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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에버튼 분석] 첼시가 완벽한 백3를 사용하는 방법
병장 서현규 | 2016-11-08 18:33:50 | 961


(c)첼시 공식 페이스북


프리미어리그에 또 다른 전술적 변혁이 다시 찾아왔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가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역습 전술로 우승컵을 일궈낸 후 불과 5달 만에 다시 찾아온 변혁이었다. 그 주인공은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명장 안토니오 콩테 감독의 첼시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전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던 백3 전술을 성공시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현재 아스날과 리버풀의 11R 경기가 치러지지 않은 지금, 리그 1위 자리에 올라선 주인공이 됐다. 

과연 이탈리아의 콩테 감독은, 어떻게 첼시를 새로운 백3의 전술에 녹아들게 한 것이었을까?


-가장 어려운 3-4-3 포메이션을 소화해내다.



첼시의 에버튼전 선발 라인업

   

수많은 백3를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들 중, 콩테 감독이 선택한 포메이션은 가장 소화하기 어렵다던 3-4-3 포메이션이었다. 3-4-3 포메이션은 대형적으로 많은 단점을 갖고 있는 포메이션인데, 이 대표적인 단점들을 소개하자면 3가지로 말할 수 있다. ▲ 3열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라인 사이의 공간을 공략당하기 매우 쉽다는 것, 그리고 공략당할 경우 그 피해가 매우 막중하다는 점 ▲ 측면과 중앙의 분배가 매우 어렵다는 점 ▲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너무 많고 그 역할 분담 역시 매우 애매하다는 점 으로 손꼽을 수 있다.

때문에 콩테 감독은 이 3가지 문제점들을 비롯해 많은 대형적 단점들을 보완해나가야 했는데, 수많은 보완 요소들 중 그가 가장 강조했던 것이 바로 '활동량'이었다. 그가 첼시에서 구사하는 백3 포메이션의 모든 전술들은 선수들의 뛰어난 활동량을 기반으로 실행되었으며, 이것이 없었다면 지금쯤의 첼시는 침체기를 겪고 있을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장 밑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한다.

지난 에버튼전은 아자르의 특급 활약이 첼시 승리의 모든 것을 이끌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결코 첼시가 5골을 득점하는데 있어 수비진들의 많은 공헌을 있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수비진들의 '수비적'공헌이 아닌 '공격적' 공헌을 말이다.


첼시의 빌드업 진영

우선, 첼시는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시작할 때 기본적으로 넓은 선수 간격을 유지한다. 특히나 일렬로 선 백3라인은 위 장면과 같이 넓게 벌린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크게 2가지 이유로 말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첫 번째 이유는 시작점이 되는 루이스의 패스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루이스는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까지 소화해낼 수 있을 만큼 볼을 매우 잘 다루는 수비수다. 킥력이 매우 뛰어난 탓에 팀의 프리킥까지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콩테 감독은 그의 이러한 특성을 살려 위와 같은 빌드업 형태를 구축했는데, 만약 첼시가 수비 진영에서부터 빌드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루이스가 볼을 잡았다고 가정해보도록 하자. 수비 진영 선수들은 위 장면과 같이 넓게 벌릴 것이고, 공격 진영 선수들 역시 그의 뛰어난 킥력을 알기에 최대한 롱 볼을 잡을 수 있는 위치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때 그의 1순위 목표는 당연하게도 공격진에게 정확한 패스를 배급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만약, 상대 선수들이 그것을 인식하고 우리 편 공격수들을 잡는다면? 그때는 넓게 벌린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에게 볼을 돌리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가 '넓게 벌리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들이 넓게 벌리지 않고 좁게 포진했다면, 상대 선수들은 최종적으로 공격진에게 오는 패스를 막는데 수월함을 느낄 것이다. (첼시의 수비 진영에서 볼 위치의 변화가 크게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들이 넓게 벌림으로써 볼이 크게 순환할 수 있게 되지 않는가? 볼이 크게 순환한다면 상대 선수들은 이에 따라 흔들릴 확률이 높아지고, 볼의 순환에 따라 흔들린다면 첼시 공격수들을 놓칠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것은 즉, 루이스의 1순위 목표(공격진에게 정확한 롱 패스)가 당장은 실패했다 하더라도 다시 그 목표를 이뤄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주는 빌드업 형태라 말할 수 있다.



다비드 루이스의 에버튼전 히트맵 (c)squawka.com

   

둘째는 첼시의 측면 공격을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다. 앞서 말한 가정 상황 중, 루이스가 1순위 목표를 이루지 못해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에게 패스를 준 상황을 생각해보자.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는 상당히 넓은 측면에서 볼을 잡은 상태가 될탠데, 이때 그들이 판단하게 될 상황은 크게 2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는 루이스가 이들에게 볼을 전달함에도 첼시 공격진들을 잡고 있는 상대 수비진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때이다. 이때는 다시 루이스에게 볼을 주거나 미드필더 진영으로 볼을 넘겨 상대 수비진을 더 흔들어보거나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둘째는 상대 수비진이 흔들렸을 때이다. 이때는 루이스에게 볼을 다시 재빠르게 넘겨 루이스의 1순위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이때 이들이 볼을 몰고 전진하여 윙백이나 윙어에게 볼을 전달하는 것이 첼시가 에버튼전에서 가장 활성화시켰던 부분이었다.

첼시가 이 둘째 상황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여 윙백이나 윙어에게 볼을 전달'의 장면이 나올 확률이 높은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다시 2가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첫째는 앞서 말했듯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가 빌드업 시 넓게 포진해있었다는 것, 둘째는 그에 따라 양쪽 윙백인 알론소와 모제스가 터치라인 부근까지 넓힌 상태에서 윙어와 양쪽 센터백 사이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의 히트맵(좌), 패스맵(우) (c)squawka.com



첼시가 빌드업을 하는 장면


    

특히나 위 장면을 본다면 그 이해가 빠를 것이다. 수비진의 아스필리쿠에타(28번)가 볼을 몰고 전진하는 상황에서, 알론소(3번)가 넓게 벌린 상태로 같이 전진하고 있고, 아자르와 코스타는 종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의 바로 뒤에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여기서 '종적인 관계'는 코스타가 수비수의 뒷공간을 노릴 때 아자르는 아스필리쿠에타의 볼을 받아주기 위해 나온다는 것을 말한다.) 그에 따라 에버튼의 8명의 수비수가 첼시의 공격 진영에 휩쓸리고 있다. 때문에 첼시는 결국 수비 진영부터 중원 진영까지 편안하게 볼을 갖고 있는 상태로 전진할 수 있었고, 이후 바로 첼시의 '공격 상황'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첼시의 왼쪽 공격 삼각 지대


실제로 첼시는 에버튼전에서 왼쪽으로 40%, 중앙으로 26%, 오른쪽으로 35%씩 공격을 전개해나갔었다. 이는 첼시가 얼마나 측면 쪽으로 공격을 진행했는지 알려주는 좌표가 되어주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루이스의 '빌드업 시 1차적인 목표'보단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의 볼을 몰고 전진하는 빌드업 방법이 더욱 많이 사용됬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증거가 되어줬다. 


-종적으로도, 횡적으로도 흔들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는 첼시가 공격 시에 어떻게 에버튼의 수비를 짓누를 수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첼시의 공격 장면


첼시가 3-4-3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수비 쪽에서는 빌드업에 대한 강점을 뽑아냈다면, 공격 쪽에서는 종적과 횡적으로 모두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것에 대해 강점을 발휘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위 장면을 기준으로 볼 때, 첼시가 횡적으로 흔들었다는 것은 첼시 선수들을 세로로 넓게 포진시켜 에버튼의 수비 간격을 넓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중심에는 당연 알론소와 모제스가 있었다. 앞서 지겹도록 얘기한 빌드업 단계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루이스가 볼을 소유할 시,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가 넓게 벌려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에 따라 수비 진영에서의 측면 공간은 양쪽 센터백이 어느 정도를 점유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윙백인 알론소와 모제스가 공격 진영에서 수비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은 채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공격 진영에서 완벽한 윙어처럼 활동할 수 있었다. 넓게 벌려 상대 수비수들의 간격을 넓힌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어마어마한 활동량이 있었기에 이러한 전술이 가능했던 것이지만 말이다!



케이힐이 전진, 알론소의 공격적 위치 선정으로 케이힐의 패스길이 확연히 늘어난 상황


알론소와 모제스의 에버튼전 히트맵 (c)squawka.com



첼시가 공격시 종적으로 흔든다는 말은 공격 진영에 있는 선수들이 패스를 받을 때 서로 엇갈려 뛴다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위 '케이힐이 전진, 알론소의 공격적 위치 선정으로 케이힐의 패스길이 확연히 늘어난 상황'의 장면에서 아자르와 코스타의 움직임을 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케이힐이 볼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 명의 공격수가 볼을 받기 위해 내려올 때 나머지 한 명의 공격수는 수비 뒷공간을 노리게 되는, 그런 공격수들의 순간적인 엇갈림으로 인해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되는 것을 첼시가 정말 잘 구현해냈다. 

첼시가 이러한 '종적으로 흔드는' 공격진 형태를 가져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두 선수가 순간적으로 엇갈려 뜀으로써 상대 수비진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고, 둘째는 최소한 한 선수가 볼을 받으러 나와주기 때문에 공격 진영에서 우선적으로 볼 소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한 선수가 볼을 받으러 나오는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들이 그 선수를 압박하기 위해 달려든다면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공격수가 상대 수비진들과 엇갈려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릴 확률이 어느 정도 존재하겠지만, 만약 이 트랩에 걸리지 않는다면 상대 골키퍼와 1대 1로 마주할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게 된다. 


아자르(좌)와 코스타(우)의 에버튼전 터치맵 (c)squawka.com


또한 첼시의 이러한 종적으로 흔들어주는 공격 형태는 시즌 초에 상당히 비판받았던 '파브레가스의 출전 제한'의 문제도 보완해주는 효과를 보여준다파브레가스가 존재한다면 중원에서의 압박에 대한 강도는 비교적 줄어들겠지만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까지 한 번에 정확하게 연결되는 패스의 빈도가 늘어나게 될 텐데한 방의 공격을 선택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이 좁혀지는 공격 방식을 선택해 '파브레가스가 필요 없는 공격 환경'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3-4-3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중앙 미드필더들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파브레가스가 존재하기 힘든 포메이션 역시 첼시에 자라잡게 되었다.

첼시는 이와 같은 형식으로 공격시 종/횡적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기 때문에 3-4-3 포메이션에서 터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5경기에서 15골을 득점하였고, 리버풀의 11R 경기가 끝나지 않은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총 26골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굳건히 득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의 약점은 무엇일까?


(c)skysports    



그렇다면 과연, 혁신의 최강 백3를 선보인 콩테 감독의 첼시는 약점이 아예 없는 팀일까? 아니,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모든 팀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번쯤의 침체기를 맞고, 또 전술적 한계를 갖고 있듯이 콩테 감독의 백3 전술도 언젠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한계에 부딪히게 될까? 필자는 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한계'의 요소를 크게 2가지로 손꼽고 싶다.

첫째는 체력적 한계다. 앞서 말했지만, 콩테 감독이 구사하는 3-4-3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양쪽 윙백이 측면의 공격과 수비를 모두 소화해야 하고, 2명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중원에서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보여줘야만 3-4-3 포메이션의 전체적인 볼의 순환이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센터백들의 즉흥적인 공격 가담과 공격진들의 활발한 수비 가담도 필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1년 내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리그다. 월드컵이나 유로같이 몇 달 안에 대회가 끝나버리는 형식이 아니란 것이다. 때문에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백3 전술을 유럽 리그에 비해 월드컵이나 유로와 같은 단기간 대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 볼 수 있는데, 과연 12월에 박싱 데이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콩테 감독이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3-4-3 포메이션을 유지시킬 수 있을까? 실제로 지난 시즌 'EPL 1년 차'였던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 역시 이러한 이유로 박싱 데이때 고비를 겪어야만 했다. 과연 지난 시즌의 클롭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콩테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전술을 갖고 갈 수 있을까? 글쎄, 아직까지는 의문이다.

둘째는 선수적 한계다. 이미 위 글을 보면서 어느 정도 눈치챈 사람도 있을테지만, 현재 첼시가 지금의 3-4-3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로테이션으로 선수들을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볼을 매우 잘 다뤄야 하는 수비 자리인 다비드 루이스의 중앙 수비 자리를 누가 대신 메꿔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뛰어난 수비력을 기반으로 하되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보여줘야 하는 윙백 자리도 모제스와 알론소를 제외해 현재 첼시 스쿼드에서 과연 누가 대신해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마티치는 그렇다 쳐도 중원을 쓸어줘야 하는 캉테자리는? 그리고 최전방에서 볼을 소유하며 윙어들과 시너지를 만들어가야 할 코스타의 자리를 바츄아이가 과연 대신해줄 수 있을까?

글쎄, 앞서 말한 체력적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면 이 선수적 한계를 벗어나야 할 텐데, 이것이 안된다면 결코 체력적 한계 역시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콩테가 만약 이 3-4-3 포메이션을 끝까지 유지시키게 된다면, 빠르면 이번 겨울 이적 시장, 아니면 다음 여름 이적 시장에서라도 그에 맞는 선수들을 사와 선수단 뎁스를 두껍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과연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명장,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아브라모비치의 바람대로 첼시를 다시 왕좌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이들의 사령탑인 콩테 감독도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명장 반열에 속해있는 인물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이들의 왕좌 자리 탈환을 위한 본격적인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