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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바르셀로나] '지피지기' 에메리가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린 전술
병장 서현규 | 2017-02-15 15:43:03 | 1227


(c)Mirror



챔피언스리그의 왕, 바르셀로나가 파리에서 완전히 침몰했다. 스코어는 1-0, 2-0도 아닌 4-0이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전체적인 판도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결과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르셀로나만 만났다 하면 패배했던 우나이 에메리였다. 세비야 시절부터 쌓았던 원한을 이번 경기에서 한 번에 풀어버린 것이다.   

파리생제르망을 이끄는 에메리의 이번 대승은 단순한 우연과 운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철저한 분석과 예상에 대한 대응책에 대한 값진 결과였다. 지피지기.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렸던 어젯밤 파리에서의 에메리 감독이었다.  

-철저한 라인업 PSG와 베스트11 바르셀로나




이번 경기 양팀 선발 라인업


양 팀 선발 라인업을 비교해볼 때, 풀멤버에 가깝게 나온 쪽은 바르셀로나였다. 최종 결과와는 매우 다른 시작이다. PSG에서는 팀의 핵심 수비수인 티아고 실바가 결장했다. 그 대체자로 95년생 프레스넬 킴펨베가 골문 앞을 지켰는데, 사실 이 교체만으로는 에메리 감독의 전술 구상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베스트 라인업을 들고 나왔지만 이번 PSG전을 대비해서 특별히 내세운 전술적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경기 중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에메리 감독의 응수책에 대한 별다른 대응도 없었다. 이것이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패착 요인이었다. 상대는 이번 경기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였지만 자신들은 그것을 대비하지 못한 것. 그리고 즉석적으로 예방하지도 못했던 것. 엔리케 감독의 미숙함이 드러났던 경기였다. 

-PSG의 바르셀로나 파괴법

PSG가 바르셀로나를 파괴했던 핵심 요소는 바로 선수와 라인 사이의 공간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에메리 감독이 이러한 접근법을 떠올릴 수 있었던 까닭은 크게 2가지이다. ▲ 바르셀로나가 자신의 팀을 상대로도 수비 시작 지점을 높게 가져갈 것이라는 점 ▲ 엔리케 감독이 경기 중 전략을 수정하는 능력인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 



PSG의 바르셀로나 파훼법


PSG가 수비 진영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때, 바르셀로나는 높은 수비 라인을 기점으로 강력한 전방 압박을 들어온다. 이것은 엔리케 체제의 바르셀로나가 지금까지 강점으로 삼았던 점이었고, 또 이번 PSG전에서도 어김없이 사용했다. 이것을 에메리 감독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진영의 선수/라인 사이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었다.  

조직적 4-3-3 포메이션을 쓰는 바르셀로나의 라인 사이 공간을 생각해보자면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이하 2.5선),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의 공간(이하 1.5선)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여기서 수비 라인 앞 2볼란치를 이루고 있는 라비요와 베라티는 상대 1.5선 공간을 공략했고, 윙어 디 마리아와 드락슬러는 바르셀로나 2.5선을 노렸다. 이것이 에메리 감독이 이번 경기 4-3-3 포메이션이 아닌 4-2-3-1 진영을 들고 나온 이유였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4가지 점이있다. 

첫째는 마투이디의 영향력이다. 이번 경기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마투이디는 PSG의 이러한 형태 속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냈는데, 이는 바로 중앙 미드필더가 위치한 바르셀로나 1.5선과 윙어가 배치되어있는 상대 2.5선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상대 라인 사이의 공간을 원칙적으로 노리되, 마투이디만 자율적인 룰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는 그가 매우 왕성한 활동량을 보유한 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둘째는 윙어 디 마리아와 드락슬러가 상대 2.5선을 노릴 때의 원칙이다. 바르셀로나는 수비 라인 속 선수간의 간격을 매우 좁게 가져가는 팀이다. 때문에 이들은 측면 공간을 상대에게 내줄 수밖에 없는데, 바르셀로나가 이러한 수비 간격을 구축하는 이유는 높은 수비 라인을 바탕으로 하여 상대 진영에서 볼을 점유하는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수비 라인이 높으면 위협적인 역습을 당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수비 라인 속 선수 간격을 좁혀 측면 공간은 상대에게 내주되, 가장 중요한 중앙 공간을 밀집 수비하여 실점 당할 확률을 최소한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것을 에메리 감독은 알고 있기에 디 마리아가 상대 2.5선 중앙으로 좁혀 볼을 받을 경우에는 드락슬러가 넓은 측면으로 빠지도록 주문했다. 반대로 드락슬러가 좁혀 받을 때에는 디 마리아가 넓힌다. 이번 경기에서는 전자가 일반적인 경우였다.  



이번 경기 드락슬러와 디 마리아의 히트맵 (c)whoscored.com


셋째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즐라탄이 아닌 카바니였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만약 지난 시즌의 PSG가 이번 경기를 치렀을 경우, 이들은 에메리 감독이 구상한 이 전술을 실현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즐라탄이 최전방 상대 수비 라인 지역에서 뒷공간 싸움을 못해주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 수비 라인을 뚫어낼 만큼의 빠른 주력과 민첩성을 지닌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반대로 밑선으로 내려와 공격을 연계해주는 플레이를 펼치는데, 카바니의 경우에는 즐라탄과 완전히 반대 성향을 가진 스트라이커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상대 수비 라인 지역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뒷공간 싸움을 해주는 선수이다. 그리고 그를 뚫어낼 주력과 민첩성도 가졌다. 때문에 피케와 움티티는 붙어있는 카바니 때문에 수비 라인을 쉽사리 전진시키지 못했는데, 이것이 바르셀로나 2.5선 공간 - 디 마리아의 주 무대가 될 - 을 창출해주는 치명적인 요소가 돼버리고 말았다.

마지막 넷째는 카바니의 효과와 연동하여 바르셀로나가 전방 압박을 펼칠 시, 좌우 미드필더인 이니에스타와 고메스가 공격 라인을 따라 전진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방 MSN 라인이 PSG 수비진을 압박할 때, 홈팀의 골문 앞 선수들은 에메리 감독이 주문한대로 상대 1.5선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라비요와 베라티에게 볼을 전개할 것이다. PSG 3선이 볼을 받았을 경우, 바르셀로나 좌우 미드필더들은 이들을 압박하기 위해 전진할 것인데, 이때 바르셀로나가 조직적인 압박을 실현해내기 위해서라면 최후방 수비 라인도 이에 따라 높여야 한다. 선수간의 간격은 유지하되, 오프사이드 지역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PSG는 최전방에 앞서 소개한 카바니가 있지 않는가? 그가 바르셀로나 수비 라인을 괴롭히고 있기에 피케와 움티티는 맘 놓고 선수 간격을 맞춰주지 못했다.

위 4가지 조건들에 맞춰 PSG 공격진들은 이번 경기에서 전체적으로 상대의 빈 공간을 향해 쇄도하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이들은 총 113km를 뛰었는데, 이는 파리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기록한 수치였다. 파리가 많은 활동량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소개했던 내용 때문이었다. 상대의 선수/라인 사이의 공간을 노리되, 빈 공간을 보면 바로 쇄도해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볼을 받고 다시 빈 공간을 향해 뛰어가는 동료에게 패스한다. 수비적인 면에서도 많은 활동량을 기록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절대 PSG의 '공격적 활동량'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에메리의 대응책에 대한 엔리케의 응수 미숙

엔리케 감독이 경기 중 이 문제점을 알았었더라면, 그는 교체를 하든 전술을 수정하든 해서 후에 일어날 대참사를 막았어야 했다. 전반전, 이 문제를 알았을 때 대부분의 감독들은 부상 문제가 아니고서야 선수 교체를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선제골을 실점하고, 20분쯤에 도달했을 때는 분명 계획을 수정했을 것이다. 수비 라인을 내려 역습을 노리던지, 또는 전방 압박을 하지 않고 내려서 상대 수비수들의 패스 루트를 차단하던지. 최소한 엔리케 감독은 이 정도의 임시방편 계획을 가져왔어야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강한 전방 압박은 전반 45분내내 계속되고 말았다.



바르셀로나의 PSG전 실제 상황(좌)과 필자가 생각하는 응수책(우)


바르셀로나는 수비시 위 왼쪽 그림과 같이 네이마르와 메시를 내려서 4-5-1 진영을 유지했는데, 여기서 PSG는 4명의 수비 라인과 5명의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을 공략해나갔다. 그래서 후반전에 들어왔을 때 엔리케 감독은 교체 카드를 감행해서라도 이 문제를 막았어야 됐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는 각 사람들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필자는 MSN 라인 중 한 선수를 빼는 것을 주장하는데, 당시의 바르셀로나는 전반전에서만 이미 2골을 실점한 상태라 MSN 라인 중 한 선수를 빼는 것은 매우 곤란했을 것이다. 때문에 엔리케 감독의 전반 미대응이 더욱 아쉬워지는 문제)  

바르셀로나가 위 왼쪽 그림과 같이 4-5-1 진영을 유지한 이유는 좌우 공격수들 때문이다. MSN 라인은 공격 진영에서 수비하는 것을 선호하지, 절대 수비 지역으로 내려서 상대를 막아내는데 좋은 능력을 가진 공격수들이 아니다. 때문에 이 둘의 수비 영향력을 커버하기 위해 중원 라인에 5명의 숫자를 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둘 중 한 선수를 빼고, 수비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큰 선수를 투입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위 오른쪽 그림과 같이 중원 라인에 4명의 선수를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수비 진영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부스케츠가 뒷선으로 빠져 PSG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라인 사이의 공간을 커버했을 것이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이와 같은 대응책을 가져갔더라면, 엔리케 감독이 이것 말고도 다른 수로도 PSG를 응수해냈다면, 오늘 아침 스포츠 기사 헤드라인에는 바르셀로나 침몰을 적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템포를 파괴한 PSG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바르셀로나가 가장 원했던 것은 경기 템포를 늦춰 주도권을 자신들이 가져가는 것이었다. 후방에서부터 볼을 소유하며 천천히 페너트레이션(상대의 라스트 30m 지점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 과정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볼을 돌리다가 틈이 보이면 재빠르게 MSN 라인에게 연결하여 골을 노린다. 이것이 지금껏 바르셀로나가 해왔던 플레이었고, 또 그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였다.

때문에 에메리 감독은 경기의 전체적인 템포를 빠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었다.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 대응책으로 들고 나온 것이 강력한 전방 압박과 전원 수비였다. 



PSG의 전방 압박


에메리 감독이 내세운 전방 압박 방식은 위 그림과 같다. 전체적인 선수 간격 유지를 위해 수비 라인을 올리고, 백4 라인은 전원 후방에 있도록 한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 중 한 선수가 라인 바로 앞을 지켜주고, 나머지 중앙 미드필더 한 명과 2선 선수들, 그리고 스트라이커 카바니까지 하여 총 5명이 전방 압박을 나선다. 라비요가 전방 압박을 나설 경우에는 베라티가 후방을, 반대로 베라티가 전방 압박을 나설 경우에는 라비요가 후방을 지켜주는 식으로 운영했다. 

그리고 만약 앞선 전방 압박 진영이 뚫릴 경우에는 후방의 중앙 미드필더 한 명과 양 윙백이 나서 상대 공격을 지연시켜준다. 이러한 체계적인 전술을 바탕으로 전방 압박을 실행했기에 바르셀로나의 빌드업 시작 지점부터 경기가 역동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PSG의 환상적인 2번째 골도 성공시킬 수 있었다.



PSG의 수비 형태


반대로 수비시에는 카바니까지 수비 진영에 가담하여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모두 상대를 막아낸다. 이는 바르셀로나의 수준 높은 페너트레이션을 막으려는 까닭도 있지만, 2차적인 역습 상황까지 생각해보면 보다 많은 선수들이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 주파함으로써 전체적인 공격 템포를 늘릴려는 이유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에메리 감독의 위와 같은 구상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큰 효과를 발했고,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가 하고 싶어 하는 플레이를 못하게 만들어냈다.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를 4-0으로 침몰시킨 PSG. 하지만 우리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매치가 180분 경기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바르셀로나가 10만 명의 누 캄푸에서 PSG를 5-0으로 꺾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에메리가 가장 익숙해하는 스페인 무대에서 PSG는 과연 챔피언스리그 8강행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의 바르셀로나 악몽이 또 다시 나타날까? 운명의 승부는 3월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