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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 스토크시티 분석] 첼시에 파브레가스가 필요한 이유
병장 서현규 | 2017-01-02 12:59:19 | 1209


(c)Flexy Gist


첼시의 연승이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리그 13연승 째다. 정확히 3달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승리밖에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서도 잠시 멈칫하는가 했지만 역시나 첼시는 첼시였다. 결국엔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따냈다. 그리고 이 승리의 중심에는, 콩테 감독의 백3 체제 변화 요소였던, 중앙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있었다.

-마티치 대신 파브레가스가 들어온 콩테 감독의 백3



첼시의 스토크시티전 선발 라인업


아스날전 3-0 패배 이후, 콩테 감독의 백3 포메이션은 거의 고정적이다싶이 흘러갔었다. 케이힐과 루이스, 아스필리쿠에타가 센터백을, 알론소와 모제스가 윙백, 그리고 캉테와 마티치가 중앙 미드필더를 형성하며 아자르 - 코스타 - 페드로를 배치한 공격 라인을 둔 3-4-3 포메이션이 한동안 첼시 경기의 선발 라인업을 꿰찼었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첼시의 불안점을 지목했었다. 콩테의 3-4-3 포메이션을 이 11명의 선수들로만 소화할 수 없을 것만 같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경기를 1-3일 단위로 몰아 치러야 하는 박싱 데이에서, 후보 선수들의 부적응으로 인해 첼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과감히 예상했건만, 결과는 그 정반대였다. 윌리안은 이번 스토크시티전에서 환상적인 2골을 뽑아내며 완벽히 물오른 폼을 보여줬었고, 파브레가스는 콩테 감독의 3-4-3을 완벽히 소화해내면서 첼시 중원의 핵심이 되어주었다. 

-파브레가스의 전술적 문제점과 그 보완

사실 콩테의 3-4-3 시스템 안에서 파브레가스란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이 3-4-3 시스템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백5의 양쪽 윙백(3-4-3의 2선 중 양쪽 선수들)들에게는 한 쪽의 선수가 그 측면을 모두 커버해야 될 만큼의 종적인 광범위한 활동량을 요구했다. 그리고 3톱의 좌우 공격수에는 아자르와 페드로, 윌리안 등의 전문적인 윙어 선수들을 배치했다. 때문에 이 윙백들과 윙어들의 특성상 3-4-3 포메이션에서 중원을 책임져야 할 선수는 단 2명의 중앙 미드필더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 축구의 주류라 할 수 있는 4-2-3-1, 4-3-3, 4-1-4-1 같은 포메이션들과 맞붙을 때 당연히 중원 싸움에서 수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콩테의 입장에서, 중원에서 수적으로 불리해지니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내뿜울 수 있는 선수들을 배치할 수밖에 없었고, 그 선수들로 낙점된 것이 은골로 캉테와 네마냐 마티치였다. 이들이 있었기에 첼시의 3-4-3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때문에 캉테, 마티치와 견주어 볼 때 중원에서 영향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파브레가스는 콩테의 3-4-3 체제 속 계륵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파브레가스 쪽으로 반전된 것은 지난 맨시티전 이후였다. 마티치가 부상으로 인해 결장한 맨시티전 경기에서, 파브레가스가 마티치의 자리를 꿰차자 평소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날카로운 패스 배급이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후 파브레가스는 WBA전 16분, 선덜랜드전 풀타임, 팰리스전 26분, 본머스전 풀타임, 그리고 이번 스토크전에서 73분을 소화하며 서서히 주전 자리를 꿰차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콩테 감독은 이 속에서 파브레가스의 전술적 단점들을 어떻게 보완해냈을까?



수비시 파브레가스의 위치적 관계


우선, 첼시의 '공격 → 수비 상황'에서의 파브레가스 위치를 주목해보도록 하자. 파브레가스의 바로 옆에는 은골로 캉테가 위치하고 있고, 그의 위아래로는 윌리안과 모제스가 배치되어있다. 이 셋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셋 모두가 경기장 내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떨칠 수 있는 선수들이란 점이다. 아니, 조금 쉽게 말하자면 광범위한 활동량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이란 점이다.

모제스와 캉테야 이번 시즌 첼시에서 공/수 모두에 매우 큰 공헌을 해주고 있는 선수들이고, 윌리안은 수비 가담 면에서 약점을 보이는 편이지만 활동량 하나는 정말 좋은 선수다. 때문에 첼시의 '공격 → 수비 상황'에서 이 세 선수의 영향력으로 파브레가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의 스토크시티전 히트맵(좌), 패스맵(우) (c)squawka.com


첼시 3-4-3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볼 때, 파브레가스의 단점을 보완한 요인을 찾으라면 첼시가 백3 시스템 자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현대 축구 이전 백3 포메이션이 성행할 때는 2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들이 주류를 이루던 때였다. 수비 지역에서 3:2의 안정적인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상대 2명의 공격수들을 3명의 수비수들로 완전히 봉쇄시킬 수 있었다. 그러다가 1톱, 3톱을 필두로 한 포메이션들이 유행을 타면서 백3 포메이션은 완전히 잊혀지게 되었다. 1톱을 상대할 때는 수비 지역에 1:3의 수적 우위가 생기면서 중원 싸움이나 공격 싸움에 큰 힘을 낼 수 없었고(수비 지역에서 1명을 상대로 3명의 선수들이 묶여있기 때문), 3톱을 상대할 경우에는 3:3의 구도가 펼쳐져 수비 지역에서 위험성을 노출할 확률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백3 포메이션을 현대 축구에 다시 재등장시키기 위해 여러 감독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백3와 백4의 유기적인 혼용이었다. 3명의 센터백에 2명의 윙백을 더하되, 1톱을 상대할 때는 1명의 센터백이 즉석적으로 중원 싸움에 가담하여 수비 지역에서의 비효율적인 수적 우위를 없애고, 3톱을 상대할 때는 한 명의 윙백이 수비 라인에 가담하여 3:4의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다. 즉, 백2와 백4를, 그리고 백3와 백5를 똑같게 구분하되(윙백들의 오버래핑을 감안함으로), 2톱을 상대할 때는 백3로, 1, 3톱을 상대할 때는 백4로 전환하여 수비하는 것이 현대 축구 속 백3 포메이션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첼시가 이제 이 백3 포메이션에 익숙해지면서 이 백3와 백4의 전환도 매우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첼시가 공격을 전개할 때, 양쪽 센터백인 케이힐과 아스필리쿠에타가 즉각적으로 중원에 가담하여 콩테의 3-4-3 포메이션 단점(중원을 봐줄 선수들이 2명의 중앙 미드필더뿐이라는 것)을 보완해줄 수 있게 되었다.


(영상 참조 : http://tvcast.naver.com/v/1344750)


그리고 이러한 백3와 백4의 혼용, 센터백의 중원 가담으로 인해 첼시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왼쪽의 아자르에서부터 오른쪽의 모제스까지 방향이 전환되는 과정 속에 파브레가스와 아스필리쿠에타가 참여되니 원활한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볼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중앙 미드필더인 캉테는 상대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쪽에 위치하면서 스토크시티의 수비진들을 안쪽으로 눌러줬다.

결과적으로, 볼이 왼쪽의 아자르에서부터 오른쪽의 모제스까지 넘어가는 과정을 파브레가스, 아스필리쿠에타, 캉테가 모두 관여하면서 윌리안의 골을 도왔다는 것이다.  



캉테, 파브레가스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아자르의 스토크시티전 히트맵 (c)squawka.com


이렇듯 센터백들이 중원에 힘을 써줄수 있게 되다 보니, 동시에 캉테가 왼쪽으로 공격적인 존재감을 행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왼쪽 윙어 아자르가 공격시 프리롤의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다. (히트맵 참고) 아자르는 수비 상황에선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공격 상황에서는 매우 위협적이고도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수다. 지난 15/16 시즌 무리뉴 체제 아래에서는 4-3-3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며 수비진에서 공격진까지 볼을 운반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http://blog.naver.com/toru_100/220466225694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공격을 전개하는데 있어 아자르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 매력적인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프리롤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아자르가 밑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주는 성향을 띠다 보니 공격시 중원(파브레가스 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하자면, 파브레가스는 공격 상황에서 아자르와 양 센터백에게, 그리고 '공격  수비'상황시에는 윌리안과 캉테, 모제스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수비 상황에서는 첼시가 5-4-1의 전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파브레가스가 중원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어지고, '수비  공격 상황'에서는 후에 자세하게 소개하겠지만 파브레가스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오기 때문에 누구의 지원을 딱히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스토크시티전 첼시의 전체적인 조직도



-파브레가스가 첼시에 필요한 이유

결과적으로, 첼시에 파브레가스가 필요한 궁극적인 이유를 말하라면 당연하게도 후방에서 전방으로 배급되는 패스의 질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브레가스는 중원의 어느 위치에서, 어느 자세로든 모든 방향으로 정확한 패스를 배급해줄 수 있는 선수다. 때문에 '캉테 - 마티치'조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패스를 넣어줄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캉테-마티치'조합은 횡패스만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 하는 반면 '캉테 - 파브레가스'조합은 캉테의 횡패스에 더해 파브레가스의 날카로운 종패스가 더해짐으로써 후방에서 전방으로 더욱 날카롭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게 된다.  



캉테와 파르베가스의 패스맵 비교 (c)squawka.com



공격시 파브레가스의 역할


 첼시가 마티치대신 파브레가스를 중원에 배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위 장면과 같이 공격시 첼시를 상대적으로 가장 밑선에서 홀딩 해준다는 것이다. '홀딩 면에서는 파브레가스보다 마티치가 더 뛰어나지 않나?'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꼭 홀딩을 한다고 수비적인 면에서만 강점을 보이란 법은 없다. 첼시의 공격 상황에서, 파브레가스는 첼시 선수들과 비교할 때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또 절대적으로 보자면 경기장의 높은 위치(파이널 써드 지역)에 배치되어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가 아닌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파브레가스는 파이널 써드의 가장 끝 지역에서 상대의 페널티 박스를 향해 패스를 넣어준다는 얘기가 된다. 마티치가 파브레가스와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첼시의 페너트레이션(상대의 마지막 30m 지점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과정에서 횡패스만을 제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파브레가스처럼 날카로운 패스 길을 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스크가 이 자리에 들어올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수비적으로는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그는 횡뿐만이 아닌 종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도권을 손에 쥐고 있는 이상 이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날카로운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파브레가스는 성공시킨 56번의 패스 중 29번의 패스를 공격 라인에게 배급했다. (포포투 스탯존 스탯 기준) 이 50%가 넘는 수치는 파브레가스가 상대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좌표가 된다.


파브레가스가 코스타에게 배급한 패스 루트 (c)포포투 스탯존


둘째는 상대의 전방 압박을 카운터 하는데 파브레가스의 존재가 필수불가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달전 첼시는 토트넘과의 홈경기에서 자신들의 파훼법이 전방 압박이라는 사실을 노출시켰다. 수비진에서 배급되는 패스를 미드필더가 자기편 골대를 바라보며 잡을 때, 이 선수를 중심으로 상대가 강력한 전방 압박을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첼시의 공격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간의 간격이 매우 멀어져 상대의 압박에 당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같은 3열 포메이션인 4-4-2는 8명에서 패스 게임을 돌리기라도 하지, 3-4-3은 그보다 한 명이 적은 7명에서 전방 압박을 상대하며 볼을 공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진된 상대의 뒷공간을 직접적으로 노릴 수 있는 파브레가스의 존재가 필요해진다. 파브레가스와 코스타가 첼시로 이적한 첫 시즌인 14/15 시즌에는 중원의 파브레가스에서부터 최전방의 코스타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공격 패턴이 주를 이루기도 했을 만큼 파브레가스의 롱 패스 능력이 첼시에서 인정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는 지난 맨시티전에서 최고의 효율을 보여주며 3-1 승리에 큰 공헌을 해주기도 하였다.


파브레가스와 콩테, 이들은 과연 이번 시즌 조세 무리뉴와 후안 마타의 관계처럼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을까? 첼시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라면 이 둘의 존재 모두가 필요하다. 런던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과 함께 콩테와 파브레가스의 이름이 걸릴 그날까지, 백3의 첼시는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