까지 올려 철저히 맨시티의 뒷공간을 노리게 하고,(양쪽 윙백인 나바스와 사네의 수비 실책도 맞물렸다. 과르디올라가 동점이 된 69분에 사네를 빼고 클리시를 투입시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파브레가스가 후방에서 그들을 지원하여 계속해서 맨시티의 골문을 노리는 구도가 그려졌었다.



파브레가스의 이번 경기 패스맵 (c)squawka.com


그리고 그 결과는 환상적이었다. 포포투 스탯존에 따르면 이번 경기에서의 파브레가스는 총 50번의 패스를 시도했었는데, 이중 45번을 성공시켜 90%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다. 그리고 여기서 전방으로 뿌리는 패스가 24번이었다. 19번을 성공시켰다. 그는 12번의 횡패스를 기록했다. 전체 전방 패스의 개수 자체가 횡패스의 2배라는 사실이 파브레가스가 이번 경기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려주는 좌표가 된다. 이런 파브레가스대신 마티치가 이번 경기를 출전했다면? 글쎄,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과르디올라와 콩테 간의 잉글랜드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싸움도 끝을 맺게 되었다. 결과는 콩테의 완승. 콩테 감독의 '우연치 않을 수 있는'승부수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패착으로 작용되어 소중한 승점 3점을 가져가게 되었다. 과르디올라 입장에서는 매우 불운했다. 맨시티와 첼시, 이들은 과연 시즌이 끝날 때 쯤 리그의 어느 자리에 안착하게 될까? 이들 중 우승 팀이 나올 수 있을까? 우승을 위한 마라톤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