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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의 유럽축구이야기

첼시의 백3 상대성과 약점
병장 서현규 | 2017-01-08 10:38:08 | 1126


(c)Talk Chelsea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백3 체제의 첼시가 드디어 패배를 거뒀다. 14연승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지난 13경기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대단했다.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패배함에도 불구하고 2위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를 5점 차이로 벌려놨으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의 마지노선인 4위 맨시티와의 승점 차이는 7점까지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런 첼시에게도 약점이 보이는듯싶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과 같은 백3 포메이션이다. 첼시는 최근 치른 프리미어리그 7경기 중 5경기에서 백3를 상대했다. 맨시티, 선덜랜드, 본머스, 스토크, 토트넘이 그 주인공들이다. 백3로 첼시를 상대한 이 5팀은 모두 이번 시즌 백4를 주 포메이션으로 삼으며 일정을 소화해왔던 팀들이었다. 

-첼시 3-4-3의 특징과 장/단점



이번 시즌 콩테가 사용한 첼시의 3-4-3 라인업


콩테의 3-4-3은 오직 첼시 선수들로만 소화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수비 라인의 백3는 '케이힐-루이스-아스필리쿠에타'가 맡되, 공격 시에는 양쪽 센터백 중 한 명이 즉석적으로 올라와 중원 싸움에 가담해준다. 그리고 윙백인 알론소와 모제스에게는 혼자서 한 쪽 측면을 모두 커버해야 될 만큼의 광범위한 활동량이 요구되며, 중앙의 캉테와 마티치는 수비와 공격에서 모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될 만큼의 존재감을 떨쳐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전방 3톱을 이루고 있는 '아자르-코스타-페드로'는 중원에서의 공간을 어떻게 해서든지 창출해내야 한다.

이들의 장/단점은 매우 극명하다. 우선 단점으로는, 중원을 맡아야 할 선수가 2명밖에 없기에 - 양쪽 윙백인 알론소와 모제스, 그리고 3톱이 자신의 포지션에 얽매인 역할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 상대와의 중원 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필드 플레이어 10명 모두에게 전체적으로 광범위한 활동량이 요구되며, 한 명이라도 이를 충족하지 못 할 경우 흠이 생겨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만큼 공격과 수비 상황 모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공격 상황에서는 '아자르-코스타-페드로'로 이어지는 3톱이 중앙을 맡고, 양쪽 윙백 알론소와 모제스가 넓게 벌려 중앙에서의 공간을 창출해주거나 크로스를 띄어준다. 그리고 수비시에는 5-4-1 / 5-3-2와 같은 대형으로 변화하며 골문 앞 수비진을 두텁게 한다. 


-백3는 후방이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전방 압박을 가하기가 용이하다.

11월에 홈에서 상대한 토트넘전 이후, 무적일 것만 같았던 백3 첼시의 마침내 약점이 전 세계에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전방 압박'. 백3의 첼시가 전방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3-4-3 포메이션 자체가 공격수 3명을 둔 3열 포메이션이라는 것. 이들이 수비진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때, 벌어진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로 들어와 미드필더진을 전방 압박하는 것이 첼시의 약점이었다. 같은 3열 포메이션인 4-4-2의 경우 8명에서 전방 압박을 벗겨낼 수 있겠지만, 3-4-3의 경우 그보다 한 명 적은 7명에서 전방 압박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첼시전 백3 카드를 꺼내든 맨시티의 전방 압박


때문에 백3가 첼시를 공략하는 열쇠가 될 수 있었다. 3명의 수비수를 둔 대부분의 포메이션은 윙백이 한 쪽 측면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 대형이다. 때문에 백4 포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각 측면에 두는 선수가 한 명 적을 수밖에 없다. 대형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백4 포메이션보다 백3 포메이션이 중앙에 두는 선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첼시의 벌어진 미드필더 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를 공략하기 위해선 중앙에 많은 숫자를 둔 백3 포메이션이 유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에 숫자가 많아, 후방에 3명의 수비수를 배치한 채 강력한 전방 압박을 나설 수 있었다. 이는 숨 막히는 전방 압박과 그로 인한 리스크(전방 압박으로 인해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의 공격 1.5선 공간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것)를 대비할 수 있다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 된다. 


전방 압박을 가하지 않은 에버튼의 최후


첼시에게 전방 압박이 꼭 필요한 이유를 들라면 위와 같은 구조적 약점을 들 수도 있겠지만, 에버튼전과 같은 '전방 압박을 가하지 않은 상황'도 손꼽을 수 있다. 이날 에버튼의 쿠만 감독은 첼시의 넓게 벌린 공격 대형을 상대하기 위해 백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는데,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지는 경기였기 때문에 '전방 압박으로 압도한다.'라는 스타일보다는 '3명의 수비수를 배치하여 선 수비 후 역습을 노린다.'라는 컨셉으로 첼시를 상대했었다. 

때문에 이날 에버튼에게 전방 압박을 기대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전방 3명의 공격수들은 첼시 수비수들의 간단한 패스 루트만 막아선 채 직접적인 수비를 가하지 않았고, 후방 5명의 수비수와 중원 2명의 미드필더들로 첼시의 공격진들을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상대 공격진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진 첼시 수비진들은 공을 몰고 자유롭게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공격진과의 간격이 좁아지다 보니 수비진에서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패스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 캉테와 마티치의 중원 조합이라는 - 전방으로 종패스를 공급하기 힘들다는 첼시 중원 조합의 단점을 극복해주는 또 다른 수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또한 양쪽 윙백인 알론소와 모제스 역시 자유롭게 상대 공격진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상대가 전방 압박을 가할 경우, 이들은 첼시의 윙백이기 때문에 수비진으로 내려와 볼을 상대 압박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임무를 맡아야 했다. 하지만 첼시의 빌드업 상황에서 상대가 전방 압박을 가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서 수비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모제스와 알론소가 굳이 첼시의 수비진에 머무를 필요가 없어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리고 위 장면과 같이 공격 라인으로 합류하여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윙어 역할을 맡게 된다.

-3톱과 2톱의 혼용에 맞서야 한다.

상대가 첼시와 같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올 때, 첼시가 이 부분에서 약점을 노출했던 부분은 크게 2가지였다. 첫째는 앞서 소개한 백3를 기반의 전방 압박이었고, 둘째는 상대의 공격 라인에 있어서 3톱과 2톱을 혼용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지난 '첼시에 파브레가스가 필요한 이유'의 글에서 첼시가 백3와 백4의 혼용에 완벽히 능숙해졌다고 언급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 토트넘전을 통해 수비 상황에서의 혼용이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공격 상황에서는 수비수들 중 한 명이 중원에 가담하여 백3와 백4의 혼용을 완벽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몰라도, 수비시에서의 백3와 백4의 혼용은 지난 토트넘전에서 거의 엉망에 가까운 수준을 보여주며 2-0패배를 기록했었다.




첼시가 수비시 백3와 백4의 혼용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던 장면


홈에서 첼시를 상대한 토트넘은 '알리-케인-에릭센'을 3톱으로 둔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실제 경기 내에서는 에릭센을 조금 쳐진 위치에 배치시키며 케인과 알리를 최전방에 묶어놓은 진형을 펼쳤었다. 여기서 첼시의 패착 원인이 나왔다. 첼시는 이 두 명의 선수들을 백3의 센터백들로만 상대해도 됐었지만, 이 과정에서 모제스까지 최후방 수비 라인에게 묶이며 토트넘의 2-3선 자원에게 패스를 공유할 여유 공간을 너무 많이 내줬던 것이었다. 쉽게 말해, 모제스가 수비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수비 라인에 묶이며 첼시의 미드필더진이 토트넘과의 2선 싸움에서 수적으로 밀리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위 장면에서 첼시가 백3와 백4의 혼용을 잘 해낼 때 어떤 상황이 만들어져야 했을까? 상황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모제스가 중원으로 올라가 '알론소 - 케이힐 - 루이스 - 아스필리쿠에타'로 이어지는 백4 라인을 혼용하는 것, 그리고 둘째는 아스필리쿠에타가 중원으로 올라가고 모제스가 좁히면서 ' 알론소 - 케이힐 - 루이스 - 모제스'로 이어지는 백4 라인을 형성하는 상황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핵심은 수비수 중 한 명이 중원 싸움에 가담하고, 그리고 그에 따라 중원 선수 중 한 명이 토트넘의 3선으로 올라가면서 백3와 백4의 혼용으로 팀 전체 수비진의 연쇄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토트넘의 3선으로 첼시 중원 선수가 올라감으로써 토트넘의 후방 패스 워크를 방해하거나, 첼시의 미드필더 라인에 머무름으로써 첼시의 중원을 두껍게 할 수 있다.)



위 장면을 예로 들 때, 첼시가 백3(5-3-2)에서 백4(4-3-3)로 전환하며 얻게 되는 이점을 정리한 필드표



캉테와 미티치의 에버튼전(좌), 토트넘전(우) 히트맵 비교 (c)squawka.com


이렇듯 수비시 수비 라인에서의 백3와 백4의 혼용이 되지 않다 보니 중앙 미드필더인 캉테와 마티치의 중원 밀집도가 떨어지게 되었다. 이들이 첼시의 중심을 잡아줘야 되는데, 수비 라인에서 혼용이 이뤄지지 않아 중원에서의 수 싸움이 밀리다 보니 그들이 서로의 자리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고 만 것이다. 때문에 힘으로 압도하는 토트넘의 '뎀벨레-완야마'중원 라인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양 팀의 포메이션이 포지션마다 '1 vs 1'구도로 펼쳐지게 되는 3-4-3 포메이션이란 것을 감안해 본다면,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박스 안 수비 집중력이 부족하다.

첼시가 위와 같이 3-4-3의 구조적 약점들을 앓며 토트넘전에서 패배했었다면, 이번에는 선수 개인적인 문제점을 소개해볼려고 한다. 첼시는 지난 리그 14경기에서 31골 6실점을 기록했다. 수치만 보자면 13연승의 첼시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바로 알 수 있는데, 문제는 이 6실점 중 4실점을 최근 2경기에서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첼시가 그간 허용한 실점들 중에서 5실점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영상 참조 : http://tvcast.naver.com/v/1353421)


그리고 이 5실점의 빌미는 모두 누군가의 크로스로 시작됐거나 어시스트됐다. 이 중 4실점을 공중 싸움에서 패배하거나 실책 하여 골문을 열어줬고, 나머지 하나는 상대의 패스 워크에 휘둘려 땅볼 크로스를 허용해 실점했다. 위 영상만 봐도 알겠지만 첼시가 실점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은 '박스 안 집중력'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 첼시를 상대한 팀들도 평균적으로 경기 당 15개가 넘는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리그에서 치른 최근 7경기를 봤을 때, 상대팀이 첼시를 상대로 올린 크로스 숫자를 보자면 다음과같다. '맨시티 - 36번, WBA - 14번, 선덜랜드 - 13번, 크리스탈 팰리스 - 20번, 본머스 12번, 스토크 - 9번, 토트넘 - 13번'

그만큼 첼시가 최근 만났던 팀들이 상대가 박스 안에서 수비 집중력이 낮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리고 윙백 한 명으로 한 쪽 측면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언젠가 한계가 온다는 사실을 알기에 수많은 크로스를 시도했던 것이다. 첼시전 전까지 올 시즌 총 2경기를 선발 출전한 피터 크라우치가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에서 선발로 나선 것도, 그리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데 브루잉을 오른쪽 측면으로 완전히 빼며 실바에게 프리롤을 부여한 까닭도, 포체티노 감독이 188cm의 알리와 케인을 최전방에 묶어놓은 이유도 모두 이러한 첼시의 수비 문제 때문이었다. 첼시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이 문제를 필수불가결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첼시 연승의 저지로 2016/2017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판도는 한 번 더 바뀌게 될까? 그리고 2, 3, 4위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 토트넘, 맨시티와 바로 그 뒤를 쫓고 있는 아스날, 맨유까지. 이들은 과연 이번 5월에 첼시 대신 프리미어리그 왕좌의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혼돈의 EPL 선두권의 밝기는 다시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