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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3경기 1승', 추락하는 아스날의 진짜 문제점
병장 서현규 | 2017-02-13 16:34:45 | 981


(c)Evening Standard


이번 시즌에는 정말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내는가 했으나, 또 다시 아스날에게 추락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리그 3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뒀다. 헐시티와의 홈경기 2-0승리인데, 사실 여기서도 어느 정도의 운이 따라줘서 승점 3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들의 1승만으로는 다시 우승권 반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최근과 같은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충분히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밖으로도 밀려날 수 있다.(맨시티가 다가오는 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아스날은 4위로 밀려나게 된다.)

-돌아오는 아스날의 영웅과 전사들



아스날의 지난 헐시티전 선발 라인업


아스날은 이번 헐시티전을 끝으로 완전한 팀을 갖추게 된다. 벵거 감독이 이번 주부터 벤치를 다시 점령한다. 그리고 첼시전에 부상당했던 벨레린과 종아리를 다친 엘네니가 헐시티전에 복귀했으며, 거친 중앙 미드필더 그라니트 샤카의 징계 복귀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  

벵거, 벨레린, 엘네니, 샤카가 팀 전력에 복귀를 하거나 앞두면서 다음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램지를 제외한 모든 팀 주축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 나설 수 있다. 

-스트라이커 지루와 산체스톱의 딜레마

이번 시즌 아스날을 돌아볼 때 화두가 되었던 요소는 윙어 알렉시스 산체스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던 것이었다. 스트라이커 2옵션이 될 수 있는 월콧, 페레스, 웰백을 내쳐두고 그를 선택했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산체스는 이번 시즌 스트라이커로 22경기, 왼쪽 윙어로 7경기를 소화했다. 벵거 감독의 첫 번째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부진했던 아스날의 지난 3경기를 돌이켜보면서 지루와 산체스의 스트라이커 기용에 대한 딜레마를 찾아볼 수 있었다. 지루는 왓포드전에 선발 출전했으며 첼시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산체스는 첼시전과 헐시티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팀에게 승점 3점을 안겨줬다. 



아스날의 왓포드전 선발 라인업과 문제점


지루가 선발 출전한 왓포드전 전반전(지루는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교체 아웃됐다.) 문제점은 공격 공간이 매우 한정적이었다는 것이었다.

상대 왓포드의 마짜리 감독은 아스날의 공격수가 타겟형 스트라이커인 지루였기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원정에서 높은 수비 라인을 주문했다. (사실 왓포드는 주력이 좋지 않은 스트라이커를 상대할 때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강점인 팀이다.) 때문에 아스날은 매우 한정된 공간 속에서 공격을 전개해야 됐는데, 여기에 대비해서 벵거 감독이 내세운 응수책이 윙어 산체스를 넓은 측면에 배치시키는 것이었다. 산체스를 넓은 측면에 배치시킴으로써 지루와의 거리를 벌릴 경우,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는 왓포드의 수비진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감지하기 위해 넓은 범위를 신경써야 하게 된다. 때문에 산체스의 이러한 넓은 측면 배치는 전반전 왓포드의 뒷공간을 공략하는데 어느 정도 활력을 찾아주는 공격 루트가 되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가 발생한 것은 공격형 미드필더 외질의 플레이 습성 때문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할 때부터 그랬지만, 외질은 강한 압박에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였다. 때문에 그는 비교적 압박이 약한 뒷선이나 측면으로 빠져 볼을 받아주거나 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왓포드전에서는 양 측면에 몬레알/산체스, 가브리엘/이워비가 존재했기에 외질이 압박을 피하기 위해 빠질 공간은 뒷선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왓포드가 지루에 대한 대비책으로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하다 보니 상대의 전체적인 수비 진영이 아스날 골문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외질의 위치 역시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지루는 왓포드의 넓은 수비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 밑선으로 내려와 받아주는 포스트 플레이가 아닌 상대 수비 라인에 붙는 선택을 했는데, 외질이 앞서 소개한 습성 때문에 밑선으로 내려오다 보니 최전방의 지루는 자연스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그는 단 5개의 패스만을 기록한 채 벤치로 나가야 했다.



외질과 산체스의 왓포드전 전반전 히트맵 (c)squawka.com


상대 수비 뒷공간이 매우 넓은 상태고, 지루와 외질 간의 거리가 벌어지다 보니 아스날은 자연스레 2.5~3선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까지 연결되는 롱 볼에만 공격을 의존하게 되었다. 이 롱 볼을 받을 선수는 산체스와 지루, 오른쪽 윙백의 가브리엘이었는데, 여기서 왓포드 수비진들은 산체스에게 연결되는 볼에만 집중하면 됐다. 지루와 가브리엘은 주력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왓포드에게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이러한 여러 문제들 때문에 아스날은 후반전을 맞이하자마자 지루대신 월콧을 교체 투입 시켰고, 벌어진 왓포드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공간을 집중 공략하라고 주문했다. 외질대신 산체스와 이워비가 좁혀 노린 것이다. 덕분에 아스날은 좋아진 경기력으로 후반전에 한 골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골키퍼 고메스의 신들린 선방 때문에 경기를 뒤집기란 불가능했다. 


아스날의 첼시전 선발 라인업과 공격 형태


지난 첼시전에서는 산체스를 톱으로, 월콧을 측면에 배치하며 왓포드전 문제점들을 상쇄시키려고 하였다. 오른쪽 윙어 월콧이 스트라이커 자리까지 올라감으로써 산체스와 2톱을 이뤘다. 때문에 아스날은 최전방에서 2명의 빠른 공격수들이 수비 뒷공간을 노릴 수 있게 되었는데, 첼시는 이 의도를 알았기에 수비 라인을 상당히 낮춰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다. 



아스날의 첼시전 문제점


덕분에 외질은 지난 경기에 비해 더욱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스날이 첼시의 골문을 열지 못했던 궁극적인 이유는 아스날의 2선이 첼시 3선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조금 좁힌 이워비와 2.5선에서 플레이하는 외질, 그리고 첼시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로 침투해야 할 아스날의 중앙 미드필더가 마티치와 캉테에게 완전히 밀려버리면서 공격 라인에게 질 높은 볼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첼시 3선에게 밀린다면 최전방의 공격수 중 한 명이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지켜줘야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플레이를 산체스가 아닌 체격 좋은 지루가 해야된다는 것이다. 지루가 볼을 지켜주고 아스날의 공격 자원들이 월콧과 함께 페널티 박스로 쇄도해야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를 가장 잘 구현해내는 팀이 즐라탄을 필두에 둔 맨유이다.  

여기서 아스날의 중원 공격 루트가 막혀버릴 경우에는 측면 윙백들을 이용해야 했는데, 갑작스러운 벨레린의 부상 때문에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분명 가브리엘이 선발 출전할 경우였다면 월콧에게 중앙으로 좁히는 주문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의 오버래핑 능력을 갖고 있는 벨레린이 첼시전 선발이었기 때문에 산체스와 월콧이 2톱을 형성했던 것이다.(월콧이 중앙으로 좁힘으로써 벨레린의 오버래핑 루트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실제로 벨레린의 역할을 그대로 맡은 가브리엘은 첼시전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에 포진되었다. 하지만 그 위치에서 볼을 받아내기만 할 뿐, 벨레린처럼 무언가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이것이 아스날의 패착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아스날은 다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벨레린의 백업 자원을 꼭 구해내야 한다.



첼시전 외질의 히트맵과 아스날 양 윙백들의 패스맵 (c)squawka.com


또한 산체스가 톱 자리에 있을 경우, 아스날에는 명확한 타겟맨이 없어진다. 넓은 측면에서 오는 크로스를 받아 넣을 선수도 없고, 그렇다고 페널티 안 박스 혼전 상황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도 없다. 때문에 산체스가 톱일 경우에는 누구든 측면으로 빠질 수 있는 동시에 명확한 타겟맨이 없어지게 된다. 산체스, 외질, 월콧, 챔벌레인 등 어떤 선수도 골을 넣을 수 있다.

 때문에 이 부분에선 지루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첼시전에서 그가 득점한 골 장면을 보면 공격수로서의 지루가 얼마나 매력적인 자원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스날 수비 압박의 문제

아스날이 수비적 측면에서 노출하는 문제점은 압박 상태에서 볼을 탈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구조적으로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정신적이나 조직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아스날이 수비 진영을 형성하여 볼을 갖고 있는 선수를 수비할 때, 그 선수를 중심으로 하거나 그 앞으로 압박 진영을 형성해도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스날의 수비적 문제점



상대 선수를 기준으로 압박 진영을 형성하는 것은(압박 진영을 어느 방향으로 형성하든) 일정한 뒷공간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우리팀 선수가 그 뒷공간을 커버해 줄 것이라 신뢰하기에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스날은 전방 압박 단계를 제외하고 그 어느 압박 상황에서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우리팀 선수가 뒷공간을 맡아줄 것이라 믿고 압박을 나가면 커버해줘야 할 선수도 같이 압박을 나가고 있고, 좁은 대형을 유지해서 상대 드리블링을 저지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패스를 못하게 할 경우에는 오히려 드리블을 허용하여 넓은 공간을 내주거나 상대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패스를 허용해버리고 만다. 

왓포드전 카푸에의 환상적인 드리블링에 이은 디니의 추가골, 그리고 첼시전 아자르의 환상적인 경기 2번째 골 장면은 결코 우연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아스날이 지난 3경기에서 상대 드리블 돌파를 허용한 장소 (c)squawka.com


특히나 위 성공으로 이어지는 상대 드리블 돌파(TAKE ONS)맵을 볼 경우, 상대의 드리블 돌파 성공 지점이 대부분 아스날의 수비 진영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헐시티전은 예외인데, 그 이유는 헐시티가 역습의 방법을 주로 한 선수의 드리블링에 의한 주파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헐시티는 드리블 돌파 지점이 낮아도 아스날의 깊은 지역까지 볼을 운반할 수 있음. 아스날의 공격 상황에서 볼을 끊어내 드리블을 한 것이기 때문.)

위 그림과 같이 아스날의 수비 진영에서 상대의 성공적인 드리블 돌파가 이뤄졌다는 것은 곧 상대 선수가 개인 기량으로 아스날의 밀집된 압박 지역을 벗어난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밀집된 압박 지역을 벗어났다는 것은 그만큼의 넓은 공간을 얻어냈다는 것을 뜻하는데, 아스날이 자신의 수비 진영에서 위 그림만큼의 드리블 돌파를 허용한다? 이러한 수비력을 계속 보여주다가는 4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일도 전혀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벵거의 영원한 염원이자 꿈으로 남을 수 있는 은퇴 전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의 지도자 인생 종반기에 'EPL 판 감독 춘추 전국 시대'가 겹쳤다는 것은, 어쩌면 그에게 있어 최대의 불행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