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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ATM-바르샤] 새로운 전술로 돌아온 바르셀로나 만개의 재시작인가?
병장 서현규 | 2017-02-27 17:10:31 | 924

'유럽 최강' 바르셀로나가 굴욕적인 4-0패배를 당했던 파리 참사가 어느덧 2주 전의 일이 됐다. 시간은 흘렀지만 아직도 그 임팩트는 강렬하다. 지난 2주 사이에 PSG는 중위권 툴루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니 다음 경기에서 마르세유를 5-1로 대파했고, 바르셀로나는 리그에서 라가네스와 ATM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특히나 어젯밤 펼쳐진 바르셀로나의 ATM전 2-1승리는 여러 가지로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경기였다. 상승세를 타던 ATM을 마드리드에서 꺾어 이번 시즌 라리가 우승 경쟁의 판도를 완전히 '레알-바르샤-세비야'의 3강 구도로 만들었으며, 동시에 PSG전에서 급격히 추락한 엔리케의 신뢰도를 다시금 회복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간 엔리케 감독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전술의 플랜B'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ATM의 4-4-2와 전술의 대비책을 들고 나온 바르셀로나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이번 경기를 준비하며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준 쪽은 원정팀 바르셀로나였다. ATM은 오른쪽 윙백 후안프란의 부상 결장으로 인한 공백을 시메 브르살리코로 메꿨고, 언제나 그랬듯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선수진을 끌고 나왔다. 경기 전 예상 라인업과 다른 점은 없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선발 라인업만 두고 봤을때 두 자리에 변화를 줬다. 왼쪽 윙백과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다. 기존 호르디 알바가 맡았던 왼쪽 수비를 제레미 마티유가 대체했으며, 안드레 고메스가 위치한 오른쪽 중원 자리에는 하피냐가 배치됐다. 

-새로운 바르셀로나의 공격 형태



이번 경기 바르셀로나의 공격 형태


이번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취한 공격 형태는 그간 이들이 구사했던 공격과 매우 남달랐다.

우선, 지난 PSG전에서 나온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부스케츠의 수비형 미드필더 룰 미수행을 상쇄시켰다. 기존의 바르셀로나라면 양 윙백인 알바, 로베르토의 수준 높은 공격 가담, 그리고 후방에서 부스케츠가 밑선으로 내려와 변형 백3 라인을 형성하는 것이 이들의 정석과 같은 공격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부스케츠가 이러한 룰을 수행하지 않고 완전한 중앙 미드필더로 변모했기 때문에 양 윙백이 오버래핑을 올라갈 경우 후방에서 백3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왼쪽 수비에 마티유를 배치한 것이다. 오른쪽 로베르토는 계속해서 공격 진영으로 넘어가되, 마티유는 후방에 위치하여 '마티유-움티티-피케'로 이뤄진 백3 라인을 구성했다.

전방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메시는 기존 전술과 똑같이 오른쪽 측면에서 깊은 중앙으로 좁혀오는 역할을 수행하되, 오른쪽 미드필더인 하피냐는 넓은 오른쪽 측면으로 벌렸다. 그리고 로베르토가 오버래핑을 올라갈 시 넓은 오른쪽 측면 루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피냐가 맡아야 할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로 전환하면서 중원에 힘을 보태줬다. 하피냐는 윙어같이 활동했고, 활동량이 매우 왕성한 로베르토는 오른쪽 중원 공간을 모두 커버했다. 

동시에 왼쪽 측면에서는 마티유가 알바처럼 매우 활동적인 오버래핑을 펼치지 못하기에 네이마르가 비교적 낮은 지역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최전방의 측면 자리를 커버하기 위해 수아레즈가 더욱 폭넓게 움직였다. 수아레즈가 측면으로 벌릴 시에는 메시가 순식간에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공격 방식을 만들어냈다.


이번 경기 메시와 하피냐의 히트맵 (c)whoscored.com



-메시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면 측면을 이용해야 한다.

그간 많은 꾸레들과 축구팬들은 엔리케의 메시 중앙 기용 전술에 대한 많은 의문과 비판을 가져왔다. 로베르토가 알베스만큼의 오른쪽 측면 공격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메시는 오른쪽 윙어 자리에 위치해야 한다, 또는 중앙에는 압박 밀도가 매우 높아 메시에게 볼이 전달되기 힘들다 등. 그 이유는 매우 여러 가지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새로운 공격 형태를 들고 나오며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반박했던 메시의 중앙 기용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ATM이 메시를 막았던 방법과 볼이 메시에게 전달될 루트



바르셀로나는 빌드업을 진행할 시 앞서 소개한 공격 형태를 바탕으로 진행했다. ATM은 4-3-3 진영을 구축하며 바르셀로나를 수비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횡적으로 좁히고,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의 간격을 줄여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진을 봉쇄했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수비 진영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시)   

때문에 수비수가 볼을 갖고 공격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함부로 미드필더들에게 공을 넘겨주지 못했다. 이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어가는 폭넓은 횡패스나, 공격진으로 바로 넘어가는 긴 종패스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측면으로 넓게 벌린 네이마르와 하피냐가 더욱 내려왔다. 횡적으로 좁힌 ATM의 수비진을 공략하기 위해, 공격 형태에서 넓은 측면에 위치한 네이마르와 하피냐가 빌드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바르셀로나의 볼이 더욱 원활하게 전방으로 운반될 수 있었다.

네이마르와 하피냐가 넓은 측면에서 볼을 운반하니 ATM의 수비진은 좌우로 흔들렸고, 이 속에서 중앙에 위치한 메시는 공간을 찾아 들어갔다. 그는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빈 공간으로 쇄도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경기 중 계속 서슴서슴 걸어 다니며 그라운드 전체를 스캔하는 선수다. 때문에 바르셀로나가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할 시, 공격 상황으로 들어가기 위한 패스 루트는 크게 2가지가 되었다. 첫째는 측면으로 폭넓게 움직이는 수아레즈에게 패스하는 것이고, 둘째는 흔들리는 수비진 속 빈 공간으로 들어간 메시에게 볼을 주는 것이다. 

메시가 중앙에서 볼을 잡는다는 것은 측면에서 공격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게 해준다. 상대 수비의 압박이 심한 만큼 더욱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금껏 메시의 중앙 기용에 대한 의문을 가져왔던 사람들이 주장했던 것은 '압박 밀도가 매우 높은 중앙에 위치한 메시에게 볼이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였지, '메시가 압박 밀도가 높은 중앙에서 볼을 소유할 때 공격 전개를 펼칠 수 있을까?'는 아니었다. 



메시의 이번 경기 전체 터치맵과 하피냐, 네이마르의 패스 위치 (c)whoscored.com



-수비에서 드러난 바르셀로나의 문제점



바르셀로나의 수비 문제점


공격시에는 색다른 접근법으로 마드리드 원정에서 2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지만, 수비시에는 여전히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바르셀로나 공격 라인의 '공격  수비 전환'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현대축구에서 선수들의 활동량이 매우 강조되고 공/수 전환의 스피드가 빨라진 결과, 대부분의 정상급 팀들은 수비 상황에서 8~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을 투입시키게 되었다. 그나마 적은 숫자가 8명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수비시에 그보다 적은 7명의 숫자로 ATM을 막아섰다.

홈팀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그 상황에서는 ATM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반면 바르셀로나의 공격진들은 빠르게 수비 진영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수비 상황이 시작된 직후, 몇 십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이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순전히 역습의 파급력을 높이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우리가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하나는 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즈 모두 수비 진영에서 수비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란 것이다. 이들에게 수비란 공격 진영에서 이뤄지는 것 뿐이다. 수비 상황이 시작된지 조금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들은 수비 진영으로 복귀했다.

세르히 로베르토의 오버래핑 루트를 중앙으로 좁힌 까닭도  이 때문이다. ATM의 수비공격 전환이 시작될 시, 하피냐보다 활동량과 수비력이 뛰어난 로베르토를 중앙에 배치시킴으로써 상대의 전환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 대신 로베르토보다 더욱 날카로운 감각과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하피냐를 오른쪽 측면에 두면서 공격의 효용성을 높였다.

그리고 후방에 배치된 7명의 수비수들은 횡적으로 좁게 서면서 위험 공간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높은 라인을 유지하면서 수비 공간을 최소화했다. 이들은 가장 적은 숫자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비 방법을 선택한 것이고, 또 그것을 잘 해냈다. 그렇기에 3명의 공격수가 수비 가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ATM과 바르셀로나의 이번 경기 태클맵 (c)squawka.com


때문에 ATM 입장에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볼을 소유하며 공격을 전개할 필요가 있었다. 7명으로만 수비하는 원정팀을 상대로 더욱 많은 페너트레이션(상대의 라스트 30M 지점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것)기회를 가져가야만 했다. 그래서 ATM은 볼 소유권을 가져가기 위해 매우 거칠고 많은 태클들을 시도했다. 이들은 총 46번의 태클을 도전했다. 똑같은 방면에서 바르셀로나는 20번의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볼을 소유하고 보다 많은 페너트레이션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것은 ATM이 잘하는 플레이가 아니기도 하지만, 수치상으로 볼 때도 ATM은 7명으로 수비하는 바르셀로나를 뚫어낼 수 없었다. 



ATM의 비교표


위 표와 같이 ATM은 볼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수치에서 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평균 패스 길이는 오히려 2m 길게 가져가며, 이들이 더욱 롱 볼에 대한 공격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홈팀이 이번 경기를 승리로 가져 갈려 했다면 위 표를 반대로 만들어야 했다.


ATM이 이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하며 리그 우승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1위 레알 마드리드가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10점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독일 원정에서 4-2승리를 따냈다는 사실은 이들의 유일한 희망으로 남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리고 ATM은 유일한 희망을 빛을 지킬 수 있을까? 시즌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이들은 한시가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