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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맨유가 골을 넣지 못하는 이유
병장 서현규 | 2016-11-08 18:25:23 | 976


(c)theguardian.com


기대됐던 성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우려됐던 실패만이 남았다. 이번 시즌 역시 퍼거슨의 시대를 재림시키기 위한 천문학적인 금액을 선수단에 투자시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야기다.

맨유가 또다시 승리를 거두지 못 했다. 지난 새벽에 펼쳐졌던 페네르바체와의 유로파리그에서 무사 소우와 저메인 렌스에게 슈퍼골을 허용하며 2-1로 패배했다. 최근 5경기에서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한 신세가 돼버렸다. 이번 주말, 스완지시티와의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그들은 7위 왓포드와 같은 승점을 따낸 채 리그 8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13골을 득점해 득점수만 따지자면 리그에서 9번째로 많은 득점을 뽑아내고 있는 중이다. 이브라히모비치, 포그바, 미키타리안, 마샬, 데파이 등. 맨유가 최근 2년 내 공격자원에게 투자한 금액을 생각해본다면 기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런 맨유의 '기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골 가뭄 현상이 최근 급속적으로 드러나는듯하다. 번리와의 경기에서는 72.2%의 볼 점유율과 38번의 슈팅 시도, 그리고 29번의 찬스 메이킹과 38번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끝내 톰 히튼이 지키고 있는 골문을 열지 못했고, 페네르바체와의 경기에서는 61%의 볼 점유율과 9번의 슈팅 시도, 21번의 크로스를 올렸지만 마지막 루니의 환상적인 중거리 골만이 페네르바체의 골 망을 흔들지 못 했다.

도대체 프리미어리그의 슈퍼스타 군단 맨유는 왜, 득점을 해내지 못하는 것일까?


- 4-2-3-1? 아니, 무리뉴의 맨유는 4-3-3이다.





경기 전 중계화면에 표시되는 맨유의 선발 라인업 - 번리전(좌), 페네르바체전(우)

   

많은 사람들이 무리뉴가 이끄는 맨유의 포메이션이 4-2-3-1 대형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포그바를 받쳐줄 중원 자원이 부족하다.' '맨유는 전체적으로 4-2-3-1과 맞지 않는다.' '4-2-3-1 포메이션에 적합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다.'라는 소리를 많이 내놓곤 하는데, 모두 잘못된 의견이다. 중계 화면에만 4-2-3-1 포메이션이라고 표사될 뿐, 실제 경기에서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이들이 4-2-3-1에서 4-3-3으로 변형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오른쪽 윙어 자리에 후안 마타나 제시 린가드가 올 경우이다. 이들은 대형상으론 4-2-3-1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 자리에 위치해 있지만, 실제 경기 내에서는 좁은 중앙으로 좁히며 이들로 인해 4-3-3 포메이션으로 혼용된다. 이 때, 그들로 인해 비어진 오른쪽 공격 공간은 오른쪽 윙백을 맡고 있는 선수가 공격적으로 활용하게 되며, 3톱은 좁은 형태를 유지하게 된다.

둘째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웨인 루니가 위치하게 될 때이다.(단, 지난 페네르바체전은 제외하도록 한다.) 루니는 실제 경기에서 조금 더 낮은 위치로 내려와 2명의 미드필더들과 삼각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맨유는 4-3-3 포메이션으로 변형되고, 3톱은 넓은 형태를 갖게 된다.


-이번 시즌 최후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은?

이번 2016/2017 시즌에 새로 들어와, 무리뉴가 가장 많은 고민을 가졌던 부분은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였다. 제아무리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인 폴 포그바를 영입했다 한들,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를 어떤 선수와 조합시킬 것인지, 그리그 그의 단점을 어떻게 커버할 것인지 등 포그바가 영입됐다 해서 무리뉴의 고민이 크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지난 시즌 완벽한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 했던 펠라이니를 한껏 기용하기도 했으며, 공격적으로만 뛰어날 줄 알았던 에레라를 완벽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시키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서 소개했던(4-2-3-1에서 4-3-3으로의 변형) 맨유의 포메이션 변형과 같이 루니와 마타를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번리전에서 기존 마타롤을 수행했떤 린가드


그런 많은 고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뉴는 아직도 미드필더 진영의 조합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특히나 위 장면이 그 대표적인 사레라 할 수 있다. 오른쪽 윙어 자리로 나선 린가드가 중앙으로 좁혀, 중앙 미드필더 에레라, 공격형 미드필더 마타와 패싱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있는 장면인데, 이때 포그바의 위치를 보면 후방에서 수비적인 배치가 되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장면에서, 포그바가 저 패싱 트라이앵글 속에 포함되어있었거나 그 근방에 위치해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아마 맨유는 상대 위험 지역에서 더욱 많은 공격 옵션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포그바가 위 장면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올라가게 된다면, 다른 선수들이 그만큼 내려와 줘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 밸런스가 정확히 맞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뉴의 중원에 대한 완벽한 조합이 아직 맞춰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슈나이덜린의 후방 배치로 인해 더욱 올라가는 공격진들


그래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마지막 퍼즐이 바로 '모르간 슈나이덜린'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번 시즌에 비록 그라운드 위에서 232분 밖에 뛰지 못했으나, 역할상으로 본다면 맨유의 중원 조합에 있어 모든 균형을 맞춰줄 적임자라 본다.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슈나이덜린은 넓게 벌려진 센터백 사이로 들어와 라볼피아나 전술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는 태클과 볼 인터셉트 등에 대한 수비력에 강점을 갖고 있는 미드필더이며, 수준급의 패스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가 중원에서의 수비적인 역할을 맡아준다면, 에레라는 수비적인 부담을 덜어냄과 동시에 공격적으로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며(물론 기존의 수비적인 역할은 계속 맡아가야 할태지만), 포그바는 완벽히 공격에 관여할 수 있는 미드필더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루니가 높은 위치로 올라감으로써 즐라탄과의 연계 플레이가 가능해질 것이고, 양쪽 윙어들은 윙백들의 공격적인 오버래핑(슈나이덜린이 내려왔기 때문에)으로 인해 중앙으로 자유롭게 좁히는 제약을 덜 받게 될 것이다.

슈나이덜린이 들어온다면, 이론 상으론 위와 같은 맨유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언제까지나 '선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며 정신력이 또렷할 때'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론과 실천은 다르다. 지금의 맨유가 그 '이론과 실천의 차이'를 극심하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며,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맨유 선수들의 컨디션과 정신력이 그들에 맞는 상태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덧붙여 이 '이론과 실천의 차이'를 가장 적게 느끼고 있는 팀이 3-4-3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콩테 감독의 첼시라 할 수 있겠다.



같은 롤을 맡았던 번리전 에레라의 히트맵(좌)과 페네르바체전 슈나이덜린의 히트맵(우) (c)squawka.com


비록 슈나이덜린은 페네르바체전에서 전반전만을 소화한 채 마타와 교체되었으나, 이는 언제까지나 1-0으로 뒤지고 있던 맨유의 공격력 강화에 대한 전술적 교체였다. 비록 아직까지는 폼이 매우 좋지 않아 주전 경쟁에서 완벽히 밀린 신세가 되어버렸지만, 그의 컨디션이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면, 맨유의 중원에서 굳은 일을 다할 준비가 된다면 무리뉴가 원하던 마지막 퍼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측면을 100% 활용하지 못한 맨유

맨유가 번리를 상대로 골문을 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국 측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었다. 번리는 밀집된 수비를 기반으로 하여 수비 조직력이 매우 확고한 팀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팀을 상대로 골을 성공시키기 위한 해결책으로는 대표적으로 3가지 방법을 손꼽을 수 있다.

첫째는 측면을 활용해 상대 수비 간격을 넓혀 그 공간 사이로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때는 윙백의 오버래핑 활용이 궁극적으로 중요해진다. 둘째는 중원에서의 컴비네이션 플레이로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수준급의 팀워크를 요구하며 3가지 방법 중 가장 어려운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셋째는 중거리 슛으로 골을 성공시키는 방법인데, 이는 상대 수비가 완전히 내려서 페널티 박스 안을 집중적으로 수비할 때만 허용되는 방법이다.  

때문에 이 '측면'을 활용하는 것이 맨유가 번리의 수비진을 뚫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었는데, 실제 경기에서 맨유는 이 사이드 공간을 전혀 활용해내지 못 했다. 실제로 맨유는 이날 번리와의 경기에서 왼쪽 측면으로 33%, 중앙으로 39%, 오른쪽으로 28%씩 공격 방향을 분배해나갔다.



번리전 다르미안의 히트맵(좌)과 스토크시티전 발렌시아의 히트맵(우) (c)squawka.com




번리전 마타의 후반전~교체되기 전 까지의 히트맵 (c)squawka.com
   

그에 대한 첫째 이유로는 다르미안이 기존 발렌시아가 맡았던 전술적 역할을 잘 수행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앞서 설명했지만, 맨유의 오른쪽 윙어 자리에 마타나 린가드가 올 때는 이들이 중앙으로 좁혀 중원 플레이에 많은 관여를 한다 했었다. 그렇다면 광활하게 펼쳐진 오른쪽 측면 공간을 오른쪽 윙백이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이것을 발렌시아는 해냈고 다르미안은 지난 번리와의 경기에서 해내지 못했다. 때문에 이날 맨유의 오른쪽 측면에는 공격을 이끌어나갈 자원이 없었다. 후반전 들어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타가 이 공간을 커버했으며, 이날 패스 성공률 100%를 자랑하던 마타는 후반전 중원에서의 위협적인 플레이에 크게 관여할 수 없었다.

마타는 중앙에서 정말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만능적인 공격 자원이다. 상대 수비의 1.5선에서 볼을 전방으로 정확하게 배급하며, 볼을 소유할 수도 있다. 또한 때때로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골을 노리기도 한다. 이런 마타가 중앙에서 플레이하지 못하고 오른쪽 측면으로 치우쳤다는 건, 결과적으로 맨유가 중원에서 얻을 수 있는 위협적인 공격 옵션을 측면으로 돌려 비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무리뉴 감독이 마타를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시켜 중앙으로 좁히게 한 것이다.)



번리전 윙백들의 히트맵(좌), 페네르바체전 윙백들의 히트맵(우) (c)squawka.com


두 번째 이유로는 맨유 중원 조합과의 관련성이다. 앞서 보여줬던 번리전에서의 에레라 히트맵과 페네르바체전에서의 슈나이덜린 히트맵을 보면 알겠지만, 에레라는 매우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며 팀에 공헌을 하는 반면 슈나이덜린은 포지션이 고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결과적으로 이는 윙백들의 오버래핑에 대한 자유도, 그러니까 중앙 미드필더가 윙백들의 수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차이를 만들어주는 좌표가 되어준다. 쉽게 말해서 '수비형 미드필더'와는 거리가 조금 멀게 행동했던(경기장 넓은 곳을 뛰어다니며 팀에 헌신했던)에레라는 윙백들에게 수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주지 못했으나, '수비형 미드필더'자리에 고정적으로 위치해 딱 라볼피아나 형태를 만들어줬던 슈나이덜린은 윙백들에게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었다.

이는 위 번리전에서의 좌우 윙백 히트맵과 페네르바체전에서의 좌우 윙백 히트맵을 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맨유가 번리전에서 올린 38번의 크로스 중, 오른쪽 윙백인 다르미안은 2번의 크로스밖에 올리지 못했고 쇼는 하나도 올리지 못 했다. 때문에 번리전에서는 마타가 오른쪽 공격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겨버렸고, 페네르바체전에서는 이 덕분에 마샬이 중앙으로 편안하게 좁히며 플레이할 수 있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연계성 문제

즐라탄은 전술적으로 양면성을 가진 선수라 생각한다. 그의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이지만 공격 2선 선수들과의 연계를 매우 중요시하는 공격수다. 195cm라는 큰 키로 '전통형 공격수'에 어울릴 것 같은 선수지만, 실제로는 스트라이커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매우 허다하다. 왜냐하면 깊은 밑선으로 내려가 볼을 받아주고, 또 뿌려주는 플레이를 매우 좋아하는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이다.



즐라탄이 최전방의 루니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장면


하지만 즐라탄의 이러한 특성이 현재 맨유의 공격진에게 '독'이 되고 있는 추세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맨유의 공격 2선 자원들이 좋은 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장면을 보면 알겠지만, 즐라탄이 밑선으로 내려가 볼을 받아주고 최전방에 위치한 루니에게 볼을 전달해주는 상황에서, 현재 좋지 않은 폼을 유지하고 있는 루니가 수비진들의 압박에 둘러 쌓인 저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제 경기에서는 반대편에 위치한 오른쪽 윙백에게 롱 패스로 공격을 열어주지만, 그리 위협적인 공격으로 연결되진 못 했다.

때문에, 즐라탄과 연계하는 공격 2선들에게는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요해진다. 즐라탄은 스트라이커로써 매우 매력적인 존재다. 그가 있으면 먼저 나와 볼을 받아주기 때문에, 수비진에서 공격진까지 볼을 운반하는데 매우 큰 기여룰 해준다. 이 과정은 맨유에서도 상당히 잘 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 이후 그가 최전방으로 볼을 배급하는 단계, 위 장면과 같은 단계에서 맨유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공격 2선들이 받아주는 저 위치에서, 그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좋은 폼을 가졌더라면, 충분히 많은 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맨유의 공격 2선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을 발휘할 때 나오는 장면 

    

때문에 앞서도 계속 말했지만 현재 맨유에게 필요한 것은 선수들이 정상적인 폼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은 정말 많은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모르간 슈나이덜린,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멤피스 데파이, 앙토니 마샬, 폴 포그바, 그리고 웨인 루니까지. 모두들 전 세계 축구팬들 앞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똑똑히 입증했던 선수들이다. 이들 중 반이라도 정상적인 폼을 찾게 된다면, 그때부터 맨유는 정말 무서운 전력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실망만이 남았던 무리뉴의 맨유는 새롭게 만개할 수 있을까? 침체 속에 빠진 맨유를 구원해줄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오는 스완지전에서 반드시 이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