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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뮌헨-아스날] 아스날에게 최악의 독일 밤을 선사한 안첼로티의 경기 운영
병장 서현규 | 2017-02-16 22:08:52 | 956



챔피언스리그는 전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들이 모이는 대회이다. 일시적인 소집으로 이뤄지는 국가대표가 아닌, 1년 내내 같이 지내는 동료들끼리 플레이하는 축구 팀들의 최고 권위 대회이기 때문에 수준만 높고 보자면 월드컵보다 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조별 예선이 끝난 후 본격적인 본선 토너먼트 대회가 시작되면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런 대회에서, 이번 시즌 토너먼트 리그 1차전에서부터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스코어가 족족 나오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전체 16강 1차전 매치들 중에서 8팀이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러냈다. 총 4경기가 진행됐는데, 이 중 2경기는 4점 차 스코어가 나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 4점 차 스코어의 피해자들은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인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이었다. 각각 파리와 뮌헨에서 수모를 겪었다.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갈법한 한 아스날. 이들은 왜 또 다시 뮌헨에서 침몰당해야 했을까? 5-1이라는 참담한 스코어 뒤에는 뮌헨 안첼로티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이 숨어있었다.   

-극강 홈에서 런던의 맹수를 맞이하는 뮌헨과 모두가 돌아온 아스날



양팀 선발 라인업


아무리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이 어렵다고 한들, 이번 경기에서 아스날은 뮌헨만큼의 많은 기대를 받았었다. 그 이유는 벵거 감독을 비롯한 아스날의 주축 선수들이 지난 헐시티와의 리그 경기를 기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벨레린과 엘네니가 지난 주말 경기에서 복귀했고, 이번 경기에서는 아스날의 장수 지휘관 벵거가 다시 벤치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 터프한 중앙 미드필더 샤카도 징계로 뛰지 못했었던 지난 경기 일정을 마치고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나서게 되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리베리와 보아텡이 부상으로 이번 경기를 결장하였지만, 아스날은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에 앞서 치명적인 선수 이탈이 없었다. 때문에 선수 결장의 측면에서만 볼 때 유리한 쪽은 오히려 패배팀 아스날이었다. 

-아스날에 맞서는 안첼로티의 중앙 미드필더 활용과 전방 압박 대처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아예 내려서 수비하거나, 또는 반대로 강력한 전방 압박을 넣어 수비 시작 지점을 매우 높게 가져간다. 이것은 과르디올라 특유의 공격 축구 대비법이자 파훼법인데, 안첼로티가 새 지휘봉을 잡은 현 뮌헨에는 3년간 그가 머물렀던 전술적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초 뮌헨의 일정에서는 패스에 의한 패스만 후방에서 돌리다가 끝나버린 경기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안첼로티의 이번 경기 중앙 미드필더 활용


때문에 이번 아스날전을 준비했던 안첼로티 입장에서는 상대가 충분히 강한 전방 압박으로 자신들의 빌드업을 막아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스날이 PSG, 리그 챔피언 첼시와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도 강한 전방 압박을 가져갔다는 점과 중원에 매우 터프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그라니트 샤카가 돌아왔다는 점들을 감안해서 말이다.

안첼로티가 아스날의 전방 압박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나오게 된다면, 그는 분명 뮌헨의 핵심 패스 줄기가 되는 알론소의 고립과 봉쇄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두 중앙 미드필더 비달과 알론소를 경기 내에서 계속 붙어 다니게 한 것이다. 분명 뮌헨의 스트라이커가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데 좋지 않은 레반도프스키인만큼 아스날도 어느 정도 라인을 올려서 수비를 할 것인데, 이 경우 뮌헨이 공격 상황에 돌입했다 해도 아스날의 높아진 진영 때문에 알론소가 외질과 산체스와 같은 상대 1선 자원들에게 막힐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 들어와 보니 아스날은 생각보다 그리 강하고 잦은 횟수의 전방 압박을 펼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아스날의 수비 진영이 매우 엉망이었던 탓에 뮌헨은 상대 진영에서 매우 쉽게 볼을 소유할 수 있었고, 계속해서 공격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은 산물이 바로 경기 시작 11분 만에 터진 로벤의 선제골이었다.  

아스날이 자신들의 진영에서 볼을 뺏고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한 후, 뮌헨의 진영에 도달하여 공격을 전개하다. 그리고 그 공격이 실패하면 다시 홈팀이 수비 진영에서 시작되는 빌드업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아스날은 안첼로티의 경기 전 생각대로 강한 전방 압박을 실행했다. (사실 아스날 팀 전체가 강한 전방 압박을 원한 것 보다는 최전방 산체스의 지시에 의해 이뤄지는 전방 압박이었다.)

이에 대응하는 뮌헨은 좁은 간격을 유지하는 두 중앙 미드필더를 센터백 바로 앞선까지 내려 4명의 사각 편대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여기에 속한 마르티네스, 훔멜스, 알론소, 비달은 모두 훌륭한 패스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때문에 아스날은 능숙한 패싱력을 갖춘 이들을 상대로 효과적인 전방 압박을 보여주지 못한 채 벌어진 선수 간격만을 허용해야 했다. 4명의 빌드업 코어들은 이 공간으로 전방의 선수들에게 질 높은 전진 패스를 넣어줬다.

-아스날 8강 진출의 꿈을 완전히 허물어버린 뮌헨의 공격 형태

뮌헨은 이번 경기에서 66%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고, 전체 경기의 37%가 아스날 진영에서 진행되었다. 아스날이 얼마나 압도적인 경기 운영을 당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렇다면 뮌헨은 아스날의 수비진을 어떻게 공략하였을까?



뮌헨의 이번 경기 공격 형태과 포인트


안첼로티 감독이 갖고 나온 공격 대형은 위와 같다. 기존 백4 라인에서는 알라바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고 훔멜스, 마르티네스, 람이 백3 형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비달과 알론소가 좁은 거리를 유지하며 백4라인과 공격 2선 사이에 선다. 그리고 공격 라인에서는 왼쪽 윙어 코스타와 공격형 미드필더 알칸타라가 중앙에 모여 레반도프스키와 3톱 형태를 유지하는데, 이때 로벤은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벌려선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3가지다. 첫째는 알라바와 로벤의 위치이다. 비달과 알론소를 좁은 간격으로 유지시키고, 코스타와 알칸타라를 중앙으로 모이게 함으로써 안첼로티 감독은 측면으로 넓게 벌려선 알라바와 로벤에게 넓은 공간을 창출시켜줬다. 필자가 저번에 자세하게 다룬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인데, 이는 뮌헨의 중앙 공격에 5-6명의 선수들이 모여들게 함으로써 아스날 수비수들을 자연스레 중앙으로 밀집시키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측면에 공간이 나고, 로벤과 알라바가 이 공간을 활용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뮌헨은 주로 로벤에게 펼쳐진 공간을 활용하였는데, 이는 아스날의 왼쪽 윙백 깁스와 로벤의 1:1 상황을 더욱 자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1:1 구도의 승자는 당연 로벤이었다.



로벤과 알라바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두번째 포인트는 레반도프스키와 함께 3톱을 형성하는 알칸타라와 코스타의 연계를 위한 움직임이다. 바로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아스날의 수비진들을 중앙으로 모여들게 한 후 넓게 펼쳐진 측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면 뮌헨이 볼을 중앙의 좁은 공간에서 측면의 넓은 공간까지 전달해야 한다. 그럴려면 아스날의 좁은 중앙 공간에서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안첼로티 감독은 알칸타라와 코스타에게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밑선으로 내려와 공격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것을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알칸타라가 주로 이 역할을 수행해냈다.

마지막 새번째는 람의 전술적 지능을 활용한 오버래핑이다. 현대 축구에서 백4로 시작해 백3로 전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재는 한쪽 윙백만을 오버래핑시키는 방법이고, 둘째는 윙백 모두를 앞선으로 보내고 미드필더 한 명을 센터백 사이로 내려 백3를 형성하는 방법이다.(둘째 방법은 '라볼피아나'라 불린다.) 이번 경기에서 뮌헨은 알라바 하나만 오버래핑 시키는 첫번째 방법을 주로 선택하였는데, 여기서 람의 뛰어난 전술 지능에 의해 백3 전환 방법을 첫번째 방법에서 두번째 방법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로벤이 앞선에서 3대 1의 수적 열세 상황에 처하거나 앞선의 미드필더들이 생각보다 매우 낮은 위치에서 행동할 경우 람은 눈치껏 빠른 오버래핑을 시도했다. 그리고 윙어의 수적 열세를 도와주거나 로벤이 중앙으로 좁히는 틈을 타 오른쪽 넓은 측면을 공략했다. 람의 이러한 전술 지능으로 나온 골이 그의 발끝에서 연결된 크로스를 레반도프스키가 골문에 꽂아 넣는 2번째 득점이었다. 


-후반전, 아스날을 본격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하다.

전반전 동안 이어진 뮌헨의 수차례 공격에 의해, 안첼로티 감독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아스날이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지점에서 압박에 대한 큰 흠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뮌헨의 후반전 가장 큰 목적은 그 지점을 공략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문제는 '이 지점으로 볼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였다. 이 지점으로 무리하게 패스를 넣다가는 아스날의 재빠른 역습(벵거 감독은 공격 진영에 산체스, 챔벌레인, 이워비를 배치하여 이번 경기 빠른 역습의 컨셉을 들고 나왔다.)에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뮌헨의 후반전 변화


그래서 안첼로티 감독이 생각해낸 것이 코스타와 알칸타라를 왼쪽 측면에 배치시킨 것이었다. 측면은 중앙보다 압박이 비교적 덜한 지역이다. 때문에 이들이 왼쪽으로 이동할 경우 기존 중앙에 있었을 때보다 뒷선에서 배급되는 볼을 받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 알론소와 비달의 빌드업 시작 지점을 조금 낮추는 대신 람의 오버래핑 빈도를 높였다. 레반도프스키 역시 간격 유지를 위해 왼쪽으로 이동했던 터라,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칙에 의해 로벤이 어느 정도 고립되긴 하되 람의 공격 진영 진출로 완전한 고립은 막아주는 것이다.

(여기서 코스타와 알칸타라를 오른쪽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왼쪽으롱 이동시킨 이유를 말하라면 로벤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연계 역할을 맡은 알칸타라의 전반전(좌), 후반전(우) 패스맵 비교 (c)squawka.com


이들의 측면 이동에 의해 아스날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에서 볼터치 횟수가 잦아진 뮌헨은 후반전에만 4골을 몰아치며 5-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스날은 최근 3-4경기 동안 수비 압박에 대한 큰 문제를 앓고 있었는데, 그 고름이 어젯밤 터져버리고 말았다.


긴 시간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아스날의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꿈은 또 다시 매우 희박해졌다. 물론 그간 16강에 계속 진출한 것만으로도 매우 대단한 업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현재 아스날 팬들은 이보다 더한 성적을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만족이 아닌 발전을 원하고 있다. 벵거의 지도자 인생 종반, 그는 이 시기에 한 층더 발전된 아스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