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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마드리드 더비 분석] 시메오네 꺾은 지단의 새로운 4-4-2
병장 서현규 | 2016-11-23 18:09:14 | 943


(c)Sportlineng.com


프리메라리가의 판도가 다시 갈라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가 누 캄푸에서 말라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레알 마드리드가 빈센테 칼데론 원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0으로 완파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선두 레알 마드리드는 2위 바르셀로나를 승점 4점 차이로 따돌리는데 성공하며 완벽한 1위 자리를 수성하게 됐다. 특히나 이들이 지난 마드리드 더비에서 보여준 임팩트를 생각해본다면 앞으로의 리그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지네딘 지단 감독의 새로운 4-4-2. 그는 어떻게 '4-4-2 최강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꺾고 3-0이라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  


-시메오네 꺾은 지단의 새로운 4-4-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 라인업



몇 년 전, 아니, 몇 달 전까지만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과 같았던 BBC 라인도, 지단이 고수했던 4-3-3 포메이션도 이번 경기서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지단 감독만의 새로운 4-4-2 포메이션을 이번 마드리드 더비에서 볼 수 있었다. 물론 매우 조직적인 성향을 갖춘 4-4-2 포메이션은 아니기 때문에 이 '4-4-2'를 그렇게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전체적인 형태로나 틀을 볼 때 4-4-2 포메이션에 기반하여 레알 마드리드의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말하고 싶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완벽히 살렸던 이스코의 변칙 기용

이번 경기에서 들고 나온 지단의 4-4-2를 볼 때, 이 대형에서 가장 유기적인 자유성를 준 지역은 바로 왼쪽이었다. 마르셀로와 이스코로 이뤄진 곳이다. 이 둘의 조합으로 이뤄진 왼쪽 측면을 생각해 볼 때, 지단이 고민할 수 있는 요건들은 크게 2가지일 것이다. ▲ 마르셀로의 공격적 재능을 어떻게 살리느냐 ▲ 베일-호날두의 투톱을 지원하기 위한 직선적인 공격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이다. 이 2가지 숙제에 대한 정답은 지단이 총 3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는데, 이 3가지 해결책은 글을 진행하면서 차차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스코의 변칙 기용 장면


그 첫째 해결책은 바로 이스코의 변칙 기용이었다. 지단은 위 장면과 같이 공격시 이스코에게 프리롤과 같은 역할을 부여하며 경기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주문하였는데, 그 범위는 중앙, 오른쪽, 왼쪽 등을 가리지 않고 누볐다. 심지어는 최전방 부근까지 올라갈 때도 있었다.

이스코에게 이러한 프리롤을 맡기니 4-4-2를 사용하는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는 가지각색의 이점들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공격시 이스코의 프리롤로 상대 수비가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오른쪽 방향으로 밀집되기 때문에 마르셀로가 광활한 공간에서의 오버래핑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마르셀로의 공격적 재능을 살렸다. 또한, 왼쪽으로 직선적인 공격을 어떻게 펼치는가에 대한 고민도 공격시 마르셀로가 왼쪽 윙어/왼쪽 미드필더의 위치로 전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풀리게 되었다.



이스코의 히트맵(좌)과 패스맵(우) (c)squawka.com


이뿐만이 아니라 팀의 전체적인 구조적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었다. 중앙으로 좁히니 중앙 미드필더가 비교적 부족하다는, 또는 4-4-2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하기에 중원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왼쪽 측면과는 반대로 매우 직선적이어서 고민인 카르바할과 바스케스의 오른쪽 측면까지도 이동하기에 그 고민거리를 풀어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포메이션대로 왼쪽에 위치하되, 상황에 따라 중원과 오른쪽을 드나드는 것이 이스코의 변칙 기용이다. 특히나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atm의 수비 조직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에 대부분의 공격을 측면을 통해 전개하였는데,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방향은 왼쪽 42%, 중앙 19%, 오른쪽 40%였다.)경기장 온 곳을 누볐던 이스코가 이 중심에 있었기에 이러한 측면 공격이 비로소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공격을 생각하는 수비시의 변환




수비 상황에서의 레알 마드리드


앞서 계속해서 말했던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과 호날두를 투톱으로 앞세운 4-4-2였고, 왼쪽 미드필더의 이스코는 경기장의 왼쪽, 중앙, 측면 모두를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누비는 프리롤이었다. 하지만 수비 상황에서는 달랐다. 베일과 이스코가 자리를 바꿔 베일이 왼쪽에 서고 이스코가 중앙에 위치한다. 그리고 상대팀의 공격을 직접적으로 막는 수비는 호날두를 제외한 9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모두 역할을 분담해가며 맡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 공격 상황에서의 선수들 역할


지단 감독이 베일과 이스코의 위치를 바꿔 수비 진영을 구축한 이유는 상대의 볼을 탈취한 바로 다음 단계인, 공격 단계로 이어지는 '수비 ▶ 공격 단계'에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앞서 말했듯, 이스코와 마르셀로로 이뤄진 왼쪽 측면에서는 직선적인 공격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베일을 수비시 왼쪽 측면에 배치시킴으로써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수비 ▶ 공격 단계'에서는 전진된 상대방의 진영을 상대로 펼치는 공격 작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전개를 요구한다. 때문에 주력에 큰 강점을 갖고 있는 베일을 측면에 배치시켜 레알 마드리드의 볼을 수비진에서 공격진까지 빠르게 운반할 수 있게 하였고, (여기에 오른쪽의 바스케스도있다.)중원의 이스코는 호날두에 비해 조금 쳐졌기 때문에 '수비 ▶ 공격 단계'에서의 수비진과 공격진을 연결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지단의 이 발상이 가장 잘 들어맞았었던 장면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세번째 골장면이었다. 밑의 영상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이 영상이 시작하는 시점에서의 바로 전 단계인,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상황에서 그들이 볼을 탈취하는 장면을 본다면 베일이 왼쪽 미드필더 자리에서 출발하여 하프 라인 부근까지 도달할 때 밑의 영상이 시작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삼 참조 - http://tvcast.naver.com/v/1252249)



-카세미루, 크로스의 공백을 완벽히 지워버린 중앙 미드필더 라인

사실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결전에 앞서 지단의 최대 고민거리였던 부분은 토니 크로스와 카세미루의 중원 공백이었다. 모드리치와 코바치치로 이 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사실 크로스의 볼 전개 능력은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하여도, 지난 9월부터 계속 고름을 앓아왔던 카세미루의 수비 능력에 대한 공백이 최대 난관이었는데, 지단은 이번 4-4-2 포메이션을 통해 그 난관을 해쳐나간듯 했다.



코바치치와 모드리치의 수비적 위치 선정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모드리치와 코바치치는 이번 경기에서 많은 공격적 공헌을 펼치치 않았다. 수비적으로 움직이며 팀의 공격을 뒷받침해줬다. 이들이 2명의 센터백과 함께 후방에서 자리를 잡았기에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의 활발한 오버래핑이 가능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기본적으로 뒤에 4명의 숫자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수비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앞서 말한 이스코와 마르셀로의 직선적인 공격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에 대한 또 다른 해답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들이 후방에 있었기에 이스코가 왼쪽 측면을 마르셀로에게 맡기고 프리롤을 나갔던 것이었고, 마르셀로는 이들이 있었기에 자유로운 공격 가담이 가능했던 것이다.



모드리치와 코바치치의 태클맵(좌), 히트맵(우) (c)squawka.com


카세미루 혼자의 수비 할당량을 모드리치와 코바치치가 나눠 수행했기 때문에 카세미루의 수비적인 공백을 지울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이 쳐져서 생겨나는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의 공간은 베일과 이스코가 틈틈히 움직이며 채워줬고,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공격을 측면을 통해 전개했기 때문에 이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의 공간은 활용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또한 이들은 볼을 뿌리는데 능하다는 특징과 밑선에 배치돼있다는 위치적 특성(이들이 밑선에 위치함으로 볼을 U자로 돌릴 수 있다.)을 통해 팀의 공격 방향을 매우 원활하게 바꿔주는 공격적 윤활유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왼쪽과 오른쪽 측면을 각각 42%, 40%로 비교적 골고루 활용할 수 있었던 데에 결코 이들의 헌신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지단의 새로운 4-4-2 포메이션의 시작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필자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보완할 점 보완하고, 이스코의 변칙 기용과 같은 기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특성만 이 시스템 안에서 잘 살려낸다면 충분히 장기적으로 쓸 수 있는 포메이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안첼로티 2기 때도 그랬던 것처럼, 4-4-2는 최근의 레알 마드리드와 충분히 합이 맞는 포메이션이다.

돌풍의 신입 감독, 지네딘 지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 다시 유럽 축구를 제패할 수 있을까? 4-4-2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