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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리버풀 분석] 무리뉴의 맨유는 왜 압도당했는가?
병장 서현규 | 2016-10-19 12:18:53 | 1231


(c)TEAMtalk.com

       

무리뉴의 맨유가 혼전의 안필드 원정 속에서 간신히 승점 1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수문장 데 헤아의 슈퍼 세이브에 힘입어 겨우 따낸 결과였다. 무리뉴의 전략적 의도가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은 이번 경기였다. 슈퍼스타 군단을 보유한 맨유는 왜, 하나로 똘똘 뭉친 리버풀을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을까? 


- 무리뉴의 4-4-2 혼용과 클롭의 4-3-3 게겐 프레싱



이번 맨유-리버풀 전 양팀 선발 라인업


       

무리뉴는 4-2-3-1을, 클롭은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양 팀 감독이 이번 경기를 대비하여 특별히 대형적으로 큰 변화를 준건 아니었다. 하지만 '혼용'의 개념은 주입시켰다. 맨유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4-2-3-1, 펠라이니가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간 4-3-3(수비시 4-5-1), 아니면 포그바와 즐라탄이 2톱을 이루는 4-4-2 포메이션을 혼용하며 리버풀을 상대하기 나섰고,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의 경우에는 모든 선수들의 광범위한 활동량을 중심으로 하여 활발한 공/수 가담을 주문했기 때문에 경기장 내에서 4-3-3 대형을 볼 수 있는 일이 흔치 않았다.


-무리뉴의 맨유, '압박'이라는 새로운 색깔을 입혀보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를 압도당했던 무리뉴의 맨유, 그들에게서 새롭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압박'이라는 색깔이었다. 무리뉴는 선수들에게 중원에서 리버풀을 이겨낼 것을 강력히 주문하였다. 펠라이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중원 허리 싸움에 힘을 붙여준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고, 사실 전반전만 보더라면 무리뉴의 맨유가 정말 잘 준비된 모습으로 리버풀을 상대했었다. (경기 내용에 대한 결과가 판결 났던 후반전의 이야기는 글의 중후반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맨유의 중원 압박 장면


       

무리뉴가 선수들에게 이러한 강력한 중원 압박을 주문한 이유로는 크게 2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리버풀의 최대 강점인 기동력을 상쇄시키기 위함이다. 앞서 한 번 언급했지만, 리버풀은 광범위한 활동량을 기반으로 하여 게겐 프레싱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라 하였다. 때문에 이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으로는 이들의 경기가 매우 빠른 템포로 유지될 때와 상대 선수들이 지친 경기의 막바지라 할 수 있는데, 무리뉴는 경기가 빠른 템포로 변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강력한 중원 압박을 지시했었다. (경기가 매우 빠른 템포로 유지된다면 공/수의 전환을 확실하고 빠르게, 그리고 그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팀이 경기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리버풀은 확실히 빠른 템포에 강점을 가진 팀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맨유가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을 가할 때, 그러니까 리버풀의 미드필더 진영 선수들이 수비수를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패스를 받을 때 뒤에서 맨유 선수들이 강력한 압박을 가해 온다면 리버풀 입장에서는 당연하게도 경기를 빠른 속도로 전개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는 맨유의 수비진에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 계속해서 상술했지만, 리버풀은 강력한 압박을 구사하는 게겐 프레싱을 사용하는 팀이라 언급했었다. 때문에 이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강력한 전방 압박을 필두로 앞선에서부터 게겐 프레싱을 시작하는데, 많은 팀들이 이 때문에 수비진에서부터 빌드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껴왔었다. 그리고 이를 상대하는 무리뉴 입장에서도 이것을 당해 내기가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맨유의 이번 경기 터치맵. 공격 방향 (◀) (c)squawka.com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리뉴가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이 바로 이 중원에서의 압박이었다. 리버풀의 빌드 업 과정이 그들의 페너트레이션(리버풀의 라스트 30M, 대략 파이널 써드 지역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과정까지 이어지지 않게끔 선수들에게 지시했었다. 만약 리버풀이 페너트레이션 과정까지 도달하게 된다면, 맨유의 수비진이 이 과정에서 볼을 탈취한다 하더라도 리버풀은 그 즉시 바로 위험 지역에서의 전방 압박을 가했었을 것이다.

위 그림에서 표시한 빨간색 박스 영역은 맨유가 수비진에서의 본격적인 빌드 업을 시작할 때의 지역을 나타낸 것이고, 빨간색 박스까지 포함하고 있는 파란색 박스는 리버풀의 파이널 써드(리버풀의 입장에서 경기장을 1/3으로 나눴을 때, 그 중 가장 끝에 해당하는 지역. 리버풀의 공격 지역이자 맨유의 수비 지역을 뜻한다.)지역을 나타낸다. 보면 알겠지만, 빨간색 박스로 표시돼있는 - 맨유의 본격적인 빌드업이 시작되는 - 지역은 고작 6.61%밖에 점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양쪽 지역이 모두 11.18%를 점유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리버풀이 이 지역에서 무려 11.64%를 점유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무리뉴의 이 의도만은 정말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 4-4-2 포메이션의 혼용과 공격 조합의 무의미화

중원에서의 압박은 잘 해냈어도, 맨유는 결과적으로 공격 지역에서의 성과를 내지 못 했다. 이날 맨유는 총 7번의 슈팅을 시도했으며, 이 중 한 번의 슈팅만을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5번의 슈팅이 무효 슈팅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리버풀은 9번의 슈팅 중 3번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으며, 총 65%의 볼 점유율을 유지하는데 성공하였다.



맨유의 이번 경기 패스&포지션 맵 (c)11tegen11 (좌), 맨유의 이번 경기 442 포메이션 메커니즘 (c)이타의 축구 블로그 (우)



앞서 한 번 언급한 내용이지만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4-2-3-1, 4-3-3, 4-4-2 포메이션을 혼용했다고 이미 소개했었다. 이들의 4-2-3-1과 4-3-3 포메이션은 이번 시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대형이었지만, 사실 4-4-2 포메이션을 맨유에서 보기란 퍼거슨 시대 이후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무리뉴가 이 4-4-2 포메이션을 깜짝 활용하며 리버풀을 상대하기 나섰다. 그런데 그 결과는? 글쎄, 성패를 따지자면 성공보단 실패에 가깝다고 얘기하고 싶다.

우선 이번 경기에서 보여줬던 맨유의 4-4-2 포메이션에 대한 메커니즘을 따지자면 위 그림과 같이 말하고 싶다. 포그바와 즐라탄을 투톱으로 올려 공격은 이 둘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되, 이들이 전방에서 따내지 못한 볼을 밑선의 미드필더 라인 선수들이 강력한 중원 압박(바로 앞에서 소개했던 내용)으로 처리해 리버풀의 수비 진영에 볼을 가두려는 메커니즘이다. 실제로 이 전술적 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전반전 동안, 리버풀은 중원 수비 지역에서 총 37.6%의 터치 맵 확률을 기록한 반면 공격 중원 지역에서는 24.78%밖에 점유하지 못 했다. 


하지만 이 포메이션에서 드러난 무리뉴의 진정한 패(敗)는 공격 지역에서 드러났다. 바로 즐라탄과 포그바에게 맡긴 공격 지역에서의 개인 능력 의존이 완벽하게 실패해 버린 것. 무리뉴가 맨유의 공격을 이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했던 이유로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앞서 상술했던 중원에서의 강력한 압박을 활성화시키기 위함이었고, 둘째는 양쪽 윙백의 오버래핑을 억제시키기 위함이었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무리뉴 입장에서 볼 때, 당연하게도 스터리지, 피르미누, 마네, 쿠티뉴로 이뤄진 리버풀의 공격진을 크게 생각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나 경기 전 스카이스포츠에서는 '이번 경기의 핵심 지역은 측면이 될 것이다.'라고 소개할 만큼 측면을 잘 공략하는 리버풀의 공격 조합과 양쪽 윙백의 오버래핑이 활발한 맨유의 수비 조합이 만날 때의 장면을 핵심으로 여겼는데, 무리뉴는 이 측면 지역에서의 안전성을 더하기 위해 양쪽 윙백들의 오버래핑을 저지시켰다. 

맨유의 양쪽 윙백이 수비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하게도 그 위의 양쪽 윙어는 중앙이 아닌 측면 공격을 우선시 여겨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애슐리 영을 새롭게 기용한 것이었고, 오른쪽의 래쉬포드역시 상당히 직선적으로 활동했다. 그래서 양쪽 윙어의 중원 공격 가담 빈도가 상대적으로 줄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격을 즐라탄과 포그바에게만 의존한 것이었고, 무리뉴가 기대했던 이 둘의 컴비네이션 플레이는 생각보다 매우 이뤄지지 않았다.


포그바의 전반전 히트맵(좌)과 이번 경기 패스맵(우) (c)squawka.com



-체력적 한계를 이기지 못한 맨유, 후반전이 되어 무너지다.

무리뉴가 전반전에 들고 나온 이러한 전략은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내용은 완벽히 패했었다. 그 희비 교차가 갈린 지점이 바로 후반전이었다. 이 경기 결과가 후반전에서 판명 난 이유는 간단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7R까지 총 736km의 활동량을 보여주며 EPL 내 20개 팀들 중에서 가장 적은 활동량을 기록한 팀이었고, 리버풀은 815km를 뛰며 가장 많은 활동량을 기록한 팀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체력 차이었다. 무리뉴가 준비한 전술은 어디까지나 '강력한 중원 압박'을 필두로 하는 전술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체력을 요한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 그 체력 차이가 '활동량 1위 팀' 리버풀과 후반전에서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맨유의 이번 경기 인터셉트맵. 전반전(좌), 후반전(우) (c)squawka.com


맨유의 이번 경기 태클맵. 전반전(좌), 후반전(우) (c)squawka.com

맨유의 이러한 체력 저하는 이번 경기의 인터셉트맵과 태클맵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 맵들의 전반전과 후반전 수치를 각각 비교해보자면 후반전의 인터셉트/태클 지역이 전반전의 인터셉트/태클 지역에 비해 매우 낮은 지역에서 형성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방에서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인해(즐라탄의 노쇠화로 인한 체력 저하에 대한 이유가 큼)리버풀의 수비진들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볼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이 때문에 맨유 선수들은 자동적으로 위치가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클롭의 완벽한 경기 운영이 시작된 것이었다.


맨유가 한 장면에서 보인 3가지 수비 실책


체력이 저하된다면 당연하게도 전반전 맨유의 강점 중 하나였던 수비 간격의 유지 역시 실천해내기 힘들어진다. 이에 이어 리버풀은 지칠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맨유를 압도해나가니. 후반전 리버풀이 경기를 압도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클롭도 이 사실을 매우 잘 간파했다. 그는 후반전에 스터리지 대신 랄라나를, 피르미누 대신 오리지를, 밀너 대신 모레노를 투입하며 리버풀의 공격을 더욱 강화했고,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맨유는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잘못된 도구로 한 것 같다."라고 언급하며 맨유 압박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양팀 모두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치열한 노스 웨스트 더비가 끝났다. 결과는 0-0. 비록 여기서 나온 골은 없었지만 양팀 모두 많은 골을 득점하고 또 실점한 것처럼 팀의 긍정적인 요소와 실패적 요소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 이하'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무리뉴와 '우승권도 가능하다'의 실천을 보여주고 있는 클롭. 스페셜 원과 노말 원의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