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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유벤투스] '철벽', 유벤투스 수비진의 비밀
병장 서현규 | 2017-04-20 22:42:26 | 1480




'도대체 어떡하면 저 공격 라인을 막을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까지, 아니 몇 달 전까지만해도 바르셀로나의 MSN라인에게 항상 따라다니던 문장이었다. 이 세 명의 공격수가 보여준 골 퍼레이드쇼는 어마어마했다. 특히나 2년 전이 그랬다. 모든 팀들을 압살하며 베를린에서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때, 유벤투스를 꺾고 트레블을 달성했을 때 말이다.

하지만 이 MSN라인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어젯밤 증명됐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벤투스. 2년 사이에 진화한 그들은 완전한 질식 수비를 보여줬다.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를 필두로 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80분 동안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누 캄푸에서의 유벤투스는, 어떻게 그런 수비를 해낼 수 있었을까?  

-1차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




유벤투스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유벤투스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은 지난주 1차전과 똑같았다. 바르셀로나를 이미 3-0으로 꺾었던 최상의 멤버로 출격했다. 전체적인 형태는 비슷하되, 수비형 윙어 만주키치와 콰드라도가 더욱 보수적으로 변모했으며, 센터백 쪽에 약간의 수비 형식 변화를 줬다.
 
-누 캄푸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



유벤투스의 전방 압박 장면


유벤투스는 이번 경기에서 수비시 상당히 밑선으로 처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들의 수비 시작 지점은 엄연히 상대 골키퍼 터 스터겐이 볼을 전개할 때였다. 골키퍼에서 수비수로 이어지는 짧은 패스, 그리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바르셀로나 특유의 빌드업을 제어하기 위해 선택한 수였다. 

이번 경기 유벤투스가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전방 압박 상황에서 수비 단계로 큰 문제없이,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상대 골키퍼 터 스터겐으로부터 볼이 전개될 때 유벤투스 공격진들은 그를 압박했다. 그리고 압박 속에서 상대 수비수가 볼을 잡으면, 유벤투스 센터백 중 하나까지 중원에 가담하여 바르셀로나의 연결고리가 될 미드필더들을 봉쇄했다. (위 장면 보누치처럼) 유벤투스가 전체적으로 바르셀로나 중원 선수들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홈팀은 원활한 빌드업으로 공격을 전개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유벤투스의 2가지 수비 진영. 공격수가 완전히 내려왔을때 - (우), 공격수가 완전히 복귀하지 않았을 때 - (좌)


전방 압박 단계 이후 수비 진영을 형성할 때면, 크게 2가지로 나뉘게 되었다. 수비시 포메이션 4-4-2의 투톱 이구아인과 디발라가 어느 지점까지 복귀했느냐에 따라서 말이다. 이들이 완전히 복귀했을 경우에는 매우 타이트한 수비 진영을 형성했다. 최종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이 10m 이내로 좁혀지게 하였으며, 최종 수비 라인의 고저는 가능한 한 20m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양 측면 미드필더인 콰드라도와 만주키치는 높게 올라오는 바르셀로나의 양 윙백들을 수비했다.

반면 이구아인과 디발라가 완전히 복귀하지 못해 이들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수비를 시작할 경우 수비 진영이 전체적으로 조금 풀어졌다. 수비 라인은 25m 지점까지 올라갔으며,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은 최대 7-8m 정도로 한정했다. 그리고 최종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 간의 간격은 20m 정도로 형성될 것을 주문했다.



유벤투스 센터백의 변화점


디테일한 국면으로 넘어가, 1차전과 비교했을 때 바뀐 점을 손꼽으라면 유벤투스의 최종 수비 라인에 위치한 상대 공격수들을 막아낼 때 더욱 보수적으로 부딪혔다는 것이다. 위 장면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수아레즈가 수비 뒷공간으로 쇄도하기 위해 스타트를 끊는 순간 키엘리니도 함께 달리려고 하고 있다. 이 말은 즉슨, 유벤투스의 센터백들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단 1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유벤투스 수비 라인의 핵심은 총 3가지였다. 첫째는 전체적인 수비 라인을 성급하게 물러서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상대 공격수를 항상 눈앞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최종 수비 라인에 걸친 상대 공격수가 뒷공간으로 쇄도하려 할 때, 오프사이드 트랩은 생각하지 않고 그를 마킹하는 수비수도 같이 뛰어 수비한다는 것이다. (쇄도하는 공격수를 눈앞에 둔 수비수가) 이러한 수비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수아레즈, 메시, 네이마르, 이니에스타 등 뒷공간으로 쇄도할 수 있는 여러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단 한 번의 오프사이드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유벤투스가 위와 같은 수비 방식을 선택할 경우, 쇄도하는 공격수를 막으려 센터백이 순간적으로 뒤로 달릴 때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 공간으로 바르셀로나가 볼을 투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벤투스의 미드필더 라인은 매우 타이트한 횡간격을 유지해야 했다. 유벤투스의 미드필더 라인이 수비적으로 잠깐 집중하지 못한 시점인 50분경에 바르셀로나는 이 공간으로 위협적인 2차례 공격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라키티치의 패스맵. 횡패스 빈도가 높다. (c)squawka.com


하지만 횡패스 빈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난 바르셀로나 미드필더들의 패스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날 전체적으로 유벤투스 미드필더 라인의 횡간격은 매우 타이트했다. 때문에 센터백에게 위와 같은 지침을 내리고서도 무실점을 할 수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벤투스 공격의 핵심은 전환의 속도와 다양성



유벤투스의 공격 진영과 형태


1차전에서 3-0승리를 거둔 만큼, 유벤투스의 이번 경기 공격 형태는 매우 단조로웠다. 진영 자체는 지난주와 비슷한 4-2-4 대형으로 나오되, 수비 라인의 공격 가담을 최소화시켰다. 윙백의 오버래핑 루트를 만주키치와 콰드라도가 매우 넓게 벌리벼 커버해줬고, 이구아인과 디발라는 중앙에서 공격의 구심점이 되어줬다. 그리고 박스 투 박스 롤을 맡은 케디라가 유기적으로 공격에 참여했다.

공격 진영이 상당히 엷기 때문에 이들의 공격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만 이들이 공격을 하는 목적이라면, 볼을 최대한 유벤투스의 골문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전방 압박 단계를 유인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겠다. 때문에 이들은 볼을 공격 진영으로 빠르게 운반할 수 있는 콰드라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유벤투스는 이번 경기에서 오른쪽 방향 공격으로만 41%를 할애했다. 왼쪽의 만주키치는 수비 진영에서 넘어오는 롱 볼을 받아주고 소유해줄 수 있는 자원이었다. 


마지막까지 열정적으로 싸웠던 챔피언스리그의 왕, 바르셀로나가 8강에서 탈락했다. 이들을 꺾고 올라가는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트레블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으며, 2년 전 베를린에서 놓친 꿈을 다시 이룰 수 있게 됐다. 알레그리는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까? 2달 안에 그 결과가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