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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맨유에 그리즈만이 필요한 3가지 전술적 이유
병장 서현규 | 2017-01-24 14:50:41 | 978


(c)El Confidencial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지 4년째가 되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 세계 모든 축구선수들에게 꿈의 클럽이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리그 왕좌의 자리에 앉지 못해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해도 이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이다. 그리고 퍼거슨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2017년 1월. 맨유가 이번에 예전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 노리고 있는 선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에이스 앙투안 그리즈만이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 2016에서 모두 준우승을 이끌며 전 세계에 자신의 실력을 똑똑히 각인시켰지만 한편으로는 또 개인적으로 큰 성장을 맞이한 25세의 공격수이다. 아직까진 맨유와의 협상이 거의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겨울 강력하게 링크가 돼있는 시점에서, 그리즈만이 맨유에 필요한 3가지 전술적 이유를 소개해보려 한다.

-현 맨유의 공격 2선 ~ 1.5선의 영향력 과부하, 그리고 완벽한 골잡이 그리즈만

2016/2017 정규 시즌 개막 전, 많은 축구 전문가들과 맨유팬들은 즐라탄의 맨유 입성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공격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즐라탄의 첫 EPL 도전과 무리뉴 감독과의 재회 등이 그 평가 사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전술적인 측면에서 즐라탄이 많은 기대를 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즐라탄은 어떻게든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지만 한편으로는 밑선으로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는 플레이를 매우 좋아하는 스트라이커이기도 했다. 그를 마킹하는 스토퍼들을 등을 지며 끌고 나와 공간을 창출해내거나 수비수들과 떨어져 자유로운 공격 자원이 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다. 거기다가 맨유의 2, 3선에는 공격 능력에 매우 탁월한 미드필더인 웨인 루니와 폴 포그바가 있었다. 때문에 즐라탄이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동시에 그들이 최전방으로 침투하여 골을 노리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간의 유기적인 스위칭이 엇갈리며 상대 수비수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줄 수 있는 그런 공격 패턴을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예측했었고, 또 원했었다.  


현 맨유의 1.5선 과부화


하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 보니 이러한 유기적인 공격 패턴이 생각만큼 좋게 이뤄졌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절대 즐라탄의 활약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맨유 전체적인 공격진을 두고 볼 때 시즌 전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화력과 전술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즐라탄이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최전방으로 침투하는 포그바와 루니에게 패스를 건네주는 과정에서, 즐라탄을 마킹하는 수비수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상대팀 수비진이 작정하고 두터워지다 보니 그 패스가 침투하는 포그바와 루니에게 전달되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과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거기서 패스가 끊길 경우 미드필더진이 얇아진 맨유를 상대로 수비팀이 매우 좋은 역습 찬스를 가져가게 되니, 즐라탄이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준 후에 미드필더진이 최전방으로 침투하는 일이 점점 잦아들게 되었다. 그에 더해 이 전술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루니까지 이번 시즌 부진을 맞았으니, 즐라탄이 밑선으로 내려와 볼만 받아줄 뿐 미드필더진이 최전방으로 들어가는 기대를 하기란 매우 힘들어졌다.

여기서 무리뉴 감독은 공격 능력에 특화된 오른쪽 윙백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오버래핑 루트를 창출하기 위해 공격시 오른쪽 윙어 선수에게 중앙으로 들어와 플레이하라는 역할을 주문했었다. (모든 경기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그랬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의 에레라까지 매우 광범위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에서의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행사하니 (캐릭이 옆에서 홀딩 역할을 맡아주고 있기 때문에 공격시에는 수비적 부담이 비교적 덜한 편, 그러나 볼을 탈취당한 후에는 즉시 캐릭을 지원해줘야 한다.) 맨유의 공격 2선~1.5선에 선수들이 몰리게 되었다.   

때문에 그리즈만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즈만은 완벽한 골잡이이다. 175cm에 72kg이라는 매우 작은 체구를 갖고 있지만, 그는 어떻게서든 골을 성공시키는 선수이다. 빠른 주력을 이용하여 수비수 뒷공간을 노릴 수도 있고, 페널티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는 탁월한 위치를 선정하여 작은 체구로도 헤딩골을 성공시킨다. 그리고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현 맨유의 공격진들이 스트라이커까지 포함하여 공격 2선 ~ 1.5선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최전방에서 완벽한 골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그리즈만이 들어온다면 어떨까? 2선~1.5선에 치중돼있는 영향력을 또 다른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최전방으로 분산시켜주면 어떨까? 이것이 그리즈만이 맨유에 필요한 첫 번째 전술적 이유이다.

-빠른 공격을 이끌어나갈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필요한 존재다.

그리즈만이 맨유에 필요한 두 번째 전술적 이유는 빠른 공격 템포를 가져가기 위함이다. 지금껏 이번 시즌 맨유는 즐라탄의 최전방 위치에 대한 대가로 빠른 공격 전개, 그러니까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전광석화와 같은 역습 장면을 보여주기가 힘들었다. 그 때문에 지난 10월 안 필드에서 펼쳐졌던 노스 웨스트 더비에서도 무리뉴 감독이 매우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하되, 그 수비적인 스타일을 페널티 박스에 가라앉아 상대의 볼을 뺏은 후 빠른 역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전방에서부터 두꺼운 수비벽을 형성하여 리버풀을 막아내었다. 


즐라탄과 그리즈만의 역습 상황 변화


스트라이커가 이러한 빠른 공격 전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차이, 그러니까 '수비 → 공격 상황'에서 개인 주력의 중요성은 수비 위치와도 관계있다. 그리즈만의 경우 수비진의 최전방에서 볼을 갖고 공격진까지 빠르게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최전방의 상대적(즐라탄)위치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즐라탄의 경우 수비진의 최전방에서 볼을 갖고 공격진까지 빠르게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상대적(그리즈만)으로 높은 위치에서 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수비시 스트라이커가 수비 상황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를 가르게 된다. 



그리즈만의 베티스전 히트맵과 즐라탄의 웨스트 햄전 히트맵 (c)squawka.com


물론 그리즈만이 선수로써 노쇠화를 겪고 있는 즐라탄에 비해 활동량과 수비 가담 능력이 훨씬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즐라탄의 활동량이 그리즈만 만큼 뛰어나다고 가정했을 때 역시 즐라탄은 공격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이상 수비 상황에서 위치적으로 그리즈만만큼의 많은 수비적 기여를 해줄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빠른 주력을 보유하고 있는 공격수를 최전방에 세워둔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도 꼭 필요한 옵션으로 적용된다. 맨유가 지금껏 퍼거슨의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선수단에 투자하고 있는 이상 이들은 언젠간 가까운 시일 내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최근 겪어보지 못했던 수많은 강팀들을 홈이든 원정에서든 상대하게 될 것이다. 누 캄푸 원정에서 수비적인 경기를 운영해야 하거나 2차전 홈경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할 때, 그때는 분명히 그리즈만과 같은 선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뿐만이 아니라 현 맨유에서 스트라이커를 볼 수 있는 자원을 손꼽으라면 즐라탄, 루니, 래쉬포드, 마샬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중에서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한, 즐라탄 후 맨유에게 필요할 월드 클래스급 스트라이커들이 나오게 될까? 루니는 애초에 이러한 유형의 공격수가 아니며, 마샬은 스트라이커로 전향하기엔 무게감이 너무 떨어진다. 나이 어린 래쉬포드에게는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겠지만, 글쎄. 이번 시즌 완벽한 윙포워드로 출전하며 양쪽 측면에 익숙해지기 바쁜 그가 그리즈만급의 스트라이커로 거듭날 수 있을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맨유의 전체적인 공격 자원들이 더 넓은 공간에서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맨유의 전체적인 공격 자원들이 전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즐라탄과 그리즈만을 상대하기에 따른 상대의 수비 범위 변화


지금껏 맨유를 수비해왔던 많은 팀들이 수비시 느꼈던 많은 점들 중 하나를 손꼽으라면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발 느린 즐라탄 이란 저점'을 손꼽을 것이다. 맨유의 공격 상황시, 즐라탄이 최전방에 위치할 때나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줄 때나 이들의 수비 뒷공간을 노릴 수 있는 위협적인 공격수가 없기 때문에 수비팀이 마음 놓고 라인을 높게 전진시킬 수 있었다. 

특히나 이는 지난 9월 맨유가 왓포드 원정에서 3-1 패배를 당했을 때 두드러진 문제이기도 했다. 또한 상대팀이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수비 범위가 적어지니 필자가 앞서 소개했던 '즐라탄이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루니와 포그바 같은 미드필더들이 전방으로 침투하는 공격'과 같은 공격 전술을 사용하기에도 조건상 매우 힘들어졌다. 거기다가 오른쪽 윙어는 공격시 발렌시아를 위해 가운데로 들어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 뒷공간을 노릴 선수는 왼쪽 윙어 래쉬포드/마샬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맨유는 지금껏 비교적 좁은 공간 속에서 공격을 펼쳐왔었다. 이러한 결과는 리그 득점 수치로도 매우 잘 나타나있다. 맨유는 지금까지 리그 21경기에서 총 32골을 뽑아내며 리그 득점 6위 자리에 위치해있는데, 이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빅6(첼시, 토트넘, 리버풀, 아스날, 맨시티, 맨유)의 득점 순위 중 가장 꼴찌인 수치이며, 5위 맨시티(41골)와 무려 9골 차이가 나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리그 7위 에버튼과 똑같은 득점 32골을 뽑아냈다.

때문에 상대의 최후방 수비 라인에서 뒷공간으로 침투하기 위한 라인 싸움을 해줄, 주력이 빠른 그리즈만과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 그럴 경우 상대는 즐라탄을 수비할 때보다 비교적 라인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맨유의 공격 2선들이 넓은 공간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셈이 된다.  그가 온다면 맨유 공격 전술의 모든 퍼즐이 거의 다 맞춰지는 셈이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셈이다. 그리즈만의 이적 협상이 바로 내일 결렬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이번 겨울에 당장 맨유에 입성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맨유에서의 제2의 팔카오가 될지, 아니면 칸토나의 재림이 될지도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다. 그리즈만과 맨유의 행방은 과연 어떻게 될까? 그리즈만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골을 넣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 답을 결정지을 수 있는 열쇠는 맨유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만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