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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바르셀로나] 이탈리아에서 바르샤를 침몰시킨 알레그리의 전략
병장 서현규 | 2017-04-12 22:43:26 | 2019



세리에A의 지배자, 그리고 극강의 홈 경기력.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를 극적으로 통과한 바르셀로나도 무너지고 말았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이야기다. 어젯밤 유벤투스가 바르셀로나를 완파했다. 결과는 디발라의 감각적인 2골에 힘입은 3-0. 유벤투스의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훌륭했지만, 우리는 이 경기를 논할 때 결코 알레그리의 전술을 꺼내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알레그리는, 엔리게의 바르셀로나를 침몰시킬 수 있었을까? 

-최고 스쿼드 유벤투스와 두 선수 못나온 바르셀로나



이번 경기 양팀 선발 라인업


홈팀 유벤투스는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마르코 피아차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백3와 백4를 혼용하는 알레그리의 이번 경기 선택은 4-2-3-1이었다. 산드로, 키엘리니, 보누치, 알베스가 수비 라인을 이뤘고, 케디라-피아니치가 중원을 구성했다. 그리고 만주키치와 콰드라도가 측면을, 디발라와 이구아인이 중앙 공격을 맡았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스쿼드 구성에 있어 뼈아픈 측면이 많았다. 팀의 핵심 자원인 하피냐가 부상으로, 부스케츠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왼쪽 윙백 자리에 마티유를 배치하며 변형 백3 형태를 가져가되, 하피냐가 들어가야 할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를 라키티치가 메꾸게 되었다. 부스케츠의 포지션은 마스체라노가 대체했다.  

-MSN라인을 질식시킨 유벤투스의 수비 진영

이번 경기에서 베르셀로나가 가져간 점유율은 68.1%였다. 볼 포제션 수치만 놓고 봤을 때는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3-0으로 패배했고, 유효 슈팅 면에서도 8대 4의 결과를 낼만큼 유벤투스보다 2배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유벤투스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끈끈한 수비를 해냈다는 뜻이었다.  



유벤투스의 이번 경기 수비 진영과 그 특징


알레그리가 이번 경기에서 백4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수비 진영의 형성에 있어서였다. 이들은 바르셀로나가 수비 진영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때 2가지 자세로 수비에 나섰다. 첫째는 앞선에서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가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디발라와 이구아인을 2톱으로 둔 4-4-2 포메이션을 형성해 수비 진영에 진을 치는 것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전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후에 계속해서 후자와 같은 수비 형태를 취했다.

유벤투스의 수비 진영은 매우 콤팩트했다. 가히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더 촘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들이 4-4-2 형태로 수비 진영에 내려설시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은 약 5-6m 정도로 - 최소한으로 - 제한했다. 그리고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의 간격 - 수비 진영 전체 종적 길이 - 은 약 15m가 되도록 유지했고, 최종 수비 라인은 20~25m 사이에 형성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알베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횡적으로 좁게 서도록 하였다.   

말 그대로 적절한 수비 라인 고저와 매우 촘촘한 간격(특히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을 유지해낸 것이었다. 바르셀로나의 MSN 라인은 이 수비 진영에 질식되고 말았다. 알베스는 공격시 넓게 벌린 네이마르를 마킹하라는 주문을 받은 탓에 모든 선수들이 횡적으로 좁게 설 때 혼자만 그러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수아레즈는 콤팩트한 유벤투스의 수비 진영에 못 이겨 중앙에 고립되고 말았다.

메시 역시 본래의 전술대로였다면 중앙에서 수아레즈를 보좌해주는 역할을 맡았을 터이지만, 전술했듯 유벤투스는 중앙에 매우 촘촘한 수비 간격을 형성했기 때문에 원래의 위치보다 더욱 밑선으로 처지거나 측면으로 이동해야 했다. 중앙에서는 압박 밀도가 매우 높아 볼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하피냐의 결장이 더욱 아쉬워지는 것이다. 본래 변형 백3 속 하피냐는 로베르토가 중앙으로 들어옴과 동시에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를 대체한 라키티치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하피냐는 윙어 역할이 가능했기에 이러한 전술적 주문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 만약 하피냐가 존재했다면 중앙의 압박 밀도가 조금은 낮아졌을지도 몰랐겠다.



유벤투스의 수비가 공략당했던 장면


유벤투스가 위와 같이 매우 훌륭한 수비 진영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는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위 장면이 그 예시다. 메시가 후방으로 빠져나와 볼을 받은 후 드리블을 치고 있다. 유벤투스의 수비진들은 '경계 대상 1위' 메시에게 모든 시선이 쏠려있고, 네이마르가 중앙으로 좁힌 탓에 이를 마킹하는 알베스역시 센터백과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이니에스타가 후방에서부터 알베스의 뒷공간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이를 본 메시는 환상적인 패싱으로 이니에스타와 부폰의 1대 1 장면을 만들어줬다. 비록 부폰의 동물적인 선방에 막혀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바르셀로나는 이와 같이 충분히 유벤투스의 수비진을 뚫어낼 저력이 있었다.

미드필더의 공격적 공헌 미비와 왼쪽 방향 공격을 모두 네이마르에게 의존한 것. 그리고 오른쪽 윙백 로베르토가 언더래핑을 구사했기 때문에 메시가 중앙으로 좁힐 경우 오른쪽으로 벌려줄, 오른쪽에서 유벤투스의 압박 밀도를 풀어줄 선수가 없었던 것을 바르셀로나 패착 원인으로 손꼽을 수 있겠다.

-바르셀로나 수비 전술의 모순과 유벤투스의 컷백

바르셀로나의 긴 공격 단계 이후, 짤막하게 주어진 상대 수비를 공략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가 공격 단계에서 수비 라인을 매우 높게 끌어올리기 때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이번 경기 알레그리 감독의 숙제였다. 그리고 그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디발라와 그들의 수비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유벤투스의 공격 진영과 바르셀로나 수비 공략


바르셀로나는 수비 진영을 매우 폭좁게 가져가는 팀이다. 그 이유는 상대의 역습에 의한 득점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이들은 느린 템포의 페너트레이션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 순간을 길게 이어가려 한다. 페너트레이션 단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공격 진영에 많은 선수들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수비 라인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그렇다 보니 볼을 탈취당한 바로 직후, 상대가 볼을 탈취한 이후의 1-2초 역습에 바르셀로나는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수비 라인을 매우 폭좁게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의 1차적인 측면 공격은 허용하되, 직접적으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중앙에 선수들을 밀집시킴으로써 수비/지연하는 것이 바르셀로나 수비의 특징이다.

알레그리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이러한 특징을 이용했다. 공격시 양 윙어인 만주키치와 콰드라도를 매우 넓게 벌려 바르셀로나의 측면 공간을 우선 공략하도록 했다. 그리고 디발라를 주로 이구아인과 콰드라도의 사이에 배치했고, 반대쪽 이구아인과 만주키치의 사이 공간은 연쇄적으로 이뤄지는 산드로의 오버래핑과 만주키치의 중앙 이동, 또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케디라의 즉석 커버로 메꿔졌다.



디발라 롤의 역할과 유벤투스의 컷백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발라의 역할이다. 디발라는 이번 경기에서 프리롤을 맡았는데, 그는 크게 2가지 형태의 역할을 수행했다. 첫째는 넓게 벌린 윙어가 측면에서 볼을 받은 후 종적으로 주파할 수 없을 때이다. (바르샤 윙백이 유벤투스 윙어를 즉각적으로 수비할 수 있을때) 이때는 디발라가 양 측면으로 활발하게 이동하여 이들의 공격 전개를 도와줬다. 그리고 또 다른 옵션은 양 윙어가 측면에서 볼을 받은 후 종적인 돌파가 가능할 때였는데(볼을 받은 유벤투스 윙어가 넓은 공간을 부여받았을 때), 이때는 이구아인과 함께 박스 안으로 쇄도했다.  

알레그리의 공격 전술이 적중한 쪽은 후자였다. 넓게 벌린 윙어는 상대 수비가 좁게 형성됐기에 볼을 받을시 넓은 공간을 부여받을 수 있었고, 여기서 만주키치와 콰드라도는 종적으로 빠른 돌파를 일궈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구아인과 디발라가 박스 안으로 쇄도하되, 가장 중요한 점은 이구아인이 깊게 침투하여 바르셀로나 수비를 유인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콰드라도가 돌파할시 만주키치까지 박스 안으로 침투할 수도 있음. 케디라는 오른쪽으로 돌파하든 왼쪽으로 돌파하든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틈틈히 박스 안으로 쇄도.) 이구아인이 깊은 지역에서 수비를 유인하면, 디발라는 비교적 덜 깊은 지역에서 이구아인이 만들어준 공간을 찾아 들어갔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그의 환상적인 터치와 빠른 슈팅 템포. 거기다가 정확한 골 결정력까지. 디발라가 현대축구의 공격수로써 해야 하는 대부분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했기에 가능한 컷백 전술이었다.  


유벤투스의 이러한 컷백 전술에 골을 허용해준 것도 바르셀로나 수비의 전술적 모순이었다. 전술했듯 바르셀로나가 수비 진영을 좁게 형성하는 최종적 이유는 직접적인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앙 공간을 틀어막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틀어막은 중앙 공간에서 수비수들이 이구아인에게 쏠리고, 환상적인 테크닉을 갖고 있는 디발라를 통제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가 굳이 수비시 측면 공간을 허용해준 의미가 없었던 결과였다. 

이렇게 바르셀로나의 엔리케 감독은 알레그리 감독에게 전술적으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누 캄푸에서 펼쳐진 지난 PSG전과 같은 기적은 이제 일어나기 힘들다. 상대는 2년 전 바르셀로나에게 패배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친 팀, 유벤투스이다. 이들은 과연 베를린에서의 패배를 스페인에서 씻어낼 수 있을까? 1주 후, 그 운명의 결과가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