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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과르디올라를 꺾은 포체티노의 역발상
병장 서현규 | 2016-10-05 22:56:49 | 1113


(c)sports.yahoo.com


       

무적이라 불렸던 과르디올라의 맨시티가 드디어 패배라는 덜미에 잡혔다. 상대는 이번 시즌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 콜라로프의 자책골과 델레 알리의 추가골에 실점하며 원했던 승점 3점을 놓치게 되었다. 그동안 앓아왔던 수비 조직의 고름이 젊은 피의 토트넘 앞에서 터진 것이다.

하지만 그간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수비 조직의 문제가 보여도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그들이 상대했던 팀들을 꺾어왔다. 실제로 맨시티는 이번 토트넘전 패배 전 2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3골 이상의 득점을 뽑아냈으며, 제외당한 맨유 원정과 스완지와의 리그 컵 경기에서도 모두 2골을 득점하였다. 하지만 이번 화이트 하트 레인 원정에서는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 했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이었을까? 여기에는 모두 포체티노 감독의 '역발상'이 숨어있었기 때문이었다.


-토트넘 vs 맨시티. 손흥민 원톱을 기용하다.




2016-2017 프리미어리그 7R, 토트넘-맨시티 선발 라인업


양 팀 감독 모두 평소에 즐겨 쓰던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대비해 뭔가 변화를 준 쪽은 홈 팀, 포체티노의 토트넘이었다. 바로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운 것.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경기 전 부터 예상했던 맨시티의 '넓은 수비 뒷공간 노리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실제 경기 내에서는 예상대로 수비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략하지는 못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 whoscored.com에서 요리스, 로즈, 알리에 이은 최고 평점 7.7점을 부여받았고, 구단 sns에서 진행된 토트넘의 이번 경기 MOM 투표에서는 완야마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손흥민의 공격수 기용에 따른 토트넘의 4-1-4-1.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단순히 4-2-3-1 (프리미어리그 경기 전 선발 라인업 표시 포메이션) 포메이션의 공격수 자리에 배치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손흥민이 원 톱으로 나섬으로써 선수들간의 연쇄적인 전술적 움직임이 발생해 맨시티의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포체티노가 구상했던 이 그림이 참 잘 그려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토트넘의 맨시티전 포지션&패스맵 (c)11tegen11


       

이날 4-2-3-1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표시되어있었던 델레 알리는 사실상 그보다 조금 더 올라간 위치인 공격형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오갔다. 토트넘의 최대 장기인 강력한 전방 압박 시에는 델레 알리를 필두로 하여 이뤄졌었고, 에릭 라멜라, 크리스티안 에릭센, 무사 시소코로 이뤄져 있는 공격 2선 라인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주로 활동하였다.

이렇듯 델레 알리가 상당히 높은 위치로 올라갔기에 빅터 완야마는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완야마가 수비적인 기여를 매우 크게 해줬기에 토트넘이 이번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다. 완야마는 이날 9번의 볼 탈취, 그리고 8번의 태클 시도 중 6개를 성공시켰으며, 1번의 가로채기와 2번의 클리어/헤딩 클리어/공중볼 다툼을 성공했다.

그리고 벌어진 완야마와 알리 사이의 공간은 공격 2선 라인의 선수들이 내려와 커버해줬는데, 여기서 공격 2선 선수들이 내려와 플레이하는 것이 토트넘의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해줬었다.(이에 대한 소개는 글의 중/후반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특히나 여기서 에릭센과 시소코가 광범위한 활동 범위를 가져갔었기에 이러한 포체티노 감독의 구상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알리의 히트맵(좌)과 손흥민의 히트맵(우) (c)squawka



알리의 전진배치에 대한 포체티노 감독의 의도를 말하자면 크게 4가지를 들 수 있겠다. ▲ 토트넘 전방 압박의 극대화 ▲ 손흥민의 측면 움직임에 대한 커버 ▲ 맨시티의 전방 압박에 대한 대처 ▲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영향력 多 ▲ (여기서 전방 압박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사실 손흥민은 그간 윙어로 활약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몇 번의 시범 경기 없이 맨시티를 상대로 스트라이커 자리에 서는 것은 무리가 좀 많이 따르는 일이었다. 프리시즌때나 얀센과 투톱으로 활동하는 장면이 몇 있었지, 투톱과 원톱은 아예 다른 개념이기에 이 자리에 익숙할 리가 절대 없었다. 그래서 윙어 성향을 띄는 손흥민을 위해 알리를 전진배치 시킨 것이었고, 이로 인해 알리는 토트넘의 2번째 골을 손흥민의 어시스트를 받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토트넘이 맨시티전에서 기록한 오프사이드 위치 (c)whoscored.com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손흥민의 스트라이커 기용이 포체티노 원래의 의도대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이에 대한 첫 의도는 앞서 말했듯 넓게 펼쳐진 맨시티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이 노림수를 성공시켜주진 못했었다. 과르디올라가 고작 손흥민 하나 때문에 수비 라인을 내려 자신의 축구 철학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경기 전부터 손흥민을 견제해왔듯, 자신의 수비 라인에게 높은 수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시도할 것을 주문했고, 이것이 맨시티의 이번 경기 내용에서 그 무엇보다 잘 이뤄졌었다.

이날 토트넘은 맨시티를 상대로 총 8번의 오프사이드를 기록했으며, 그 중 5번은 손흥민이 걸려들었다.(위 그림에서 파란색 테두리로 표시) 어쩌면 이것은 본래 원 톱 경험이 없었던 손흥민의 미숙함이기도 했다.


-전방 압박 vs 전방 압박. 너무 헐거웠던 맨시티

이번 경기의 템포는 확실히 빠르게 전개됬었다. 양 팀 모두가 수비 라인을 매우 높게 잡은 상태에서, 서로 강력한 전방 압박을 필두로 경기를 펼쳤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이것에 성공했고, 맨시티는 완벽한 대실패로 이어졌기에 '2-0'이라는 경기 결과가 났었다.









토트넘의 전방 압박 장면


토트넘이 실행한 전방 압박의 경우에는 매우 잘 이뤄졌다. 그에 대한 이유로는 크게 2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맨시티의 공격진에 롱 볼을 충분히 받을 자원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토토넘의 중원에 완야마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날 맨시티의 공격진에는 스털링, 실바, 나바스, 아구에로가 출전했다. 이들의 단점 중 공통점을 손꼽으라면 모두 키가 작아 공중볼에 취약하다는 점인데, 이것이 토트넘의 전방 압박에 벗어나는데 있어 맨시티에게 큰 짐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것을 통해 토트넘은 단순히 전방 압박 과정에서 맨시티의 수비진에게 롱 볼만 이끌어내면 됐었고, 맨시티 입장에서는 롱 볼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토트넘의 전방 압박을 벗어날 방도가 크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토트넘과 맨시티의 헤딩 클리어 위치 (c)포포투 스탯존


맨시티와 비교했을 때 토트넘의 헤딩 클리어 지점이 매우 높은 까닭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토트넘의 중원에는 수비적으로 매우 큰 기여를 해줬던 빅터 완야마가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만약 토트넘의 전방 압박이 맨시티의 롱 볼 처리 과정에서 끝나지 않고 지공 상황으로 뚫리게 됐다면 토트넘은 그들의 중원에 큰 공백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탠데, 이 과정에서 완야마가 수비를 잘 이끌어 맨시티의 공격을 차단해줬다. (수비시 양쪽 윙백들이 중앙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조금씩 보였다.)

반면 맨시티의 경우에는 토트넘과는 반대로 전방 압박이 매우 이뤄지지 않았다. 헐거웠다. 그런데 그것이 맨시티의 압박진 자체가 헐거웠던 것인지, 아니면 토트넘이 잘 빠져나갔던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기에는 이번 한 경기가 너무 폭 좁지 않나 싶다.


라멜라+에릭센의 이번 경기 히트맵(좌) 토트넘 선수들의 경기장 구분에 따른 위치 점유표(우) (c)squawka


맨시티의 전방 압박 미숙에 대한 이유를 논할 때, 그에 대한 정답부터 말하자면 앞서 미리 소개했던 포체티노 감독의 연쇄적인 이동에 대한 구상이 매우 컸다 말하고 싶다. 알리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고, 공격 2선 라인의 선수들이 그보다 조금 더 쳐짐으로써 토트넘은 4-1-4-1 포메이션과 같은 진형을 완성시켰다. 특히나 위의 라멜라+에릭센의 히트맵을 본다면 상당히 밑선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포체티노 감독이 이러한 연쇄적 이동을 주문했던 이유(앞서 말한 손흥민에 직결되는 이유가 아니라 맨시티의 전방 압박에 대해 직결되는 이유를 말한다.)를 손꼽으라면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 광범위한 활동량에 이은 공/수의 유연함(활발한 참가성) ▲ 맨시티의 전방 압박 탈출 ▲ 여기서 메인으로 다룰 주제는 두 번째 이유인 '맨시티의 전방 압박 탈출'이 되겠다.



전방 압박을 탈출하는 토트넘



토트넘과 맨시티의 태클맵 (c)포포투 스탯존 - 맨시티는 전방 압박 진형에서 태클도 시도하지 못했다.


맨시티가 토트넘을 상대로 전방 압박을 나설 때, 그 상대는 토트넘이 맨시티를 상대로 나설 때(이때는 보통 수비수를 상대)와 다른 토트넘의 공격 2선 선수들이 됐다. 그 이유는 맨시티의 전방 압박 진형이 토트넘의 전방 압박 진형에 비해서 낮게 형성되고 앞서 소개한 포체티노 감독의 연쇄적 이동 때문이었다.

그렇게 맨시티의 전방 압박 진형이 탈압박에 매우 뛰어난 토트넘의 공격 2선 선수들을 상대로 형성되니 그 뒷공간을 잘 허용해줄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토트넘의 양쪽 윙백인 로즈와 워커까지 좋은 폼을 보여주니 맨시티의 전방 압박 진형은 매우 헐거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맨시티의 중원에는 53분, 이른 시간에 교체됐을 만큼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던 페르난두가 있었다. 보통 맨시티가 전방 압박을 나설 때면 스트라이커/중앙 미드필더+공격 2선 선수들로 이뤄져 나가는데, 그러면 맨시티의 뒷 중원에는 한 명의 중앙 미드필더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근데 그 선수가 과연 토트넘의 완야마처럼 맨시티에게 큰 수비적 기여를 해줬을까? 글쎄, 그랬었다면 이 경기 결과는 2-0이 아닌 0-0이 되지 않았어야 됐나 싶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가 더 잘했다. 상대는 오늘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 있었다.'라고 언급한 것이며, 이번 경기를 계기로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도 분명 한 단계 위로 올라섰을 것이다.


또 한 번의 '축구 전쟁'이 태풍처럼 이번 주말을 휩쓸고 지나갔다. 맨시티와 토트넘, 두 팀은 모두 이번 시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과르디올라는 이번 경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의 어려움을, 그리고 포체티노는 이번 경기를 통해 진정한 강팀의 조건을 배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