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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라이프치히 분석] 전술로 알아보는 라이프치히 돌풍의 이유
병장 서현규 | 2016-12-03 13:19:37 | 1398


(c)bundesliga


레스터 시티, 이들이 이뤄낸 기적과 같았던 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금, 유럽 축구계에 또다시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났다. 그 주인공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RB 라이프치히. 이들은 현재 12월을 맞이한, 이번 주말에 펼쳐질 분데스리가 13R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리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2위 바이에른 뮌헨과 승점 3점 차이다. 패배만 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까지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다. 이들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분데스리가 2부 소속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들이 일으키고 있는 이 돌풍은 상황적으로 볼 때 지난 레스터 시티의 반란보다 더욱 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이프치히의 돌풍. 이번엔 4-2-2-2이다.




라이프치히의 현 베스트 11 라인업


4-4-2 포메이션이 레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통해 유럽 축구계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4-2-2-2 포메이션이 또 다른 돌풍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현대 축구에서 비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로 몰린 포메이션들이 하나둘씩 대격변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4-4-2 포메이션의 대격변 메인 키워드가 4x2의 단단한 수비 블록(4명의 수비 라인 - 미드필더 라인으로 이뤄져 있는 수비 형태)과 빠른 발을 가진 공격수를 최전방에 배치하여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노리거나 빠른 공격 전개를 이끌어가는 것이었다면, 4-2-2-2 포메이션의 핵심은 볼 주위에서의 수적 우위와(주로 중원에서) 중앙 밀집, 그리고 측면 파괴가 주를 이루었다.

-전술의 핵심은 좁은 간격 유지와 볼 주위에서의 수적 우위

라이프치히 하센휘틀 감독의 돌풍 접근법은 레스터 시티와 대조됐다. 레스터 시티가 후방으로 물러선 채, 단단한 4x2의 수비 블록을 형성한 후 제이미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그리고 은골로 캉테를 통한 빠른 역습으로 지난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했다면, 그 반대로 라이프치히는 중원에서부터 상대를 강한 압박으로    밀어붙이며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의 초반기를 지배했다.



라이프치히의 골킥이 연결되는 상황 - <장면 A>


라이프치히가 간격을 매우 좁혀 볼을 재탈취하고, 연결해나가는 상황 - <장면 B>


위 <장면 A>를 보라. 라이프치히의 골키퍼 페테르 굴라치가 중원 하프 라인 부근으로 볼을 연결해주고 있는 장면이다. 우리가 여기서 유심히 지켜봐야 할 점은 2가지다. 첫째는 3-5명의 선수들이 롱 볼 연결 지점으로 이동하여 그 공간에서의 수적 우위를 미리 차지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롱 볼 연결 지점(라이프치히 기준으로 오른쪽에 위치)의 반대 방향에 위치한 포르스베리와 할스텐베르그가 중원의 센터 서클 부근까지 미리 좁혀 라이프치히 전체가 '롱 볼 연결 지점'을 기점으로 촘촘한 선수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8-10명의 필드 플레이어 모두가 볼이 위치한 지점을 기점으로 촘촘한 선수 간격을 유지하여 그 지역에서의 무조건적인 수적 우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라이프치히의 전술적 핵심 포인트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바로 위의 <장면 B>에 나타난 라이프치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좁은 선수 간격을 토대로 볼 주위에 수적 우위를 점하니 볼을 탈취당한다 한들 바로 되찾아올 수 있고, 좁은 공간에서의 패싱 플레이 역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기본적으로 수가 많기 때문. 라이프치히의 간격이 좁기 때문에 패싱 플레이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상대편 수비도 그만큼 간격이 좁아져 공격팀에게 가하는 압박 강도가 그만큼 강해지기 떄문에.)

(영상 참조 : http://tvcast.naver.com/v/1250730)


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점과 여기에 따른 제약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점이라면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케빈 캄플에게 허용한 첫 실점 장면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위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오른쪽에서 전개되는 라이프치히의 공격을 막기 위해 왼쪽 윙백 슈테판 일산커가 중앙 부근까지 좁힌 것이 결국 라이프치히 첫 실점의 원흉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브란트가 캄플에게 연결해주는 크로스를 좁힌 일산커가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대의 파이널 써드(경기장을 3등분으로 나눴을 때 가장 마지막, 그러니까 상대 골문과 직결되어있는 지역)지역에서 라이프치히의 숨 막히는 압박 진형이 뚫릴 때가 이들의 최대 고민이자 난관이 될 것이다.   

제약도 따른다. 가장 큰 제약으로는 당연하게도 활동량적인 측면을 손꼽을 수 있다. 라이프치히가 이러한 종류의 압박을 실행해내기 위해서라면 선수들에게 공격과 수비 지역을 모두 넘나드는 종적인 활동량에 더해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누비기 위한 횡적인 활동량까지 요구된다. 쉽게 말해, 경기장의 한 쪽 방향에 국한되지 않고 가로 새로로 모두 성실하게 뛰어다녀야 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의 수준 높은 패스 플레이까지 요구된다. 앞서 '기본적인 수가 많았기에 패스 플레이가 원활해진다,'라고 언급한 필자가 이런 문제점을 손꼽는 것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볼 주위에 수가 많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전제 조건일 뿐이다. 라이프치히가 공간을 좁혔기에 상대 수비진들도 그만큼 공간을 좁혔을 것이고, 그만큼 상대의 압박도 거세진다. 라이프치히가 이 압박을 버티며 볼을 공격수에게 연결해줘야지 비로소 이 형태의 압박 진형이 성공적으로 먹혀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제약들을 이들만의 장점으로 삼았기에 라이프치히가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라이프치히는 이번 시즌 들어 (2016. 12. 02 기준) 프라이부르크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상대 팀보다 많은 활동량과 스프린트를 기록했다. 이는 라이프치히가 활동량적인 면에서 얼마나 강한지 알려주는 좌표이며, 수치로는 나타내기 힘들지만 이들의 좁은 공간에서의 수준 높은 패스 플레이는 경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인츠전에 기록한 라이프치히의 양 쪽 윙백(할스텐베르그, 일산커) 히트맵 (c)squawka.com


-압박 후 공격 전개, 측면을 이용하라

라이프치히의 1차적인 목표는 당연하게도 위와 같은 압박 진형을 구축시키고, 이 공간 속에서 볼을 탈취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2차적인 목표는 탈취한 볼을 공격 진영으로 연결하여 골을 노리는 것이 되겠다. 하센휘틀 감독이 볼을 탈취해낸 바로 직후, 그 압박 진형을 벗어나기 위해 라이프치히에게 도움을 준 전제 조건이 수적 우위였다면, 공격 진영으로 볼을 연결하기 위한 도움을 준 전제 조건은 측면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압박 진영에서 볼을 탈취한다면 라이프치히의 투톱을 이루고 있는 베르너와 폴센 중 한 명이 측면으로 빠져나와 볼을 받게 된다. (주로 베르너가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음. 이때 또 다른 한 명의 공격수는 압박 진영에 참여하거나 중앙에 머무른다.) 이들이 측면으로 빠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은 다음과 같다. ▲ 중앙보다 비교적 압박이 덜 심하기 때문에 볼을 우선적으로 연결/소유할 수 있다. ▲ 라이프치히가 좁힌 진영에서 홀로 벗어나기 때문에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피하며 돌아 뛸 수 있다. (상대 수비수들은 대부분 라이프치히의 압박 진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

이러한 이점을 얻으며 측면으로 빠진 공격수가 볼을 잡게 된다면, 이 상황에서 또다시 '활동량'이라는 라이프치히 최고 장점이 발휘된다. 베르너가 볼을 몰고 측면을 돌파할 때(참고로, 베르너는 측면 돌파에 일가견을 가진 공격수다.) 폴센과 자비처, 포르스베리와 많게는 케이타/데메까지 벌어진 중원의 공간 사이로 침투해 골을 노리게 된다. (수비가 측면의 베르너를 따라가 간격이 멀어지기 때문에)이러한 형식으로 라이프치히는 상대방의 골문을 효과적으로 노릴 수 있었고, 이 결과 분데스리가 12경기 27득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수치는 2016. 12. 02 현재, 도르트문트와 함께 분데스리가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방 라인 전진으로 상대를 압도하다.

라이프치히의 최대 장점인 '활동량'이 미치는 범위는 전방부터 시작된다. 그렇다고 리버풀과 토트넘처럼 스프린트를 끊어 강력하고 파워풀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상대 수비진의 빌드업이 불안정할 때는 스프린트를 끊어 매우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펼치되, 안정적일 때는 공격 2선과 투톱이 합쳐 라인을 전진시킨다.


전방 라인을 전진시키는 라이프치히 - <장면 A>

전방 라인 전진 이후의 수비 모습 - <장면 B>


'왼쪽 공격 2선 자원(포르스베리) - 왼쪽 공격수(베르너) - 오른쪽 공격수(폴센) - 오른쪽 공격 2선 자원(자비처)'로 전방 라인을 구성해 전진시킨다. 그리고 그에 따라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을 전진시켜 미드필더 라인과 전방 라인이 상대 미드필더들을 봉쇄하도록 한다. (이때 전방 라인은 스프린트를 끊어 상대 수비수에게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는 쪽으로 향한다.) 이것이 위 <장면 A>의 구조다. 여기서 상대 수비수들은 빌드업 시 미드필더진이 봉쇄되어있기 때문에 극심한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상대 팀이 봉쇄된 미드필더 라인으로 패스를 성공적으로 연결하거나 측면을 통해 빌드 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전방 라인 전진시 팀의 진형이 4-2-4와 같게 변형되기 때문에 측면 쪽에 공간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 라이프치히는 <장면 B>와 같이 수비를 진행하게 된다. 수비 라인은 처음과 같이 전진된 상태로 머물되, 전진된 전방 라인이 순간적으로 내려오며 최종 수비 라인과 내려온 전방 라인 사이의 간격을 좁히게 된다. 이 사이에 4-2-2-2의 3선 라인(데메-케이타)이 머물어 안정된 수비 블록을 구축하게 되고, 수비 블록이 구축되면 앞서 소개한 좁은 압박 진형으로 슬슬 조여들며 상대를 압박하게된다. 이것이 라이프치히의 전방부터 시작된 수비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향후 라이프치히의 변수와 문제점


(c)The Sun


라이프치히의 현재까지의 최종 목표를 리그 우승이라 보기엔 매우 힘들다. 이제 2016/2017 시즌 분데스리가의 1/3이 끝난 상태고, 순위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순위를 조금만 더 유지한다면 최종 목표가 진짜 리그 우승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이들은 지난 레스터 시티와 다르기 때문이다. 라이프치히는 전 세계적인 기업 레드 불 아래 막대한 투자를 받으면서 선수단의 발전을 급격하게 도모한 팀이고, 축구계에서 레드 불 기업의 영향력이 수직적으로 상승하는 지금 라이프치히도 이번 시즌과 같은 절호의 기회를 결코 쉽게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라이프치히가 앞으로의 분데스리가 선두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변수들과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할까? 가장 첫째로는 이들의 주전 의존도와 그 평균 나이를 문제로 들 수 있다. 라이프치히는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들 중 하나다. 위 베스트 11의 선수들에 더해 베르나르도 페르난데스, 베노 슈미츠가 선발을 나서거나 경기를 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문제점이 나온다. 이 13명 선수들의 만 평균 나이가 약 23.9세, 24세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장기적인 분데스리가 선두 경쟁에 있어 후반기로 갈수록 당연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의 토트넘이 막판에 무너지며 3위로 리그를 맞친 것과 비슷한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13명의 선수들 중 만 30세가 넘는 선수는 센터백 마빈 콤퍼(만 31세)밖에 없으며, 가장 어린 선수는 96년생의 티모 베르너로 만 20세의 나이를 갖고 있다.

둘째는 일정상의 문제다. 이곳은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분데스리가이기 때문에 겨울 시즌에 대한 체력적인 부담은 없겠지만, 라이프치히는 이제부터 어려운 일정들을 하나씩 소화하게 된다. 다가오는 이번 주말 샬케와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12월에 잉골슈타트(원정), 헤르타 베를린(홈), 바이에른 뮌헨(원정)과의 경기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샬케와 바이에른 뮌헨이야 분데스리가의 명문 구단이고, 헤르타 베를린은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 이은 리그 3위로 최근 매우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또한 분데스리가의 겨울 휴식기가 끝나면 현재 리그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와의 홈 경기가 예정되어있다. 그리고 나겔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호펜하임과의 홈 경기에 이은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 원정 경기까지 1, 2월에도 어려운 경기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라이프치히 입장에서는 이번 샬케전을 시작으로 2월의 도르트문트 원정경기로 끝나는, 위기의 7경기를 잘 견뎌내야지 리그 선두권 경쟁에 제대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독일판 레스터 시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다크호스로 남을 것인가. 랄프 하센휘틀 감독이 이끄는 라이프치히의 동화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면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매우 큰 장벽을 허물어야 할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과연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하센휘틀 감독의 머리와 11명의 젊은 선수들의 발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