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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맨시티]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왜 비겼을까?
병장 서현규 | 2017-04-05 22:21:38 | 1119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지켜야 하는 맨시티와,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따내야 하는 하락세 아스날이 만났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 두 팀의 싸움은 2-2 무승부. 전반적으로 맨시티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경기를 이끌어갔으나 결과는 승점 1점이었다. 전반전에 2-1로 앞서갔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후반전에 한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들이 실점한 2골은 모두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터진 것. 라인 컨트롤 미스와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의 수비진 실책으로 허용한 실점이었다. 

-나바스 윙백과 전반전 4톱 가동




맨시티의 이번 경기 선발 라인업


이번 경기 맨시티의 선발 라인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게 2가지였다. 본래 오른쪽 윙어로 뛰던 헤수스 나바스를 윙백으로 배치했다는 점과, 전반전 실제 경기 내에서는 실바를 앞선으로 끌어올린 4-2-4 포메이션을 가동했다는 점이다.

나바스는 오른발을 주발로 삼고 있는 공격수로써 클래식 윙어 스타일의 선수다. 오른쪽 측면에 배치되어 돌파를 한 후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려주는 것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때문에 이런 나바스의 공격적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첼시전 백3의 오른쪽 윙백으로 변형한 적도 있었는데, 백4의 윙백은 이번 경기가 처음이었다. 백3와 백4의 윙백 원리는 아예 다르다. 백3 윙백의 경우, 웬만하면 한쪽 측면을 모두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오버래핑을 나갈 수 있지만 백4는 그렇지 않다. 후방에 센터백이 2명 밖에 없고, 윙백의 앞선에는 윙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백4에서의 윙백은 백3에 비해 수비적인 측면이 더욱 강조된다.

-전반전의 4-2-4와 데 브라이너 롤

맨시티의 전반전 실질적 대형은 4-2-4 포메이션이었다. 위 포메이션에서 실바를 공격 라인으로 끌어올린 형태였다. 사네와 스털링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을 맡았고, 아구에로와 실바가 중앙을, 그리고 데 브라이너와 페르난지뉴가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다. 




4-2-4 포메이션의 측면 커버와 데 브라이너의 역할


맨시티의 전반전 4-2-4 포메이션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원에 데 브라이너와 페르난지뉴 2명의 선수만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물론 앞 선의 실바가 유기적으로 내려오며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주긴 했지만, 전반전 맨시티의 중원에는 2선수만으로 구성될 때가 대부분이었다. 
 
우선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원에 2명의 선수만을 배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외질의 수비시 영향력이 매우 작기 때문이었다. 페르난지뉴는 수비 라인 바로 앞선을 커버하는 역할을, 그리고 데 브라이너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와 하프 윙을 병합한 개념의 롤을 맡으며 역할을 분담하였는데, 이번 경기에서 페르난지뉴의 주 임무는 외질을 수비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들이 수비 단계에서 아스날의 볼을 탈취하고 두 중앙 미드필더로부터 공격을 전개할 때면 외질이 이들을 수비해야 했는데, 외질은 수비에 약점을 가진 유형의 선수였다. 여기에 더해 맨시티는 기본적으로 수비 라인을 매우 높게 유지하기 때문에 최후방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이 벌어질 일도 매우 드물었다. 때문에 중원에 두 선수만을 배치한 것으로도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데 브라이너의 전반전, 후반전 히트맵 비교 (c)squawka.com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 브라이너가 맡은 '박스 투 박스+하프 윙' 롤이었다. 그는 공격 진영과 수비 진영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수 모두에 활발하게 가담했으며, 공격시에는 왼쪽 측면으로 벌려줘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가 이번 경기 전반전에서 맡은 주요 역할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써 수비시 깊은 지역까지 내려오는 것 ▲ 깊은 지역에서 볼을 탈취했을 시 공격 진영까지 볼을 운반해주는 것 ▲ 하프 윙으로써 공격시 왼쪽 측면을 맡아주는 것 ▲ 전방 4톱 중 1-2 선수가 밑선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줄 때 순간적으로 박스 안을 향해 쇄도하는 것 ▲ 페르난지뉴의 외질 수비를 보좌해주는 것

특히나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 브라이너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에 더해 하프 윙 역할까지 겸했다는 것이다. 맨시티 전방 4톱은 양 측면으로 넓게 벌릴 때도 있었지만 중앙으로 좁혀 수준 높은 패스 플레이를 만들어갈 때도 있었는데, 이때 데 브라이너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사네의 공간을 커버해준 것이다. 그리고 오른쪽 측면은 스털링과 다비드 실바의 유기적인 스위칭, 그리고 나바스의 오버래핑을 통해 커버했다. 
(단, 나바스의 전반전은 후반전에 비해 매우 수비적이었다.) 



맨시티 전반전 4-2-4의 문제점


하지만 전반전 4-2-4의 문제점이라면 미드필더 라인에서 공격진으로 볼을 배급할때 간격이 너무 넓었다는 점이었다. 전술했듯 실바와 아구에로가 유기적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그 빈도가 그리 높진 않았다. 데 브라이너는 공격진과 수비진을 활발하게 오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드필더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 주로 패스를 배급해야 할 선수는 페르난지뉴가 됐는데, 그 간격이 넓어 활발하게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페르난지뉴는 파브레가스만큼의 패스 실력을 갖춘 미드필더가 아니다. 스톤즈나 오타멘디도 전방으로 한 번에 패스를 뿌리기는 힘들다. 때문에 페르난지뉴는 전반전에 21번의 패스만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중 6개의 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공격 라인과 페르난지뉴 사이의 연결 고리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밑에 첨부되는 아구에로/실바의 전, 후반 히트맵 비교를 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후반전에 비해 전반전에는 비교적 윗선에서 활동했다.



아구에로/실바의 전, 후반 히트맵 비교 (c)squawka.com


-후반전 4-2-3-1로 전환한 맨시티. 문제점은?

후반전이 시작되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털링을 빼고 투레를 투입함으로써 4-2-4에서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실바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고 데 브루잉을 오른쪽으로 뺐다. 그리고 페르난지뉴와 투레가 중앙 미드필더에 섰다.



맨시티 4-2-3-1 진영과 문제점


맨시티가 4-2-3-1 진영으로 전환하면서 맞이한 문제점은 중앙 공격의 밀도가 전반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점이다. 데 브라이너가 오른쪽으로 빠진 상태에서, 클리시가 오버래핑에 능한 윙백이 아니다 보니 사네가 왼쪽 측면만을 집중해야 하게 되었다. 또한 실바는 위의 히트맵대로 후반전이 되자 밑선으로 처졌고, 데 브라이너는 가운데로 좁혀 중앙과 오른쪽 모두를 활발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바스가 전반전에 비해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데 브라이너가 비운 오른쪽 측면을 커버해줬다.

그렇다 보니 맨시티의 중앙 공격에는 2-3명의 공격수들밖에 위치하지 않게 되었다. (데 브라이너가 불규칙적. 그리고 실바는 밑선을 더욱 활발하게 오감) 여기에 더해 아스날도 동점골을 넣은 이후 수비에 많은 무게를 실음으로써 맨시티의 공격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페르난지뉴와 야야 투레의 후반전 패스맵 (c)squawka.com


아스날이 동점골 이후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고, 맨시티는 전반전에 비해 중앙 공격의 숫자가 적어지고 불규칙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이들의 공격 루트는 자연스레 측면으로만 국한되었다. 사이드로 벌린 사네와 나바스를 이용한 길이다. 맨시티는 이번 경기에서 총 19번의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중 13개를 후반전에 시도했다. 

맨시티가 이렇듯 공격 루트가 측면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중앙 미드필더의 창의성/공격 가담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앞선 공격 자원 중 하나가 고정적으로 측면으로 벌린 상황에서, 중앙 공격 자원은 불규칙하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들이 앞선으로의 활발한 공격 가담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왼쪽 윙백 클리시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미드필더 없이도 후방 변형 백3 라인 형성이 가능) 투레가 박스 투 박스 역할을 수행하며 공격 라인으로 몇 번의 침투를 시도했지만 그곳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전반전 중앙 미드필더 데 브라이너의 공격 능력과 이들을 비교해본다면 매우 대조된다. 어쩌면 과르디올라의 후반전 투레 교체 투입이 하나의 실수라 할 수 있겠다. 아니, 세트피스에서 무스타피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맨시티 수비진의 실수라 할까?


이렇게 치열했던 아스날과 맨시티의 경기도 끝났다. 프리미어리그 30R가 끝난 것이다. 그리고 다음 31R는 이번 주중에 예정되어있다. A매치 기간이 끝난 이후 다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잉글랜드 클럽들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탑6 팀들 모두 치른 경기 수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의 승점 경쟁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그리고 그 행방이 이번 주중 새벽에 조금씩 밝혀진다. 맨시티는 만족스러은 순위로 시즌을 끝맞칠 수 있을까? 그리고 아스날은 벵거 부임 후 최초로 4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까? 이들의 승점 전쟁은 아직도 치열하다.