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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모나코] 펩과 자르딤, 두 감독이 명경기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병장 서현규 | 2017-02-22 16:39:06 | 889




지난밤 펼쳐진 맨시티와 모나코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는 그야말로 명경기였다. 경기 내/외적, 내용, 재미 등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이 둘의 1차전 최종 스코어는 5-3. 모나코가 2-1로 리드하던 끝에 각 한 골씩을 주고받고, 맨시티가 팔카오의 pk를 막은 후에 3골을 연이어서 득점했다. 경기 내내 부진했던 아구에로는 영웅이 되었고, 실점의 치명적인 빌미를 제공했던 스톤즈는 역전골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매우 공격적인 라인업의 맨시티와 모나코의 4-4-2



이번 경기 양팀 선발 라인업


이번 경기에서 맨시티가 들고 나온 라인업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라는 무대와 조금은 걸맞지 않았다. 원정 다득점이라는 중요한 규칙이 있는데도 3명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 실바, 데 브루잉, 투레라는 매우 공격적인 선수들을 기용했다는 점. 그리고 윙백으로 몇 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은 페르난지뉴를 이번 경기에서 측면 수비수로 기용했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반면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이 이끄는 모나코는 그들이 가장 최적화되어있는 4-4-2 포메이션을 어김없이 들고 나왔다. 다만 일부분의 변화를 준 점이라면 기존 팔카오와 투톱을 이뤘던 발레리 제르망 대신 프랑스의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를 선발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그런 음바페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르망 대신 그를 선발로 투입시킨 자르딤의 노림수는 대성공이었다.

-대량 실점을 불러온 과르디올라의 공격 전술

과르디올라 감독이 실바, 데 브루잉, 사네, 스털링, 아구에로라는 매우 공격적인 5명의 선수들을 선발로 한꺼번에 투입시키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투레를 그들의 밑선에 배치시킨 까닭은 명확했다. 발이 느린 모나코의 수비진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서이다. 원정팀의 양쪽 윙백 벤자민 멘디와 지브릴 시디베는 끊임없이 수비와 공격을 오갔고, 센터백 안드레아 라지와 카밀 글리크는 각각 187cm, 190cm라는 매우 큰 키를 보유한 수비수이다. 때문에 뒤로 물러서지 않는 수비 라인을 갖춘 모나코의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 이러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것이었는데, 이는 오히려 맨시티가 홈에서 3실점을 허용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맨시티의 공격 형태와 그로 인한 문제점


맨시티의 이번 경기 공격 형태는 위 그림과 같다. 팀은 전체적으로 조직적인 4-3-3 포메이션을 유지하되, 양 윙어인 사네와 스털링은 측면으로 넓게 벌려섰다. 맨시티는 이 상태에서 공격을 전개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르디올라가 공격 라인에게 '최소한 2-3명의 선수들이 상대 최종 수비 라인에 붙어있을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상대의 최종 수비 라인에 붙으면 뒷공간을 향해 바로 파고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상대 수비를 달고 밑선으로 내려와 공간을 만든다거나 등을 지고 공격을 연결해줄 수도 있다. 또는 순간적으로 패스 게임에 가담하여(자신을 마킹하는 수비수에게 순간적으로 떨어져) 1-2초간 자유로운 공간에서 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역할은 사네, 아구에로, 스털링으로 이뤄진 공격 라인이 1차적으로 수행하되, 패스 게임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공격수의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조직을 무너뜨리면 미드필더 라인의 선수들도 언제든지 뒷공간으로 침투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미드필더 라인에 데 브루잉과 실바를 배치시킨 첫 번째 이유이다. 

중원에 케빈과 다비드를 배치시킨 두 번째 이유를 말하라면 양 윙백인 사냐와 페르난지뉴의 오버래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네와 스털링이 넓게 벌려서 볼을 받을 때, 이들 후방에 있는 윙백들의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났다면 순식간에 공격 진영으로 넘어와 측면에 2명의 선수가 위치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페르난지뉴와 사냐는 이런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실바와 데 브루잉이 좌우로 폭 넓게 움직이며 윙백이 맡아야 할 일부분의 역할을 수행해준 것이었으며, 이 상황에서 페르난지뉴가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좁혀와 투레와 함께 이 둘의 자리를 커버해줬다. 페르난지뉴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까닭 때문이었다.

또한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 왼쪽으로 47%, 중앙으로 18%, 오른쪽으로 35%씩 공격을 전개해나갔는데, 이는 사네와 스털링을 넓은 측면에 배치시켰기 때문이었다. 윙어를 이용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활용하기 위함이다. 앞서 소개했듯 데 브루잉과 실바가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며, 동시에 아구에로 역시 계속 수비를 흔들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맨시티가 후반전에 대역전극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수비 진영에서부터 상대 최후방 라인에 붙어있는 공격수에게까지 볼이 매우 원활하게 운반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나코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 조절 실패, 맨시티 공격진들의 콤비네이션 플레이와 아구에로의 2, 3번째 골에서 나온 행운 등. 여러 가지 조건들과 선수들의 개인 기량 회복, 사기 상승 등이 겹쳐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번 경기 사네와 스털링의 히트맵 (c)squawka.com



모나코의 세번째 골 전개 과정에서의 르마에게 허용된 공간


하지만 앞서 소개한 과르디올라의 지시는 결국 3실점을 허용해버리는 치명적인 원인이 돼버리고 말았다. 아구에로와 사네, 스털링이 모두 상대의 최종 수비 라인에 붙으니 바로 밑선의 데 브루잉과 실바가 간격 유지를 위해서 위치가 전진될 수밖에 없었고, 같은 이유로 수비형 미드필더 투레 역시 올라가버리고 말았다. 때문에 벌어진 투레와 수비 라인 사이의 공간을 센터백들의 전진으로 최소화시켜보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프라인과 투레 사이의 공간은 너무나 널찍했다.

바로 이 공간을 공략하기 위해 자르딤 감독이 음바페 카드를 이번 경기에서 꺼내든 것이었다. 최소한 이번 경기만큼은, 음바페는 볼을 갖고 전진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 이 넓은 공간에서 볼을 잡을 경우 음바페는 맨시티 골문을 향해 돌진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음바페는 앞을 향해 가속력을 받으며 출발하지만 맨시티의 수비수들은 앞을 보고 라인을 맞춘 채 뒤로 뛴다는 점이다. 때문에 스톤즈와 오타멘디는 음바페를 한 번에 끊어내기 매우 힘든 상황에 처했으며, 앞선에서는 팔카오가 수비 뒷공간을 호시탐탐 노리며 음바페의 패스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나코의 역습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모나코의 세 번째 골 장면에서는 맨시티의 공격 형태에 대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드러났다. 맨시티가 공격을 전개하다가 볼을 탈취당한 바로 이후의 상황에서, 투레는 전진되어있고 스털링은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위해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벌리니 위 그림과 같이 중앙의 오른쪽에 넓은 빈 공간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볼을 받은 르마는 너무나도 쉽게 전방의 팔카오에게 질 높은 패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 맨시티의 이 실점 장면을 단순히 스톤즈의 실책이라고 치부하긴 어려울 것이다.

-모나코의 공격 목적은 측면에서의 우위
  
모나코는 이번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만큼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목표로 했다. 4-4-2 대형 자체가 경기장 어디서든 볼 주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모나코는 양 윙백 시디베와 멘디가 폭발적인 공/수 전환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양 측면 미드필더인 베르나르도 실바와 토마 르마가 중앙 지향적인 색깔이 짙다는 점을 살려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최우선 목표이자 최대 강점으로 삼았다.



모나코가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는 방법


여기서도 자르딤 감독이 음바페를 기용한 이유가 나왔다. 모나코가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할 때, 이쪽 사이드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투입되는 숫자는 대략 최소 3명에서부터 최대 5명이었다. 평균적으로 측면 미드필더, 윙백, 공격수 음바페, 중앙 미드필더 파비뉴/바카요코가 측면으로 이동하여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는데, 모나코는 여기서 선수들간의 간결한 패스 플레이, 센스있는 공격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측면에서 공간을 만들어내면 날카로운 크로스로 맨시티 골문을 열었다. 팔카오의 뛰어난 오프 더 볼 움직임과 골 결정력. 그리고 양쪽 윙백 시디베와 멘디의 수비수 답지 않은 득점력까지. 모나코가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킬 무기들은 충분했다.

또한 중앙 지향적인 색깔이 짙은 실바와 르마가 양 측면에서 볼을 잡으면 측면 미드필더로써 사이드로 넓게 벌려줘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됐다. 그것은 곧 모나코만의 약속된 플레이인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가 일어난다는 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비뉴, 바카요코의 히트맵과 패스맵 (c)squawka.com


물론 여기에는 맨시티가 측면 수비에서 모나코의 패스 플레이를 막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중앙 수비수들이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킬 팔카오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점들이 복합하여 3실점을 허용한 탓도 있다.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첫 교체 카드로 풀백인 페르난지뉴를 빼고 사발레타를 투입시킨 것이었으며, 스톤즈와 오타멘디는 팔카오를 제어하지 못해 첫번째 골과 pk를 헌납하고 말았다. 


충격과 환호로 둘러쌓인 1차전 결과 5-3. 비록 모나코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역전 패배를 당했지만, 절대 그들은 2차전에서 낙심하지 않을 것이다. 원정에서 무려 3골을 득점했고, 점수 차이는 아직 2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맨시티도 더욱 빠듯하게 준비해야 한다. 모나코는 현재까지 리그에서 26경기 76골을 뽑아낸 팀이다. 팀 득점 2위 psg와 26골 차이를 두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모나코는 언제 어디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다. 그래서 2차전이 기대되고, 8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믿고 있는 것이다.

펩과 자르딤의 180분 싸움 끝에는 누가 웃게 될까?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명장의 대결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