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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튼-레스터] 레스터시티를 완파한 에버튼의 유기성
병장 서현규 | 2017-04-12 22:40:52 | 1044




셰익스피어 감독 교체 이후 5연승을 달리던 레스터시티가 드디어 패배했다. 상대는 구디슨 파크의 에버튼. 전반 10분만에 2-1로 앞서 나가며 6연승을 기록하는가 싶더니, 후에 자기엘카와 루카쿠에게 득점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후트를 제외한 모든 수비 라인이 후보 선수이긴 했지만 이날 레스터의 최후방은 너무나도 헐거웠다. 에버튼은 어떻게 레스터의 수비진을 공략할 수 있었을까?

-익숙한 라인업의 에버튼, 레스터를 무너뜨리다.


에버튼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이날 에버튼의 라인업은 조금 부족했다. 특히나 수비 라인이 그랬다. 콜먼의 A매치 기간 부상으로 홀게이트가 오른쪽 윙백 자리에 출전했고, 모리의 부상과 윌리엄스의 징계로 페닝턴이 자기엘카와 함께 센터백 듀오를 이뤘다. 유망주 선수들로 부상의 공백을 메꿨다. 페닝턴과 홀게이트는 지난 A매치 기간 이후 매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반면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은 최고의 라인업으로 나섰다. 중원에는 슈나이덜린을 중앙에, 데이비스와 게예를 양쪽에 배치하며 팀의 기동력을 더했다. 그리고 공격진에는 미랄라스-루카쿠-바클리 라인이 나오며 여러 득점 패턴들을 시도했는데, 이것이 이번 경기에서 딱 들어맞았다.

-레스터를 완파한 공격의 유기성과 다양한 패턴



에버튼의 이번 경기 공격 진영


이날 에버튼의 공격 패턴은 매우 다양했다. 위 그림을 참고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에버튼은 전체 공격의 49%를 오른쪽 방향으로 전개할 만큼 유난히 한쪽만을 노렸다. 그 이유는 왼쪽 윙백 베인스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위함이었데, 에버튼이 오른쪽에 선수를 밀집시켜 공격을 이어갈시 베인스는 자기엘카, 페닝턴과 백3 라인을 형성했다. 전반적으로 공격적이지 않았다. 대신 볼이 반대쪽으로 넘어올 조짐이 보이면 순간적으로 오버래핑을 나섰다. 넓은 공간에서 볼을 잡은 베인스는 왼쪽 측면에서 정확한 롱 킥 구사가 가능했다. 

반면 오른쪽 측면에는 매우 유기적인 스위칭과 다양한 공격 패턴을 요구했다. 왼쪽 윙어 미랄라스에게는 좌우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프리롤을 부여했고, 바클리와 루카쿠에게는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모두 활발하게 오갈 것을 주문했다. 게예는 오른쪽 전 지역을, 데이비스는 세컨 스트라이커 자리와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 그리고 슈나이덜린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슈나이덜린은 수비 라인 바로 윗선을 보호했다.  

쿠만은 오른쪽 측면의 공격진에게 위와 같은 유기성을 부여했다. 선수들이 활발한 스위칭을 오가며 오른쪽 측면을 탈압박한다면 즉시 루카쿠에게 위협적인 볼 투입이 가능했고, 그렇지 않다면 반대편 베인스의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노렸다.  



활발한 스위칭을 이용한 공격 패턴 예시


에버튼은 선수들 간의 활발한 스위칭을 통해 수많은 공격 패턴을 가져갔다. 그들 중 하나가 바로 위와 같은 형태였다. '루카쿠가 측면으로 빠지면 프리롤을 부여 받은 미랄라스와 세컨 스트라이커 자리를 역임한 데이비스가 중앙 공격수 자리로 들어간다. 그리고 두 명의 선수가 빠진 오른쪽 패싱 진영에 바클리가 참여하며 미랄라스와 데이비스를 커버해준다.' 여기에 계속되는 유기적인 플레이로 레스터 시티를 공략했다.

사실 오른쪽 진영에서 공격 전개가 매우 원활하게 펼쳐지다 보니 베인스가 볼을 잡을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전술했듯 푸흐스, 모건, 심슨이 나오지 않은 레스터의 수비 라인은 매우 헐거웠기에, 굳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실행하지 않아도 유기적인 플레이를 통한 패싱 게임만으로 상대 수비진을 벗겨낼 수 있었다.



미랄라스와 바클리의 이번 경기 히트맵 (c)squawka.com


-중원 3미들 최적의 역할 분담

이번 경기 에버튼 3명의 미드필더, 데이비스와 슈나이덜린, 게예의 역할 분담은 최고였다. 이들의 역할은 전술한 대로 슈나이덜린이 수비 앞 공간을, 데이비스가 세컨 스트라이커, 오른쪽 패싱 게임 참여, 슈나이덜린 보좌를, 게예가 오른쪽 전 지역을 커버한다고 했다. 


에버튼 선수 특성에 따른 역할 분담


이러한 역할 분담이 좋았던 이유는 에버튼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중원 진영을 계속해서 변화시켰기 때문이었다. 

오른쪽으로 공격을 이어갈 때, 베인스가 아직 자기엘카, 페닝턴과 백3를 이루고 있었으면 슈나이덜린이 전진해 오른쪽 패싱 게임에 참여했다. 반대로 베인스가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위해 공격을 나선다면 슈나이덜린이 내려서 자기엘카, 페닝턴과 백3를 형성했다. 또한 데이비스가 세컨 스트라이커 자리로 올라간다면 게예가 순간적으로 내려와 슈나이덜린과 중원을 꽉 잡았다. 

이러한 역할 분담의 결과, 이 3명의 선수들은 6번의 인터셉트와 블록 시도를, 3번의 클리어링과 찬스 메이킹을, 13번의 태클을 시도할 수 있었다. 데이비스, 슈나이덜린, 게예의 여러 역할들 중 공통분모는 오른쪽 패싱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오른쪽 공격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명확히 드러냈다. 데이비스는 다재다능한 역할을, 게예는 왕성한 활동량을, 슈나이덜린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냈다. 


에버튼은 아직 충분히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이 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새 구장의 조짐과 새로운 구단주, 명품 풋볼 디렉터 스티븐 월시의 1시즌차 활약 등. 뭔가 터질 듯하면서도 터지지 않고 있다. 쿠만은 과연 남은 6경기에서 에버튼을 제대로 터뜨릴 수 있을까? 아스날과 맨유가 짧은 침체기를 겪고 있는 지금, 에버튼의 순위 경쟁은 아직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