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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스의 전술적 딜레마로 놓친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
병장 서현규 | 2016-10-01 06:48:00 | 997


(c)en.as.com



최강, 레알 마드리드에게 고민이 찾아왔다. 비야레알, 라스 팔마스, 도르트문트와 펼쳐진 지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현재까지 총 6경기가 펼쳐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2위 바르셀로나와 승점 1점 차이로 간신히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만, 이런 경기력이라면 언제 선두 자리를 뻇겨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나 비야레알과 라스 팔마스와의 2연속 무승부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실질적 경쟁자로 손꼽히는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서로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해 각각 승점 1점씩을 획득한 상태였고, 레알 마드리드는 11월과 12월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스포르팅 리스본, 도르트문트, 발렌시아 등 여러 강팀들과의 경기 일정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적으로는 선두를 유지하고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 2경기에서 승점 4점을 놓친 것이 분명 통한이 될 때가 올 것이다.



-지단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에도 4-3-3이다.




왼쪽부터 비야레알-라스팔마스-도르트문트 전에서 지단 감독이 꺼내들은 선발 라인업


새롭게 맞이하는 지단의 2번째 레알 마드리드는 표면적으로 볼 때 변함이 없었다. 지난 시즌과 같은 4-3-3 포메이션을 그대로 사용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의 유기적 움직임이 지난 시즌에 비해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2015/2016 시즌에는 완벽히 조직적인 4-3-3 포메이션을 기용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경기 중에 때때로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며 진형을 계속 바꿔나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최대 고민은 볼 소유시 공격 전개

레알 마드리드가 지난 3경기에서 얻게 된 고민은 크게 3가지로 함축할 수 있다.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의 공격 전개 ▲ 카세미루의 부상 공백 ▲ 벤제마의 부진 ▲ 이다. 특히나 이 중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가장 크게 생각하는 부진은 카세미루의 부상 공백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카세미루의 부상 공백이 있었기에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의 공격 전개라는 새로운 숙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 두 가지 고민거리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꽤나 아픈 골머리를 앓아야 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앞서 소개했듯 4-3-3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언급했다. 그들이 이 포메이션을 사용하면서 볼 소유시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는데, 이 문제는 지난 비야레알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게 되었다.

토니 크로스가 카세미루의 부상으로 인해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수비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고, 마테오 코바시치는 왼쪽 윙백 마르셀로의 공격적 오버래핑을 커버해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었다. 그리고 비교적 공격적인 롤을 부여받았던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벤제마와 베일 사이의 공간을 커버하는 역할 (레알의 BBC 공격 라인의 경우, 주로 호날두와 벤제마가 중앙에서 2톱을 이루고 베일이 양옆으로 벌려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 왼쪽의 공격적 하프 스페이스를 담당하였다. 

자, 그렇다면 이 상태로 레알 마드리드가 비야레알을 상대로 볼을 갖고 공격을 전개한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양쪽 윙백인 마르셀로와 다닐로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할 것이다. 이 경우, 마르셀로는 좁힌 호날두로 인해 왼쪽 윙어와 같은 역할을, 그리고 카르바할은 넓힌 가레스 베일로 인해 윙어의 바로 뒷공간을 담당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테오 코바시치와 토니 크로스는 높게 전진한 양쪽 윙백들로 인해 공격 전개시 비교적 처진 위치에서 볼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카세미루가 있었다면 나머지 미드필더 한 명은 비교적 공격적으로 자유로웠을것) 또한 하메스의 경우에는 벤제마와 베일 사이의 공간을 커버하는 역할도 맡았기 때문에 공격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인 1.5선 공격 라인에 위치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었다.

때문에 크로스와 라모스가 위치한 미드필더 라인 (정확히 말하자면 수비 라인의 일부와 미드필더 라인의 일부가 합쳐진 라인) 과 벤제마를 필두로 한 공격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는 양쪽 윙백의 높은 오버래핑, 그리고 베일의 넓은 측면 위치를 이용한 크로스 공격 전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호날두가 벌어진 라인 사이의 간격을 커버하기 위해 내려와 팀의 공격 전개를 도와줘야 했다. 


호날두의 비야레알전 패스맵. 빨간색 박스 안에 밀집된 패스 위치를 주목하라. (c)squawka


       

결과적으로, 앞서 한 번 말했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이러한 문제점은 카세미루의 부상 공백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중원에서 수비적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주는 카세미루가 없으니 토니 크로스와 마테오 코바시치가 비교적 낮은 위치에서 볼을 뿌려줄 수밖에 없었고, (낮은 위치에서도 성공적인 패스를 보여줬지만 좀 더 높은 위치에서 그를 활용했더라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하메스가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을 이어주는 1.5선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수비적으로 잘 준비된 비야레알을 상대로 고립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약 카세미루가 있었더라면, 크로스, 코바시치, 하메스 중 2명이 나머지 미드필더 자리에 출전하여 공격적인 역할을 분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수비적인 미드필더 자원이 카세미루 하나밖에 없었던 탓에, 그가 부상으로 결장하니 중원 싸움이 중시되는 4-3-3 포메이션에서 미드필더의 역할 분담이 꼬여질 수밖에 없었다.


-하메스의 전술적 딜레마와 주전 경쟁의 비원

카세미루의 부상 결장으로 인해 지난 3경기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던 하메스였지만, 차마 그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하메스와 지단의 전술적 톱니바퀴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단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에서 전형적인 4-3-3 포메이션만을 추구했던 감독이었고, 하메스는 엄연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특화된 선수였기 때문이니 말이다.

때문에 지단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하메스의 활용 방도에 대해 여러 가지로 고민해왔었다. 4-3-3 포메이션의 좌우 윙어 자리에 배치시키기도 했으며, 이번과 같이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도 그를 기용했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과연 지단과 하메스는 어떤 전술적인 면에서 맞지 않았을까? 


수비시 수비 라인을 갑작스럽게 올리는 장면


센터백 세르히오 라모스의 도르트문트전 패스맵 (c)squawka



단, 지단과 하메스의 관계를 알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먼저 레알 마드리드의 2가지 전술적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포인트는 위 장면과 같은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시 갑작스러운 수비 라인 전진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와 같이 수비 라인을 갑작스럽게 전진시키는 이유로는 크게 4가지 이유로 함축해서 말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 수비 공간의 최소화 ▲ 미드필더 라인, 공격 라인과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패스 거리 축소 ▲ 패싱 능력이 뛰어난 세르히오 라모스의 빌드업 능력 극대화 ▲ 역습 능력이 뛰어난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의 100% 활용 ▲ 

이를 정리하자면 '수비 라인을 전진시킴으로써 수비 공간을 최소화시킬 수 있고, 미드필더/공격 라인과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볼을 탈취한 후 빌드업을 진행할 시 비교적 손쉽개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비 라인을 높게 전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넓은 뒷공간에 대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수비 라인 윗선에 카세미루와 같은 수비에 능한 미드필더를 배치시켜 뒷공간에 제공되는 패스의 줄기를 방해하거나 커팅할 필요가 있으며, 한편으로는 뒤에서 패스를 뿌리는데 능한 토니 크로스의 후방 배치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 떨어뜨려주는 전술 포인트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레알 마드리드의 두번째 전술적 포인트로는, 이들의 4-3-3 포메이션에 있어 중원 조합의 역할 분담이 매우 뚜렷하다는 것이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4-3-3 포메이션의 카테나(4-3-3 포메이션에서 좌/우 윙백-좌/우 미드필더-좌/우 공격수로 이뤄진 삼각형)를 애용하는 감독이 아니다. 그렇다고 호날두, 베일, 벤제마, 모라타 등이 포진되어있는 공격 라인에게 활발한 수비 가담을 요구하는 감독도 아니다. 때문에 비교적 조직적인 4-3-3 포메이션을 기용했는데, 이들의 팀이 이러한 전형에 맞춰 매우 조직적으로 굳어지기 위해서라면 미드필더 지역의 역할 분담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단 감독은 4-3-3의 3명의 미드필더에게 각각 한 가지의 주 역할을 부여한다. 우선 미드필더의 역삼각형 대형 중 가장 밑에 위치한 미드필더, 카세미루와 지난 3경기의 토니 크로스에게는 백포 라인 바로 윗선을 커버하는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을 부탁했다. 여기서 요구하는 빌드 업 능력은 앞서 소개했듯이 수비 라인을 전진시켜 세르히오 라모스가 커버해주기 때문에 공격적인 능력은 그리 크게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드리치와 코바시치에게는 공/수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역할을 부여했다. 도르트문트전과 같이 경기의 주도권을 내어줄 때는 수비적으로, 그리고 라스 팔마스전 처럼 공격적 능력이 필요할 때면 전진시켜 활용하는 선수가 바로 이 모드리치/코바시치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라스 팔마스전 선제골 득점 장면. 득점자 아센시오의 위치를 주목해라

하메스의 비야레알전 히트맵(좌)과 아센시오(후반전 교체)의 라스 팔마스전 히트맵(우) (c)whoscored.com


       

마지막으로 하메스와 아센시오에게는 완벽한 공격적인 롤을 부여했다. 물론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수비 가담은 요구했었지만, 타 미드필더 선수들에 비해서 골에 관여할 확률이 확연하게 높았다. 이들은 주로 4-3-3 포메이션의 공격 라인에 직접적으로 참가하거나 그 바로 뒤를 받쳐줬다.

이러한 전술적 포인트를 바탕으로 볼 때, 하메스는 지단의 4-3-3 포메이션에 맞을리가 없었다. 일단 패싱 능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반면 수비적인 공헌도가 매우 커야 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카세미루가 제격일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3경기처럼 토니 크로스를 이 자리에 배치시킨다면 그의 최대 강점인 패싱 능력을 200%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 3경기에서 모드리치/코바시치에게 주문한 역할은 토니 크로스가 충분히 수행할 능력을 갖춘 상태고, 모든 미드필더에게 수비적인 역할이 강조된다는 4-3-3 포메이션의 특성상 하메스 대신 수비적 능력이 더욱 뛰어난 모드리치가 지난 3경기에서 하메스가 맡았던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 포메이션에 더욱 잘 녹아들 것이다.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호날두와 벤제마, 그리고 베일이 매우 큰 강점을 발휘할 수가 있고, 양쪽 측면에는 베일과 오버래핑을 올라온 공격적인 윙백들이 있다. 그리고 모드리치는 2선 침투에 매우 능하고, 중원에서는 크로스가 뛰어난 패싱 능력을 기반으로 볼을 잘 조율할 수 있다. 과연 여기에 하메스가 낄 수 있는 자리가 있을까? 글쎄,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에 녹아들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물과 기름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들이지만 그들이 만나면 서로 맞지 않듯이, 하메스와 지단도 둘이 공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서로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결코 하메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월드 클래스급 축구 선수이자 슈퍼스타이다. 꼭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더라도 그를 원하는 팀들은 수없이 펼쳐져 있다.

지단은 과연 하메스를 행복한 고민거리로 생각할까, 아니면 불편한 존재로 인식할까? 그들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어쩌면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운명은 이 둘의 관계에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