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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비야레알 분석] MSN 의존증? 대비 플랜 없는 바르셀로나의 진짜 문제
병장 서현규 | 2017-01-13 18:53:39 | 1203


(c)프리메라리가 공식 홈페이지


메시의 극장 프리킥골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얻는데 성공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성공보단 '실패'에 가까웠을 것이다. 경기 결과로 보나 전체적인 리그 성적으로 보나. 지난 비야레알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바르셀로나의 상황이다. 이들은 엘 마드리갈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선두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 차이는 5점 차이로 벌어졌고, 바로 그 밑인 2위 자리는 삼파울리의 세비야에게 내주게 되었다. 또한 이들은 현재까지 17경기를 치른데 반해 1위 레알 마드리드가 16경기만을 소화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에게는 익숙했던 리그 왕좌의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찾아왔다. 

-MSN도 리그 최소 실점팀을 뚫을 수 없었다.



비야레알전 바르셀로나의 선발 라인업


엘 마드리갈 원정에서의 바르셀로나 선발 라인업은 거의 1군이었다. 4-3-3 포메이션에 MSN 라인을 필두로 세웠다. 하지만 이들도 리그 최소 실점팀의 수비 라인을 - 코스타, 루이스, 무사치오, 가스파르로 이어져있는 수비 라인을 - 뚫을 수 없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직 한 방법으로만 이들을 뚫으려 했던 바르셀로나의 오점이었다. 

-MSN 의존인가 엔리케의 대비 플랜 준비의 미숙인가

이번 경기 바르셀로나의 경기 의도는 명확했다. 전방의 MSN 라인에게 뚜렷한 역할을 부여하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수비 라인을 최대한 끌어올려 비야레알의 진영에서 최대한 많은 플레이 타임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상대 진영에서 볼을 뺏길 경우 미드필더 라인 자체를 전진시켜 비야레알의 진영에서 그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바르셀로나의 의도였다.) 그리고 경기 전체의 구도를 가져갈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의도 자체는 잘 먹혀들었다. 경기장을 삼등분 할 때, 비야레알의 진영에서 42%, 중원 지역에서 40%, 바르셀로나 진영에서 19%씩 경기가 운영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르셀로나가 비야레알의 진영에서 플레이할 때, 그러니까 바르셀로나의 페너트레이션(비야레알의 마지막 30m 지점에서부터 바르셀로나가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 과정에서 바르셀로나의 진짜 오점이 드러났다.



바르셀로나의 전체적인 공격 대형 <장면 A>


왼쪽 공격수 네이마르는 왼쪽 측면에 몰두하며 디뉴와 함께 비야레알의 오른쪽 수비수 마리오 가스파르를 공략하기에 나섰다. 그리고 중앙의 수아레즈는 상대 중앙 수비수 사이에서 오직 골을 노리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갔으며, 오른쪽의 메시는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계속 오가면서 비야레알의 전체적인 수비진 자체를 위협했다. 왼쪽의 네이마르 역시 중앙으로 좁힐 때가 많았으나, 오른쪽의 메시가 네이마르에 비해 훨씬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였다.  

후방의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 고메스는 이 공격 라인을 지원하고 지탱해주는데 1순위를 뒀다. 그리고 센터백 라인인 피케와 마스체라노는 전체적인 전진 압박 진형의 최후방을 지켜주는 역할을 맡았으며, 측면 수비수인 디뉴와 로베르토는 윙어들과 함께 상대의 측면을 공략하기에 나섰다. 


전체적으로 바르셀로나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역할을 맡으면서 비야레알 수비진을 공략하기에 나섰는데, 그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 '실패'였다. 이들은 과연 뭐가 문제였을까?



메시의 비야레알전 히트맵 (c)squawka.com


가장 첫째로는 메시의 공격시 위치 자체를 손꼽을 수 있다. 위의 <장면 A>와 메시의 비야레알전 히트맵을 참고해보자. 메시는 히트맵에 나타나있는 그대로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직접적인 드리블,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되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는데, 여기서 지적되는 문제가 메시가 오른쪽 측면보다 중앙 밑선에 머무를 때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이 뜻은 즉, 메시가 비야레알의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계속해서 수비적인 간섭을 받았다는 것이 된다. 비야레알은 이날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때문에 수비시에도 4x2의 수비 블록을 형성하며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아냈는데, 이날 경기에서 비야레알이 가장 잘한 것이 최종 수비 라인을 컨트롤하는 것이었다.  

비야레알이 수비 라인 컨트롤을 잘 해내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후에 자세하게 다룰 바르셀로나의 최전방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를 봉쇄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며 수아레즈 바로 뒤를 받쳐준 메시를 통제하는 것이었다. 



비야레알이 메시를 봉쇄하는 방법


수비 라인 컨트롤을 통해 메시를 봉쇄하는 방법은 위와 같다. 메시가 수아레즈 바로 뒤를 받친다는 것은 그가 비야레알의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 그러니까 바르셀로나의 공격 1.5선에서 볼을 받게 된다는 뜻이 된다. 이럴 경우 비야레알은 메시를 막기 위해 수비 블록을 붕괴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리게 된다. (*최전방 수아레즈를 신경 쓰면서!!)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려 전체적인 수비 진영이 쳐지게 된다면 메시는 당연하게도 비야레알의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견제를 당하게 된다. 자연스레 2:1 구도가 형성되며, 여기서 메시를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없을 때는 중앙 수비수가 즉석으로 커버해 메시와의 2:1 구도를 만들도록 한다. 비야레알은 리그 최소 실점 팀이 아닌가? 이들은 선수 개개인이 모두 뛰어난 수비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때문에 메시와 2:1로 맞설 수 있는 것이며, 만약 메시의 폼이 더욱 좋았거나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이 좋지 못했다면 메시가 바르셀로나 공격을 혼자 이끄는 그림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MSN 라인이 7명의 수비진과 맞서는 장면 <장면 B>


바르셀로나가 비야레알 수비진을 뚫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그를 대비하는 플랜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면 A>를 다시 보도록 하자. 바르셀로나가 공격 대형을 유지하며 후방의 마스체라노가 전방으로 패스를 제공하고 있는 장면인데, 여기서 중앙으로 좁힌 메시를 생각해본다면 바르셀로나의 전체적인 공격 진영이 4-3-3, 4-3-1-2와 같은 대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바르셀로나는 전체적으로 조직적인 대형을 유지하면서 비야레알의 수비와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문제점은 공격진들이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없다는 점이다. 선수 개개인이 패스를 받을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공격 진영이 공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바르셀로나 공격진들의 개인기량 하나만 따지자면 세계 1등으로 손꼽을 수 있다. 때문에 지금껏 조직적인(메시를 제외하고) 4-3-3 공격 형태를 유지하며 어마어마한 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비야레알은 달랐다. MSN 라인의 개인기량만으로 이들의 수비진을 뚫을 수 없었다. 때문에 그들이 공격을 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는데(지금껏 MSN 라인은 이 공간을 그들의 개인기량으로 직접 만들어냈다.), 이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면 팀 전체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일정한 약속의 움직임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의 예가 필자가 지난 글에서 자세하게 다뤄봤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Overload To Isolate)이다. 한 쪽 측면으로 공격진들의 간격을 좁혀 상대 수비진들도 그쪽 방향으로 쏠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대쪽 측면에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원리라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게는 이런 것이 필요했다. 위 <장면 A>에서,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에게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적용시켜보도록 하자. 공이 왼쪽 측면에 있음으로 중앙의 메시나 오른쪽의 안드레 고메스가 왼쪽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바로 다음에 자세하게 다룰 최전방의 수아레즈는 오직 골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이들이 만약 <장면 A>에서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면, 바르셀로나는 자연스레 왼쪽 측면에서 볼을 더 효율적으로 점유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메시가 이동하게 될 경우에는 고메스에게, 고메스가 이동하게 될 경우에는 메시에게 광활한 공간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MSN 라인이 제한된 공간에서, 그리고 수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비야레알의 수비진을 상대해야 했다. 위 <장면 B>가 그 대표적인 상황이다. 7명의 수비진을 상대로 메시가 네이마르 앞 조그마한 공간을 찾아내어 공격을 전개해냈지만, 결국 수아레즈 선에서 수비진에게 막히게 되며 공격이 무산됐다.

-수아레즈의 움직임에 관한 대비 플랜 부족

바르셀로나가 비야레알의 수비진을 뚫지 못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아레즈의 득점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아레즈는 현재까지 리그에서 12골을 뽑아내며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2위에 머무르고 있는 최고의 공격수다. '공격수가 골을 못 넣을 수도 있지, 고작 한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인 무슨 문제냐?'라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득점왕 1위 메시와 득점왕 2위 수아레즈가 골을 넣을 수 있는 환경 자체는 같은 경기장 안에서, 같은 팀으로 있다 하더라도 완전히 틀리다. 



수아레즈의 공격 시 역할


수아레즈는 상대의 중앙 수비수 사이에 머물며 골을 노리는 선수다. 밑선으로 내려와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며 경기를 풀어주는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평소에는 수비수 바로 뒷 공간에 머물며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다가, 수비 라인 중 한 명이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거나 수비 라인이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나게 된다면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바로 골을 득점하는 유형의 선수가 루이스 수아레즈이다.

메시는 1.5선, 2선에서 볼을 받아 공격을 만들어주고 골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수아레즈는 오직 득점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선수이기 때문에 둘의 골을 넣는 환경이 아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르셀로나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라도 이번 경기에서는 골을 넣지 못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앞서 소개한 비야레알 수비진의 능숙한 라인 컨트롤, 그리고 둘째는 중앙 수비수인 무사치오와 루이스의 환상적인 수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경기 수아레즈의 히트맵과 패스맵 (c)squawka.com


이렇듯 수아레즈가 바르셀로나의 공격 전개 작업에 거의 참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개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오직 골을 위해서만 활동했으니,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기록한 수아레즈의 패스 숫자 24회는 바르셀로나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그리고 골키퍼 테어 슈테켄이 23회의 패스를 기록) 골까지 넣지 못하니 바르셀로나로써는 그에 대한 또 다른 플랜이 필요했다.

이를 대비할 수 있는 플랜으로는 크게 3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수아레즈에게 밑선으로 내려와 포스트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지시하는 것. 그리고 둘째는 수아레즈 대신 밑선에서 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다른 공격 자원을 투입시키는 것. 마지막으로 셋째는 미드필더 라인이나 네이마르에게 수비 라인 싸움에 더욱 힘써주도록 지시하는 것을 또 다른 플랜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기 안드레 고메스의 히트맵 (c)squawka.com


이 플랜들 중 세번째 플랜이 그나마 엔리케 감독이 경기 중 즉석적으로 실행시킬 수 있는 계획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역시 바로 그라운드 내로 옮기지 못했다.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츠는 후방에서 볼을 뿌려주고 상대 수비진영에서 탈압박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최고의 미드필더들 중 하나다. 때문에 미드필더 라인에서 수아레즈와 함께 수비 라인 싸움에 힘을 보태줄 자원을 손꼽으라면 당연하게도 안드레 고메스의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가 됬는데, 그는 위 히트맵과 같이 수비 라인 싸움에 적극적으로 힘을 써주지 못 했다. 

그리고 그 대체자로 투란을 투입시키기엔 너무 늦은 시점(71분)이었고, 안드레 고메스대신 들어온 데니스 수아레즈는 수비 라인 싸움에 적극적으로 힘써줄 수 있는 유형의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이번 시즌이 최악의 하락세가 될 수도 있는 엔리케 체제의 바르셀로나. 이 세계 최고의 팀이 수많은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 그리고 코파 델 레이 컵 우승 중 하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매년 그랬던 것처럼 시즌 말에 웃을 수 있을까?

이 웃음을 짓기 위해서라면 어느 때보다도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