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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팰리스] 새로운 전술로 재탄생한 레스터 시티
병장 서현규 | 2016-10-24 19:18:52 | 1065


(c)The Indian Express


       

레스터 시티가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 9R 대결에서 아흐메드 무사, 오카자키 신지, 크리스티안 푸흐스의 골에 힘입어 3-1 대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뜨거웠던 '여우 군단'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승리가 오랜만에 돌아온 것이다. 번리와의 3-0 대승 이후 한 달 만에 맛본 EPL의 승점 3점이다그간 있었던 맨유와의 4-1, 첼시와의 3-0 대패로 상당히 저하됐던 팀 분위기를 다시 살릴만한 승리였다.

특히나 이번 경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레스터 시티의 변화된 모습이었다. 그들에게서 지난 시즌처럼 바디와 캉테를 중심으로 한 빠른 역습 위주의 전술 스타일은 이번 경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레스터 시티는, 어떻게 변화된 모습으로 크리스탈 팰리스를 꺾었을까?


-여전히 똑같은 4-4-2 포메이션, 그러나 스타일은 다르게




레스터 시티의 크리스탈 팰리스전 선발 라인업


       

그들의 모습이 바뀌었다고 포메이션에 변화를 준 것은 아니었다. 4-4-2라는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똑같이 유지하되, 그 안에서의 전술적 스타일에만 변화를 준 것이었다. 그 '변화'의 대표적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2톱에 선 이슬람 슬리마니와 오카자키 신지였다. 지난 시즌 돌풍의 주역이었던 제이미 바디를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물론 지난 코펜하겐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때문에 체력적인 측면에서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미 바디는 레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 모든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선 선수였다. 그는 지난 프리미어리그 8경기(이번 팰리스 전을 제외한)에서 6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바디 없는 공격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미드필더-공격 라인 간의 연계

이번 경기, 레스터 시티의 공격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포인트는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간의 연계였다. 기존 제이미 바디의 최대 강점이자 레스터 시티가 가장 잘 활용하는 부분 전술이었던 '빠른 주력을 이용한 수비 뒷공간 노리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점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쉽게 말해서, 레스터 시티가 지난 시즌 돌풍으로 인해 '빠른 역습'이라는 전술을 대표하는 팀이 되지 않았나?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는 많은 팀들이 '역습'을 상대하는데 특화된 전술을 갖고 나오다 보니, 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라니에리 감독이 그 '역습'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점들을 이번 경기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란 것이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간의 연계였다.






슬리마니의 포스트 플레이 장면



레스터 시티의 크리스탈 팰리스전 공격 조합은 '이슬람 슬리마니-오카자키 신지'의 조합이었다. 슬리마니는 188cm에 79kg의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타겟맨 성향을 띠는 스트라이커이고, 오카자키 신지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하여 공격진에서의 수비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는 공격 자원이다. 이 둘의 이러한 성향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슬리마니의 경우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오카자키는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미드필더와의 연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슬리마니의 '신체적 특성'이란 것은 그의 탁월한 신체 조건을 이용해 포스트 플레이를 펼칠 경우를 의미한다. 위 장면과 같이, 상대 수비수를 등지어 볼을 받고 다른 선수들에게 연계할 때 '신체적 특성을 이용하여 미드필더 라인과 연계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슬리마니의 포스트 플레이가 공격 진영에서 가능하다보니 레스터 시티의 단점 하나를 보완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이 수비진에서의 빌드업 문제였다. 레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수비진에서의 패스를 통한 빌드업에 약한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역습 상황에서의 경우 드링크워터의 롱 패스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캉테를 통한 빠른 드리블로 역습을 진행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슬리마니의 포스트 플레이로 인해 공격 진영에서의 거점 패스가 가능해져 레스터 시티는 수비진에서 공격진까지 곧바로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졌고, 덕분에 미드필더 진영의 선수들이 빌드업에 대한 부담을 꽤나 줄일 수 있었다.   




슬리마니가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받은 패스 루트 (c)포포투 스탯존


       

또 다른 공격 자원, 오카자키 신지의 '위치적 특성'을 말하자면 그의 왕성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한 공격 진영에서의 수비적 역할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미드필더와의 연계를 말한다. 공격 진영에서의 공격적 역할 대신 수비적 역할을 비교적 크게 분담하게 된다면 평균적으로 볼 때, 공격적 역할을 수행할 때 보다 수비적 역할을 수행할 때 비교적 낮은 위치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드필더 라인과의 간격이 좁아져 연계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필자는 오카자키 신지를 '위치적 특성을 이용하여 미드필더 라인과 연계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지난 시즌 제이미 바디와 2톱을 나설 때, 간간이 미드필더 라인과 바디를 연결해주는 연결 고리 역할에 관여할 때 쓰이는 특성이었으며, 오카자키의 수비적 강점을 통해 또 다른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해줄 수 있는 이중적인 성향이었다.


슬리마니와 오카자키의 크리스탈 팰리스전 히트맵(좌)과 패스맵(우) (c)squawka.com


크리스탈 팰리스전 레스터 시티의 4-4-2

       

4-4-2 포메이션의 2옵에게 '연계'에 대한 임무가 막중해지다 보니 중앙, 측면 가릴 것 없이 그들의 패스워크가 중요해지게 되었다. 중앙의 드링크워터와 킹과의 연계는 궁극적으로 중원에서의 탈압박을 위해, 그리고 마레즈와 무사와의 연계는 주로 이들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올 때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나 레스터 시티의 첫 번째 골과 두 번째 골 장면을 본다면, 그 골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공격수들의 연계 플레이가 상당히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골의 경우에는 슬리마니와 오카자키가 무사의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침투를 돕기 위해 밀집된 수비 지역 안에서 패스를 연결해주는 장면을 볼 수 있었고, 두 번째 골 장면에선 오카자키가 무사와 드링크워터를 연결해주는 연결 고리 역할과 그 전개를 마무리해주는 완벽한 공격수가 돼주었다.


-더욱 높아진 압박 라인. 모건과 후트의 단점을 상쇄시켜라

레스터 시티가 이번 시즌 전에 펼쳐진 프리시즌에 돌입하여 뼈저리게 느꼈던 점이 바로 중원의 은골로 캉테에 대한 공백이었다. 이는 센터백 라인인 로베르트 후트와 웨스 모건에 대한 단점 때문이었다. 이들은 공중볼과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클리어링이라는 큰 장점을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느린 발'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때문에 이들의 수비 라인은 낮은 위치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엄청난 태클 능력을 보유하였던 캉테가 드링크워터와 같이 이 넓은 사이 공간을 커버해줬지만, 그 캉테가 첼시로 떠나니 후트와 모건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라니에리 감독이 제시한 해결책이 그 빈 공간 사이로 상대 선수들을 진입시키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레스터 시티가 공격을 전개할 때, 중앙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한 선수들을 그쪽 방향으로 밀집시켜 즉각적인 압박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에는 당연히 공격 진영에서 오카자키 신지의 존재가 있어야지 가능하고, 양쪽 윙백인 대니 심슨과 크리스티안 푸흐스도 공격 전개시 압박을 위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드링크워터와 킹으로 이뤄져 있는 중앙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앞선에 형성된 레스터 시티의 전방 압박 라인의 1차적인 목표는 크게 벌어진 최종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에 상대의 볼이 안정적으로 투입되지 못하게 막는 것이 된다. 이 광대한 공간으로 상대가 공격을 전개하게 된다면 레스터 시티는 크나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때문에 모건과 후트의 뒷공간을 노리게 되는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을 틀어막고, 수비 클리어링과 공중볼에 강점을 가진 이들의 능력을 이런 식으로 극대화하게 된다.


이번 경기 심슨과 푸흐스의 히트맵 (c)squwka.com


       

이렇듯 발밑이 좋지 않은, 주력이 매우 느린 센터백의 단점을 커버하는 전술은 첼시의 안토니오 콩테 감독이 이번 시즌 극 초반에 짤막하게 구현해내기도 했었다. 이들에게는 결국 레스터 시티의 캉테가 있지 않는가? 때문에 상대의 공격이 벌어진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로 전개된다 한들, 미친 활동량과 태클 능력을 갖고 있는 캉테가 그 공격을 차단하거나 지연시켜줬다. 레스터 시티에서는 드링크워터가 이러한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가 결국 이러한 전술을 잘 구현해내기 위해서라면 어디까지나 상대를 수비 지역에 가둬놓고 어느 정도의 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될 것이다. 레스터 시티는 이번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경기에서 44.6%의 점유율 밖에 유지해내지 못 했다. 50%를 넘지도 못한 낮은 수치의 점유율이다. 지난 시즌 20-30%만의 점유율으로도 승리를 따낸 레스터 시티에게 60-70%의 높은 점유율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쎄, 이런 형식의 전술을 운영하기 위해서라면 최소한 홈 경기에서 50-60%의 볼 점유율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시나 가장 우려됐던 레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 우승권 경쟁은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돌풍으로 인해 그들이 발전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 시즌과 같은 기적은 바라지 않더라도, 그들의 디펜딩 챔피언이란 타이틀은 구단이 장기적으로 발전해나가는데 있어 분명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과 그라운드 위 11명의 여우들. 그들은 이제 기적이 아닌 거대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레스터 시티의 두 번째 영화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