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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레알] 지단이 안첼로티와의 전술 싸움에서 승리한 날
병장 서현규 | 2017-04-13 23:31:39 | 1698



레알 마드리드가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4-0으로 대파하던 날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안첼로티가 레알의 지휘봉을, 지단이 그의 수석 코치를 담당하던 때였다. 당시 독일 내에서 무적이었던 과르디올라의 뮌헨을 4-0으로 짓누른다는 것은 축구계에 어마어마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이후 레알과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많은 것이 바뀐 채로 말이다. 3년 전 뮌헨을 대파했던 주인공인 안첼로티는 알리안츠 아레나의 지휘자가 되어있었고, 그의 제자였던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 되어 찾아왔다.

그리고 어젯밤, 레알 마드리드가 적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2-1로 꺾은 날은 지단이 안첼로티와의 전술 싸움에서 승리한 날로 기록됐다.

-주포 부상 바이에른 뮌헨과 방패 결장 레알 마드리드



이번 경기 양 팀 선발 라인업


양 팀 모두가 중요 선수 2명씩을 잃은채 경기에 나섰다. 홈팀 바이에른 뮌헨은 센터백 마츠 훔멜스와 스트라이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훔멜스의 경우 '보아텡-마르티네즈' 센터백 조합을 구성함으로써 어느 정도 공백을 메꿀 수 있었지만, 레반도프스키의 결장은 대체하기 힘들었다. 뮐러가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이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원정팀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팀의 주전 센터백 페페와 바란이 모두 부상으로 결장했다.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나초-라모스 센터백 조합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이들의 벤치에는 또 다른 중앙 수비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형태와 리스크



이번 경기 뮌헨의 2가지 공격 형태


뮌헨은 크게 2가지 공격 형태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공략했다. 

첫 번째 형태는 위 왼쪽 그림과 같다. 알라바가 높은 위치까지 오버래핑을 올라가고, 보아텡-마르티네즈-람의 변형 백3 라인이 후방을 지켜준다. 그 상태에서 비달-알론소 중원 라인이 백3 라인 앞을 커버했다. 리베리, 알칸타라가 중앙 공격을, 로벤이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준다. 그리고 뮐러가 스트라이커 자리에 머무르면 뮌헨의 공격 형태가 완성됐다. 전체적으로 3-2-4-1과 같은 포메이션을 띄고 있다.  

두 번째 공격 형태는 전술한 첫 번째 대형에서 비달-알론소 중원 라인이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오고, 람이 오버래핑을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기존 로벤 자리를 람이 담당하는 것이다. 로벤은 처음 역할과 비슷하게 오른쪽으로 크게 벌려주되, 스트라이커 뮐러와 동일선상까지 전진하며 전체적으로 비대칭 공격 형태를 나타냈다.  

이 2가지 공격 형태에서 추구하는 핵심 포인트는 로벤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와 공/수 밸런스이다. 첫째 공격 대형의 경우, 공격 2선에 '알라바-리베리-알칸타라-로벤'이 섰는데 여기서 리베리가 매우 왼쪽 지향적으로, 알칸타라가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면서 전체적인 공격이 좌측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두 번째 공격 형태에서 역시 로벤이 뮐러와 동일 선상에 서되, 오른쪽으로 크게 벌려주는 비대칭 형태를 띄며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노렸다. 



리베리와 알칸타라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수비수와의 1대 1 돌파에 큰 강점을 갖고 있는 로벤에게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롤을 부여함으로써, 전술적으로 수비력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마르셀로와 1대 1 구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이론상으로 볼 때 뮌헨의 큰 무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전술적 변형을 통해 이것을 막아냈다. (글의 바로 다음 부분에서 자세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뮌헨은 90분 내내 공격을 진행하면서 공격 형태에 숨어있는 공/수 밸런스를 갖춰가야 했다. 첫 번째 공격 대형의 경우 보아텡, 마르티네즈, 람 3명의 선수가 수비 라인에 머물렀고, 두 번째에서는 중원 조합 알론소와 비달이 센터백 보아텡, 마르티네즈와 함께 공격 진영을 받쳐줬다. 후방에 최소한 3명의 수비수들을 남겨놔야 했는데, 후반전 레알 마드리드에게 동점골을 허용하자 이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후반전 뮌헨은 공격시 두 번째 형태에서 비달과 알론소를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켰다. 그 결과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사태가 발생했고, 호날두와 벤제마는 이 넓은 공간으로 역습을 전개하다가 마르티네즈의 퇴장을 이뤄냈다.   


-베일의 전술 변형으로 뮌헨을 막아낸 지단


안첼로티의 공격 형태에 대한 지단의 응수책


안첼로티의 공격 형태에 대한 지단의 응수책은 베일을 수비시 오른쪽 윙백으로 변형시키는 것이었다. 토트넘에서 본래 사이드백 자리를 맡았던 베일을 잠시 회귀시켰다. 베일의 수비 라인 합류로 레알 마드리드는 5-3-2와 같은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백5를 형성하니 뮌헨이 로벤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로 마르셀로와의 1대 1 구도를 만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마르셀로와 로벤의 1대 1 구도가 만들어질 때 라모스가 마르셀로와의 거리를 순간적으로 좁혀 2대 1 장면을 만들게 된 것이다. 라모스뿐만이 아니라 크로스, 카세미루도 로벤이 볼을 잡을때 마르셀로에게 유기적으로 합류하여 2대 1 상황을 만들어줬다. 이날 로벤은 상대 진영에서 이뤄진 8번의 드리블 돌파 시도 중 5번을 성공시키지 못했는데, 카세미루, 라모스, 마르셀로가 그의 돌파를 막아냈다.

로벤을 통제할 수 있으니 뮐러도 자연스레 할 역할을 잃었다. 뮐러는 이번 경기 내내 라모스와 나초에게 봉쇄당했는데,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수준 높은 포스트 플레이(수비수를 등에 진 상태에서)를 펼칠 수 없는 터라 간간이 밑선으로 내려와(수비수를 끼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 팀의 공격 전개에 직접적인 참여를 해야 했다. 뮐러가 순간적으로 내려올 경우 최전방으로 빠지거나 공간을 얻게 된 선수는 측면으로 넓게 벌린 로벤이었는데, 이 상태에서 로벤에게 볼을 배급해도 '마르셀로+라모스/카세미루/크로스'가 그를 협력 수비해버리니 뮐러의 로벤을 위한 미끼 역할도 사실상 부질없는 짓이 됐다.  



라모스와 크로스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베일의 윙백 변형은 왼쪽으로 넓게 벌린 알라바를 수비하는데, 그리고 왼쪽 지향적으로 움직였던 리베리를 통제하는 데에도 큰 공헌을 했다. 그는 오른쪽 윙백 진영에서 2번의 태클 성공과 인터셉트를, 박스 안 지역에서 2번의 클리어링과 슛 블록을 해냈다.  

이뿐만이 아니라 수비 라인에 선수가 추가되니 로벤을 맡지 않는 미드필더들(카세미루, 모드리치)은 수비시 높은 위치에서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때문에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는 알칸타라뿐만이 아니라 후방의 알론소, 비달까지 충분히 제어할 수 있었다. 

-노이어의 골문을 2번이나 흔든 레알의 공격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경기 공격 진영


최종적으로 2골을 성공시킨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이들의 가장 큰 패턴이자 주 공격 루트는 측면에서의 크로스에 의한 BBC라인의 박스 안 경합이었다. 이번 경기 BBC라인 공격 역할의 공통분모는 박스 안 침투였다. 양 윙백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이 기본적으로 넓게 서고, 베일이 오른쪽 측면을, 호날두와 벤제마가 왼쪽 측면을 유기적으로 맡아줬다. 그리고 수비적으로 자유로운 모드리치가 오른쪽 측면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반면 로벤이라는 큰 속박에 처해있는 크로스는 모드리치와 같이 적극적으로 측면 지원에 나서주지 못했다. 대신 라모스가 유기적으로 전진함으로써 크로스의 측면 지원 미비를 커버해줬다.


BBC라인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결과적으로 오른쪽 측면은 '카르바할+모드리치+베일'이, 왼쪽 측면은 '마르셀로+라모스/크로스+벤제마/호날두'가 분담하게 된 것이었다. 레알 공격의 최종적인 목적은 BBC라인 중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박스 안에서 헤딩 경합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호날두, 벤제마, 베일은 모두 박스 안 경합 상황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번 경기 레알 마드리드가 성공시킨 6번의 크로스는 4번의 키패스와 2번의 어시스트로 기록됐다.  


경기 외적으로 매우 불리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2-1 승리는 지단 감독 본인에게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 자체에 있어 큰 의미 부여가 될 것이다. 뮌헨 원정에서 2번 연속으로 승리를 거뒀다는 것, 그리고 지단이 자신의 스승 안첼로티를 적진에서 꺾었다는 것. 레알 마드리드의 역대 최초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대한 가능성은 계속 밝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