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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PSG 분석] 벵거가 승리를 거두지 못한 이유
병장 서현규 | 2016-11-26 19:03:55 | 924


(c)Daily Star


2-2. 어젯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스날과 파리 생제르망의 결전 결과다. 76분에 펼쳐진 모우라의 머리 끝,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워비의 머리 끝에서 터진 PSG의 동점 골 끝에 경기의 판가름이났다. 아스날의 승리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누구의 경기 내용이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없다. 아스날은 리드를 유지하다 이워비의 실수 끝에 승리를 놓쳤고, PSG는 원정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채 아스날보다 더욱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경기 내용의 승자는 다르다. 벵거와 에메리, 양 팀 감독들의 심정도 '이만하면 됐다.'가 아닌 '이겼어야 됐는데'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왜 아스날은,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끝내 PSG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까?   


-돌아온 지루 원톱과 로테이션의 승부수  



PSG전 아스날의 선발 라인업



벵거 감독 입장으로는 참 애매했을 한 주였다. A매치 기간 이후 징크스가 남아있는 맨유와의 올드 트래포드 원정 경기가 계획되어있고, 그 후 주중 경기로 이번 PSG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조 1위를 결정지을 수 있는 홈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놓여있는 두 마리의 토끼들 중, 결과적으로 벵거 감독이 선택한 방향은 리그 선두권 경쟁을 위한 맨유와의 주말 경기였다. 당시 까지만 해도 1위 리버풀과 4위 맨시티 간의 승점 차이가 2점 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스날 3위)

하지만 맨유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지루의 동점골 끝에 비기고 말았고, 결국 PSG와의 주중 홈경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하는 상황이 돼버리고 말았다. 지난 맨유전의 선발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 바뀐 자리는 총 4자리다. 엘네니, 월콧, 몬레알, 체흐가 빠지고 지루, 이워비, 깁스, 오스피나가 들어왔다.    


-압박, 압박, 압박. 서로를 몰아붙이다.

이번 경기의 핵심은 압박이었다. 상대 지역에서 몰아붙이는 압박이다. PSG가 아스날의 메인 빌드업 선수, 코클랭과 램지를 집중적으로 압박했다면, 아스날은 센터백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단계적인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에 참여하면서 서로를 몰아붙였다. 




위 장면이 아스날 전방 압박의 대표적인 장면이라 말할 수 있다. 아스날이 상대 진영에서 볼을 뺏긴 상황에, 볼을 탈취당한 지점 주변에 아스날 선수들이 많거나 PSG 수비진이 불완전한 패스를 배급할 경우 위 장면과 같이 단계적인 압박에 들어간다. 아스날의 공격 1, 2선이 볼을 탈취당하고 PSG 수비진이 부정확한 패스를 전방으로 연결하자 순간적으로 아스날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이 올라와 압박하고, 또 그 압박 라인이 다시 볼을 탈취당하자 이번엔 측면의 윙백들이 올라와 다시 PSG를 압박하지 않는가?

이렇듯 아스날은 센터백 2명을 제외한 8명의 모든 필드 플레이어들이 공격적 상황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페너트레이션(PSG의 마지막 30m 지점에서 골을 넣기 위해 아스날이 공격 전개를 하는 단계) 과정에서도 센터백 2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참여했다. 코클랭과 램지라는 중앙 미드필더 조합 자체가 든든한 홀딩 미드필더를 찾아볼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에 벵거 감독이 이런 구상을 한 것이었다.  



이날 아스날의 중앙 미드필더(램지, 코클랭)와 윙백(젠킨슨, 깁스)의 태클맵 (c)squawka.com


하지만 이에 따른 리스크도 맞봤다. 아스날이 압박 라인을 강하게 가져가다보니, 수비 라인과 압박 라인 사이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니 PSG가 아스날의 뒷공간을 수월하게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스날이 상대 진영에서 압박을 진행하는 '공격 ▶ 수비 단계'에서만이 아닌, 수비 진영을 완전히 구축한 '수비 단계'에서도 수비 라인을 끌어올렸기에, 아스날의 뒷공간이 공략 당한 이유를 이들의 강한 압박 때문이라고만 정의할 수 없다. 하지만 아스날의 수비 라인이 높아지는데 분명 벵거의 이러한 지시가 한 몫 했을 것이며, 이 이유 때문에 이들의 '상대 진영서 강력한 압박'을 완벽한 성공이라 단정짓긴 어려울 것이다.

아스날은 수비시 외질과 지루를 투톱으로 올리는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다. 센터백 코시엘니와 무스타피의 빠른 발을 믿고 수비 라인을 높게 설정했다. 발상은 좋았다. 하지만 '공격 ▶ 수비 단계'에서의 강력한 압박은 좋았지만 '수비 단계'에서의 중원 압박은 글쎄, 그리 좋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아스날의 수비 진영과 공격 진영에만 태클 표시가 있지, 페널티 박스 아크와 하프라인 사이 지역에는 태클 표시가 거의 없다.) 실제로 아스날은 이러한 요인 때문에 PSG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며, 이러한 압박은 앞으로 벵거 감독이 고안해내야 될 숙제로 남을 것이다.


(영상 참조 : http://tvcast.naver.com/v/1261695)



-만들어가지 않고, 지루를 노렸다.

지루가 다시 원톱 자리에 돌아왔다. 지난 맨유전에서의 임팩트는 강력했다. 그리고 이번 경기서도 다시 골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페널티 킥으로 만들어낸 그 골은 결코 벵거가 지루에게 원하는 방식의 득점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스날이 PSG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해 나갈 때, 이들은 여기서 만들어가기보다 지루를 통한 한 방의 득점을 노래는 것을 원했다. 위 장면이 그렇다. 아스날의 깁스가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코클랭과 이워비만이 깁스를 통한 2차적인 공격을 지원해줄 뿐, 램지, 지루, 외질, 산체스 등 아스날의 주력 공격 자원들은 모두 박스를 향해 쇄도하고 있다. 돌아온 지루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박스 안에서의 지루의 존재감을 이용하기 위해 선택한 공격 전술 중 하나였다.

실제로 이날 아스날은 홈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46.4%의 볼 점유율을 유지한 채 PSG에게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다. 그리고 벵거가 선택한 이러한 공격 방식 역시 크게 성공하지 못 했다. 아스날은 총 19번의 크로스 중 3번의 크로스를 성공적으로 연결시켰다. (PSG는 17번 중 5번을 성공시켰다.)  


지루의 패스맵 (c)squawka.com


결과적으로, 아스날은 이러한 공격 전개를 위해 공격 단계에서 중앙 대신 측면을 선택해야했다. 실제로 이들은 왼쪽으로 37%, 중앙으로 30%, 오른쪽으로 33%씩 공격을 전개해나갔으며, 스트라이커 지루는 한 경기에서 22번의 패스밖에 시도해내지 못했다.(그리고 그 중 15번의 패스 밖에 성공시키지 못 했다.) 그렇다면 아스날은 왜, 중앙대신 측면을 통한 공격을 선택한 상황에서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산체스와 외질의 히트맵 (c)squawka.com



아스날의 두번째 골장면



젠킨슨의 크로스맵 (c)squawka.com



첫째는 베예린의 부상 결장으로 인해 대신 출전한 칼 젠킨슨의 부재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위 외질과 산체스의 히트맵을 보면 알겠지만, 오른쪽 윙어인 산체스는 중앙과 오른쪽을 모두 겸하며 활동했고, 공격형 미드필더인 외질은 상당히 왼쪽 지향적인 위치를 선점해나갔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아스날을 상대하는 PSG 수비진은 아스날 입장에서 볼 때 왼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소리인데, 이때 오른쪽 측면으로 오버래핑을 올라오는 칼 젠킨슨 입장에서는 광활한 공간을 얻게 될 것이다.

젠킨슨이 이 광활한 공간을 얻은 상황에서, 아스날이 중앙 쪽으로 공격하다 루트가 보이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그 다음 옵션은 당연 측면의 젠킨슨이 될 것이다. 그라고 젠킨슨이 볼을 잡을 때 아스날의 선수들은 지루의 영향력으로 인해 박스 안으로 쇄도할 것이다. 여기서 젠킨슨의 정확한 크로스 능력이 빛을 발해줘야 아스날의 공격이 비로소 살아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젠킨슨은 이날 아스날이 시도한 총 19번의 크로스 중 5번의 크로스를 맡았지만 모두 성공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두번째 골 장면에서는 베라티의 행운적인 자책골이 따라줬지만, 이 장면에서도 역시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성공적으로 연결시키지 못 했따. 이번 경기를 통해 아스날은 베예린을 매우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젠킨슨은 6.0점의 평점으로 전체 22명의 선수들 중 크리쵸비악과 아레올라 다음으로 가장 낮은 평점을 부여받았다. (whoscored.com 기준)

둘째는 PSG가 아스날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수비 능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스날과 PSG는 총 36번의 태클 중 25번을 성공시키며 태클 기록에서는 동률을 기록했지만, 그 후 수치에서 차이를 보였다. 아스날은 12번의 인터셉트를 기록한 반면 PSG는 19번의 인터셉트를 기록했고, 아스날은 14번의 클리어링을, psg는 22번의 클리어링을 보여줬다. 그리고 아스날은 7번, PSG는 11번의 헤딩 클리어링을 기록했고, 슛 블록은 아스날 2번 - psg 4번으로 태클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비 수치에서 PSG가 우위를 보여줬다. 특히나 PSG가 기록한 4번의 슛 블록은 모두 페널티 박스 측면에서 벌어졌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벵거와 에메리의 치열했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만남도 끝을 맺게 됐다. 마지막 6라운드까지 가면 모르겠으나, 현재까지의 결과적인 승자는 PSG의 에메리 감독이다. 다득점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조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두 팀의 공통적인 목표는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매 시즌 우승할 것 같으면서도 항상 저조한 결과를 보여줬던 아스날과 PSG. 이들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별들의 전쟁에서 우승하기 위한 사투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