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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스완지] 스완지가 리버풀을 안필드에서 꺾은 방법
병장 서현규 | 2017-01-26 16:34:50 | 1009


(c)스완지시티 공식 페이스북


지난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환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팬들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하더니, 이번에는 홈구장 안 필드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리버풀이 스완지에게 3-2 패배를 거둔 것이다. 촉박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서 승점 3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본패 목표였던 1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는 10점으로 벌어졌고, 5위 맨시티와의 승점 차이는 2점으로 좁혀지며 4위로 밀려났다. 다시 반전의 경기력을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리버풀이다.

반면 이번 달 스완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폴 클리멘트 감독은 본격적으로 팀을 소생하기에 나섰다. 비록 지난 헐시티와 아스널전에서 패배를 당하며 감독 적응기에 조금의 문제점을 보여줬었지만, 이번 안 필드 원정 경기 승리로 그의 본격적인 감독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 

폴 클레멘트 감독은, 어떻게 리버풀을 꺾었을까?  

-리버풀을 꺾은 스완지의 조직적/유동적 포메이션



리버풀-스완지전 양팀 선발 라인업


클롭의 리버풀은 4-3-3을, 클레멘트의 스완지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클레멘트 감독 스쿼드의 변화라면 지난주 스완지 시티가 완전 영입한 토마스 캐롤를 코크, 페르와 함께 중원에 배치시켰다는 것이다. 후에 글을 쓰면서 차차 소개하겠지만, 이날 스완지는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오며 모든 선수들이 공격시 유동적인 움직임, 그리고 수비시에는 조직적인 형태를 가져가며 리버풀을 꺾었었다. 

-수비시 리버풀의 1.5선 공간을 봉쇄한다.

이날 스완지의 궁극적인 수비 목적은 간단했다. 상대에게 전진 패스를 허용해주지 않으면서, 리버풀이 스완지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 - 리버풀의 공격 1.5선 - 을 공략할 틈을 아예 허용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클레멘트 감독이 이끄는 백조 군단은 수비시 항상 조직적인 4-5-1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스트라이커 요렌테가 최전방에, 그리고 2선과 3선 라인이 합쳐지면서 중원을 형성했다.  



스완지의 수비 방식


리버풀이 깊숙한 수비 진영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때는, 4-5-1 형태의 전체적인 조직이 올라와 스완지의 중원 라인이 리버풀이 수비 라인에서 미드필더/공격 라인까지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는 패스 루트를 차단했다. 그리고 리버풀의 최종 수비 라인이 하프라인 부근까지 올라와 완벽한 공격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면 스완지의 중원 라인은 리버풀의 공격 1.5선으로 전달될 수 있는 패스 루트를 완벽하게 차단해냈다. 이것은 모두 스완지가 수비시 4-4-2 포메이션이 아닌 4-5-1 포메이션을 형성하여 중원에 5명의 숫자를 두껍께 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번 경기 헨더슨의 패스맵 (c)squawka.com


이렇듯 스완지가 리버풀의 후방 지역에서 앞선 전방까지 한 번에 연결될 수 있는 전진 패스 루트들을 모두 차단해냈기 때문에 빌드업 상황에서의 조던 헨더슨은 어쩔 수 없이 볼을 매우 넓게 벌린 윙백들에게만 뿌려줄 수밖에 없었다. 5명의 수비수들이 틀어막고 있는 중원으로 전진 패스를 넣었다간 끊기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클레멘트 감독은 리버풀의 이러한 공격 방식을 유도했고, 또 그렇게 경기가 흘러갔었다. 스완지가 이러한 수비 방식을 펼친 까닭은 다음과 같이 크게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현 리버풀의 스쿼드와 스타일이 중원 공격에 매우 특화되어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지난 글에서 자세하게 소개한 내용이지만,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헨더슨과 센터백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활동량이 매우 왕성한 양쪽 윙백들은 각자 한 측면을 맡고, 이들을 제외한 남은 5명의 선수들은 중원에서 자유롭게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공략한다. 기본적으로 5명의 선수들이 중원에 몰렸기 때문에 이들 쪽으로 공이 전달될 경우 볼 공유에 매우 유리해진다.(선수 간격이 좁아졌기 때문) 동시에 볼을 탈취당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좁은 간격이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바로 게겐 프레싱을 실행하기에도 용이하다. 때문에 스완지의 클레멘트 감독은 리버풀의 후방 빌드업 진영에서 이들에게 볼이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5명의 선수들을 중원에 배치시켜 틀어막았던 것이었다.   

둘째는 스완지 센터백들과 리버풀 공격진들의 신장 차이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 스완지의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아필 모우슨과 페데리코 페르난데스는 각각 188cm와 190cm의 거구를 지닌 수비수들이었다. 반면 이번 경기 리버풀의 주 중원 공격을 맡은 4명의 선수들(쿠티뉴, 피르미누, 랠라나, 바이날둠)은 각각 171cm, 181cm, 172cm, 175cm의 신장을 가진 공격수들이었기에 스완지 센터백들과의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클레멘트 감독이 중원을 틀어막고 리버풀이 강제적으로 측면만을 노리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피르미누가 왼쪽 윙백 올손과 경합하여 첫번째 득점에 성공했고, 그에 이어 바이날둠의 크로스를 그의 개인 기량으로 득점에 연결시키며 팀의 2골을 모두 성공시켰다.



이번 경기 스완지 센터백(모우슨, 페르난데스)들의 클리어링 맵 (c)squawka.com



스완지의 인터셉트 맵과 수비 방식 (c)squawka.coim


그리고 리버풀의 이러한 공격 방식을 예측했던 스완지는 상대가 후방에서부터 윙백들에게 뿌려주는, 대각선 방향으로 전달되는 패스를 공략했다. 리버풀의 후방 선수들이 측면으로 볼을 뿌릴 준비를 하면 스완지의 중원 선수들은 곧바로 그 패스를 끊어낼 준비를 했다. 그 결과 스완지는 이번 경기 기록한 12번의 인터셉트 중 7번을 이러한 형식으로 해냈으며, 이는 스완지 수비의 핵심이자 역습의 시발점이 돼주었다.

-오른쪽만을 집요하게 공략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다.

스완지가 이러한 방식으로 수비를 해낸 후 공격을 전개할 때는 무조건 오른쪽 하나만을 노려 리버풀을 공략하기에 나섰다. 이날 스완지는 오른쪽 방향으로 총 57%의 공격을 전개해냈다. 포메이션 구조적으로 보자면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길피 시구르드손이 왼쪽 윙어로 나섰기 때문이다.



스완지의 공격 방식


193cm의 거구를 가진 타겟형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요렌테가 오른쪽 측면에 집중하면서 스완지의 공격이 전개됐다.

스완지가 수비 진영에서 볼을 뺏어낸 후 역습을 전개한다면 이들은 당연하게도 체력 좋은 리버풀 선수들에게 바로 게겐 프레싱을 당해 볼을 탈취 당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중원 선수들 중 하나가 볼을 갖고 역습을 위해 전진할 때, 최전방의 페르난도 요렌테가 볼을 비교적 받기 쉬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일정한 지점에 도착했을 때 측면의 요렌테에게 볼을 넘겨 그가 거구의 신장을 이용해내 볼을 지켜낸다. 요렌테가 수비수를 등에 진 채로 볼을 지켜내고 있을 때 스완지의 남은 선수들이 모두 공격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왼쪽의 시구르드손이 빈 중앙을 메꾸기 위하여 좁힌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스완지의 공격 방식은 대성공이었다. 몸 좋은 요렌테의 볼 키핑 능력에 어쩔 줄 몰라하는 리버풀 수비진들은 스완지 선수들이 공격으로 전환할 시간을 쉽게 내주고 말았다. 또한 이날 스완지가 득점한 3골 모두에 요렌테의 오른쪽 측면 이동이 관여했으며, 특히나 두 번째 골 장면은 스완지 공격 전술의 의도가 제대로 얻어맞은 득점이라 할 수 있었다.

스완지의 두 번째 골 장면을 복기해보자. 요렌테의 오른쪽 측면에서의 볼키핑에 의해 리버풀 수비진들이 한쪽으로 몰리게 되었고, 반대쪽에 광활한 공간을 얻은 스완지는 재빠르게 공격 방향을 전환시켰다. (이때 시구르드손은 요렌테 때문에 중앙으로 좁힌 상태) 여기서 볼을 잡은 왼쪽 윙백 올손이 동료와의 2대 1패스로 왼쪽 측면을 돌파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구르드손이 중앙 페널티 박스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올손이 왼쪽 측면에서 볼을 홀딩하고 있을 때 후방에서의 토마스 캐롤이 자유롭게 왼쪽 측면으로 쇄도할 수 있었고, 이것을 본 올손이 그에게 볼을 넘겨주자 캐롤이 환상적인 크로스를 올려 요렌테가 멋진 헤더골을 성공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요렌테의 오른쪽 이동, 그에 따른 시구르드손의 중앙 이동,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들의 광범위한 활동 영역이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낸 환상적인 골이었다.



페르난도 요렌테의 이번 경기 패스맵, 히트맵 (c)squawka.com


이번 라운드에서 첼시와 아스날은 승리하고, 리버풀은 패배를 거뒀다. 그리고 맨체스터 형제와 토트넘은 승점을 1점밖에 따내지 못하였다. 이렇게 또다시 프리미어리그 선두권 순위표에 변동이 생기게 되었다. 2위 아스날과 4위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는 단 2점 차. 그리고 6위 맨유와의 승점 차이는 6점이다. 과연 이들은 끝내 첼시에게 우승컵을 내주게 될 것인가? 그리고 맨체스터 형제는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볼 수 있을까? 이들의 승점 전쟁은 아직도 치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