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더
전자서명란
서명초기화
확인

스킵 네비게이션


커뮤니티

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헐시티] 맨유, 리버풀 막아낸 마르코 실바 수비진의 마법
병장 서현규 | 2017-02-07 16:48:08 | 966


(c)90Mins


'강등 1순위' 헐시티가 180도 변했다. 지난주 이들이 강팀들을 상대하며 축구팬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맨유-리버풀'로 이어지는 2연전(헐시티는 이후 아스날과 EPL 경기를 치르게 된다.)에서 승점 4점을 따낸 것이다. 덕분에 이들은 강등권 끝자락인 리그 18위까지 올랐으며, 15위·16위·17위인 미들즈브로, 레스터, 스완지와 승점 차이를 1점까지 좁히는데 성공하였다. 이번 주말 아스날과의 일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강등권 탈출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맨유, 리버풀을 상대하더라도 라인업은 다르게



헐시티가 지난주 맨유(좌), 리버풀(우)전에 꺼내들은 선발 라인업


마르코 실바 감독이 지난주 꺼내들은 2번의 선발 라인업은 매우 달랐다. 지난 리버풀전에 꺼내들은 베스트 11을 맨유전과 비교했을 때 바뀐 선수들은 총 5명이었다. 그리고 리버풀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겨울 이적 시장 영입생들도 5명이었다.(라노키아, 엘랍델라위, 은디아예, 클루카스, 그로시츠키) 때문에 지난 맨유전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와 질탄도 받았었지만 멋지게 2-0 승리를 이끈 마르코 실바 감독이었다. 

-헐시티 수비의 시작은 하프라인 부근에서부터. 그리고 핵심은 선수 간격과 커버링



상대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이끌어나갈 때 헐시티의 수비 형태


매우 질식적인 방어를 보여줬던 헐시티의 수비 시작 지점은 하프라인 부근이다. 상대가 수비 진영에서부터 빌드업을 이끌어나갈 때 이들은 과도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지 않는다.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하프 라인 부근까지 내려서 헐시티의 수비 진영을 구축해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헐시티의 진영에서 수비진을 형성할 때 이들의 최종 수비 라인이 약 25~30m정도까지 전진되어 전체적인 수비 진영의 종적 거리를 좁힌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수비 진영의 종적 거리가 좁아지면 횡적으로의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전방 압박을 나가지 않고 내려서서 수비하기 때문) 헐시티는 자연스럽게 선수 간격이 매우 끈끈한 수비 형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선수들 간의 수비적인 커버링이 매우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헐시티가 가장 잘한 것이 이 부분이다. 한 선수가 자신의 할당 공간을 허용해줘도 다른 선수가 즉시 커버하는 것. 그리고 그 상태에서 수비를 해냈으면 다시 원래의 수비 형태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   



헐시티의 맨유전 태클맵 (c)squawka.com


그리고 헐시티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러한 수비 방식을 가장 잘 실현해냈다. 이들은 매우 어려운 맨유 원정에서 총 38번의 태클을 시도해냈는데, 이 태클들은 헐시티의 수비 진영 곳곳에서 매우 고르게 시도되었다. 이것은 앞서 소개했던 헐시티의 수비 방식이 전체적으로 맨유에게 통했다는 것을 뜻한다. 비록 깔끔하게 수비해내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태클맵이 표시되었다는 것은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거나 방해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루카스 실바 감독은 헐시티의 맨유전 태클맵을 앞으로 수비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했듯 헐시티의 수비 라인은 이들 수비 진영의 종적인 거리를 좁혀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수비시에는 높은 수비 라인을 형성하진 않지만, 반대로 매우 급박하게 뒤로 물러나서도 안된다. 때문에 이들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수비를 시작할 때 뒷공간에 대한 매우 큰 약점을 보여줬다.(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전방 압박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는 후방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볼을 뿌릴 수 있다. 그리고 헐시티의 센터백들이 25~30m 지점에서 뒷공간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주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 맨유는 후방의 포그바에서 전방의 발렌시아, 미키타리안까지 연결되는 롱 볼로 어느 정도 헐시티의 골문을 위협할 수 있었지만, 2-0 패배를 기록한 리버풀은 이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 

-좌우로 유동성있게 움직이고 박스 안 수비를 최후의 보루로 삼는다.



헐시티 수비진의 좌우 유동성


헐시티 수비의 또 다른 특징은 전체적인 수비 진영의 좌우 유동성이 매우 유연하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했듯 헐시티의 수비 진영이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선수들 간의 즉각적인 커버링'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상대가 페너트레이션(상대의 라스트 30m 지점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 과정에 돌입했을 때는 자연스레 볼을 측면 쪽으로 돌리게 된다. (실제로 맨유는 26%, 리버풀은 28%만을 중앙 방향으로 공격했다.)

상대가 넓은 측면으로 볼을 뺀다면 헐시티의 수비진들도 이에 따라 움직인다. 전체적인 수비 진영이 좌우로 유동성 있게 움직여 상대의 측면 공격을 봉쇄하는 것이다. 상대가 넓은 측면을 활용하기에 볼 소유의 우선권은 상대의 윙어나 윙백에게 줘야겠지만, 이후 측면에서의 공격 전개를 막아내는 것이 헐시티 수비 상황에서의 1순위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헐시티의 측면 수비 방법


하지만 헐시티는 프리미어리그 내 객관적인 선수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기 때문에 아무리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가져간다 한들 결국 상대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허용해줄 공산이 매우 클 것이다. 때문에 헐시티의 수비진들이 상대 측면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은 모두 순간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돌어와야 한다. 대략 8-9명의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크로스를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헐시티의 리버풀전 클리어링맵 (c)squawka.com



헐시티의 페널티 박스 안 수비 포지션별 할당 공간


상대의 크로스에 맞설 때 페널티 박스 안 포지션별 할당 공간은 위 그림과 같다. 깊게 내려선 센터백들은 골 에어리어 외곽쪽을 커버해야 하며, 나머지 미드필더들은 이들 앞 페널티 박스 중앙과 바깥쪽을 수비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최고 효율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센터백 마이클 도슨과 해리 맥과이어, 그리고 안드레아 라노키아와 중앙 미드필더 톰 허들스톤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센터백들이 골키퍼 바로 앞 공간을 커버해주다 보니 수문장 야쿠포비치는 오직 한자리에서만 골문으로 들어오는 공을 신경 쓸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지난 올드 트래포드에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칠 수 있었다. 

헐시티는 지난 리버풀전에서 총 72회의 클리어링을 성공해냈다. 그리고 그 중 50회를 페널티 박스 안에서 처리했으며, 두 센터백 라노키아와 맥과이어는 전체의 약 40%에 해당하는 29번의 클리어링을 해냈다. 그리고 이중 대다수가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이뤄졌다. 이러한 박스 안 수비를 헐시티가 매우 집중력 있게 해냈기 때문에 맨유와 헐시티를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과거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에 이어 '제 2의 무리뉴'라 칭송받는 마르코 실바 감독은 헐시티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그는 과연 EPL의 또 다른 포르투갈 영웅이 될 수 있을까? 헐시티 감독 한 달 차, 실바 감독의 순위 대격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